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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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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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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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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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DUMMY

“우와 대박! 이걸 다 할머니가 차린거야?”


솔비가 쩝쩝 입맛을 다시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럼 할미가 하지 우렁각시가 했을 까봐. 배고프겠다, 어여 먹어. 솔비 좋아하는 옥돔 구웠으니까.”


“역시 우리 할머니 짱! 감사히 먹겠습니다.”


솔비가 히죽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 밥을 뜨려다 나를 봤다.


“아빠는?”


“이제 먹어야지. 어서 먹어.”


“피이, 지난번처럼 뺏어 먹기 없기다 그럼.”


솔비가 빼꼼 혀를 내밀고는 후다닥 숟가락을 움직였다. 귀여웠다, 보면 볼수록.


“왜, 먹지 않고?”


노인이, 아니 어머니가 나에게 눈짓을 했다.


“같이 드시지 않구요?”


“후훗 나는 조금 있다가. 사실 니들 부녀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걱정.....많이 하셨죠?”


“걱정은. 신령님이 괜히 신령님이 아니야. 네가 쌓은 덕이 있는데 신령님이 괜히 너를 잡아가겠니? 아무 걱정 안 했다. 아무 일 없을 거라 믿었으니까.”


어머니가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먹으렴, 어서! 국 다 식겠다.”


“그래 아빠, 어서 먹자. 히힛 알지? 할머니 음식 솜씨?”


솔비가 후루룩 국을 입에 갖다 댔다.



가만히 상 위를 봤다. 오랜만에 대하는 소박한 식탁!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밥과 국, 먹음직한 파김치에 멸치 조림, 무엇보다 살이 통통 오른 옥돔 두 마리가 통째로 올려 있었다.


숟가락을 들어 국을 떴다. 시원한 소고깃국. 예전 어머니가 해주셨던 소고깃국 그대로였다. 뭉클했다.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웠다. 미치도록.


“나중에 시간 됨 꼭 동철이한테 밥 한 번 사. 이번에 너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어. 제 코가 석 자였을 텐데.”


어머니가 내 쪽으로 국그릇을 밀며 말을 이었다.


“네 그럴게요. 그러잖아도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구요.”


“말로만 말구. 그 녀석 아니었음 어쩔까 싶었다. 나까지 이렇게 몸이 성치 않은 판국에”


어머니가 한 숟가락만이라도 밥을 뜨고 가라고 했지만 서동철이 극구 사양했다. 농장에 할 일이 태산이라고 했다. 다시 연락하겠다고 소리를 높이고는 휘휘 손을 흔들며 차를 돌렸다.


밥이 아니더라도 빠른 시간 내 만나야 했다.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줄 유일한 퍼즐이었으니까.


밥과 국을 한 숟가락 뜨고 젓가락을 들어 옥돔을 집어 입에 넣었다. 달았다. 생선이 이렇게 달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느꼈다.


무엇보다 내가 마주한 이 따스한 식탁!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렴풋한 기억! 아버지가 찌개를 끓으면 어머니는 밥과 국을 뜨고 그 가운데 내가 앉아 숟가락을 들었었다.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이번 시합에서는 꼭 이기라는 어머니 아버지의 파이팅 소리!


꿈같은 기억들,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


하지만 다시 이런 밥상이라니!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차대풍이란 사내가 부러웠다. 이런 따스한 식탁을 일상으로 마주하고 앉았을 그가.


“그리고 솔비, 이제 너도 내일부터 학원 빠지지 말고 또박또박 가고.”


어머니가 옥돔을 젓가락으로 발려 솔비 밥 위로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하, 할머니!”


“눈 온다고 빠지고 아빠 병간호한다고 빠지고 공부는 언제 해? 조금 있음 개학이야. 이제 곧 6학년이고.”


“그러니까! 방학 동안 매일 학원 집, 학원 집이었잖아요. 솔비도 쉴 때가 있어야지.”


“쉴 때? 방학이라고 아빠 몰래 새벽까지 폰을 잡고 있었던 게 누군데?”


“하, 할머니!”


솔비가 뜨끔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후훗 아빠한테 더 일러줘?”


“아니야, 간다구요, 가! 싫어 정말 우리 할머니!”


솔비가 골을 내며 후다닥 국에 밥을 말았다. 어머니가 나를 보며 한눈을 찡긋했다.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사람 사는 느낌을 받는 것은.


