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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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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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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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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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책

DUMMY

연화 초등학교!


솔비가 다니는 학교다. 용성읍 내 초등학교는 모두 13개 마을에 아홉 곳! 연화초는 연화리와 부근 매실리와 화덕리, 3개 마을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는 연화지의 푸른 물결,


뒤로 보면 한라산,


그리고 사방이 과수원과 넘실대는 밭들이다.


그 흔한 피시방은커녕 부근에 편의점 하나 없는 제주 청정자연의 산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애들은 감귤과 브로콜리가 아니다. 때가 되면 게임도 해줘야 하고 편의점에서 쭉쭉 쭈쭈바도 빨아줘야 한다. 부모 몰래 문방구에 들려 불량식품이란 불량식품도 죄다 가격대별로 맛봐야 하고.


그래야 어른이 된다. 내가 초등 때 그랬던 것처럼.


“정말 큰일은 큰일이라 마씸. 올해 입학할 아기덜이 달랑 셋이랜 햄쑤다, 셋!”


“내 말이! 우리 때는 적어도 한 반에 마흔 명이 넘는 시끌벅적 콩나물 대가리 반이라신디.”


일단 임시 청년회를 소집했다.


학교 살리기란 거창한 구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살펴야 했다.


그런데 연화초가 아니라 마을 청년회를 걱정해야 할 판! 200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에 달랑 청년이라고 해봤자 모두 열두 명! 명단에 있는 인원은 오십이 훨씬 넘었지만 죄다 시내에 사는 청년들이었다. 부모가 죽으면 여차하면 집 땅 팔고 완전히 고향을 뜨려는.


“아이쿠 경해도 한 반이 달랑 다섯이랜 허믄 말이 안 되주 마씸. 영허당 학교가 완전 박살이 나는 거 아닌지 모르쿠다.”


큼- 동철이 헛기침을 하며 소리를 높였다.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게.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어떻게 얘기 꼴을 봐! 님이 있어야 뽕도 타고 애기들 울음소리도 듣지게.”


“니미 제기랄, 임은커녕 치마 두른 여자 꼴이라도 제대로 바져시믄 조으켜. 오나가나 나이 오십들 넘은 죄다 동네 여자 삼촌들 밖에 없으니 이거야 원.”


진석이와 성대의 핑퐁핑퐁!


진석이 녀석이 너스레를 떨다가 흡- 손으로 입을 가리고 동철의 눈치를 살폈다.


“아, 채연이가 있었나, 후훗 연화리의 유일한 마돈나!”


“ 말 다해시냐?”


동철이 불끈 노려봤고.


“아, 미안! 우리 서동철 군의 영원한 피앙생라고 해햐 하나.”


이내 깔깔대는 청년들이다.


“야, 문진석 한 마디만 더 지껄여, 너!”


진석이 찔끔하며 장난스레 입을 닫았다.


나이 서른 중반이 넘은 나이들이었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같은 개구쟁이 느낌들.


“매실리와 덕화리는 어때, 그 쪽도 마찬가지야?”


깍지를 낀 채 동철이 녀석을 쳐다봤다.


“말 하믄 입만 아프지 마씸. 매실리는 완전 전멸, 덕화리는 달랑 세 명이랜 햄쑤다. 그래서 우리 연화리 아기덜 셋 까지 합쳐 올해 신입생이 모두 여섯 명!”


“형님 정말 이러당 우리 학교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쿠다. 학생수가 60명 이하믄 분교 대상 1순위라고 누가 골안게만게마는.(말 한 것 같지마는)”


“경헌디 용성초는 완전 딴세상이랜 마씸. 전교 학생수가 무려 삼백오십에 올해 신입생만 오십 명이 넘는덴 마씸. 이러당 연화초가 완전 용성초의 따까리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쿠다.”


그래도 나름 연화리를 지키는 청년회의 독수리 삼총사!


