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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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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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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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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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는 아빠다!

DUMMY

“그 두 사람이 잘못 알암쑤다, 홈쇼핑 수수료!”


동철이 녀석이, 끙- 힘을 주는가 싶더니 트럭 위에서 컨테이너 세 박스를 한 번에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25%가 아니고 20%라 마씸. 정낭 팜이 대박 홈쇼핑과 맺은 수수료 계약!”


후우, 녀석이 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백 이장을 보낸 후 네 시간을 혼자 브로콜리를 캤다. 언제 이걸 다 캘까 싶었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일당백! 금세 50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브로콜리로 가득 채웠다. 분명 내가 하는 칼질이었지만 내가 봐도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한 솜씨.


연화 삼촌 창고로 트럭으로 브로콜리를 옮겼다. 동철이 녀석이 미안하다고 웃으며 나타났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던지고 한순간에 우르르! 컨테이너 50개쯤 녀석에게는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셈.


그런데 뜬금없이 녀석이 나에게 돌을 던졌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백 이장의 꼼수.


“무슨 소리야, 25%가 아니고 20%라니?”


“말 그대로라 마씸. 화덕리 고 이장님이 정낭 팜 원년 멤버 아니꽝게. 그런데 지난달 열받아서 때려치웠뗀 마씸. 백 이장한테 감쪽같이 속았다고. 조합원들한테는 25%라고 뻥치고 정작 입점 수수료는 20%였덴 마씸. 백 이장은 그런 일 없다고 딱 오리발이고.”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백 이장이 앉은 자리에서 매출 금액의 5%를 날로 먹은 셈. 정낭 팜의 월 매출액이 최소 10억이었다. 10억의 5%면 최소 5천만 원! 가진 자들에게는 푼돈일지 모르지만 땅만 바라보고 사는 농민들에게는 엄청난 거금이다.


“화덕리 고 이장이라면 고순환 이장?”


“맞아마씸. 진석이 녀석과는 이종사촌 사이고. 그런데 우연히 술 한 잔을 같이 하다가 술에 맛이 갔다 싶으니까 줄줄줄 털어노읍디다.(놨습니다) 백이장한테 완전 속았다고.”


화덕리 고순환 이장이라면.....?


언뜻 떠오르는 기억! 나보다는 다섯 살 위! 40대 중반 나이에 벌써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였다. 동철이 만큼이나 덩치가 장난 아닌 사내, 다른 점이 있다면 술을 좋아하고 한없이 순한 사내!


“이상하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여태껏 정낭 팜과 손을 잡고 있었던 거야? 눈앞에서 뻔히 코가 베이는 걸 보면서도?”


“물증은 있어도 증거가 없으니까마씸. 고 이장님 말에 의하면 우연히 볼 일이 있어 정낭 팜 매장에 들렸덴 마씸. 그런데 거기 매장 관리하는 미선이라는 반반한 기집애 한 명 있지 않우꽈? 미선이, 걔가 분명 그랬댄 마씸. 매출 수수료 5%가 삭둑삭둑 잘려 나가고 있다고.”


“카더라 통신은 아니고? 어쩌면 회사의 기밀 중의 기밀이었을 텐데 그렇게 입을 쉽게 열 리가 없잖아.”


“아이구 우리 형님,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완전히 아직인게 마씸. 미선이 걔가 요즘 진석이한테 완전 맛이 가지 않았쑤강게. 고 이장님은 진석이 녀석 이종 사촌 형님이고.”


이내 그림이 그려졌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용을 쓰다가 덜컥 미선이 무리수를 둔 셈.


“당연히 고 이장님이 백 이장한테 달려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신디 오히려 봉변만 당했덴 마씸. 옆에서 상구 녀석이 패거리들과 꼴에 가오를 잡고 있었던 것 같고.”


이내 떠오르는 기억! 백상구와 노랑머리와 문신 덩치들의 히죽거림. 분명 말했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자한테는 한없이 약한 게 양아치들의 속성이라고. 하물며 고 이장같은 순둥이쯤이야.


“더구나 백 이장, 그 인간 수틀리면 고소에 고발에 사람 등골을 빼먹는 게 전문 아니꽝게. 고 이장님 입장으로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겠주 마씸.”


정낭 팜!


지역 농산물의 반 이상을 거래하는 대체 불가 용성읍 영농조합법인의 지존! 하지만 동철의 말대로라면 뭔가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철옹성처럼.


“그래서 그 두 사람은 조합원으로 받젠 마씸? 백 이장이 난리난리 칠껀디.”


힐끗 내 눈치를 살피며 녀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텅- 마지막 남은 컨테이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형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언제 백 이장 눈치를 보며 판을 벌였어?”


“캬아, 역시 우리 대풍이 형님! 내가 이래서 우리 형님을 좋아한다니까. 다른 동네 이장들이란 인간들은 백 이장이 눈짓만 해도 쩔쩔매는데 우리 형님만 이렇게 혼자서 독야청청이시니!”


