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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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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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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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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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일이란 게 하다보면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만.....”


늦은 저녁, 어머니가 내 앞으로 국그릇을 내밀었다. 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된장국. 흠칫 어머니를 봤다.


“밥은 먹고 다녀야지. 허구헌 날 끼니를 놓치면 어떡해?”


미소를 머금은 채 어머니가 나를 본다. 이미 소문으로 들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 하지만 걱정보다 미소가 앞선다. 나를 위한 배려.


“죄, 죄송해요. 요즘 이런 저런 일이 많다보니.”


“후훗 죄송은 내가 아니라 니 딸한테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우리 솔비가 심기가 영 아니야.”


솔비를 봤다.


숟가락을 든 채 국그룻만 천천히 젖고 있었다. 입술이 한 뼘은 나와 있었다.


“소, 솔비야....”


하지만 여전히 국그릇만 휘휘.


“솔비야, 아빠가 부르잖니. 얼른 예- 하고 대답해야지.”


“아빠.....!”


솔비가 뚝 동작을 멈추더니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사실 아니지, 아빠가 사람들한테 사기쳤다는 거?”


“소, 솔비야.....”


“씨이, 나는 눈이 없고 귀가 없는 줄 알아? 인터넷에 온통 아빠 얘기뿐이잖아. 먹는 것 갖고 사람들에게 장난질 한다고.”


“솔비야, 너 아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어서 아빠한테....!!”


“싫어, 다 싫다구! 아빠도 싫고 할머니도 싫어! 맨날 나한테는 괜찮다고 하더니 이게 뭐야, 씨이!”


솔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후다닥 밖으로 뛰어 나갔다.


“얘, 솔비야!”


어머니가 솔비를 쫒았지만 이내 휘청했다.


“어, 어머니!”


재빨리 어머니를 부축했다. 솜털처럼 가벼운 몸! 마음이 아팠다. 내가 돌덩이를 던진 것이다.


“아이구 늙으면 그저 죽어야 한다니까. 이렇게 내 몸 하나 건사하질 못하니.”


후우, 숨을 내쉬며 어머니가 의자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후훗 죄송은. 그깟 뜬소문 이 어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야. 네가 그런 짓을 할 리도 없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며 졸지에 사기꾼 신세가 됐다. 어머니와 솔비 역시 그 소문을 모르고 있지 않을테고.


“하지만 솔비가 제법 속상해 하는 눈치야. 당연히 제 아빠를 믿겠지만 얘기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아니겠니? 네가 신경좀 써. 네 코가 석자겠다만.”


“네.....”


“대풍아.”


가만히 어머니가 나를 보는가 싶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 아니겠니. 이 또한 다 지나갈테고. 믿는다 이 어미는. 우리 아들을.”


가슴이 뭉클했다. 이 세상에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토끼같은 딸, 그 둘이 든든히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쪽을 봤다.


그런데,


그 토끼가 놀란 가슴을 제 혼자 콩닥거리고 있었다. 명색이 아빠, 당연히 풀어줘야 했다.

* * *


우스개 소리로,


북한 김정은이 감히 남한을 넘보지 못하는 것은 중2들 때문이라고 했다. 변덕이 죽 끓는 시기,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요즘 초등도 만만치 않다.


문을 열고 솔비방으로 들어섰다.


뚱한 표정으로 솔비가 슥슥,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분명 내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을 터. 하지만 눈길조차 없다. 아, 역시 강적 중의 강적.


이내 찬바람이 불었다. 천하의 다마네기, 나 강대한도 도통 손을 못 쓰는 일, 바로 열 세 살 토끼같은 딸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


“뭐, 좀 도와줘?”


슥삭슥삭!


“보자, 우리 솔비 어떤 문제를 푸는지.”


솔비 옆으로 다가섰다. 문제를 봤다. 음, 머리가 어찔했다. 공약수에 공배수, 통분 약분에 암호같은 문제가 주르르다. 요즘 초등 수학, 내가 봐도 참 어렵다. 한 가지는 알았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다. 무안하다, 내가 말해 놓고도.