동철이 녀석과 진석이, 성대가 연신 소리를 높였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규정상 읍내 초등학교 학생 수가 60명 이하면 다른 학교로 통폐합 대상! 하지만 말처럼 폐합이 쉬운게 아니었다. 학생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 마을간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 주민들의 반발.....!


무엇보다 농사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어떻게 애들을 일일이 챙겨야 할 것인가.


“너희들 생각은 어때?”


셋이 무슨 말인가 싶어 힐끔 나를 쳐다봤다.


“최악의 경우 연화초가 용성초로 통폐합되는 거 말야.”


생각하기조차 싫은 가장 최악의 상황!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 일이라는 게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까.


“용성초로 마씸?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어디강 보쌈이라도 허영 내가 애를 만들쿠다. 경 안 해도 백이장, 그 인간이 형님과 사사건건 말썽인디 우리 애들을 좋게 보쿠가?”


“성대 말에 백프로 동감마씸. 막아야 되마씸.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학교가 어서져 봅써. 마을이 사라지는 거 시간 문제라 마씸. 애들이 있어야 마을이 사는 법 아니꽝게.”


셋이 돌아가며 휘휘 손을 내저으며 연신 소리를 높였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무엇보다 솔비가 문제였다. 졸업이 눈 앞인데 이제 와 정든 학교를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 * *


ー미안해, 사실 그 말 하려고 잠깐 어제 너를 찾았던 거였어. 교육청에서 자꾸 압박을 넣어. 연화초를 이제 곧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주저주저하다가 일단 인경에게 전화를 했다.


명색이 용성읍 읍장! 뭔가 방법이 있지 싶었다.


“교육청에서?”


-그쪽에서도 사정이란 게 있을 테니까. 밑 빠진 독에 언제까지 예산을 집행할 수도 없을 테고.


인경답지 않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한숨 소리.


- 큰일이야 정말. 그래도 명색이 우리 모교인데 달랑달랑 명줄 끊어지기만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통폐합이면.....용성초로 가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커. 그럼 연화초가 아니라 용성초 연화분교로 학교 이름도 바뀔 테고.


듣기만 해도 익숙치 않은 이름이다. 연화초가 아니라 용성초 연화분교라니!


“읍 차원에서 뭐 지원되는 것은 없고?”


-애는 쓰고 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서. 알잖아, 읍내 사정!


물론 잘 알고 있었다. 내 머릿속의 기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 이주가 광풍이 일 정도였다. 눈 뜨고 일어나면 아파트와 빌라가 들어섰고 마을마다 빈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그중 광풍의 일번지는 바로 백경덕이 이장으로 있는 용성리!


그림같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안가를 따라 넓게 펼쳐진 해수욕장, 사시사철 먹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항과는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 시가지와 농촌의 장점만을 섞어놓은 절묘한 풍경이 사람을 이끌었다.


한 해 용성리로 전입 신고만 자그마치 이백 건!


한 해 겨우 두 세 건이 있을까 말까 한 연화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됐다. 한마디로 용성읍의 강남이 용성리인 셈!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인경이 미끼를 던졌다.


“방법?”


-사실 올해 안으로 연화초를 용성초로 통폐합하자는 것을 읍 차원에서 겨우 막아놨어. 하지만 올해가 마지막이야. 내년도 올해와 같이 신입생 수가 바닥이면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고.


“결국 사람들을 끌어모으자 이거구나.”


-그래 가장 확실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방법! 학생 수가 더도 말고 지금의 반의반 정도만 늘어도 돼. 읍 차원에서도 연화초를 존속시킬 명분이 생기는 셈이고. 물론 방법은 대풍이, 네가 마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사항이고.


분명한 길!


사람들을 끌어모으면 되는 것이다. 그럼 자연히 애들이 몰릴 테고. 연화초가 용성초 연화분교로 떨어질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확실한 방법!


후우, 숨을 내쉬었다.


그게 문제였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쉽게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을 연화리로 끌어모을 것인가.


