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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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554
추천수 :
178
글자수 :
81,582

작성
24.06.04 18:00
조회
12
추천
4
글자
6쪽

#.25 크리스마스 2

DUMMY

“크릉-”

“?”

“........”


무언의 실랑이를 하던 두 사람 사이로 작은 울음소리가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묵랑과 몇몇 요괴가 다가와 있었다.

여전히 요괴들의 접근이 익숙지 않았던 명은 몸을 움찔하였으나, 다행히 무작정 그들을 배려 들지는 않았다.

인간들의 사냥을 피해 상처를 입고 이곳으로 오게 된 이들이라는 설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던 덕분이었다.


“사다리를 가져왔습니다.”

“나머지 장식들도 가져왔고요.”

“푸르-”


묵랑이 윗주둥이를 털었다.

엉망인 설의 옷을 보고, 대충 상황이 짐작되어 그랬다.

사다리를 찾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새를 못 참고 나무를 탔다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묵랑은 너무나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크릉-”

“웅.”


환장한다는 듯 눈을 까뒤집었으나, 묵랑은 그저 그녀의 옷깃을 물고 잡아당겼다.

설과 수백 년을 함께 살아온 그는 그녀가 요맘때 즈음에는 꼭 이렇게 갖가지 등불과 인형 같은 것들을 나무에 주렁주렁 달아 놓고 즐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빼 먹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일이 설에게는 퍽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듯했으니.

묵랑은 구태여 그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묵랑은 늘 그래왔듯 묵묵히 그녀를 돕기를 택했다.


딱-


어느새 풍성해진 나무는 설이 손가락을 튕기자 금세 환히 빛나기 시작했다.

색색의 풍등이 바람에 일렁이는 게 꼭 별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와아-!”

“크릉-”


설이 탄성을 내질렀다.

묵랑과 다른 요괴들도 그 아름다운 모습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


그리고 그런 그들을 조금 뒤에서 명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명은 기분이 좀 묘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여 그랬다.

요참사의 수장이니, 인간과 요괴의 조상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으나. 그것을 체감한 것은 처음이라.

명은 조금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거 마셔.”

“!..........”


멍하니 웃고 떠드는 요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앞으로 불쑥 무언가가 내밀어졌다.

놀라 바라보니 작은 여인이 말갛게 웃으며 미색(米色, 겉껍질만 벗겨 낸 쌀의 빛깔과 같이 매우 엷은 노란색)의 액체가 담긴 잔을 내밀고 있었다.


“이게 무엇이오.”

“에그녹.”

“?”


얼결에 받아 든 잔에서는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났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으나 그 달콤한 향에 흥미가 동하여, 명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늘 먹는 것, 마시는 것. 전부 조심해야만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퍽 기꺼웠던 이유도 있었다.


턱-


“?”


마시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그가 마시는 것을 막으니.

명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요신이라 불리는 여인이 당황한 얼굴을 보는 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이라.

명의 표정은 금세 풀어지고 말았다.


“이거 술이야.”

“음?”

“그....먹어도 되는 나이야? 여기는 몇 살부터 음주가 가능한지 몰라서.....”

“...........”


퍽 조심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명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향한 그 걱정이 가득한 표정만은 아주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풍류를 즐기는 일에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소만.”

“응? 아니, 그래도. 미성년자한테 술을 주는 건 좀 그렇잖아.”

“미성년자?”

“아...어....음.....”


설은 조금 난감하였다.

처음 들어 보는 말이 분명해 보이는 명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건데, 아무래도 여기는 미성년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삶을 살았던 설은 어린 사람에게 술을 주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계속 술잔을 든 명의 손을 붙잡고 말을 더듬거렸다.


“혹시 내 나이가 궁금한 것이오?”

“오! 응. 맞아. 몇 살이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묻는 명은 분명, 설의 반응을 다르게 이해한 모양새였으나.

설은 그건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그의 반문이 반갑다는 듯 환히 웃는 얼굴로 명에게 바싹 다가 앉기나 했다.


“......올해로....스물 다섯이오.”

“아, 그래?”

“.........”


귀 끝까지 빨게진 명이 조심조심 답을 내어 놓았다.

명의 입장에서는 아주 큰 용기를 내 답한 것이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저리 대수롭지 않으니.

명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긴 노총각 중에도 한참 늦은 노총각이었으니, 실망했겠구나 싶어. 명은 괜히 의기소침해졌다.


“다행이다.”

“........?!”


역시나 이번에도 설의 말을 다르게 이해한 명은 놀란 얼굴로 제 옆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설은 그저 충분히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라 그리 말한 것뿐이었으니, 잡고 있던 명의 팔을 놓아주며 제 잔을 들이켜기나 했다.


“?”

“..........”

“어여 마셔. 이거 꽤 맛있어.”

“..........?”

“얼른. 크리스마스에는 에그녹을 마셔 줘야지.”

“???”


여전히 요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명이 이해 못 할 것들 투성이었다.

그러나 술이라던 잔 속의 것이 냄새만으로도 명을 취하게 만들었는지.

그는 홀린 듯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

“푸흐- 어때? 맛있지!”

“........달군.”

“하하하하.”


명의 표정을 보며 미소 짓던 설은 그의 짧은 감상평에 결국 큰 소리를 내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안식처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트리 곁에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요괴들.

함께 에그녹을 나누어 먹을 사람.

그리고 소복소복 쌓이는 눈.

수백 년의 생 중 손에 꼽을 만한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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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4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8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3 4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2 4 5쪽
33 #.32 이브(Eve) 24.06.28 9 4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2 4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14 4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1 4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2 4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2 4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3 4 6쪽
»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3 4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4 4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6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5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4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16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4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3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4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4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7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5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4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4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7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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