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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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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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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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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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DUMMY

“다시 묻겠다. 뭐하는 녀석들이야, 네 놈들은?”


백경덕이 우뚝 선 채 백상구와 김신기, 조은세 셋을 노려봤다.


“아, 아버지.....”


“기생충? 아니지 그것도 후한가. 하는 짓이라고는 그저 놈팽이 흉내 뿐이니.”


“아버지 왜 이러세요, 애들 있는 앞에서.”


“애들? 꼴에 자존심이 있다 이거냐? 동네방네 아비 얼굴에 그렇게 먹칠은 다 해 놓고.”


“아버지!”


“긴 말 않겠다. 용건만 말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길래 차 이장과 니들이 시비를 붙어? 무슨 일이길래 녀석이 니들 얼굴에 발길질을 해댔냐구?”


“아, 아버지 발길질을 한 게 아니구요!”


“아니면! 니들 싸움을 본 게 한 두 사람이 아니야. 죄다 불러서 대질해 줘?”


“제길 그게 아니구요! 녀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구요. 이장도 벼슬이라구 우리한테 건방지다 뭐하다 골라가며 밥맛인 소리만 지껄이는데 그럼 참고만 있어요?”


백경덕이 물끄러미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니들이 말해봐. 그래 안 그래? 녀석이 먼저 시비를 털었잖아. 안 그래?”


“그, 그렇습니다 아버님. 그 꼰대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요. 건방지다 뭐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면서요.”


“맞습니다, 상구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얘는 그저 말리려 했을 뿐을 뿐이구요. 그런데 차대풍이란 그 자식이 지 성질에 못 이겨.......!”


김신기와 조은세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래서 차대풍이 네 놈들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제길 그렇다니까요. 그 자식 머리에 총 맞았다고 하더니만 완전 맛이 갔더라니까요. 이장이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있더라니까요. 어깨에 힘이란 힘을 다 주고 정말 두 눈 뜨고 못 봐주겠더라구요.”


백경덕이 가만히 보다가 거칠게 의자를 끌어 당겨 다리를 꼬고 앉았다.


찔끔 세 명이 백경덕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폈고.


“좋아, 그럼 내가 직접 차대풍을 만나 보지. 그 쪽이 잘못이라면 반드시 무릎 꿇게 만들 거고.....”


백경덕이 천천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게 아니라면 내 손에 너희들 셋, 경을 칠 줄 알아. 아비를 속인 죄, 이 아비를 엿먹인 죄! 대답해, 자신있어?”


힐끔힐끔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세 명이고.


“말 해. 아비가 지금 묻고 있잖아.”


“다, 당연하죠. 그렇지않도 녀석을 어떻게 할까 단단히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니까요. 솔직히 놈 때문에 열 받는 것은 저만이 아니잖아요. 이번 달에 아버님쪽 조합원들이 다섯이나 저쪽으로 넘어갔다면서요. 정말 무슨 단도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백상구가 슬쩍 백경덕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뻐끔-!


백경덕이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래서 녀석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거라니까요. 이제 아버님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이거죠. 게다가 읍장이 누구예요? 자그마치 정인경이에요, 정인경! 차대풍, 그 인간과는 절친 중의 절친이구요. 맘만 먹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잖아요. 여차하면 아버지는 호구로 전락될 판이구요.”


“호구?”


“아,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걸 아는 놈이 허구헌 날 이렇게 매일 빌빌거려? 언제까지 이 애비가 네 놈 뒷구녁을 딱아줘야 해, 언제까지 네 놈 아가리에 밥을 떠먹여 줘야 하냐구?”


“아, 아버지!”


“차대풍의 반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봐. 네 놈 보다 불과 두 살 위인 놈이야. 그런데 녀석은 북치고 장구치고 도랑치고 가재까지 마대로 쓸어담는데 네 놈만 여전히 빌빌빌이야. 집안 망신, 아비 망신에 망신이란 망신은 톡톡히 다 시켜가면서.”


백경덕이 거칠게 담배를 비벼 끊었다.


“일단 조합원들이 더 이상 놈에게 넘어가지 않게 집안 단속 잘 해.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아비한테 알리고.”


“그거야 당근이죠. 제발 아버지도 이제 저 좀 믿어 주세요. 저도 이제 서른 다섯이라구요, 어린애 아니구요! 뭐든지 시켜만 주세요, 보란 듯이 떡하니 잘 해 낼테니까!”


