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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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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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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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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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의 법칙

DUMMY

‘용성정육식당’!


건물은 용성리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입구에 있었다. 바로 옆으로는 ‘경덕 마트’! 읍 단위 마트치고는 제법 규모가 컸다. 학교 운동장 반쯤 되는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 주차해 있었다.


이른바 백경단 사단!


용성정육식당과 경덕 마트,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다시 백경덕이 운영하는 5층 규모의 정낭 펜션 두 동이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여전히 펑펑대라는 눈.


바람이 거셌지만 삼삼오오 정육 식당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 * *


“하핫 궂은 날씨에 이렇게 오시리라 해서 미안하오이다. 내 해도 바뀌고 해서 여러분께 한턱 단단히 내려 했는데 그놈의 시간이라는 게 있어야 말이지.”


오십 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모인 자리,


길게 이어진 테이블 위로 먹음직한 고기며 음식들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은 사람들의 표정, 대부분 깊게 얼굴에 주름이 파인 전형적인 농부들이었다.


“허헛 무슨 말씀을,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라 오는 거야 별일 아니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신지.”


백경덕 옆으로 빛 바랜 점퍼 차림의 반백의 세모꼴 얼굴의 사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예끼, 성춘이 이 사람! 하핫 방금 말하지 않았나. 자네들한테 새해 인사 겸 한턱내는 거라고. 그러니까 허리띠 풀고 맘껏들 먹어. 좋은 고기로다가 식당 창고에 산같이 쌓아놨으니까.”


“허헛 저희야 몸보신하고 장땡을 쥔 기분이지만 해 바뀐 지 한참이나 됐는데 이렇게 덥석덥석 받아먹는 게 조금......”


성춘이란 사내가 힐끔 백경덕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사람하곤, 의심은.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 한다 이 말인가.”


“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고.”


“좋아,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그래야 자네들도 허리띠 풀고 맘껏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백경덕이 이내 정색하고 스윽- 모두를 천천히 둘러봤다


꿀꺽 긴장된 표정의 사람들이고.


“최근 그런 말들이 내 귀에 들려오더군. 내가 수수료를 과하게 뗀다느니 나 혼자 배를 채우느니 하는 그런 말 같지 않은 말들.”


백경덕이 물잔을 들어 벌컥- 물을 들이마셨다.


“처음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네. 자그마치 이백명이 넘는 조합원을 둔 정낭 팜이 아닌가. 사람 일이라는 게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지.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사람의 심리 아닌가. 내가 아무리 챙겨줬다 해도 불만이란 게 없을 수가 없을 테니까.”


타악, 거칠게 백경덕이 물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분명히 나 혼자 살자고 만든 정낭 팜이 아닐세. 나도 잘되고 자네들도 잘되라고 오 년 전, 우리 손으로 갖은 고생하며 만든 정낭 팜이 아닌가. 정낭 팜 덕분에 자네들이 수확한 물건을 재깍재깍 제때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거고.”


“백이장님 애써 주신 거야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땅만 파고 살 수 있는 게 아닌데 수수료로 25%를 뗀다는 것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코 옆으로 까만 점이 있는 억세 보이는 중년 사내의 목소리.


“과해? 지금 영득이, 자네 나보고 과하다고 했나?”


“제, 제 말은 그러니까, 과하다기보다 저희 사정도 헤아려주셨으면 해서요. 아시잖습니까, 요새 애써 농사를 지어봐도 비룟값이다 농약값이 한 푼 두 푼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데 정말 쥐꼬리만 하다는 것을.”


“헛소리, 쥐꼬리가 아니고 용 대가리겠지”


하지만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백경덕의 목소리.


“정낭 팜에서 영득이, 자네 물건을 팔아준 게 자그마치 일억 오천이야, 일억 오천! 막말로 중간 상인놈들에게 밭떼기로 팔았어 봐, 차·포 떼고 남는 게 뭐가 있었겠어? 그나마 정낭 팜이 대박 홈쇼핑과 거래를 트고 있어서 자네가 원할 때마다 물건을 죄다 팔아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뭐? 인제 와서 수수료가 과해?”


“하, 하지만 농수산물 홈쇼핑 수수료래야 겨우 10% 남짓 아닙니까. 더구나 연화리 같은 곳에서는 수수료가 아예 없다 하고.”


순간 쾅- 테이블을 내리치는 백경덕!


