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걷잡을 수 없는 1

“이안.”
“으음.”
자신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팔을 만지작거리던 설은 심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 누워 거의 잠들어 있던 이안은 그런 그녀의 표정은 알지 못해서, 늘어지듯 대답을 내었다.
“요즘 일하는 건 안 힘들어?”
“으응.....?”
“오늘 회의에서 폭렬탄 개발이 막바지라는 말을 들어서.”
“아아.”
여전히 잠기운이 잔뜩 묻어 나는 목소리로도 성실히 대답하던 이안은 제 품의 여인을 조금 더 당겨 안았다.
바빠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던 그를 걱정한 모양인 듯해, 그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는 설은 속을 읽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뒤에 누워있는 이안은 여전히 그런 그녀의 표정은 알지 못하였다.
“실은 조금 골치 아픈 상태기는 해.”
“왜?”
“그게....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위력이 더 강할 것 같아서.”
“응?”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살상 범위가 더 넓게 예상되어서 수정하는 중이야.”
“..........그렇구나.”
“으응. 그래서 아마 계획했던 것보다 완성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힘들겠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그게 완성되면 마침내 정부의 방공호를 뚫을 수 있는걸.”
“그건....그렇지.”
“으음.....”
점점 늘어지던 목소리는 결국 작은 목 울림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설도 곧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제 남편처럼 곧바로 잠들 수가 없었다.
심란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의 허리에 단단히 둘러 진 팔만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쾅-!
“@#!^$$#@%$@!!”
“@%$@!!”
작게 열린 문틈으로 복도보다 아주 조금 더 밝은 불빛과 아주 거센 고함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서서 방 안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
긴급 소집 명령을 듣고 황급히 달려왔던 설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오늘 따라 저항군 기지가 어수선하더니, 무슨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작은 선생님!”
“무슨 일 있습니까?”
설을 발견한 엠마가 얼른 그녀에게 다가왔다.
의무실에서 바로 오느라 옷을 갈아입지 못했던 설은 자신의 가운에 튄 피가 그녀에게 묻을까 봐 살짝 몸을 뒤로 물렸다.
그걸 본 엠마도 얼른 걸음을 멈추었으나, 그녀는 오히려 서둘러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글쎄 콘도르 대위님 딸이 잡혀갔데요.”
“엘리스가?”
“네. 오늘 식재료 구하러 갔던 사람들이 불시 검문으로 붙잡혔는데, 대위님 딸만 도망을 못 쳤다나 봐요.”
“.........”
설의 표정이 굳었다.
엘리스는 이 저항군 기지에 몇 안 되는 설의 동갑내기 친구였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그들에게 저항하는 집단이 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제까지도 수다를 떨던 친구가 잡혀갔다는 소식은 도저히 익숙해 질 수없는 것이기도 했다.
“각자의 위치로 가서, 맡은 일들을 하세요. 이렇게 회의장 앞에 모여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제가 바로 소식을 전해드리죠.”
“네, 선생님.”
설의 단호한 목소리에 엠마는 얼른 문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재촉해 각자의 자리로 돌려보냈다.
아쉬운 듯 회의장을 돌아보면서도 엠마의 등쌀에 떠밀려 가는 사람들을 잠시 눈에 담았던 설은 곧 심호흡하곤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구하지 못할 거라면 죽였어야지. 그냥 옵니까?!”
“너 이 새끼! 지금 그걸 말이라고......!”
쾅-!
“!”
“!”
거센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이제 막 방 안으로 들어선 설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덕분에 난장판이던 회의실은 삽시간에 진정될 수 있었다.
“콘도로 대위, 진정하세요.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대위가 대령의 멱살을 잡는 게 말이 됩니까.”
“..........”
“클래런스, 너도 말 가려가면서 해.”
“..........”
설의 엄한 목소리에 하나로 엉겨 있던 두 남자는 순순히 서로에게서 떨어져 자리에 앉았다.
장내가 정돈되자 설도 천천히 제자리에 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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