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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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ZEUTION
작품등록일 :
2024.03.07 16:45
최근연재일 :
2024.11.24 17:2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83
추천수 :
0
글자수 :
85,691

작성
24.11.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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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보고서 5. 드러나는 상처 2

DUMMY

강남경찰서?

날 최대라고 했다고?

그럼···

정신이란 소린데···

정신이가 이 시간에 경찰서엔 왜?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30분 정도면 될 듯합니다”


사무실에서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정신이가 경찰서에 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평소에 운전을 안정적으로 해서

때론 다른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오늘은 힘껏 악셀을 밟았다.

최대한 빨리 정신이한테 가고 싶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걱정됐다.


경찰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서둘러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살면서 경찰서에 온 적이 없었는데···

내가 경찰서를 다 와보네···

생각보다 경찰서가 넓구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저··· 연락을 받고 왔는데요···

김정신이라는 여자분이 혹시 이쪽에 있나요?”


입구 쪽에 서있던 경찰관이 잠시 생각하다가


“김정신이요?

아··· 아까 난동을 부리던 여자분이신가?

앞으로 쭉 따라가서 오른쪽으로 꺾어보세요.

그쪽에 대기 공간이 있는데

맞는지 가서 확인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난동을 부려?

정신이가 왜?


경찰관이 알려준 곳으로 빠르게 걸었다.


기다란 대기 의자에 푹 늘어져있는

정신이가 보였다.


맞다. 정신이가 맞다.


“연락 받고 왔습니다. 최병재라고 합니다”


정신이 앞에 서있던 경찰이 날 한번 살피더니


“아, 최대님?”


“네. 최병재 맞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찰관이 날 반갑게 맞았다.


“아이고. 빨리 와주셨네요.

이 아가씨하고 어떤 관계세요?”


어떤 관계?

음··· 어떤 관계일까?

정신이와 내가···


“음··· 친구예요”


친구가 적당해 보였다.

정신이랑 친구하기로 했으니까···


“어휴··· 말도 마세요. 이 아가씨···

계속 했던 말 또 하고

돌아서면 또 욕하고···

원래 술 취하면 이래요?”


욕?

경찰한테 욕을?...


“아니에요. 원래 그런 친구가 아닌데

요새 좀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얼굴은 이쁘게 생긴 아가씨가

뭔 욕을 그리 잘하는지···”


“대체··· 정신이가 여기 왜 있는 건가요?”


“신고가 들어왔어요.

어떤 술 취한 여자가 상가 건물 앞에 쓰러져 있다고.

그래서 출동해 가봤더니.

그때부터 욕을 욕을···

나원 참···”


“그래서 잡아오신 거예요?”


“잡긴 뭘 잡아요. 털 끝 하나 건들지 못하게 하는데···

취객 보호예요. 신고가 접수됐으니까.

경찰은 어찌됐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거고요”


경찰과 대화하던 도중 갑자기 정신이가 소리를 질렀다.


“하여간 남자 새끼들은 다 똑같아.

하나 같이 재수가 없다고.

그저 이용만 해먹을라 하고···

다 잡아 쳐죽여야 돼.

알겠어?!!!”


광기에 가까운 절규였다.


“들었죠? 한 시간째 저러고 있다니까”


경찰관이 도리어 나에게 하소연을 하듯 말했다.


“집이 어디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해.

가족 전화번호 말하라고 했더니

욕만 하고···

근데··· 계속 최대 최대.

최대만 찾더라고요.

그러면서 최대 전화번호는 알려주대.

저렇게 취했는데···

최대한테 전화하라고···

그래서 전화 드린거예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친구분이 죄송할 게 뭐 있어요.

저 여자분. 제발 좀 데려가세요.

우리한테는 욕만 하니까”


“네네··· 죄송합니다..

제가 얘기해볼게요”


경찰에게 진땀 뺀 사과를 마치고

정신이에게 다가갔다.


“정신아···

괜찮아?”


정신이가 의자에 기대 반쯤 풀린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 새끼 잡아왔냐고!

응?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이쁘니~ 최대~~~”


정신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나에게 안긴다.

정신이가 쓰러지지 않게 꽉 잡아주었다.


“어. 나야. 최대.

가자. 정신아.

집으로 데려다 줄게”


“아냐. 아직 그 새끼를 못 잡았어”


정신이가 다시 경찰들을 향해 소리친다.


“너네들 빨리 잡아 오라니까.

양아치 새끼 잡아야 한다고!”


난 다급히 정신이의 입을 막고

경찰들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빨리 데려 가갔습니다”


정신이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 곳을 나갈 수 있다.


난 비틀거리는 정신이를 붙잡고 말했다.


“그 새끼. 내가 잡아줄게.

가자”


“어머. 정말?

역시 우리 최대.

가자 가자. 양아치 새끼 잡으러 출동!”


두손으로 정신이의 어깨와 팔을

꼭 잡고 경찰서를 나섰다.

혹여라도 다칠라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정신이를 눕혔다.

차에 시동을 켜고 정신이를 바라보았다.


잠들었나?

어떻게 하지?

집이 마포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마포로 가는 동안 정신이가 깨길 바라며

차를 움직였다.


뒷좌석에 있는 정신이를

룸미러를 통해 계속 살폈다.

정신이가 흔들리지 않게

최대한 속력을 낮춰 운전했다.


