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17. 신이주신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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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내 위로 올라온 정신이 덕에 나의 모든 것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나의 몸은 사정없이 떨렸다.
야하다고? 엄청?
“자기야. 나 그거 하고 싶어”
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 그거라니?”
“꿈에 나왔다며. 너랑 나랑”
“어? 뭐가?”
“아잉, 있잖아. 그거”
뭐냐고 물었지만 알 수 있었다,.
정신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무엇인지는···
내 꿈에 나왔던 그것···
미친듯한 섹스.
“정신아···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몸도 만들어야 하고···”
“급해 죽겠는데 준비는 무슨 준비야. 빨리 가자”
“지···지금? 어디를?”
“꿈을 실현하러”
“정신아.. 나는.. 난···”
“빨리 와. 오늘 하루는 제껴보자. 여보야”
자기에, 여보에··· 정신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주저하는 나의 몸을 정신이의 손이 강하게 끌어당겼다.
정신이에 이끌려 정신없이 차에 올라탔다.
항상 내 차에 정신이를 태워 이동을 하곤 했었는데
정신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니 낯설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듯
정신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힘차게 나아갔다.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상상으로만 즐기던 데이트였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며 데이트를 향해 달리는 현실이 여전히 꿈만 같았다.
“그만 좀 쳐다봐. 얼굴 닳겠어”
“믿기지가 않아”
“뭐가?”
운전을 하던 정신이는 슬쩍 나를 바라봐 주었다.
“너랑 나랑 같은 곳을 간다는 게. 계속 꿈만 같아”
“꿈 깨. 힛. 이제 꿈 아니야. 난 자기 꺼야. 자기 여자”
“정말 내 여자 맞아?”
“하.. 울 자기 속고만 살았나. 니 여자 맞아. 난”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긴장감 탓에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려온다.
화진이 이외엔 여자 경험이 전무한 나의 상태를
떨리는 목소리가 정신이에게 일러바치고 있었다.
“안 잡아먹어. 아니지··· 잡아먹어야 하는데”
정신이에 말에 난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며 정신이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잡아”
“운전 중이잖아. 위험해”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운전 하루이틀 하나?”
아마추어 맞지··· 난···
난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신이의 핀잔에 슬며시 손을 잡았다.
작은 정신이의 손이지만 너무나도 따스하고 아늑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일지 몰라도 손잡고 가보기로 했잖아. 자기야. 잊었어?”
“아니, 안 잊었지. 못 잊지···”
“그럼 그냥 가보는 거야. 우리 자기는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더라. 평소에는 너무 말이 없고. 하···
매일 술을 먹여야 하나··· 힛”
정신이는 슬쩍슬쩍 날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정신이의 미소와 잡고 있는 두 손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진정이 되고 있었다.
긴장하는 날 위한 정신이의 배려였던 것이다.
가보자.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난 운명의 길을 따라갈 것이다.
정신이를 바라보다 운전석 창문으로 남산순환로가 보였다.
“남산이네. 이쁘다”
“기대해. 더 이쁠 거야”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예쁜 남산과 정신이를 번갈아 가며 구경했다.
마치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기만 해도 설레고 심장이 뛰는 연애···
이것은 분명 화진이와의 연애할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보고 있기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리는 연애.
이 연애의 주인공은 정신이와 나.
경리단길을 달려 오르막을 오르니 어마어마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에이앤 건설 재직할 당시에도 본 적 없었던, 눈에 담기 힘든 엄청난 규모였다.
“아빠하고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야. 아빠 살아 계실 때 여기서 종종 데이트하곤 했어”
정신이는 넋을 잃고 구경하는 나를 가이드 해줬다.
“특별한 곳이구나. 너에게. 이곳은”
“예전엔 아빠와 쌓은 추억이지만. 이제는 자기하고만 쌓을 거야. 우리만의 새로운 추억. 자기 호텔 와봤어?”
“아니··· 난 모텔도 안 가봤는데···”
“풉. 우리 병재 자기. 대체 얼마나 순진한 거야? 아니면··· 혹시··· 문제라도 있는 거 아냐? 큿”
“내가 호텔을 올 일이···”
“꼭 호텔을 잠자려고만 오나? 비즈니스 할 때도 많이 이용하는데 뭐. 앞으로 최사장님 저한테 많이 배우셔야겠어용. 히힛”
호텔은 그저 비싼 숙소라는 나의 고정관념이 부끄러워졌다.
“나 하나도 몰라”
“걱정 말고 이 여보만 따라오세요. 자기야 내려”
여보라···
진짜 정신이의 여보가 되었으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멋스러운 유니폼을 갖춰 입은 남성분이 우리 차로 다가왔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발렛 부탁드릴게요”
“네. 고객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내게 다가온 정신이는 손을 잡고 나를 이끌었다.