* * *


애치고는 꽤나 씩씩하다고 느꼈던 솔비였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애!


식탁을 치우자 졸립다고 잠깐만 방으로 간다더니 이내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세 평 남짓한 방, 여자애 방답게 아기자기했다. 각종 연예인 사진, 귀여운 인형들! 유난히 차대풍과 찍은 사진이 많았다.


웃고,


서로에게 밥을 떠먹이며,


잔뜩 쌓아놓은 감귤 더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들.


유독 책상 위에 놓인 액자 하나에 눈이 갔다. 놀이 공원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세 사람, 차대풍과 솔비, 그리고 유난히 눈매가 고운 젊은 여인!


액자를 들어 가만히 여인을 봤다.


솔비를 빼다 닮은 얼굴이었다. 엄마였다. 차대풍의 아내이기도 했고. 하지만 서동철에게 들었던 얼핏 떠오르는 기억!


분명 녀석이 그렇게 말했었다. 형수도 그렇게 됐는데 나까지 그렇게 되면 어쩔 뻔했냐고.


“후훗 연지가 있었음 참 기뻐했을 거야. 이렇게 건강하게 무탈하게 돌아온 네 모습 보면”


흠칫 뒤를 봤다.


뒤에 서서 가만히 어머니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솔비, 이 녀석이 더 놀랐을 거야. 이틀 동안 죽어라 아빠 옆에 있겠다고 그 난리였고.”


가만히 솔비를 봤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깊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잘해, 아프지도 말고 다시는 다치지도 말고.”


어머니가 미소를 머금은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차대풍이 부러웠다. 이런 어머니에 이런 딸이라니!


* * *


그리고 들어온 차대풍의 방!


사각 턱의 촌스러운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깔끔했다. 가구라고 해봐야 고작 창가의 빛바랜 책상 하나. 제법 책이 많았다. 영농 기술, 농업 경영, 귀농 귀촌, 농지 임대료 지원사업.....! 모두가 농업 관련 책들이었다.


가만히 의자를 꺼내 책상 앞에 앉았다.


책을 꺼내 뒤적이다 스륵- 서랍을 열었다. 각종 명함과 서류들이 가지런 놓여 있었다. 반이상이 마트 관련 명함들, 나머지 반은 각종 계약 서류들이었다.


싱싱 마트 레드향 400박스,


대박 청과 한라봉 370박스, 서울 마트 브로콜리 200박스......!


대충 짐작이 갔다. 각종 대형 마트로 물건을 납품한 내역이었다.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이 꼼꼼히 납품 내역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연화리 이장이라더니 클래스가 남달랐다. 이런 곰 같은 덩치에 이런 꼼꼼함이라니!


아흠-!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 요 며칠 잠을 통 못 잤다. 꿈인지 생시인지 여전히 긴가민가한 상황.


일단 눈을 붙여야 했다. 꿈이면 여전히 차대풍의 모습일 테고 생시이면 지옥일 테니까.


자리를 펴려다 창밖을 봤다. 여전히 펑펑 내리는 눈! 익숙한 도시의 불야성이 아니었다. 칠흙같은 어둠에 띄엄띄엄 불빛이 낯설었다.


폰을 들었다. 혹시나 싶어 혁기와 동재 번호를 차례로 눌렀다. 여전히 없는 번호란 차가운 기계음. 가만히 폰을 보다가 천천히 다시 번호를 눌렀다. 눈 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속이 안 풀릴 상대.


삐리링- 두 세 번 신호가 가는가 싶더니 폰 너머로 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 오강필입니다.


불끈 입술을 깨물었다. 지옥이 아니었다. 여전히 생생한 현실! 오강필이었다.


-여보세요!


몇 초간 이어지는 침묵! 녀석이 이내 소리를 높였다. 녀석의 특징! 손톱만큼도 참는 법이 없었다. 뒤틀린다 싶으면 이내 연장질이었고.


-야, 이 자식아 너 누구야?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버럭 녀석이 소리를 높였다.


후우-길게 숨을 내쉬었다. 폰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당장 달려가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었다. 그 비열한 웃음, 그 비열한 눈빛!


“죄송합니다. 전화를 잘못 했습니다.”


낮지만 굵은 목소리로 말을 둘러댔다.


-야 이 씹새야, 그렇다면 그렇다고 진작 말을 했어야지. 지금 사람 갖고 장난해!


“네 죄송합니다.”


