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보고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제우션
그림/삽화
ZEUTION
작품등록일 :
2024.03.07 16:45
최근연재일 :
2024.11.24 17:2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81
추천수 :
0
글자수 :
85,691

작성
24.11.06 10:19
조회
8
추천
0
글자
10쪽

보고서 4. 드러나는 상처 1

DUMMY

정신병···

정신병 환자라고?

얘기만 들어봤지 감도 안 잡힌다.

드라마에서 보면 병원에 갇혀

막 묶여 있고 그러던데···


“내 정신병 때문에 남편이 죽은 거야.

내가 남편을 죽인 거야···

내가··· 나 때문에···”


“음··· 정신아···

음.. 글쎄···

내가 지금 무슨 얘길 해야 할지···

어떤 말이 맞을지 잘 모르겠는데···


니가 어떤 상황이었을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감히 난 짐작도 못해···


하지만···

이 말은 해주고 싶어...

남편분은···

음··· 니가 죽인 게 아니라는 거···”


“니가 뭘 안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너 때문 아니니까···

두 사람의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아무리 부부라 하더라도

각자 생각이 다르잖아.

그 다름으로 인해 생긴 결과를

정신이 너의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고인껜 죄송하지만···

그 분은 스스로 선택하신 거야.

본인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그러니 정신이 니 탓이 아니라고···”


“아니야···

내가 하는 말, 행동에 많이 힘들어했어.

내 광기가 무섭다고 했어···

나 때문에 선택한 거야···”


정신이의 예쁜 눈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정신이가 슬퍼한다···

정신이가 힘들어한다.

위로해 주고 싶다. 어떻게라도···


“혹시··· 미안하지 않았을까?”


“뭐라고?”


“너 때문에 괴로워서가 아니라

너에게 미안해서 그러시지 않았을까?

미안해서··· 그래서 선택하신 거 아닐까···?”


“미안해서···?

미안··· 해서···”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셨다길래···”


“그걸 기억해?

지난달에 한 말을?”


“그럼··· 고작 한달 전 일인 걸”


한 달이 아니라 몇 달 전이라도

정신이 네 말은 다 기억했을걸···

내내 네 생각 많이 했으니까···


“오히려 본인 때문에

너가 아파간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너에게 미안해서···

아마··· 그러지 않으셨을까···”


정신이의 눈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이게 아닌가?...

오히려 기분이 더 상했을까?

하··· 어떻게 하지?


한동안 말이 없던 정신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너 어떻게···

이런 말을 하니?”


“내가 너무 주제 넘었나 보다···

난··· 그냥···”


“한 번도 생각 못 했어”


“으.. 응?”


“나한테··· 미안해서···

그랬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못했어.

그냥 내가 죽도록 미워서···

복수하는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

고마워. 최대···”


“응? 최대?”


“최병재 대표. 줄인거야. 힛”


그녀가 웃는다.

울다가 다시 웃는다.

내 말이··· 위로가 됐을까?


“막 이름 부르긴 좀 그렇고.

그렇다고 대표는 넘 딱딱하고..

최대해. 너.

최대로 고마워”


“어..어. 기분이 좀 나아졌다면

다행이야”


“처음이야. 내게 이렇게 말해준 사람.

울 아빠 이후에 처음이야”


“아.. 그래?”


“아빠 살아계셨을 때.

항상 내게 하시던 말이 생각나네.

신아. 네가 틀린 게 아니라

각자의 세상이 다른 거야··· 라고···

늘 그러셨는데···


너 꼭 우리 아빠 같다. 힛”


“아버지. 멋지시네”


“이미 죽은 사람 생각을 알 순 없지만.

너가 말한대로 생각하면

내가 좀 덜 아프겠다”


“그래. 너가 중요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 아프지 말고”


“고마워. 최대.

하···

밤새우고, 밥 먹고, 울었더니..

나··· 졸려. 흑.

완전 방전됐나 봐···”


“내가 집까지 태워다 줄게”


“아냐, 방향이 완전 다른데···”


“괜찮아. 어차피 나도 서울 가야 하는데, 뭐”


“그럼··· 나 강남까지만 태워다 주라. 히”


“어. 그래. 근데, 집이 그쪽은 아니잖아?”