“정말 사실 아니지?‘


미로같은 문제를 막힘없이 솔비가 푼다. 역시 내 딸!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툭, 솔비가 말을 던졌다.


가만히 솔비를 봤다.


솔비가 나를 봤다. 그렁해진 눈가.


”아빠가 돈에 눈이 멀어 사기를 쳤다는 거.....다 거짓말이지, 그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응 정말! 하늘걸고 땅 걸고.“

”엄마까지 걸고?“


”응, 엄마까지 걸고.“


”씨이, 그럼 그렇지 울 아빠가 누군데 그딴 사기를 쳐! 내일 학원가서 애들 다 죽었어. 감히 울 아빠를 갖고 구라를 쳐?“


솔비가 제법 이를 부득 갈았다.


”왜, 무슨 일 있었어?“


”학원에서 애들이 그랬단말야. 니네 아빠 완전 구라라고. 돈에 눈이 멀어 먹는 음식에 사기쳤다고.“


흠칫했다. 애들이라서 순진한 것만이 아니다. 하이에나 마냥 상처받은 애가 있으면 즐기며 물어뜯는 녀석들이 있다. 상처가 더 깊어지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것.


”후훗 그래서 그 말을 믿었어, 우리 딸은?“


”당근 아니지. 내가 바보야 그딴 말을 믿게?“


”그런데 아까는 왜 그랬어, 할머니 마음 아프게.“


”그, 그거야.......“


솔비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솔비 탓하자는 게 아니야. 다 아빠 잘못이고. 하지만 우리 딸한테 부끄러운 아빠 아냐. 그런 나쁜 짓 할 아빠도 아니고.


주룩, 솔비의 눈물 한 방울.


“그, 그냥 화가 났어. 그럴리 없다는 거 알면서도 어리다고 나한테 입 한 번 뻥긋 안 해주는 아빠도 싫었고. 미안해, 정말. 다음부터 안 그럴게.”


솔비가 꾹 눈물을 참으며 나를 봤다. 눈매가 곱게 맑았다. 나보다는 엄마인 지수를 닮은 눈빛.


“이리와 우리 딸! 오랜만에 한 번 안아보자,”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미, 미쳤어, 숙녀한테! 징그러워, 빨랑 나가. 나 숙제해야 한단 말야.”


어라,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었나. 이럴때는 아빠-하며 내 품에 딸이 안겨야 정상인데.


“얼릉 나가, 어서!”


솔비가 내 등을 떠밀었다. 주춤주춤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솔비가 천천히 나를 불렀다.


“아빠......”


가만히 서서 솔비를 쳐다봤다.


“사랑해, 내 아빠라서 너무 고맙고.”


“소, 솔비야....!”


“이제 대화 끝! 솔비, 이제부터 숙제 할 거임.”


솔비가 아무 일 없다느는 듯 슥슥 문제를 다시 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뭉클. 역시 내 생애 최고의 강적! 마음을 풀어주려 왔는데 오히려 내가 마음이 풀렸다. 토끼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향기로운 자장가.


* * *


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 컴퓨터를 켰다. 연화 삼촌 사이트에 접속했다. 댓글이 예술이었다.


- 삼촌이 사기치는 세상, 부디 잘 먹고 잘 사세요, 그 더러운 돈 갖고.


-청정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청정이 아니라 똥물임. 앞으로 쳐다보지도 않을거임.


- 상호에 제주란 이름을 빼든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고 제주 망신은 연화 삼촌이 다 시킴! 에라이, 이 잡것들.


생각보다 댓글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연화 삼촌의 대표적인 상품들. 감귤, 레드향, 한라봉과 브로콜리와 양배추......하나같이 윤기나는 초록빛이다. 결코 조작을 한 게 아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린 것. 실제는 그 몇 배였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싱싱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졸지에 사기꾼 신세!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후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문 밖을 나서 마당으로 나갔다. 살짝 밤바람에 추위가 느껴졌지만 견딜만 했다. 찰랑, 바람이 불었다. 눈 앞의 팽나무 가지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나에게 말을 거는 듯 했다. 연지다. 연지가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넨다.


