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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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5
추천수 :
189
글자수 :
81,582

작성
24.05.24 06:20
조회
27
추천
5
글자
4쪽

#.24 크리스마스 1

DUMMY

“............”


명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곳에서 지낸 지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내다 보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쿠당탕-!


요괴의 신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는 사실 굉장히 허술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하아.........”


잘 넘어지고, 잘 흘리고, 잘 다치고.

묵랑이라 불리는 늑대 요괴가 골치 아파하는 이유가 있었다.


“괜찮으시오?”

“으.......아파......”

“그러게 거길 왜......하아......일단 일어나시오.”

“으응......”


절로 흘러나오는 한숨을 겨우 삼킨 명은 일단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그녀부터 일으켜 주었다.

머쓱한 얼굴로 명이 내민 손을 잡은 설은 변명을 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묵랑과 달리 명은 자신의 되도 않는 변명에 대꾸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가만히 입을 다물기를 택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소.”

“응. 괜찮아.”

“.........”


그리 높은 나무는 아니었으나, 어찌 되었든 본인보다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떨어졌으니. 어디가 다치진 않았을까. 명은 걱정이 되어 맹하니 앉아 있는 설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나 잘생긴 얼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살피는 데도 설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명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돌아보았다.


“?”

“..........”


그곳엔 부서져 버린 초롱(초籠,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겉에 천 따위를 씌운 등)이 있었다.

모양은 좀 요상했으나, 노란빛이 제법 예쁜 초롱이었다.

아무래도 저것을 나무 꼭대기에 달고 싶었는데, 저리 망가져 버려서 퍽 속상했던 모양이었다.


“고칠 수 있소.”

“응....?”

“.........”


설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으나, 명은 대답을 돌려주는 대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롱을 들고 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곤 이곳에 온 이후로 유일하게 들고 다니는 작은 단검을 꺼내 부서진 부분을 갈아내었다.


“.........”

“.........”


속상함만 가득했던 흑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솜씨 좋게 초롱을 고치던 명은 그 눈빛을 발견하곤, 그게 꼭 어린 강아지 같아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무뚝뚝하기가 목석과 다름없다는 그였건 만, 이 여자랑만 있으면 자꾸 웃게 되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 되었소.”

“우와!!!!”

“.........”


손재주 좋은 명이 영 못쓰게 되었던 등을 말끔히 고쳐내니 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 표정이 아주 기뻐 보여, 명은 또다시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와....진짜 고마워요!”

“..........”

“역시 잘생긴 사람은 손재주도 좋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

“다....당신.....!”

“헤헤.”

“..........”


솔직한 감사 인사에 짐짓 뿌듯한 마음을 느끼던 명은, 그보다 더 솔직한 설의 칭찬에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해맑은 미소가 돌아오니, 명은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다시 달아야지.”

“뭐?! 잠깐, 안돼! 기다리시오.”

“응......?”


신이 나 일어서는 그녀가 무얼 하려는 것인지 알아챈 명은 황급히 그녀를 붙들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다급한 말들이 흡사 강아지에게 말하는 모양새라, 설은 조금 얼이 빠져 그를 돌아보았다.

명도 비슷한 것을 깨닫긴 하였으나, 그녀의 팔을 붙든 그의 손은 아주 단호하였다.

마치 설이 요리를 하려고 들 때 그녀의 팔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묵랑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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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17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22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23 5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23 5 5쪽
33 #.32 이브(Eve) 24.06.28 18 5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20 5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25 5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23 5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25 5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21 5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20 5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20 5 6쪽
» #.24 크리스마스 1 24.05.24 28 5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26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25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22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26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22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2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21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21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24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24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25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24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21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26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23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23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26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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