“후훗 영득이, 자네 뚫린 입이라고 말을 너무 막하는거 아닌가? 뭐, 연화리가 어쩌고 어째?”


찔끔 겁먹은 표정으로 영득이란 사내가 백경덕의 눈치를 살폈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 겁먹은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야. 연화 삼촌이라고 요즘 제법 잘 나간다지. 수수료라는 것은 아예 없고 출하하는 족족 손에 쥐는 것은 두둑하고. 하지만 화무십일홍이야. 그래봤자 얼마나 가겠나? 그 쪽 돈줄이라는 게 겨우 대구 안승백이란 청과물 사장 하나야. 지금이야 구멍가게 수준이라 이 놈 것도 팔아주고 저놈 것도 팔아주지만 만약 자네들까지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간다면? 그쪽에서 지금처럼 바로바로 물건을 처리해 줄 수 있을 것 같나? 행여나 물건이 제날짜에 안 팔려 창고에서 썩으면?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들 있나?”


순간 흐르는 무거운 침묵.


“주는 만큼 받아야 뒤탈이 없는 법일세. 나라고 자네들이 죽어라 고생하는 걸 모르는 줄 아나?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여태껏 앞장서서 정낭 팜을 이끌었던 것일세. 막말로 정낭 팜 대빵이라고 번드르 말만 좋았지 내가 손에 쥐는 게 뭐 하나 있어? 땡전 한 푼 내 주머니에 안 들어와. 내가 따로 돈을 만지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자네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아예 칼로 내 가슴을 열어 보여줘?”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다만.”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 백이장님 은혜를 저희가 왜 모르겠습니까? 백이장님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내 다소곳이 수그러드는 성춘이와 영득이란 사내!


“쓸데없는 소리! 뭐가 나 때문이야, 모두가 자네들이 죽자 살자 밭에서 피땀 흘린 결과지.”


“하핫 그럼 일장 연설 다 하셨음 저희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오랜만에 고기를 보니 고기야, 이 놈 너 본 지 오래다고 이놈의 배가 아까부터 천둥소리를 내서요.”


“그럼, 그럼! 어서들 먹어! 분명 말하는데 오늘 식당 창고에 쌓아둔 고기가 바닥을 안 보이면 자네들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 알겠나?”


“어이구 역시 우리 백회장일세. 그럼 모두들 어여 먹어 보자구. 바닥이 안 보이면 우리를 집에 안 보내준다잖아.”


껄껄, 하핫 웃음소리가 오갔고,


사람들이 지글지글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내 매캐해지는 연기. 하지만 상관없었다. 백경덕이 흐릿 퍼지는 연기 사이로 노려보듯 사람들을 쳐다봤다.


허겁지겁,


역시 무지렁이들이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퍼 마신다는 게 사람 심리였다. 하물며 투 플러스 최고급 육질의 한우 등심과 갈비였다.


걸신이 따로 없었다. 주거니 받거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이내 고개를 먹어 치웠다.


크큭


모자란 것들. 그러니까 평생 밭에서 흙이나 파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잘 살았네 결국은 돈 몇 푼에 목숨을 걸다 뒈지는 것이고.


15%


자신이 대박 홈쇼핑, 김남성 사장과 맺은 실제 수수료였다. 김남성 사장, 우연히 자신의 정육 식당을 찾았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리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자신과 꿍짝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김남성도 용성리 물건의 홈쇼핑 입점을 거부했다. 손에 쥐는 것도 없고 귀찮기만 한 게 농수산물 입점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맞는 말이었다. 홈쇼핑의 목적은 단 하나!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이 되는 상품들만 골라 시간당 매출을 최대한 올려야 했고. 그런데 감귤? 브로콜리? 씨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하지만,


뒷돈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김남성 사장에게 연 매출액의 5%를 떼주기로 했다. 대박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정낭 팜의 일 년 총매출액은 이백억 남짓! 5%면 6억이 넘는 거금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대가로 자신이 얻는 것은 그 몇 배였으니까.


물론 눈앞에 있는 무지렁이들도 꼴에 아는 것은 있어 수수료가 어쩌고저쩌고할 게 뻔했다. 그럴 때는 확실한 당근이 있었다. 김남성을 구워삶아 프라임 시간대에 몇 달에 한 번씩 정낭 팜의 물건을 방송에 타게 하는 것!