“자기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구경해. 여기가 바로 5성급 호텔이야”
5성급 호텔이라니···
가끔 뉴스나 영화에서만 보던 곳···
올 일도 없었지만, 가볼 생각조차 안 해봤던 곳···
“이것도 미리 준비한 거야?”
“쉿”
정신이는 손가락으로 내 입을 막은 후 궁전으로 이끌었다.
환상 속 궁전의 문이 열린다.
웅장한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5성급 호텔이 주는 분위기가 날 압도했다.
유럽에 온듯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아늑한 조명, 반짝이는 바닥,
품격 있는 사람들과 향기로운 꽃들, 벽면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난 알지 못하지만 굉장히 유명한 그림인 것 같은 그림들이었다.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르다.
분명 여기는 신이 주신 새로운 세계...
정신이가 안내하는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상냥한 미소를 품은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체크인 하시겠습니까? 고객님”
“아니요. 객실 키 갖고 있어요”
“아, 편안한 시간 보내십시오. 고객님”
호텔 직원이 어느정도 거리를 벗어난 후 정신이에게 살며시 물었다.
“호텔은 뭐 체크인 그런 거··· 해야 하는 거 아냐?”
“해놨어. 어제. 이미”
“엉? 어제 해놨다고?”
“스위트룸 잡으려고 미리 2박으로 끊어뒀지”
“스위트.. 그거 되게 비싼 거 아니야?”
“아이참. 우리 자기 참 말 많네. 빨리 따라와”
앞장서는 정신이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모든 것이 번쩍거린다.
바닥의 대리석이며··· 벽이며··· 천정··· 그 모든 것이··· 번쩍인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금색이다··· 우아···
정신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데, 반짝거리는 정신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야, 그만 좀 두리번거리고 나를 좀 봐. 이 애인 안 챙길 거야?”
“챙겨야지··· 그런데 신기해서··· 정말 멋지구나. 호텔은···”
“우린 최상층으로 올라갈 거야. 20층”
“아··· 최상층···”
빠르게 올라가는 거 같은데도 5성급 호텔 엘리베이터는 매우 품위 있었다.
일반 엘리베이터는 경망스러운 진동소리가 들렸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정신아. 이런 곳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너 너무 무리한 것 같은데···”
띵.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도착하였다.
“내리셔요. 서방님”
“벌써 도착했다고?”
빠르다.
새롭다.
이곳은 정말 신세계다.
신세계의 문이 열리자 1층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가 보였다.
고급 융단이 깔린 복도를 걷는다.
“자기야”
“응”
“호텔 복도에 왜 융단을 깔아놓는지 알아?”
“몰라··· 무언가 되게 고급스러워 보여”
“프라이빗”
“프.. 프라이빗? 비밀? 뭐 그런 건가?”
“웅. 다른 객실의 사람들에게 발자국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야”
“아···”
정신이와 걷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하고 새로울 따름이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정신이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린 2001호. 도심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정했어”
“어.. 어”
난 뭐가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기에···
그저 알 수 없는 대꾸만 해댔다.
정신이가 호텔 손잡이에 어떤 카드를 대자 호텔 문이 열렸다.
“으잉? 그 카드가 열쇠야?”
“으그··· 우리 애기. 호텔은 이게 열쇠야”
정신이가 내 엉덩이를 두들겨 준다.
아···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는···
객실 문이 열리자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보였다.
대체··· 이곳은···.
우와···.
“환영합니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오셨습니다”
정신이의 안내는 마치 아나운서 같았다.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가 통유리로 된 객실 창에 보이는 서울 전체에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청 큰 텔레비전에···
고급스러운 테이블···
소파···
조금 걸어서 왼쪽으로 향해보니 드레스 룸을 지나
우와···
어마어마한 침대가 보였다.
새하얗고 엄청나게 큰···
“스위트 킹이야”
“스위트.. 킹? 그게 뭔 데···.?”
난 또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스위트 룸 중에서도 제일 좋은 거”
“아··· 그런데 정신아··· 여기 정말 너무 비싼 곳 아니야?”
“비싸지. 제일 비싸지”
“어떻게 그럼. 이렇게 비싼 걸 해서···”
난 걱정이 됐다.
최고급 호텔에 와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새롭고 황홀했지만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걱정이 피어 올랐다.
“참 말 많네”
정신이는 양손으로 내 목을 잡고 날 껴안았다.
물컹한 정신이의 가슴이 느껴진다.
“정신아··· 갑자기··· 이러면···”
불타오를 것 같은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며 정신이가 요염하게 말을 던졌다.
“우리 밥 먹으러 가기 전에 한번 하고 갈까?”
한번 하고 가자고?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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