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333
추천수 :
46
글자수 :
177,433

작성
24.04.11 10:03
조회
63
추천
1
글자
11쪽

함정 3

DUMMY

“내가 마 웬만하면 안 내려오려 했다 아입니꺼. 그런데 돌아가는 꼬랑지가 이렇게 직접 차 이장님과 면상 트고 말을 하지 않고서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예.”


갑작스러운 안승백의 전화! 놀랍게도 제주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공항이라고 소리를 높이더니 한 시간이 안 되 리사무소로 모습을 드러냈다.


반쯤 벗어진 머리, 눈가에 피는 검버섯, 하지만 나이를 무색게 하는 단단한 체구가 인상적이었다.


“죄송합니다. 일이 이 지경이 돼서.”


일단 사과부터 했다. 몸이 열 개라도 바쁜 안승백이다. 그런데 열 일 제쳐두고 직접 제주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 이유야 어쨌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우리 쪽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고 마, 그런 말씀 마이소. 차 이장님 덕분에 지가 등 따습고 배부르게 지낸 것이 몇 년인데요. 다 잘해 보자고 하다가 터진 일인데 미안하긴 뭐가 미안합니꺼.”


나만큼이나 속이 타고 있을 안승백이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벌컥벌컥 물잔을 연신 들이켰다.


“변명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혹시나 싶어 요 며칠 출하 과정을 꼼꼼히 다시 살폈습니다. 물건은 제때 수확하는지, 운송 중에 상처는 없는지, 포장은 제대로 하는지.”


“그, 그칸데요?”


“열 번 스무 번 살펴봐도 저희 쪽에게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조합원들 모두가 돈 이전에 흙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들이고요.”


“그거야 말씀 안 하셔도 제가 더 잘 알지예. 죽으면 죽었지 그분들 성격에 억만금을 준대도 입에 들어갈 물건 가지고 장난질하실 분들이 아니라는 것도예.”


다시 물을 벌컥.


“그래서 마 제가 미치고 팔짝 뛰는기라예. 차 이장님과 거래 튼지 올해로 딱 삼 년째 아입니꺼? 그동안 실 털만큼 한 문제도 없었고예. 그란데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사기꾼이라고 아우성치니 지가 마 얼굴이 화끈거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아입니꺼.”


사흘째 연화 삼촌의 주문량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SNS에서는 연일 연화 삼촌이 사기꾼 집단이라고 맹폭을 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


“일단 이번 일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 쪽이 책임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교환을 원하면 교환을, 환불을 원하면 기꺼이 환불까지도요.”


“어데예, 지가 마 차이장님 혼자 독박 쓰시라고 예까지 찾아온 거로 보이는교?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캤는데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어서예.”


“이상한 구석이라시면?”


“정확히는 의심은 가는데 물증은 없다고 봐야지예. 구린내는 나는데 방귀 뀐 놈은 모르겠고.”


안승백이 생각지도 못한 스무고개를 던졌다.


이상한 구석이라니?


“그러니까 일주일 전이였지예. 갑자기 매장으로 주문이 들어온기라예. 감귤과 브로콜리 합쳐 월 오백 박스 정도 연화 삼촌과 거래를 트고 싶다고예.”


“오, 오백 박스 씩이나요?”


“많다고 하면 많은기고 적다고 하면 적은 수치지예. 하지만 적은 물량이 아니라서 제가 직접 거래처 사장을 만나러 업장을 찾아가 봤지 않습니까. 월 오백 박스면 돈이 천만 원이 넘는데 노쇼라도 발생하면 난리가 나는 상황 아입니꺼.”


맞는 말이었다. 식당에만 진상 고객이 있는 게 아니었다. 호기롭게 몇십 박스씩 물건을 주문했다가 바로 전날 주문을 취소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택배의 발송은 대부분 오전 시간! 취소한다 한들 다른 물건처럼 멀쩡하게 되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바로 물건이 감귤과 브로콜리 같은 과일과 농산물이라는 게 문제! 오가는 동안 반 이상이 썩고 먹을 수조차 없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열 박스 내외의 소규모 주문이면 거의 취소가 없었지만 문제는 몇백 단위의 대규모 계약인 경우! 대부분 마트나 대형 식당, 호텔 등이 주 고객이었다. 거래가 트면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입찰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계약이 이뤄진 상황에서도 판이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수 싸움,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수 싸움의 격돌!


“그란데 주문처가 어덴 줄 아십니꺼? 바로 룸싸롱이었는기라예. 수성궁이라고 대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규모 업장이었고예.”


수성궁?


흠칫, 안승백을 봤다.


설마, 설마.......!!


“와요, 혹시 차이장님도 들어본 이름입니꺼?”


안승백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봤다.


“언뜻 들어본 이름인 것 같아서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핫 수성궁이 아니라 수성못이겠지예. 대구하면 수성못, 수성못 하면 대구 아입니꺼? 더구나 우리 차이장님같은 분이 어데 수성궁같은 룸싸롱을 들락날락할 시간이 있었겠어예? 해가 서쪽에서 뜨고 한여름에 눈이 펑펑인 날이 오면 몰라도.”


안승백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런가요, 제가 대구는 익숙지 않아서.”


“그러니까 제가 마 입만 열면 하는 소리 아인교? 퍼뜩 오이소 마. 지가 마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 차려놓고 기다릴테니까.”


안승백이 다시 껄껄!


피식 따라 웃었다. 하지만 숨긴 게 있었다. 대구라면 한때 지겹게 드나들었다. 오대감파가 강남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시절, 상대 조직이 백상어파였다. 수는 밀렸지만 잔인하기로 저울 바닥에서 악명을 떨쳤고. 그 백상어파 행동 대장이 대구 출신이었다. 김광인, 이름만큼이나 잔인한 녀석이었다. 수틀리면 바로 상대가 누구든 연장부터 꺼내 들던.