“진심아파트로 가주세요. 아저씨”


정신이가 뒷좌석에 누워 중얼거린다.


응? 진심아파트?

마포에 진심아파트가 있나?

아저씨?

혹시 택시인 줄 아나?


“네. 알겠습니다”


엉겁결에 택시 기사인 척했다···

그래야 조용히 집에 갈 거 같았다.


가는 도중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

마포에 있는 진심아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여긴가 보네···

여기에 정신이가 사는구나···

다 왔는데 이제 어쩐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조심스레 뒷좌석 문을 열었다.

여전히 정신이는 뒷좌석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있었다.


“야. 김정신!”


뒤에서 웬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보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여자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얘 또 술 마셨네.

야! 일어나”


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던 정신이를

이 여자분은 마구 흔들어 깨운다.


아··· 언니랑 같이 산다고 했는데···

친언니인가?


정신이를 흔들어 깨우던 이 여성분이

갑자기 내 쪽으로 와 물었다.


“누구세요?”


난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저는

김정신 대표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최병재라고 합니다.

음··· 사업 파트너입니다”


“같이 일한다고요?”


“네네. 그···

수원에 있는 에이앤건설 프로젝트를

같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에이앤건설?

들어봤는데··· 뭐.. 어쨌거나.

아무리 그래도 술을 이렇게 많이 먹이면 어떡해요?”


“네?” 저··· 그게 아니고···”


“그래요. 정신이가 먹었겠죠.

그래도 같이 드셨으면 말리셨어야죠!

여자가 이렇게까지 취하도록 놔두신 거예요?”


이 늦은 시간에···

가로등 밑에서···

졸지에 난 혼나고 있었다···


아··· 내가 술을 먹였다고 생각하시는구나···

정신이가 경찰서에 있다가 왔다는 얘긴

하지 말아야겠다··· 언니한테 엄청 혼나겠다···

그래.. 그냥 내가 뒤집어쓰자.


“죄송합니다···

갑자기 취해버리는 바람에···

술이 취한줄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중한 나의 사과에 언니가 좀 누그러들었다.


“전 정신이 언니예요.

정신이 얘··· 이렇게 술 많이 마시면 안 돼요.

주사가 있어요···

앞으론 좀 조심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 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정신이 언니분은 다시 뒷좌석에 있는

정신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안 일어나?!

늦으면 늦는다 말을 해주던가.

1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렸잖아.

김정신! 일어나. 빨랑!”


언니분은 꿈틀거리는 정신이를 억지로 일으켜

능숙한 솜씨로 차에서 빼냈다.

한두 번 한 실력이 아닌 듯했다.


“어쨌든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언니분이 내게 인사한 후

정신이를 부축하며 집으로 향한다.

연신 정신이의 등짝을 때리신다.


아프겠다··· 정신이···

후···

이게 뭔 일이야··· 이 늦은 시간에···

몇시야?...


12시.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이었다.


헥··· 시간이 벌써 이렇게···

화진이가 엄청 걱정할 텐데···


서둘러 차에 타 빠르게 운전했다.


회사에서 회식할 때도

이렇게 늦게 간 적이 없었는데···


쏜살같이 달려 집에 도착했다.


안 자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아··· 뭐라고 해야 하나···


집안으로 들어가니

화진이는 은아랑 거실에 누워있다가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부스스 일어났다.


“여보”


“어, 미안. 늦었지.

미안해”


“사무실에도 전화해봤는데.

전화가 안 돼서 걱정했잖아”


“미안해. 오다가 접촉사고가 나서.

좀 해결하느라고 시간이 걸렸어”


“사고? 안 다쳤어?

괜찮아?”


아··· 괜한 거짓말을 했나···

화진이가 너무 놀라는데···


“어. 괜찮아.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야.

차에도 전혀 이상 없는데.

상대 운전자가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겨주더라고.

안 그래도 되는데···”


대충 얼버무렸다.

난 거짓말을 하는데 익숙지 못하다.


“자기도 놀랬겠다. 어서 들어가 쉬어요.

하루 종일 고단했을 텐데···”


“어. 그래. 어서 자.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해”


정말 미안하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면

더 걱정할 테니까···

차라리 이게 낫지 않은가···


선의의 거짓말···

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정신이 괜찮으려나···

친구를 만난다는 애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새끼를 잡아야 한다고?

누구야?

그 새끼가···


눈을 떠 보니 방안이 환해졌다.


몇시야?

헉! 9시네!

늦었다!!!


아···

나 회사원 아니잖아···

나도 이제 대표···


웃음이 절로 났다.

회사를 그만 둔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출근병이라니···


지난 하루가 너무 고단했던 것 같다.

오전부터 달린 회의에

업무 준비한다고 야근에···

또 정신이 사건까지···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잤나 보다.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아무리 내가 대표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지.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데···


화진이와 같이 아침을 챙겨먹고 집을 나섰다.

걱정이 많을 화진이에게 수원 프로젝트 일정을

얘기해주니 화진이도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자 오늘은

어제 작성한 스케줄표를

태성이 형한테 공유하고

예산 정리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들어서려는 순간


“어? 정신아”


사무실 앞에 정신이가 서 있었다.


“최대···”


“정신아. 괜찮아?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


빨개진 얼굴로 정신이가 날 바라보았다.


“최대···

나···

사고 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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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고서 2. 신과함께 서곡 24.11.04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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