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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punch1234
그림/삽화
로맨틱아일랜드
작품등록일 :
2024.02.06 20: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1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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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503

작성
24.04.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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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화

DUMMY

#13




"일어나."

 

 

 

"강은겸?"

 

 

 

"일어나라고."

 

 

 

"....."

 

 

 

 

이 눈동자는.. 이 눈동자 색깔은..

우리 나라에 단 두명 뿐이겠지..

 

 

각도에 따라서 회색 아니면

옅은 초록색으로 변하는 눈동자는..

 

 

그리고 그 눈동자 색을 가진 남자들 중

조금 더 일찍 태어난 놈에게 또 다시 끌려와버렸다.

 

 

내 의지와 상관 없는 이 집에...

 

 

 

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대로 ..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는 팔자다.

 

왕따로 힘들어할 때 전학 보내달라는 애원을


깡그리 무시하던 엄마아빠를 보면서.. 느꼈다..

 

삼일 내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그렇게 힘들어 했음에도.. 외면했던 엄마, 아빠.

 

 

술 기운 탓인건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은겸이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숨도 못 쉴만큼 울고..

 

그렇게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세게 안아버렸다.

 

 

당황한 은겸이가 날 밀쳐내려고 하면..

 

이상하게 유호 품보다 따뜻하고..


더 편안해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자꾸 밀어내는 은겸이를 꽉 안아 버렸다..




쾅!

 

 

큰 소리를 내며 정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강씨 집안의 막내아들.

 

예쁜 눈동자색을 가진 놈.

 


 

"영화를 찍어라 아주.

걸리적거리니까 둘 다 비켜."

 

 

 

얜 항상 이 시간에 들어 오는건가..

 

저번에도 늦게 들어오더니..

 


교복 주머니에 손을 꽂고 우릴 내려다보는 강은재.

 

일어서서 한마디 하려는 듯 움찔하는 은겸이의 귓가에..

 

 

싸움은 너 같이 부모님께 사랑만 받고 자란


왕자님이 하는 게 아닌 나 같은 천방지축에게


어울린다는 말로 은겸이를 달랬고.

 

 

 

내 앞에 서서 건방지게 내려다보는


이 집 막내 아들내미에게 건네진 내 첫마디는..

 

 

 

"넌 뭔데 맨날 이 시간에 들어오냐~~?


올빼미도 아닌게 왜 만날 이 시간이냔 말이야?"

 

 

 

"너 어따대고 술주정이야. 네 주제 파악해라."

 

 

 

 


화난 듯한 강은재..

 

올빼미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냐..

 

 

 

 

"...은재야.."

 

 

 

 

“일어나. 길 막지 말고.”


 


은겸이를 안고 있던 내 손목을 잡고


거칠게 일으키는 은재.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고 당황한 듯


잡고 있던 손목을 슬며시 놓는다.

 

 

 

 

"나 왜 그렇게 미워해..?


난 너희들이랑 친해지고 싶다.


나 사실 왕따야.. 학교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울 엄마 아빠도 나 미워한다..

 

난 이제껏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본적 없고..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물 살 돈을 안줘서


동네 문방구 앞에서 쭈그려 앉아


학교 끝날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엄마 손 잡고


준비물을 사고 나오는 아이들 얼굴을


부러워 미치게 쳐다보면서..

 


그리고 최근에는 이 외로운 내가 가진 거..


딱 한개 그거...

 

 

 

....사랑..

 

 

 

그거마저 뺐겼다...


그것도 제일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한테....

 

 

 

........................

 

 

 

근데 너희는 왜... 너희는 다 가졌잖아...


갖고 싶어하는 거...


하고싶은 거.. 그거 다 해 줄 수 있는 부모님,


돈, 큰 집.. 다 가져 놓고...

 

 

 

왜 ...

 

 

 

도대체 왜!!!!!!! 왜 그런 슬픈 눈을 하고 있어


다들!!!!!!!!!!!!!!!!!"

 

 

 

 

...술 주정 이었을까....


아니면 술을 빌린 내 진심..?  