혈전 끝에 백상어파를 제압하고 대구로 몸을 피한 녀석을 찾아 대구를 샅샅이 뒤졌다. 그래서 쥐새끼마냥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놈을 발견한 곳이 바로,


수성궁이었다, 안승백이 말한.


우연치고는 너무나 묘한 우연!


“우야튼 그캐서 수성궁에서 영업 실장이란 자슥을 만났는데 의외로 연화 삼촌을 잘 알고 있는기라예. 잠깐 얘기해보니 그렇게 의심을 할 만한 구석도 없었고예.”


“그래서 수성궁과 거래를 트셨구요.”


“솔직히 뭔가 찜찜한 구석은 있었지만 저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예. 결제도 밀리지 않고 확실히 현금으로 준다 캤고.”


안승백이 후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는기라예. 물건을 막상 납품하니 바로 뒷 날부터 시비인기라예. 감귤이 썩었다니 사람을 속였다니.”


부르르 주먹을 감아쥐며 안승백이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제가 직접 가서 제 눈으로 물건을 살펴봤지예. 이쪽에서도 물건 출하 때 하나에서 열까지 살샅이 살피고 있겠지만서도 지 역시 마찬가지라예.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 하기 전 다시 한번 물건을 꼼꼼히 살피니까예. 장사라는 게 돈 이전에 믿음 아이겠습니꺼, 지가 마 나름 시장 바닥에서 수십 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예.”


“그런데 수성궁에서 시비를 걸었다 이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지가 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아이겠습니꺼? 출하 전까지 내가 두 눈으로 꼼꼼히 물건들을 살폈는데 직접 가보니 반은 시커멓게 감귤이 썩어있고 자슥들은 변상하라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사람 죽일 듯이 몰아붙이고.”


뭐라고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승백 역시 장사로 잔뼈가 굵은 인물, 웬만한 협박쯤 콧방귀도 안 뀔 게 뻔하다.


하지만 상대가 수성궁이라는 게 문제!


안승백같은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뒤에 대구 최대 폭력 조직인 동성로파가 버티고 있었던 것.


“그래서......”


잠시 안승백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습니까?”


“우야긴 우야겠습니꺼? 일단 물건값 죄다 물어주기로 했고 잘못했다 고개를 숙였지예. 소리를 높여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았고예. 그런데.....!”


안승백이 말을 멈추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거기 영업 실장이란 자슥이 다시 연락이 왔는기라예. 물건 때문에 며칠 동안 손해 본 것까지 다 변상하라구!”


조폭들이 무서운 이유!


거머리보다 질기고 야차보다 잔인하다. 한번 물면 상대의 숨통을 끊을 때까지 잔인하게 물어뜯는다. 경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신고하는 순간 바로 보복이 들어온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범죄 도시의 마동석처럼 주먹 하나로 조폭 열 명쯤은 한 방으로 물리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같은 얘기!


내색은 안 했지만 안승백 역시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보상이라면, 얼마를 말하는 겁니까?”


후우, 안승백이 의자 뒤로 몸을 젖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장 주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 하네요. 문디같은 자슥들, 한 장이 무슨 동네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손해를 봤으면 얼마나 손해를 봤다고 한 장을 달라고 하는지.”


한 장......!일 억!


안승백이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제주로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무슨 헛소리냐고 당장 달려가서 따졌지요. 그런데 자슥이 실실 웃기만 하는기라예. 알았다고 딱 한 마디만 하고. 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된거라예. 인터넷에 신문에 온통 우리 쪽만 죽일 놈들이 되고 그런데 열불이 나는기 의심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기라예. 다시 가서 따지자니 일이 더 커질 것만 같고예.”


“혹시 그 영업 실장이란 사내, 이름 알 수 있습니까?”


“이름요? 차 이장님이 갑자기 그 자슥 이름은 와요?”


“후훗 도대체 어떤 친구가 안 사장님 속을 이렇게 긁나 싶어서요.”


“하이고 마, 이름 따위 알 생각도 하지 마이소. 그냥 답답해서 차 이장께 하소연하러 내려 온거지 이 일에 차 이장님 끌어들일 생각 눈꼽만큼도 없으니.”


역시 사내였다. 벼랑 끝 위기에서도 안승백이 나를 챙기고 있었다. 혹시 자신 때문에 내가 행여라도 피해를 당할까 봐.


“걱정 마이소. 내 다시 올라가면 그 자슥과 담판을 짓갰다 아입니꺼. 그 자슥이 사람을 물로 봤다 이긴데 단단히 쓴 맛을 보여줘야지예.”


“안 사장님!”


“후훗 걱정마이소. 이래뵈도 내 시장통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다 안 캅니까. 아닌 것은 아니다 따지는데 설마 지들이 나를 우예 할낀데예.”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아니다 싶으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시구요.”


“경찰은 무슨 경찰인교? 그런 자슥들한테는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기라. 걱정마이소, 지가 마 다 알아서 할테니끼.”


안승백이 부득 이빨을 갈았다.


말린다고 말려질 사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앞서는 불안감.


안승백 말이 맞았다. 우연이 아니었다, 요 며칠 연화 삼촌이 욕이란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는게.


고리를 찾아야 했다. 의심이 아닌 확실한 물증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비정기로 연재합니다. 24.04.22 21 0 -
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33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3 1 20쪽
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1 1 13쪽
» 함정 3 24.04.11 64 1 11쪽
25 함정 2 24.04.07 63 1 14쪽
24 함정 1 24.04.04 81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1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4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5 1 14쪽
18 묘책 +2 24.03.26 130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8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7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6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0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5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6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3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1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2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6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3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