“어.. 잠깐 들를 곳이 있어서”


“어이구. 피곤할 텐데···

집에 가서 좀 쉬지. 알겠어.

강남까지 데려다줄게. 나가자”


점심값을 계산하려는 나를 잡아끌며

정신이는 계산을 했고

수원 갈빗집에서 나와, 정신이를 차에 태우고

우린 서울로 향했다.


정신이는 고단했는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곯아떨어졌다.


조수석에 앉아 쌔근쌔근 코를 고는

정신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내 차에 누워

나에게 기대어

몸을 맡긴 채 곤히 자는

정신이···


자는 모습마저 천사 같은 정신이에게

왜 그런 안 좋은 일이 생겼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정신이를 바라보니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 내가 지켜주고 싶다.

보호해주고 싶다.

아프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이 기분··· 동정심일까?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홀로 수많은 생각을 하며

강남 부근에 진입했을 때

정신이가 눈을 떴다.


“엇?! 최대!!!

나 잤어? 코 골았어?”


화들짝 놀란 정신이가 날 보며 다급히 묻는다.


“아냐. 쌔근쌔근 잘 자던데.

엄청 피곤했나 봐. 자료 만드느라 밤새 잠도 못 자서”


“아씨. 이거 민폐인데.

조수석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잠이나 자다니. 미안해”


“미안하긴. 잠깐이라도 이렇게 눈을 붙이는 게 낫지”


“어? 벌써 강남이네.

나 한참 잤나 보다. 아주 개운하네. 헤헷”


“좀 더 잤으면 좋았을 텐데.

낮 시간이라 차가 덜 막혀서

생각보다 빨리 왔네”


그렇다···

비록 차 안이지만

이렇게라도 정신이를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솔직히 그랬다.


“최대! 최대!

나 저기 앞에 신호에서 세워줘.

요 근방이야”


“어. 그럴게. 괜찮겠어?

아직 비몽사몽일 텐데”


“아냐. 아주 개운해. 고마워.

데려다줘서. 진심으로.

오늘 좋은 얘기해줘서 더 고맙고”


“고맙긴.

내가 더 고마워.

오늘 회의 멋지게 해줘서

덕분에 내가 위신이 좀 선거 같아.

덕분이야. 정신아”


“헤헷. 땡큐.

오. 나 여기서 내릴게”


난 신호등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는 정신이를 보니 걱정된다.


“피곤할 텐데 조심해”


“엉. 친구 좀 만나고 들어갈 거야.

걱정 마. 최대~ 안전운전!”


그렇게 정신이를 보내고

난 차를 몰아 강북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회의 때 있었던 내용을 정리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왠지 집으로 가기 싫었다.

계속해서 정신이의 여운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난다···

남자 친구인가?

그래··· 정신이는 이쁘니까···

남자친구가 있을 수 있지···

하긴··· 저렇게 이쁜데

애인이 없는 것도 이상하겠지···


정신이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 해졌다.


정신이가 남자친구가 있던 말던

그게 뭐라고··· 내 기분이 왜 이럴까?

난 그저 정신이와 같이 일하는 동료일 뿐인데···


나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정신이가 만들어준 사무실.

화이트 톤으로 꾸며진 모던하고 심플한

감각적인 사무실.


또 정신이 생각이냐?

정신 좀 차려라.

최병재!


고작 몇 번 봤을 뿐인데

시도때도 없이 정신이 생각만 하는

내가 웃겼다.


책상에 앉아 오늘 회의자료를 다시 보며

앞으로 해야 할 세부 스케줄표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음··· 이거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오늘 미팅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을

나의 아내 화진이가 떠올랐다.


화진이에게 전화를 해줘야겠다.


『 여보세요 』


『 화진양. 나예요. 』


『 어? 여보. 미팅 끝났어? 』


『 응. 아주 아주 잘 됐어. 대 성공이야 』


『 우와. 거봐. 내가 잘 될 거라고 했잖아.