- 잘 할 거예요, 당신이라면! 이렇게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잖아요.


연지가 웃는다. 하얀 얼굴에 보조개가 깊게 패인다. 나를 향해 천천히 내미는 손. 가늘고 길다. 저 손을 내가 잡았던 적이 있던가.


손을 내밀었다. 연지가 다시 웃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눈빛에 광기가 돈다. 연지가 아니다. 흠칫 연지를 본다.


- 개뿔, 잘 하긴 뭘 잘해, 두고봐, 강대한! 내 손으로 널 죽일거야, 반드시!


흠칫, 앞을 봤다. 연지의 하얀 얼굴이 금세 일그러진다. 흐물흐물 얼굴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른 얼굴이 쓰윽 모습을 드러낸다.


허걱,


김광인이다. 백상어파의 행동대장이자 내 손으로 아작을 낸 녀석! 연장질을 하기에 연장으로서 단죄했다. 살려달라는 녀석의 비명을 뒤로 하고 가악, 녀석의 발목을 칼로 그었다.


터져 나오는 피,


흥건히 바닥으로 고이는 핏물.


으아아악,


녀석이 광기어린 눈빛으로 비명을 지른다. 인과응보다. 그런데 녀석이 꿈틀꿈틀 몸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피갑칠을 한 몸으로 다시 나에게 칼을 치켜세웠다. 완전히 숨통을 끊어야 할 시점. 녀석을 잠재우리라 마음 먹었다. 주먹을 들었다.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흠칫, 아래를 봤다. 핏물이 스르르 내 무릎을 따라 스며들고 있었다. 재빨리 몸을 뒤로 뺐다. 핏물이 먼저다. 미처 발을 뒤로 뺄 사이도 없이 핏물이 내 몸을 파고든다. 아니다. 김광인의 칼이다. 핏물이 잔뜩 묻은 칼. 녀석이 웃는다. 광기어린 눈빛으로 웃는다. 주먹을 치켜 들었다. 놈을 죽여여만 한다. 비록 여기서 내가 죽더라도.


하지만 마음뿐 도통 주먹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녀석이 씨익, 웃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슈강- 칼을 치켜들더니 성큼 내 앞으로 다가선다. 뒷걸음은 내 체질이 아니다. 녀석을 향해 주먹을 들었다.


슈각,


그 순간 녀석이 칼을 휘둘렀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퍼억, 녀석의 칼날이 내 심장을 파고든다. 찌릿, 극심한 통증! 건달생활 내내 칼빵을 몇 번이나 당했던가. 하지만 이런 식의 최후라니!


허걱!


재빨리 눈을 떴다.


꿈.....!


당연히 개꿈!


김광인쯤 열트럭으로 갖다줘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불길한 꿈이라니!


창 밖을 봤다.


제주라서 유난히 맑고 고운 깊은 밤하늘.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 하늘은 온통 별밭이다.


찰랑, 다시 이어지는 바람.


마당을 반쯤 차지한 팽나무 가지가 살랑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이내 떠오르는 얼굴. 연지다, 나의 아내이지만 내 기억에는 전혀 없는 여인!


여인이 한발짝 다가와 선다.


맑고 고운 얼굴! 하얀 손을 내민다. 흠칫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얼굴 그대로였다. 깊게 보조개가 패인 얼굴로 연지가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잘 하고 있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역시 세상에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나이드신 어머니, 토끼같은 딸......그리고 여우같은 마누라가 함께였다. 이 세상 오지 나만을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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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34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5 1 20쪽
» 위로 24.04.16 59 1 11쪽
27 함정 4 24.04.14 63 1 13쪽
26 함정 3 24.04.11 64 1 11쪽
25 함정 2 24.04.07 66 1 14쪽
24 함정 1 24.04.04 84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1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1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1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5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7 1 14쪽
18 묘책 +2 24.03.26 130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9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8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3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9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7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62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7 2 13쪽
9 아내 24.03.13 196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5 2 14쪽
7 포제당 24.03.11 198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4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4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3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8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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