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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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07
추천수 :
189
글자수 :
81,582

작성
24.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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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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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5쪽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DUMMY

“........?”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자리에 들었던 명은 난데없이 눈을 번쩍 떴다.

이유를 몰라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자신의 정신을 깨운 것이 예민한 청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침상을 박차고 나왔다.

어디선가 가느다란 신음성이 들려 오고 있었다.


벌컥-


“!”


명의 눈이 커졌다.

거침없이 열어 젖힌 방문 너머에는 작은 여인이 괴로운 얼굴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끊임없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우는 그녀는 너무나 깊은 고통 속에 있는 듯 보였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시오!”

“안돼....으윽.....안...안돼.....”

“이봐! 정신 차리라니까!”

“안돼....제발....안돼.....안돼......”

“한 설! 정신 차려!”

“안돼...안......허억....!”


가녀린 몸을 거칠게 흔들어 겨우 설을 깨운 명은 숨도 못 쉬고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있는 힘껏 안아주었다.

그녀의 떨림이 멎을 때까지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하아.....왕자님....?”

“친왕이라....그래, 나요.”


호칭을 정정해 주려던 명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에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것을 보곤 그냥 고개나 끄덕여 주었다.

마음이 지나치게 안타까웠다.


“...........”

“...........”


잘게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는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려는 지, 한참 동안 명의 짙은 갈색 눈동자를 향했다.

가만히 눈을 마주쳐 주니 명의 품에 안긴 여인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칠었던 호흡이 가라앉자, 설은 천천히 그에게서 몸을 떼어내었다.


“어떻게 여기 있어?”

“.........”


드디어 정신이 좀 들었는지, 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이유 모를 아쉬움에 손끝을 쓸던 명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있는 시선에 차분히 입을 열었다.


“괴로워하는 소리를 들었소.”

“아.....미안. 혼자 지낸 지가 오래라. 방음 요술을 쓰는 걸 까먹었네, 하하.”

“.........”


머쓱한 듯 말하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는 명이라도 그 웃음이 애써 짓는 것임을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악몽을 꾼 것이오?”

“!......”


그러나 이 무뚝뚝한 사내는 돌려 묻는 법은 알지 못하였다.


“자주 이러는 것이오?”

“.....아니야.”

“..........”

“..........”

“..........”

“.......가끔......”


자신을 향한 눈이 너무 곧아서, 설은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기어이 설에게서 답을 받아내고야 만 명은 거침없이 다음 질문을 내었다.


“무슨 꿈이길래.”

“.........”


설은 숨이 턱 막혔다.

봐주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그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눈빛을 보아하니, 저 고지식한 양반은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듯하여.

설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가족들이......”

“..........”


설이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 혀끝을 거쳐 입 밖으로 내기까지가.

너무나 힘든 말이었다.


“가족들이 죽....죽는 걸......”

“...........”

“죽는 모습을.....지켜 보는 꿈.”

“...........”


설의 호흡이 순식간에 망가졌다.

저 한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설한테는 너무나 힘든 것이라.

설은 그 작은 몸을 벌벌 떨어 댔다.


“!”

“...........”


설의 눈이 커졌다.

안쓰럽게 떨고 있는 그녀를 명이 품에 가둔 탓이었다.


“쉬.....괜찮아.”

“!.........”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


분명 귓가에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어째서 심장이 울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서툴게 등을 토닥이는 손길은 또 지나치게 따뜻해서, 설은 좀 어이가 없어지고 말았다.


“누가 위로를 이렇게 거칠게 해......”

“........흠......”


설이 핀잔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늘어지듯 흘러나온 핀잔은 힘이 하나도 실려 있지 않았다.

제가 위로가 필요했다는 걸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나참...... 당신은 진짜 잘생겨서 다행인 줄 알아.”

“.........”


괜히 투정 부리듯 쫑알거리던 설의 작은 몸에서 스르륵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명이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제품에 있는 자그마한 여자는 아주 많이 지쳤던 모양인지, 어느새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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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18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22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23 5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23 5 5쪽
33 #.32 이브(Eve) 24.06.28 18 5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20 5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25 5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23 5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25 5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21 5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20 5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20 5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28 5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26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25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22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26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23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2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21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21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24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24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25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24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21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26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23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23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26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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