* * *


동병상련(同病相憐)!


일단 매실리 정두봉 이장과 화덕리 손대평 이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물론 나로서는 처음보는 인물들! 하지만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그들의 얼굴이 이내 미리 속에 그려졌다.


정두봉, 6년째 내리 매실리 이장을 맡은 50대 중반의 사내! 동철이와 마찬가지로 소를 키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밭농사를 병행한다는 것. 나와는 제법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우락부락한 인상과는 달리 잔정이 많았고 입이 무거웠다.


손대평!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의 화덕리 이장! 하고 싶어서 감투를 쓴 이장 자리가 아니었다. 그만큼 마을에 사람이 없었던 것! 용성읍 13개 마을에 고령층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화덕리! 나와 같이 중고딩 시절에 씨름을 같이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씨름판을 떠났고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다 보니 고향에 눌러앉게 된 케이스.


“나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이리저리 수를 찾아보고 있네만 딱히 솟아날 구멍이 없어. 말이 귀농귀촌이지 어디 도시 사람들이 흙냄새 거름냄새 맡으며 촌에 살려고 하겠나?”


기다렸다는 듯 정두봉과 손대평이 연화리사무소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것도 잠시, 정두봉이 길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마자마씸. 나도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에 고민을 허고 이신디 딱히 뾰족한 수가 어신게 마씸. 어디 가서 없는 애들을 보쌈해 올 수도 없고.”


따라서 손대평이 푸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두 분을 보자고 한 겁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을 놓고 멍하니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터.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손이장 말대로 무슨 뾰작한 수가 있어야 말이지. 마을에 돈이 있어 용성리처럼 척척 아파트며 빌라를 지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용성리 백이장한티 고개를 조아릴 생각은 눈곱만큼도 어서 마씸. 지금도 사사건건 우리 셋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양반인데 우리 아이덜 받아줍써- 허믄 잘도 좋아허쿠다.”


손대평의 말 끝에 잔뜩 가시가 달려 있었다.


이유가 있어다. 13개 읍내 마을 중, 백경덕이 주도하는 정낭 팜에 조합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마을이 셋 있었다. 내가 이끄는 연화리와 정두봉의 매실리, 마지막이 손대평의 화덕리다. 백경덕이 오며가며 정낭 팜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조합이니 홈쇼핑이니 하는 말들을 모르는 고령층이 다수인 마을 주민들 탓이 크긴 했지만 애써 지은 농산물을 중간에서 팔아준다는 이유로 25% 이상의 수수료를 뗀다는 게 도무지 말이 안 됐다.


그렇다고 별 뾰족한 수도 없는 상태.


다행히 나를 대구 안승백 사장을 통해 연화리 물건을 어렵지 않게 처리하고 있었지만 정두봉과 손대평은 얘기가 달랐다. 나름 지역 농산물을 제값을 받으려 동분서주하는 눈치였지만 눈가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차이장, 우리도 자네와 뜻을 같이할 수 없겠나? 백이장 쪽은 억만금을 갖다준대도 쳐다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마냥 애써지은 농산물을 도매상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고 말야.”


정두봉이 슬쩍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마자마씸. 나도 정이장님 말씀에 백번 찬성이우다. 학교도 학교지만 우리 셋이 똘똘 뭉쳐야 할 거 같아 마씸. 이러다 정말 너나 나나 백이장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판이니.”


손대평이 큼- 헛기침을 하며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


다시 나에게 주어진 두 개의 실타래! 백경덕의 정낭 팜과도 맞서야 했고 솔비를 위해서라도 연화초가 분교로 떨어지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휴우,


조폭 시절만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나날들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 역시 마찬가지! 없는 머리에 제갈 양 뺨치는 묘수를 생각해야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동네방네서 잘했다는 용비어천가를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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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함정 1 24.04.04 81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1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4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5 1 14쪽
» 묘책 +2 24.03.26 130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8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7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6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0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5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6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3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1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2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6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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