“후훗 독야청청이고 독야창창이고 정말 이 시간에 여기까진 웬일이야? 소들 여물 준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쁠텐데.”


“바, 바빠도 형님 하는 일인디 도와야하주 마씸. 몸도 성치 않은 양반인디.”


“나? 이렇게 쌩쌩하다 못해 완전 날아갈 지경인데.”


장난스레 양팔을 불끈 들어 올렸다.


“그래도 종잇장도 맞들면 낫덴 안 햄쑤광? 아무리 내 코가 석 자라도 우리 형님 하는걸 도와야주 마씸......”


녀석답지 않게 말이 많았다. 말은 청산유수인데 연신 눈동자는 무언가 다른 것을 찾고 있었고.


답은 하나였다. 바로 이채연!


“후훗 사무장 불러줘?”


흠칫,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녀석이 나를 봤다.


“냉장고에 고기는 다 뭐고? 사무장 챙겨 줄 것은 있고 하늘 같다는 나한테는 국물도 없다 이거지?”


“아, 아이구 형님 그게 아니고.”


녀석이 말을 잇지 못하고 손가락을 비비 꼬았다. 이럴 때면 영락없는 마블리! 산을 들어 올릴 것 같은 기세였다가도 어린애 뺨치는 순수함이 묻어 나왔다.


물론 나로서는 흥미진진!


묘하게 흐르는 두 사람의 핑크빛, 거기다 동철이 녀석을 놀리는 재미까지.


“아이고 무슨 얘기를 경 찰지게들 햄서게. 무사, 누구 시집 장가나 간덴?”


순간 들려오는 걸걸한 여자 목소리.


흠칫 뒤를 봤다. 부녀 회장인 장씨 아줌마! 동철이 얼굴이 이내 홍당무가 됐다.


“아니, 동철이 넌 무사 경 얼굴이 홍당무가? 낮술 해시냐?”


장씨가 힐끔 동철의 녀석 얼굴을 살피다가 말을 이었다.


“아, 아이구 어머니, 낮술이라뇨? 요새 제가 얼마나 술을 딱 끊어신디 마씸.”


“그런데 얼굴이 왜 그리 벌개? 낮술 한 사람처럼.”


후훗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철이 녀석 안절부절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후훗 어제 제 일을 돕다가요. 겨울치고는 어제 제법 햇살이 좋았잖아요.”


하지만 어린양을 구해야 했다. 벌써 녀석의 흑심이 드러나면 곤란하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내 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래? 그러믄 다행이고. 나 경고하는디 진석이랑 성대랑 술들 좀 작작 마셔들이. 술을 끊어야 니들도 상투라는 걸 틀게 아니가게? 그래야 나도 부조금이라는 것도 넉넉히 넣고.”


병 주고 약주기 식! 소리를 괄괄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네? 네엣 어머니....”


“어머니?”


“아, 아니 삼촌 마씸. 우리 삼촌마씸!”


동철이 헤벌쭉 웃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마블리! 하지만 속은 두근반 세 근 반일 터! 도와줘야겠다, 녀석이 이채연과 오작교를 건널 수 있도록.


“이, 이장님 그 소식 들었어요? 우리 연화초가, 연화초가.....!”


이내 분위기를 바꾸는 이채연의 놀란 목소리.


“아니 이 지지배가 뭐를 잘못 먹어시냐. 무사 영(왜 이렇게) 호들갑이가게? 어멍 있는 앞에서.”


“어휴 답답!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연화초가 어쩌면 분교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해요, 분교로!”


“뭐, 뭐어? 연화초가 분교로?”


동철이 녀석의 놀란 목소리고.


“이 지지배야, 그게 무슨 소리고? 멀쩡한 학교가 왜 분교로 떨어져? 애들은 어떻게 하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딸을 보는 장씨 아줌마.


“몰라, 방금 공고문이 떴는데 올해 연화초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겨우 세 명이래. 이런 식이면 읍내 용성초와 통합하는 게 낫다고.”


울상인 표정으로 이채연이 소리를 높였다.


“분교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코끼리 방귀 뀌는 소리야? 현재 연화초 애들이 모두 몇 명인데?”


버럭, 동철이 소리를 높였다.


이채연이 멀뚱히 노려보듯 녀석을 쳐다보다가 툭 말을 던졌다.


“정확이 서른두 명! 개학하면 셋이 다시 서울로 전한 간다고 하고.”


흠칫, 이 채연을 봤다.


“그, 그게 정말이야?”


“에이씨, 그렇다니까! 이장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오십 년 전통의 연화초가 분교라니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죠?”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채연의 눈빛.


툭, 다시 나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돌.


연화초? 게다가 분교라니? 이거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흠칫!


솔비는, 그럼 솔비는 어떻게 하라고!


***


“응, 맞아. 전학생 인원수 32명! 개학하면 가온이랑 채연이, 다은이는 서울로 전학 간다고 하고.”