자신이 아는 한,


방송만큼 사람을 구워삶는 게 없다. 쭉쭉 빵빵 효스트들이 현란한 화술로 정낭 팜의 물건들을 광고했다.


-청정 제주에서 건너온 불로불사의 새콤한 감귤!


- 아시죠,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는 것! 하물며 제주 제일의 영농법인인 정낭 팜에서 책임지고 생산한 농산물들입니다. 몸에 좋다는데 버튼을 안 누를 필요가 없겠죠.


-꺄아아, 여러분 한라봉 맛있다는 것은 잘 아시죠, 그런데 자그마치 정낭 팜 한라봉이에요. 여기에다 값은 다운, 맛은 업! 여러분도 같이 정낭 팜 식구가 돼보자고요.


역시 미모만큼 말발이 예술 그 자체인 호스트들이었다. 여차하면 출렁출렁 뱃살이 전부인 마누라를 버려두고 밤새 껴안아 뒹굴고 싶을 정도로.


하물며,


내가 이럴진대,


저렇게 고기 한 점에 헤벌쭉 웃는 촌의 무지렁이들쯤이야.


백경덕이 술잔을 들어 입에 갖다 대며 씨익- 웃었다.


한고비는 겨우 넘겼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한고비일 뿐 당장 손을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감히, 차대풍 이 놈!


나를 상대로 시비를 건다 이거지.


일단 본보기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했다. 감히 나를 버리고 저쪽으로 붙은 백찬봉과 강호석 이 인간들한테.


그 일에 딱 맞는 놈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백상구, 자신의 아들놈! 하는 짓은 여전히 철부지지만 구미가 당기는 일이라면 앞뒤 보지 않고 들이대는 놈이니까.


*** 


"허헛, 걱정 말래두. 나도 다 깊이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그래 그래 호석이도 같이 하기로 했고. 그러니까 조금만 참어. 일이 정리되는 대로 이번에는 반드시 내려오게 할 테니까.“


감귤나무로 둘러싸인 집,


집이라기 보다 조립식 단층 창고였다. 백찬봉이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며 폰을 끊었다.


”왜, 제수씨가 뭐라고 해?“


옆에 있던 강호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누라가 그렇지 뭐.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 솔직히 저쪽으로 잘 옮겼다 싶으면서도 조금은 뒤가 구려.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백이장 성격이 아닌데.“


”지켜보고만 있지 않으면? 우리가 뭐 한두 살 어린앤가? 제 놈이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말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젯밤 백 이장 식당에서 조합원들이 모여 거하게 술판이 벌어졌었다는군. 그런데 당장 우리한테는 연락 한 통 없는 것 보라구. 아마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구석이 있는 눈치지.“


”헛소리,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우리도 그만큼 할 만큼 했다구. 그런데 달랑 만원 출하에 이십 천 원이나 수수료로 뗀다는 게 말이 돼? 그런 인간한테 찍소리 한 번 못하는 게 등신들이지.“


”허헛 이 사람, 누가 듣겠어? 더구나 조심해서 좋은 것은 없지 않은가? 어쨌든 백 이장 쪽에서 좋게 안 보는 것은 사실이니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일세. 그냥 앞길만 생각하자고. 올해도 가족을 못 데려오면 정말 입에 칼을 물고 죽어야 할 판이야. 통장에 돈도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고.“


”내 말이! 십 년 죽어라 고생했는데 통장에는 겨우 달랑 동전 몇 푼이니 이거야 원.“


후우- 서로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이고.


”어이구 이거 놀랄 노자우다예(노자입니다). 말을 갈아 타셨다 하길래 완전히 잔칫집 분위기인 줄 알아신데 완전 초상집 분위기인게 마씸.“


순간 들려오는 느끼한 목소리.


백찬봉과 강호석이 흠칫 뒤를 돌아봤다.


라이더 점퍼에 잔뜩 젤을 발라 빗어 올린 머리, 그리고 웃고는 있지만 살벌한 눈빛의 사내!


바로 백상구였다, 백경덕 이장의 하나뿐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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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33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2 1 20쪽
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0 1 13쪽
26 함정 3 24.04.11 63 1 11쪽
25 함정 2 24.04.07 63 1 14쪽
24 함정 1 24.04.04 81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0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0 2 13쪽
»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3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4 1 14쪽
18 묘책 +2 24.03.26 127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7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5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8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4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59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4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3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5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1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0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2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6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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