“멍청한 놈!”


백경덕이 노려보다 싸늘하게 천천히 말을 뱉었다.


“믿어? 내가 뭐를 보고 네 놈을 믿어? 하는 짓이 하나같이 개차반인데.”


“어휴 정말 내가 울 아버지땜 미쳐 정말! 그럼 저보고 어쩌라구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아니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이에요!”


쾅-!


백경덕이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찔끔 백상구가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이야. 네 놈에게는! 펑펑펑 아비 카드로 돈 쓰는 재미, 펑펑펑 아비 카드로 계집질이나 하는 그 재미!”


서릿발같은 차가운 말투!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제부터 이 아비가 시키는 대로만 해. 어줍잖은 객기 부리다 콩밥 먹을 생각 말고.”


백상구가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아는 아버지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이권을 위해서라면 그게 자식이라도 냉정하게 선을 긋는게 자신이 아는 아버지였으니까.


그래서,


선을 놓지 말아야 했다. 어떤 경우든.


싫든 좋든 현재로서는 이 꼰대가 자신의 든든한 동앗줄이었으니까.


그러자면 차대풍에게 단단히 쓴 맛을 보여줘야 했다. 오늘 받았던 쪽팔림을 이자에 이자까지 백배 천배 두둑히 쳐서.


* * *


“자, 이거!”


평생 농사일 따위 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하루 출하한 브로콜리만 150박스! 내일 모레까지 300박스 이상을 더 출하해야 했다. 온 몸이 욱신욱신, 차라리 뒷골목에서 싸움을 벌이는게 나았다. 이렇게 고된 하루라니!


하지만 나의 비타민! 오후 늦게 집으로 오자 솔비가 기다렸다는 듯 뭔가를 내밀었다. 수학 시험지! 자그마치 100점!


“ 잘했지, 나? 학원에서 나만 백점이야. 쌤이 잘 했다고 토스트 딱지 두 장이나 주셨고.”


솔비가 씨익 웃으며 명함 크기의 노란 딱지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일등 학원’이란 로고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학원에서 원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주는 일종의 당근! 딱지를 학원앞 토스트 가게로 들고가면 에그 토스트 하나와 바꿀 수 있었다.


“헐, 대박! 그럼 아빠한테도 딱지 한 장 줄거지?”


“싫은데! 내가 노력해서 얻은 득템인데 아빠가 웬 오지랖?”


“야, 차솔비!”


“모르지 또! 오늘 하루만 아빠가 종일 폰 하게 해주면 생각을 바꿀지.”


솔비가 혀를 메롱했다. 역시 딜의 고수!


“종일은 안 되고 저녁먹고 한 시간만!”


“아니 두 시간!”


“한 시간!”


“좋아 그럼 쿨하게 한시간 반만! 대신 오늘 설거지는 아빠 당번이다. 오케이?”


“좋아, 오케이.”


“좋아 그럼 나도 오케이! 뭔가 내가 밑지는 기분이긴 하지만.”


솔비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딱지 한 장을 내게 건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귀여운 딸내미라니.


* * *


“아, 글쎄 내가 한 대두! 남사스럽게 남자가 무슨 요리를 한다 그래?”


그리고 맛있는 저녁! 아들 노릇을 제대로 하기로 했다. 아픈 다리로 저녁 준비를 하려는 어머니를 강제로 의자에 다시 앉혔다.


“무릎 다 나으시면요. 그때는 제대로 받아 먹을께요. 그때끼지만요. 아셨죠?”


“와 우리 아빠 대박! 정말 우리 아빠 맞아, 이렇게 할머니한테 아부할 줄도 알고.”


솔비가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봤다.


“아부가 아니고 진심! 그러니까 솔비, 너도 아빠한테 잘 해야 해. 맛있는 밥 얻어 먹으려면.”


“피이, 난 할머니 밥이 더 맛있네요 뭐. 그쵸 할머니?”


솔비가 어머니 옆으로 바짝 몸을 기댔다.


“후훗 이 할미는 싫은데! 이제부터 니 아빠한테 잘 보여 니 아빠 밥만 얻어 먹으려 하는데.”


“하, 할머니!”


하핫- 일제히 터지는 웃음 소리.


