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현우는 다음날 부동산을 한 곳을 방문했다.
명품으로 도배하다 시피 한 현우를 보더니 공인중개사가 현우를 반겼다.
현우를 스캔하던 공인중개사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제발 한건 하자. 거래 실적이 너무 없었어. 제발..’
“어서 오세요. 손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차라도 한잔?”
현우가 본론을 얘기했다.
“주상복합 건물을 찾고 있습니다.”
대박 공인중개사 소장 오한방은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몇 채를 구하시나요?”
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500세대 정도 되는 주복 건물을 통째로 사고 싶은데 매물이 있을까요?”
현우의 말을 들은 오한방 공인중개사가 깜짝 놀랐다.
“네에? 500세대씩이나요? 그것도 통으로요?
오한방은 심장이 쿵쾅 뛰었다.
‘오! 아버지 드디어 제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었어요. 오! 한방! 감사합니다.’
“제가 무슨 수를 써서든 3일안에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럼 3일 뒤에 다시 방문할게요.”
현우가 명함을 하나 남기고 부동산을 나갔다.
오한방 공인중개사가 부리나케 전화를 돌렸다.
“어. 두방아. 너 저번에 주상복합 통매입 할 매수인 알아봐 달랬지?‘
-형. 왜? 전주 있어?
“두방아. 그 주복 몇 세대짜리라고 했어?”
-500세대.
두방이는 자기 친 동생이었고 형의 영향을 받아 시행사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었다.
“크흑! 두방아. 우리 대박 났어. 너 그 건물 꽉 잡아 놔라. 3일 뒤에 계약 들어간다.”
-형. 진짜야? 에이~ 농담이지? 이 불경기에 누가 주복을 통매입해.
“이 자식아. 나 한방이야. 한방.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거야.”
형이 자신의 이름과 아버지를 거론하자 두방이도 심장이 쿵쾅! 뛰었다.
-혀엉! 난 형이 한방 할 줄 알았어. 가격은 내가 시행사 대표한테 잘 얘기할게.
수수료는 반땅 하는 거다?
“두방아. 못들은 걸로 해라. 전화 끊는다.”
-혀엉! 내가 잠시 미쳤나봐 30%어때?
“두방아. 형 한방 터질 때 두방째로 묻어가라. 20%!”
형이 냉정하게 말하자 두방이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20%? 알겠어. 형 약속한 거다. 나중에 딴말 하면 안 된다?
“형이 좀 냉정해도 동생한테 사기는 안친다. 너 나 몰라?”
수화기 너머로 동생이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한방이형 동생 두방이다. 으하핫!
현우는 부동산을 나온 후 집으로 돌아왔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파란만장했었던 지난 1년이 생각났다.
타 차원을 넘나들면서 죽을 고비도 참 많이 넘긴 현우였다.
‘간만에 라면이나 끓여 먹어 볼까?’
오랜만에 평안한 일상을 즐기면서 TV를 틀었다.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정부가 새해에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뉴스M의 정다운 기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정다운 기자!
-네. 뉴스M의 정다운 기자입니다. 올해부터 정부에서 상위소득자 5%를 제외한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발표했는데요.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국민 1인당 세금 공제 없이 매달 1,000만원씩 1년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이 제한이 없이 지급될 경우 3인 가족 기준 매달 3천만원씩 지급이 됩니다.
...
정부의 엄청난 발표에 인터넷이 몬스터 침공 때보다 더 난리가 났다.
-말도 안돼. 매달 천만원씩이면 도대체 얼마야? 예정이야?
ㄴ하하. 1년에 1억 2천만원을 준다고? 갓난아기 할 것 없이?
ㄴ뱃속의 태아도 준다는데요? 3인 가족 기준이면 3억 6천만원.
ㄴ예정이 아니라 확정이래요.
-하하. 요새 금리가 올라서 대출금 이자 때문에 죽을 맛이었는데.
-나 카드 돌려막기 하느라 미칠 지경이었는데. 맙소사 이제 살았어.
ㄴ나 사채 쓰다가 사채업자 횡포에 자살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자살이여 안녕이다. 으하하!
-살기 좋은 대한민국 만세!
...
글을 읽고 있던 현우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 뿌듯한데?’
현우가 예린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현우가 협회에 도착하자 예린이 현우를 반겼다.
“현우씨 한 동안 연락이 안 되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시죠?“
“하하. 오지에 좀 볼일이 있어서 다녀왔어요.”