축하해 여보. 』


『 고마워. 다 당신이 믿고 응원해준 덕분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몇 번 얘기했던 수원 프로젝트. 』


『 그럼. 회사 다닐 때도 그 현장 때문에 고생했잖아. 』


『 맞아. 그 골치 덩이리가 이젠 복덩이가 됐어. 』


『 다행이다. 이게 분명 좋은 신호탄이 될 거야.

당신의 새로운 시작에 훌륭한 파트너가 될 거 같아. 』


『 응. 맞아. 은아는?

학교 갔다 왔어? 』


『 응. 그림 그리고 놀고 있어.

제법 잘 그려. 』


『 그래. 은아랑 저녁 잘 챙겨 먹고 있어.

나 회의자료 정리 좀 하려고. 』


『 왜··· 오늘은 일찍 오지. 』


『 막상 프로젝트 시작된다고 하니.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빨리 정리해 보려고. 』


『 그래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


『 알겠어. 걱정 말고. 』


그렇게 화진이와 통화를 마치고

난 업무에 집중했다.

에이앤 재직 시절 마케팅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페이퍼워크엔 자신 있었다.


그간 경험을 토대로 향후 진행될 스케줄표를 짜 보았다.


와··· 스케줄 대로만 쭉 진행된다면

3~4개월 뒤엔 큰 돈도 만질 수 있겠는 걸?


그동안 마음 한편에 항상 자리했던

걱정과 불안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래. 날 믿고 도와주는 분들과

하나하나씩 하다 보면···

모두가 지옥이라는 이 IMF ···


분명 나에게는 기회일 것이다!


페이퍼 정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너무 늦었네. 화진이가 기다리겠다.


내 사무실. 내 회사로 들어가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일했나 보다.


책상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불을 끄려는 순간

사무실 전화가 다급하게 울린다.


엥? 이 시간에 웬 전화?

밤 10신데???


『 네. 비제이 기획입니다. 』


『 여보세요? 최대님? 』


『 네? 여보세요? 』


『 거기 최대님 사무실인가요?

자꾸 이 아가씨가 최대 최대 하는데···

이름이 최대세요?

이름이 뭐 이래··· 』


최대?

최대? 응? 최대???

이건. 낮에 정신이가 한 말인데···

뭐야 이거?


『 네. 전 최병재 고요.

별명입니다. 최대···

근데 누구십니까? 』


『 아. 별명이시구나.

전 강남경찰서 조일권 순경인데요. 』


『 네? 경찰이요? 』


『 네. 최대님.

아.. 아니. 최병재 씨라고 하셨죠?

이쪽으로 좀 와주셔야겠어요. 』


뭐? 경찰???

왜? 이 시간에 경찰이 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신병자 보고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보고서 18. 신이주신 세계 2 24.11.24 15 0 10쪽
17 보고서 17. 신이주신 세계 1 24.11.19 10 0 10쪽
16 보고서 16. 양아치의 제보 24.11.18 11 0 13쪽
15 보고서 15. 선을넘는 자들 24.11.17 9 0 9쪽
14 보고서 14. 마주보는 진심 24.11.16 10 0 10쪽
13 보고서 13. 다가오는 운명 24.11.15 9 0 11쪽
12 보고서 12. 바람후의 햇살 24.11.14 10 0 10쪽
11 보고서 11. 몰아치는 바람 24.11.13 9 0 9쪽
10 보고서 10. 사생결단 승부 24.11.12 12 0 11쪽
9 보고서 9. 무너지는 정신 24.11.11 11 0 12쪽
8 보고서 8. 권모술수 달인 24.11.10 11 0 10쪽
7 보고서 7. 일희일비 사고 24.11.09 9 0 12쪽
6 보고서 6. 드러나는 상처 3 24.11.08 8 0 11쪽
5 보고서 5. 드러나는 상처 2 24.11.07 7 0 10쪽
» 보고서 4. 드러나는 상처 1 24.11.06 9 0 10쪽
3 보고서 3. 정신이의 고백 24.11.04 7 0 13쪽
2 보고서 2. 신과함께 서곡 24.11.04 7 0 9쪽
1 보고서 1. 꿈에서본 그녀 24.11.03 1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