회귀 후 가장 뿌듯한 순간! 가족이 있는 것이다, 평생 혼자였던 나에게. 그것도 똘똘 사랑으로 무장한.


* * *


물론 요리는 내 전공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했다. 나의 부모님이 식당을 하셨다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다. 운동 때문에 바쁘긴 했지만 그대로 부모님 너머로 식당일이 오년 이었다. 어머니와 솔비를 위한 저녁 준비쯤이야.


뚝딱뚝딱- 이내 찌개와 반찬을 만들었다.


“호오, 정말 좋구나, 이 찌개! 이걸 정말 대풍이, 네가 끓였단 말야.”


“우리 아빠 대박! 정말 아빠 뭐야? 머리를 다친 후 완전히 사람이 바뀐 것 같아. 내 아빠 같지 않다구. 어떻게 울 아빠가 이렇게 요리를 잘 해!”


어머니와 솔비의 나를 향한 용비어천가!


그 둘이 모르는 나의 비밀! 피비린내가 몸에서 진동을 할 때면 오피스텔에서 혼자 요리를 했다. 김치 냄새, 된장 냄새에 소주까지 가득부어 내 몸에서 진동하는 피냄새를 없애기 위해.


물론 마지막은 늘 한 잔의 진한 에스프레소!


그래야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지옥도같은 세상에서 그나마 숨을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


“후훗 정말 드실만 하세요?”


살짝 의자를 꺼내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훗 먹을만하다 마다! 이제 이 어미는 부엌에서 은퇴해야 할 것 같아. 솜씨좋은 아들이 이렇게 떡 옆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여태까지 살았으니.”


“할머니, 그러니까 내 밀이요! 울 아빠 보면 볼수록 정말 이상해진 것 같아요. 더구나 오늘 애들이 말하는데......”


슬쩍 솔비가 말을 하다 멈추고 내 눈치를 살폈다.


“왜, 무슨 일인데? 애들이 아빠한테 뭐라고 그래?”


어머니가 무슨 일인가 싶어 솔비를 쳐다봤다. 솔비가 쭈빗쭈빗 내 눈치를 살피다. 이내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 거리에서 싸움을 했대요. 물론 엉덩이를 걷어찬 것은 당연히 아빠였구요. 애들이 그러는데 아빠 싸움실력이 장난이 아니었대요. 발이 순식간에 상구 삼촌 친구들 목으로 올라갔대요.”


흠칫 솔비를 봤다. 설마!


“ 대, 대풍아! 이게 무슨 말이니, 네가 무슨 싸움을 해? 더구나 상구라니! 상구라면 용성리 백이장님 아드님 아니냐, 그런데 네가 무슨 일로 그 아드님과 싸움을 해?”


“아, 아녜요, 그런거! 애들이 잘못 봤겠죠, 제가 무슨 싸움을 해요.”


얼른 말을 둘러댔다. 아차 싶었다.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구 일행가 시비가 붙은 곳은 학원 건물에서 바로 눈 앞에 들어오는 곳! 애들이 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에이 거짓말! 석빈이와 시헌이가 다 봤다고 했단말야. 내가 우리 아빠 그런 사람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걔들이 하늘걸고 땅 걸고 진짜라고 했고.”


“대, 대풍이 도대체 이게.....!”


“애들이 뭘 잘못 봤나 봐요. 그냥 인사정도였어요. 병원에 가보지 못해 미안했다고.”


거짓말은 내 체질이 아니었다.


벌렁벌렁 심장이 뛰고 등에 식은땀이 가득했지만,


하늘같이 나를 믿는 노파와 토끼같은 딸에게 내가 다마네기, 강대한이라고 내 입으로 떠들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위기는 넘겼지만 역시 연기는 내 체질이 아니었다. 조심해야 했다, 언뜻 봐도 솔비가 눈치 백단이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껌딱지처럼 졸졸 종일 쫒아다녔을테고.


여차하면 내 정체가 탄로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생각만 해도 덜컥했다. 잃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만난 천사표 어머니는 물론 토끼같은 딸내미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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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33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2 1 20쪽
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0 1 13쪽
26 함정 3 24.04.11 63 1 11쪽
25 함정 2 24.04.07 63 1 14쪽
24 함정 1 24.04.04 81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0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4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5 1 14쪽
18 묘책 +2 24.03.26 129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8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7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6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0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5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6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3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1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2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6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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