집으로의 복귀!


대충 씻고 나오자마자 솔비에게 학생 수를 물었다. 솔비가 멀뚱히 나를 바라보다가 툭 말을 던졌다.


“몰랐어? 몇 번씩 말했잫아. 애들 하나둘씩 눈만 뜨면 사라진다고.”


“미, 미안. 아빠가 요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자그마치 자신의 운명이 걸린 일! 누가 나, 강대한의 딸내미 아니랄까 봐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한다.


후훗, 나 강대한의 딸?


말해놓고도 민망하다. 며칠이나 됐다고 솔비가 벌써 정말 내 딸처럼 느껴지니.


“에고, 서른둘? 그것밖에 안 돼? 니 아빠 다닐 때는 백 명도 훨씬 넘었는데. 학교가 왜 그렇게 변했다냐?”


어머니가 툭툭, 무릎을 두드리며 소파에 앉으셨다.


“피이, 나 같아도 전학 가겠네요 뭐. 마을에 피시방이 있나, 노래방이 있나 그 흔한 편의점도 한 개 없구. 맨날 학교 집, 집 학교! 재미없어 정말.”


솔비가 삐죽 입술을 내민 채 볼멘소리했다.


“아이구 이 녀석아, 재미가 왜 없어? 연화지도 있고 과수원도 있고 눈 돌려보면 사시사철 볼 것이 가득한데.”


“에이, 그건 할머니 생각이고! 요새 애들 그딴 거 누가 좋아해? 내가 무슨 염소야, 매일 풀이나 보고 메에- 거리게.”


핑퐁핑퐁- 어머니와 솔비의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


“그럼 솔비 학년은? 솔비 학년은 모두 몇 명이야?”


“우리? 나 포함 모두 아홉 명! 방금 말했지만 가온이와 채연이, 다은이는 개학하자마자 바로 서울로 이사 가고.”


그럼 모두 여섯 명!


허어, 말이 안 나왔다. 한 학년 전체 학생 수가 겨우 여섯이라.


“좋아, 그럼 전체 학생 수는?”


“전체 학생 수? 그거야 아빠가 더 잘 알잖아. 전학 갈 애들 셋 빼면 모두 30명! 한 학년씩 사이좋게 다섯 명씩!”


솔비가 큼- 헛기침을 했다.


“서, 서른 명? 그것밖에 안 돼? 가방 메고 학교에 가는 게 한둘이 아니던데.”


어머니 역시 놀란 표정.


“에이, 그거야 할머니 생각이라니까. 말했잖아, 눈만 뜨면 애들이 서울로 부산으로 쑥쑥 빠져나간다고.”


“크, 큰일이구나 정말. 학교라는 게 있어야 그래도 마을이 사는 법인데.”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 이채연이 놀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교 자체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아빠, 그럼 혹시 우리도 이사 가?”


“이사?”


“그렇잖아. 읍내 학원가면 애들이 그래. 니들 연화초, 이제 떠돌이 신세라고.”


가만히 솔비를 봤다. 까만 눈동자가 오늘따라 더욱 깊고 맑았다.


“아니.”


“저, 정말?”


“당연하지. 엄마와 아빠가 같이 다녔던 학교인데. 그럴 일 없을 거야.”


목소리에 단단히 힘을 줬다. 뭔가 뒤죽박죽인 상황이었지만 내가 나서야 할 상황.


“약속해, 그럼? 우리 학교 절대 없애지 않겠다고?”


솔비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훗 아까는 전학 가고 싶다며?”


“당근이지. 당장이래도 애들 따라 나도 서울로 가고 싶고.”


“그런데?”


“그런데......”


솔비가 가만히 어머니와 나를 천천히 둘러봤다.


“여기는 할머니와 아빠가 있잖아. 난 그거면 되. 세상 보물 다 준대도.”


역시, 우리 딸! 한마디 한마디 말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막아야 했다, 연화초가 분교로 떨어지는 것만큼은.


그게 아빠로서 솔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


“후훗 좋아, 약속! 그럴 일 절대 없을거야, 우리 솔비가 떠돌이 신세가 되는 일.”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 솔비의 새끼 손가락에 걸었다. 이내 솔비가 헤-웃음을 보였다.


고사리같이 이쁜 손, 손가락이 길고 유난히 부드러웠다. 나를 닮은 것은 아니고 아내인 지수를 닮은 탓.


그런데,


내가 이렇게 멋있는 아빠였나,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주먹과 연장질, 단 두 가지뿐이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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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33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4 1 20쪽
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1 1 13쪽
26 함정 3 24.04.11 64 1 11쪽
25 함정 2 24.04.07 65 1 14쪽
24 함정 1 24.04.04 82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1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5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5 1 14쪽
18 묘책 +2 24.03.26 130 1 12쪽
» 나는 아빠다! 24.03.23 139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8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7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2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6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7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3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2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3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7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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