 

두 손을 꽉 쥐고 부들거리며 소리치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예쁜 색의 네 눈동자..

 

 

 

 

"나는 발버둥 쳐도 가질 수 없다...


특히 날 사랑해주는 부모님..


날 걱정해주는 부모님..


나 아플 때 지켜주는 부모님..

 

그거 절대 가질 수 없어···


왜냐면.. 너희도 알다시피 난 돈 때문에


여기로 팔려온 걸 알아버린 순간에...

 

깨달아 버렸거든.....

 

 

 

나에겐..

 

 

 

처음부터 부모님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았구나.....


그래도..


날 만들고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사람들인데..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어도..

  

겉으로 티가 안나는 거 뿐이지 맘 속으로는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었는데..

 

억지로 믿고 부정했던 진실들이 결국은


내 앞에 다가와 버렸구나............"

 

 

 

 

"......."

 

 

 

 

"내가 그냥 불청객이었구나..

 

엄마, 아빠, 서주원이 살고 있는 집에서..


난.. 아무도 반기지 않는..

 

 

 

...............

 

 

 

그냥 밥그릇 하나 더 살 구실을 만드는


사람일 뿐이구나.."

 

 

 

 

 

 

"........."

 

 

 

 

 

"4일내내 집에 안 들어 간 적이 있었는데..


남동생 빼고 그 누구도 찾지 않은 건


너무하지 않냐... 하하..."

 

 

 

 

".............."

 

 

 

 

"그래도 다행이지 뭐!!!


나 하나로 부모님이 행복해진다면..

 

나 그렇게 이용하는 사람들이어도..


가족이잖아..


나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니까..

 

나 이용해서 앞으로 돈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빌빌 길 일도, 도망 다닐 일도,


협박 당할 일도 없으니까..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한다!!!"

 

 

 

 

10분간 말이 없는 이 남자들..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긴 침묵이 싫어서


괜히 밝은 척 큰 소리로 쉴 틈 없이 말하면..

 

 


 

"아.. 자존심 상하..


끝까지 지키고 싶던 비밀을 내 입으로 말해버렸다...


에이씨 오늘 잠 다 잤네."

 

 

 

 

............

 

 

 

 

"네가 어떻게 아는데? 네가 봤어?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아는 척 이야."

 

 

 

.....의외였지만

 

 

 

화난 듯한 표정과 자세로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겸이 입에서 흘러나온 차가운 말.

 

 

 

"나 말 실수 했냐.. 그런 거면 미안.."

 

 

 

나를 등지고 서서 궁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그 아이를 잡는 내 용기 있는 말.

 

 

 

 

"근데 있잖아."

 

 

 

그렇게 또 네 눈동자가 나를 향하면..

 

 

 

닮은 듯 안 닮은 저 눈동자..

 

 

분명히 저 눈 어디서 봤어..

 

 

 

"그럼 우리 셋이서 친구할래......?


우리 셋 다 외롭잖아... 헤헤.


한명은 외로운데 두명은 안 외로워..


근데 세 명이면......"

 

 

 

 

"즐거워서 뒤로 나자빠지겠네."

 

 

 

 

 

다른 사람들과 한 눈에도 구별되어지는..

 

은겸이와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회색과 초록색이 섞인 오묘한 눈동자 색으로


날 노려보며 말하는 강은재.

 

 

 

 

"응... 그래서 말인데.. 우리 해볼래...?


친구말이야. 둘도 없는 친구.

 

부모님들이 자식 사랑하는 것보다


서로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친구.."

 

 

 

 

......


..또 다시 나를 빤히 보는 비슷한 색의 눈을 가진


두 잘난 남정네들.

 

 

이거 잘생긴 놈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

 

 

 

 

그 때,

 

 

 

"큰 오빠 짝은 오빠 거기서 뭐해?'

 

 

 

눈을 비비며 계단에서 나타난 이 집 막내 딸 주아..

 

 

 

"..."

 

 

 

 

"아빠 무지 화났어."

 

 

 

 

그래... 그러셨겠지..

 

 

 

근데...

