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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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555
추천수 :
178
글자수 :
81,582

작성
24.05.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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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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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7쪽

#.18 뒤통수 2

DUMMY

“오?!”

“푸르-”


열심히 걸어 마침내 경계의 입구에 닿은 설은 그 앞에 서 있는 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반가움에 탄성을 내질렀다.

자신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치료를 해주었던 인간이 결계 입구 언저리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혈색이 제법 돌아온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근사해서, 설은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그 인간 남자를 구경했다.

물론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묵랑이 주둥이로 그녀의 옆구리를 툭 친 탓에, 곧바로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말이다.


“..........”

“크르르-”


내도록 기분이 좋아 보이던 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잘생긴 인간 남자 옆에는 못지않게 수려한 외모의 남자가 함께 있었는데. 그의 새까만 눈빛에 살기가 어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느낀 것을 묵랑도 느꼈는지, 검은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딱-


그 살의가 곁에 있는 잘생긴 인간 남자를 향한 것임을 알아챈 순간, 설은 결계를 풀어버렸다.

고요하던 숲이 순식간에 거대한 설원으로 가득 찼다.


“어엇?! 이....이게 뭐야?!”

“이게 대체 무슨.....?!”


갑자기 바뀐 주변 풍경에 우글우글 모여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보던 설은 천천히 그들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왜 다시 왔어.”

“!”

“!”


난데없이 들려온 단조로운 목소리에 다들 기함하여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아주 자그맣고 어려 보이는 여자와 집채 만한 검은 늑대가 있었다.


“상처는 다 나았어?”

“덕분에.”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 깊은 흑안은 오롯이 자신만을 향해 있으니, 명은 그게 민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워 스스로에게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마주 보지도 못하고, 짧은 대답이나 내어 놓고 말았다.


“그래서. 왜 또 왔는데?”

“!.......”


잘생긴 사람이 제 앞에서 수줍어하고 있으니, 예쁜 것을 좋아하는 설에게 이보다 좋은 것은 없었다.

그래서 설은 그에게 한 발 더 다가가며 퍽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연애는커녕 여인과 변변한 대화조차 나눠본 적이 없던 사내는 너무 가까운 곳에서 들려 오는 말간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기가 조금 힘들었다.


“가...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음?”

“그때 일은 고마웠소.”

“.........”


무뚝뚝한 명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표현한 것이었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명은 어렵사리 말을 꺼낼 때 보다 더 머쓱해져서, 모로 돌린 고개를 어쩌지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그가 조금만 요령 좋은 사내였다면, 그래서 제 앞의 여인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면, 설이 웃음을 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무술과 요괴 퇴치가 전부였던 사내는 그럴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귀엽게 붉어졌던 귓불이 시시각각으로 점점 더 붉어지는 것을 직관한 설만, 더없이 즐거워지고 말았다.


“별것 아닌.....”

“전군 공격하라!”

“?!”

“!?”


저대로 두었다간 기어이 저 귓불이 터져버리겠구나 싶어, 별것 아니었다고 대꾸해 주려던 설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진심으로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에서 칼을 뽑아 들고 자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군사들을 본 순간,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감사 인사 하러 왔다며.......?”

“나....나는.....나도 모르는 일......”


당황하여 제대로 변명도 못 하던 명은 일단 그녀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보고 황급히 검을 뽑아 들었다.

자신을 지키려는 모양새에 설은 잠시 눈썹을 까딱하곤, 저 멀리 공격 명령을 내린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쩐지 눈에 살의가 있더라니......’


설이 속으로 혀를 찼다.

잘생긴 사람이 비겁한 짓을 하니, 마음이 두 배로 심란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지금, 함께 왔던 이 남자가 자신의 코앞에 있는데 요괴의 신을 죽이라고 외쳐 대는 꼴이라니.


“...........”


설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아주 오래전 일이긴 했으나, 독재 정권과 저항군이 뒤섞인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설은 정치 놀음에는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공격을 명한 저 남자와 지금 자신의 앞에서 그녀를 지키려 하는 이 남자가 함께 있으나 한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편이 아니다 뿐 일까.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크흑-!”


아니나 다를까, 뒤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던 요괴들이 설이 공격 받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달려들어 반격하는데, 그 정신없는 틈에 군사들 중 하나가 설을 지키고 선 명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찔렀다.

이 상황에 와서도 그들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던 명은 놀란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 가 왈칵 피를 토하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


괜히 요괴들이 다칠까 봐 그쪽에 신경을 쓰던 설은 단단하던 몸이 힘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


그리고 제대로 화가나 버리고 말았다.


“묵랑. 애들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크륵.”


서늘한 목소리에 묵랑이 지체 없이 요괴들을 이끌고 퇴각했다.

잘 싸우던 요괴들이 갑자기 뒤로 빠지니, 황제와 군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

“..........”


그리고 이미 정신을 잃은 명을 붙든 설과 황제의 눈이 마주쳤다.

새까만 눈동자가 아주 무시무시한 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는데, 황제는 이상하게도 그 눈과 마주한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휙-


“..........?”


우르르릉-


“!”


황제가 정신없이 흑안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설이 냉정한 표정으로 손을 휙 휘둘렀다.

그러자 설원을 둘러싸고 있는 설산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거대한 산사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퇴...퇴각! 퇴각하라!”


황제의 외침에 다들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둘러 퇴각하는데 순간, 주변이 일렁였다.

몇 발자국 물러서자마자 결계 밖으로 나가진 것이었다.


“이런.....!”


황제가 낭패감에 다시 동그란 결계 입구로 들어 가려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양의 눈이 휩쓸려 내려오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몸을 움츠렸다.


“..........?”


차갑고 둔탁한 충격을 예상하고 잔뜩 몸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아함에 숙였던 고개를 들어 보니, 그들은 어느새 다시 원래대로 깊은 숲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다 꿈이었던 듯, 숲은 고요하기만 했다.


".............."


다만, 황제의 발치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바닥에 좀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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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4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8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3 4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2 4 5쪽
33 #.32 이브(Eve) 24.06.28 9 4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2 4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14 4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1 4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2 4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2 4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3 4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3 4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4 4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6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5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4 5 4쪽
» #.18 뒤통수 2 24.05.03 16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4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3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4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4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7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5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4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4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7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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