“외계 행성에 다녀오신 건 아니시겠죠?”
예린의 말에 현우가 순간 뜨끔 했다.
“하하. 예린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저한테 먼저 연락을 다 하시고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요?”
“하하. 그게..”
현우가 해외 헌터들의 은밀한 이민과 헌터 등록이 가능 한지를 물었다.
“예린씨. 신원은 제가 보장할게요. 절대 국가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예린이 웃으면서 말했다.
“현우씨가 자신 있게 보증 얘기를 하시는 걸로 봐서는 믿음이 가네요?
그 정체 미상의 각성자들이 몇 명 정도 되죠?“
현우가 대답을 잠시 망설이자 예린이 재차 물었다.
“많은가 봐요? 설마 수십명?”
“좀 많아요. 999명 정도?”
현우의 진지한 표정에 예린이 웃었다.
“호호~ 현우씨. 진지한 표정 오랜만에 보네요. 일단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여기서요? 여기는 너무 좁은데요.”
예린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관리부장님. 한 시간 후에 협회 훈련장 전부 비워줄 수 있나요?”
전화를 끊은 예린이 현우에게 말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가능한 인원은 전부 오시라고 하세요.”
“네. 그렇게 하시죠.”
한 시간 후 협회 훈련장 안이 외국인들로 가득 찼다.
예린이 발디딜 틈 없는 훈련장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현우씨는 확실히 외계인이 맞네요. 이 많은 각성자들을 어디서 데리고
오신 거죠?“
현우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씀드리기가 상당히 곤란하네요. 나중에 다 모이면 그때 말씀 드릴게요.”
현우의 말에 예린이 쓴 웃음을 지었다.
‘하긴.. 알려 달라고 해도 알려줄 남자도 아니고.’
잠시 후 예린의 연락을 받은 협회장 김태원이 훈련장을 방문했다.
현우가 협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협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현우현터. 그동안 잘 지냈는가? 오늘은 무슨 대형 사고가 터지는지
직접 보러 왔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각성자에 레벨이 1이라고?“
훈련장에 협회 관계자는 협회장과 예린뿐이었다.
사전에 현우는 예린에게 훈련장 내에 있는 CCTV를 모두 꺼 달라고 했다.
현우가 협회장을 보고 말했다.
“협회장님. 그리고 예린씨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놀라지 마세요.”
“하하. 또 놀랄 일이 있는가?”
“호호. 현우씨 한번 놀라게 해보세요. 이제 놀랄 일도 별로 없는데요?”
현우에게 노바의 음성이 들렸다.
-주인님. 지시한대로 시작할까요?
‘그래. 최대한 살살 해봐.’
천여 명에 가까운 외국인 각성자들이 500대 499의 진영으로 갈라섰다.
언제 어디서 꺼냈는지 모두의 손에 무기가 들려있었다.
함성 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지더니 양 진영 간에 전투가 진행되었다.
치열한 근접전과 소환마법 치유마법이 시작되었다.
팔이 잘리자 ‘서걱~!’ 촤악~ 피가 뿜어져 나왔다.
영화에서 볼법한 리얼하고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다.
협회장과 예린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암살자들이 은신 후 나타나기도 하고 소환된 몬스터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부상 당한 각성자들은 진영 양 뒤쪽에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잘려져 나간 팔이 금방 재생되었다.
잘 놀라지 않는 협회장이 깜짝 놀랐다.
협회장과 예린이 현우를 보며 동시에 물었다.
“현우헌터. 이 사람들 진짜 사람이 맞긴 한 건가?”
“현우씨. 헌터 미 등록자에 레벨 1이 맞아요?”
현우는 속일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는 어차피 들킬 일이었다.
현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협회장과 예린의 물음에 대답했다.
“미 등록자에 레벨1은 맞습니다. 사람의 뇌가 있는 안드로이드입니다. ”
현우가 손을 들자 안드로이드들의 싸움이 멈췄다.
현우의 말에 협회장과 예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현우헌터. 전부 다 사람의 뇌가 있는 안드로이드 란 말인가?”
“현우씨 명령에만 복종 하는 것 맞죠?”
“네. 제가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을 겁니다.”
“현우씨. 오지에 다녀온다는 게 진짜 외계 행성 이었나요?”
현우가 자신 있게 대답하자 협회장이 빠른 결정을 내렸다.
“알겠네. 자네 말을 믿고 해결책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찾아보겠네.”
현우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때가 되면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하. 알겠네. 자네를 믿도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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