 


 

내가 늦게 들어온 사실에 화나신 게 아니라...

 

어제 취한채로 끌려온 일 때문에 분노하신 거라면..


난 잽싸게 튀었겠지...




/궁 거실

 

 

 

 

"잘 듣거라."

 

 

 

 

처음에 날 다정하게 맞이해주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렇게 날 다시 한 번 움츠러들게 만드는.....


이 집 대왕..

 

근데.. 취했던 건 어떻게 안 거야..

 

역시 김 기사님인가..

 

 

 

 

"여긴 궁이다.


네가 살던 그 일반적인 생활들은


버릴 생각을 해야해."

 

 

 

 

..일반적인 생활들..

 

 

 

 

"그게 뭔데요 아저씨가 말하는 그.."

 

 


 

내 말을 자르고,

 

 

 

"네가 온 뒤로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구나..


이래서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아저씨 저는요.."

 

 

 

"나는 아저씨가 아니라 왕이다.


한 나라를 대통령 위에서 다스리는 왕.


알아듣겠니."

 

 

 

"....."

 

 

 

"처신 똑바로 하길 바란다.


그리고 은겸이한테는 은겸이라고 해도 좋지만


다른 가족들한테는 지금처럼 하는 태도


용서할 수 없다.


알겠느냐."

 

 

 

"....."

 

 

 

 

갑자기 밀려드는 서러운 마음에 눈물 한 방울이


툭, 내 무릎 위로 떨어진 건


다행히도 못 보셨는지..

 

 

 

 

...................

 

 

 

 

"혹시나 널 알아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면..


내가 어떻게든 막겠지만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

 

 

 

"혼자 생활할 수 있는 궁으로 멀리 보낼 테니


그리 알거라."

 

 

 

"..."

 

 

 

"곧 있으면 결혼식인데...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해라.


상견례 날짜도 나왔고..


부모님께는 말씀드려서 날짜는 조율했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서러운 맘에 흘러나온 속마음..

 

 

 

 

"...결혼만 하면 끝난단다.


네가 입을 한복, 예물 모든 건 우리가 다 준비 할테니.


세자빈은 쓸 데 없는데 신경쓰지 말고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써라."

 

 

 

 

쓸 데 없는 거.....

 

 

 

 

.. 내 결혼식인데..


왜 모든 걸 이 아저씨가 정하는거야..?

 

 

 

 

그리고..

 

 


 

내 꿈은 평범한 회사원이랑 결혼해서


된장찌개 끓여 놓고 남편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고..


남편 옷들 내 손으로 직접 빨고...

 

쌍둥이도 낳고 남편 뒷바라지 하며


행복한 현모양처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건지.


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런 일들에


책임을 져야하는 건지..

 

 

 

억울한 마음에..


한마디만 더 들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주아보다 더 어린 표정으로 엉엉 울 것 같아서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인사도 드리지 않은 채


2층으로 올라와버렸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 2층 복도에서 날 기다린


은겸이..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은재..

 

 

 

나에게 다가서는 은겸이.

 

 

 

은겸이에게서 그리 자주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얼굴.


그럴때마다 보이는 아저씨와 많이 닮은 얼굴..

 

 

 

 

"아빠가 원래 화나면 좀 차가워. 신경쓰지마."

 

 

 

"그래 고마워."

 

 

 

그렇게.. 눈물 한 방울 떨어 트리지 않으려고,


아니, 들키지 않으려고 방으로 급히 들어가버렸다.

 

 

 

 

/방

 

 

 

뒤 쫓아온 은겸이.

 

 

 

우는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아 당겨

 

뒤에서 끌어 안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 은겸이 품에 안겨서


엉엉 울어버렸다.

 

 

 

품이 너무 따뜻해서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데..


이대로 잠들어도 좋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포근하다..

 

 

 

그리고..

 

 

 

기분이 이상하다..

 

마치 내가 유호한테 처음 안겼을 때 그 느낌과


아주 흡사한 건..

 

 

 

그건 아마..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흥분해버린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 때문일거라고


굳게 믿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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