-끊어 이 씹새야. 확 모가지를 따버리기 전에.


보통 사람이라면 목소리만으로도 바들바들 사지가 떨렸을 상황!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빈수레였다. 실력이래야 기껏 연장을 갖고 상대를 놀래키는 정도. 녀석이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어쩔까 싶었다.


정말,


정말 당장이라도 녀석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자근자근, 이 세상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녀석을 천천히 찢어 죽이고 싶었고.


후우-길게 숨을 내쉬며 다시 창밖을 봤다. 불빛 사이로 눈발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펑펑 내리는 눈, 빨갛게 물들어가는 하얀 눈......! 나를 보는 오강필의 그 야수와 같은 눈빛, 킥킥거리는 녀석의 똘마니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흘러나오던 크리스마스 캐럴!


마치 한바탕 꿈인 것 같은 생생하지만 믿을 수 없는 기억들!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가지였다. 잊어야 했다, 강대한으로 살았던 내 모든 기억들을! 현재의 난 차대풍, 한 아이의 아빠이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듬직한 아들!


복수를 하겠다고 칼춤을 드는 순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내가 당했던,


내가 알던 그 어떤 방법보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그 둘을 산산조각 낼 터!


하지만 신이 있다면 뜻이 있을 것이다. 왜 내가 차대풍으로 회귀했는지, 한 아이의 아빠로 이렇게 무거운 짐을 던져줬는지.


* * *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단잠을 잔 것은.


눈을 붙이면 늘 잠을 설치게 했던 죽고 죽이는 피로 범벅된 지옥도! 하지만 거짓말처럼 꿈을 꾸지 않았다. 눈을 붙였다 싶었는데 어느 새 아침! 거짓말처럼 햇살이 환했다. 처마 밑으로 뚝뚝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쌓였던 눈이 반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목소리!


-아이구 차 이장, 어떻게 몸은 괜찮고? 하늘이 도왔어, 이렇게 몸 성히 돌아온 걸 보면.


이것은 연화리 노인회장이란 노인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 그러게마씸.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우다게. 코로난가 뭔가가 아니었음 당장 달려갔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역시 마당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중년 여인의 목소리! 어머니 말에 의하면 연화리 부녀회장인 장씨 아줌마! 나 없는 사이에 동네일을 두루두루 살폈다고 했다.


- 흑흑 정말 다행이에요, 이장님. 난 또 이장님이 어떻게 되나 싶어 잠을 못 이뤘는데.


유독 격하게 나를 반겨주는 30대 초반의 주근깨가 잔뜩인 젊은 여인! 이채연이라고 했다. 마을 사무장! 그러니까 이장인 나의 사무 보조! 부녀회장인 장 씨 아줌마의 둘째 딸이라고 했다.


-이장님 없는 연화리는 사막 없는 오아시스라는 거 잘 아시죠? 마을 일은 당분간 제가 꼼꼼히 살필 테니까 천천히 오세요. 다시는 이렇게 사람 간 떨어지게 하지 마시고.


이채연이 눈물이 그렁해진 채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이장님, 우리 딸 말 잘 들었지예? 자나 깨나 건강 조심, 몸 조심이우다. 휴가라 생각하고 며칠만 더 푹 쉽써. 마을 일은 우리가 알앙 헐테니까마씸.


모녀의 이중창! 바리바리 양손에 잔뜩 들고 온 상자들을 마루 위에 내려놓았다.


“허헛 이러지들 말어, 우리 아들놈 때문에 고생한 것은 자네들 아닌가. 밥을 사도 우리가 사야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어머니가 휘휘 손을 저으며 극구 만류했다.


“아이구 밥이야 앞으로 두고두고 얻어먹고 마씸게. 우리 이장님이 건강해야 마을이 사는 거 아니꽝게. 나도 살고, 우리 딸년도 살고, 어머니도 살고 솔비도 살고 모두 모두 마씸.”


넉살이 보통이 아닌 여자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람을 무장 해제하는 정감이 넘치는 말투! 같이 왔던 마을 사람들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차 대풍이란 사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진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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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1 1 13쪽
26 함정 3 24.04.11 64 1 11쪽
25 함정 2 24.04.07 65 1 14쪽
24 함정 1 24.04.04 82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1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5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5 1 14쪽
18 묘책 +2 24.03.26 130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8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8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7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2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5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7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3 3 13쪽
»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2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3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6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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