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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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556
추천수 :
178
글자수 :
81,582

작성
24.03.12 06:20
조회
18
추천
6
글자
5쪽

#.3 낙화(洛花)

DUMMY

“..........”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산길을 내려왔던 설은 가장 가까운 마을에 닿은 순간 당황하여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역사 책 속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서 그랬다.

어떻게 봐도 한복이 분명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누가 봐도 한옥이 분명 해 보이는 건물들.

설은 제가 사극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와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


“허.....방송 규제가 풀려서 이젠 다채로운 채널이 만들어지나 보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설은 구태여 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

그렇지 않았다간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두 사세요~ 신선한 자두 사세요~”

“...........”


상황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아서 설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확히 이곳이 어느 시대의 어느 나라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오늘이 장날이라는 것 만은 확실해 보였다.

물건을 팔기 위해 목청껏 외치는 장사꾼들과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딸기 탕후루 먹고 가세요~ 달콤한 딸기 탕후루가 단돈 닷 냥!”

“여기도 탕후루가 있네......”


저항군 기지에서 아이들이 몰래 만들어 먹다 냄비를 태워 먹곤 하던 것이 생각나, 설은 저도 모르게 푸스스 웃었다.

온통 낯선 것 뿐인 상황 속에서 낯익은 것을 만나니, 괜히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 기분이라.

설은 홀린 듯 탕후루를 파는 노점으로 다가갔다.


“엄마!”

“!”


그러나 그녀는 뒤에서 들려온 외침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엄마, 탕후루 사주세요!”

“어허. 우리 애기, 밥 먹기 전에 군것질하면 돼요, 안 돼요?”

“우응....그치만......”


아주 달콤한 것을 눈앞에 둔 설의 뒤에서, 작은 남자아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신이 난 아이가 손짓으로 누군가를 부르자, 짐짓 엄한 얼굴을 한 젊은 여자가 천천히 아이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 점심을 잘 먹으면 아빠가 탕후루를 사줄게.”

“정말?”

“그럼, 정말이지. 엄마, 그건 괜찮죠?”

“흐음......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와!”

“와아-!”

“아이고, 정말. 부자가 어쩜 이리 닮았을까.”


해맑은 얼굴로 웃는 아들과 남편을 보고, 젊은 엄마가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너무나 화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


약속을 받은 아이는 더 이상 고집 부리지 않고 한 손으로는 엄마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 아빠가 말한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


어느새 세 사람은 인파에 섞여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설은 처음 얼어붙었던 그 모습 그대로 서서, 숨도 쉬지 못하고 그들이 사라진 곳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엄마? 엄마! 엄마,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엄마, 살려주........’


겁에 질린 목소리가 귓가에 천둥처럼 울렸다.

설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그리고 그 작은 떨림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검은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찬 지 오래였다.


“.......허억........허억.......”


밀려오는 기억에 설은 마을 안으로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다시 산으로 뛰어 올라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정신없이 달렸다.


“........하아......흐윽.........”


돌부리에 걸려 된통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알아챌 정신도 없이, 되는 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토해내었다.

얇은 가운이 짓이겨 질 정도로 가슴을 쥐어뜯었으나, 그녀의 안에 맺힌 울분을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엄마? 엄마! 엄마,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엄마, 살려주........’


다시금 어린아이의 절규가 들려왔다.


“..........”


또다시 빛이 사라진 검은 눈동자에 아득한 낭떠러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을,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달려왔던 탓에. 설은 벼랑 끝에 쓰러져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


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걷는 것인지, 기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작은 몸은 휘청여 댔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결국, 낙화(洛花)였다.


삐로롱- 삐로로로-


산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다시 스스로 낙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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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4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8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3 4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2 4 5쪽
33 #.32 이브(Eve) 24.06.28 9 4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2 4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14 4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1 4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2 4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2 4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3 4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3 4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4 4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6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5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4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1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4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3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4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4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7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5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4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4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7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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