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현우가 승우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대리? 나야. 김이사. 그래. 지금 어디야?
지금 당장 거래처 백화점 가서 여자 세 명 입을 옷 좀 사 가지고 와.
사이즈? 35-24-35.. 뭐? 말도 안 된다고?
하하.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은 아는데.. 너 승진하기 싫어?
만년 대리로 살래? 짜식아~ 너 운 좋은 줄 알아. 4월 되면 과장 달걸?
그래 정말이지 이 자식아. 내가 너랑 농담 따먹기 할 군번이냐?
그렇게 좋아? 너 챙기는 건 나밖에 없지? 명품으로 다 쓸어 담아와. 속옷까지.
너의 영혼을 이번 쇼핑에 갈아 넣어봐. 센스 없으면 너 죽는다?
뭐? 여직원도 같이 있었어?
뭐? 서대리랑 윤대리도 영혼을 같이 갈아 넣고 싶어 한다고?
하하. 그래 같이 갔다 와. 여기가 어디냐 하면..“
통화를 마친 승우가 방으로 들어왔다.
리사와 샤렌 그리고 이사벨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리사가 현우에게 말했다.
“현우씨. 이거 갈비라고 하셨죠? 너무 맛있어요.
계속 먹고 싶은데 저 이참에 여기서 그냥 살까요?”
리사의 말에 아리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여우가 지금 현우오빠 꼬시는 거야?’
현우가 리사의 말에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 드시는 거라 그런지 잘 드시네요. 가실 때 좀 싸드릴까요?”
리사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샤렌도 한식이 입에 잘 맞는지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현우씨. 이거 자비채라고 하셨어요? 진짜 맛있어요.”
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샤렌 자비채가 아니고 잡채!”
“호호. 잡채!”
승우가 벌떡 일어서더니 공주들에게 독한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자~ 한국에선 늦게 오면 최소 벌 주 세 잔은 마셔야 합니다.
자 술은 고량주인데 맛이 아주 좋아요. 쭈~욱 한잔씩들 하세요.”
공주들이 승우가 따라주는 독한 술을 세 잔 연달아 마셨다.
리사와 샤렌 그리고 이사벨의 얼굴이 금방 새빨개졌다.
“하하. 미인 분들은 얼굴이 빨개져도 어쩜 이리도 아름다우실까요?
하하~ 원래는 벌주를 더 드셔야 하는데 내일이 설날이라 세 잔 만 할게요.“
리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승우씨 설날이 뭐죠?”
“하하. 한국의 고유 대명절인 설날을 모르셨구나.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리사가 감을 잡았다는 듯이 웃으며 승우에게 말했다.
“그럼 현우씨 부모님도 만나 뵐 수 있겠네요?”
리사의 말에 샤렌과 이사벨의 눈빛도 반짝이며 동시에 말했다.
“진짜요?”
추가 설명을 하려던 승우가 깜짝 놀랐다.
“예? 현우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간다고요?”
승우가 부러운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봤다.
‘저 자식은 전생에 나라를 몇 백번은 구했을 거야.
어? 가만.. 나도 가면 되잖아.’
승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원래 가까운 친구나 동생들도 세배를 드리죠?
내일 제가 안내하면 되겠네요?”
승우의 말에 리사가 승우의 손을 잡았다.
“승우씨. 배려에 감사해요”
샤렌과 이사벨도 갑자기 승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저도 현우씨 부모님을 뵙고 싶었어요.”
“승우오빠. 정말 고마워요.”
승우도 잠깐이지만 전생에 나라를 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 이런 기분이었구나. 고맙다 친구야.
그런데 다들 왜 이렇게 살결이 부드러운 거야?’
현우도 어차피 공주들을 케어 해야 했기에 웃으면서 말했다.
“승우야. 그럼 백화점 문 닫기 전에 한복 좀 주문해 줄래?”
승우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오케이! 그런 건 내가 전문이지.”
승우가 리사와 샤렌 이사벨에게 색상을 주문 받았다.
‘사이즈는 보자~’
승우가 이사벨의 몸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와우~ 나의 초감각 레이더에 안 잡히는 몸매가 있었다고? 이런 미친..’
서은이가 승우의 등을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야. 또 음흉한 눈빛으로 푼수 짓 할 거야? 침이나 닦아.”
“하하. 서은아 한복은 사이즈가 중요해.”
결국 서은이가 한복 업체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가 한식당을 찾아와서
옆방에서 사이즈를 쟀다..
한복 업체 담당자가 자신이 잰 사이즈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ㅁ뭐야? 이 여자분들? 세 사람 다 완벽한 사이즈네. 허리가 23도 있어.'
리사와 샤렌 이사벨이 회식 장소가 있는 방으로 나갔다.
승우가 한복업체 담당자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까지 특수 제작 가능할까요? 추가 비용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하하. 물론이죠.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때 방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예린과 아리가 들어왔다.
아리가 웃으면서 승우에게 말했다.
“승우오빠. 예린 언니랑 제 것도 가능할까요?”
“네? 설마 현우 집에 인사..”
“호호~ 맞아요. 언니랑 내일 가려고요.”
아리가 윙크하면서 말했다.
“승우오빠. 잘 좀 부탁 드릴게요.”
승우가 예린의 얼굴을 쳐다보자 예린이 얼굴을 붉혔다.
결국 예린과 아리도 한복을 주문 제작했다.
현우가 있는 방으로 돌아오던 중 예린이 수줍은 듯 아리에게 말했다.
“아리야. 현우씨 댁에 진짜 인사하러 갈 거니?”
“언니. 저 여시들이 현우오빠한테 수작 부리는 거 안보여요?
호호. 언니는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요.”
다음날이 설날이라 너무 늦지 않게 가볍게 2차를 하기로 했다.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은이에게 말했다.
“서은아. 진짜 내가 신경 쓸 일이 없을까?”
“현우야. 내가 아는 라인 통해서 내일 필요한 건 다 준비해 놨으니까
걱정 하지 마.”
“서은아. 그럼 너만 믿을게.”
서은이가 내일 한복 전문 업체부터 메이크업까지 모두 예약을 해두었다.
승우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승우가 서은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서은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8시가 되어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왔다.
서은이가 샤렌과 리사를 불렀다.
“샤렌 리사 이사벨씨 저 좀 따라올까요?”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 공주가 서은이를 따라 빈 방으로 들어갔다.
공주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남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뭐야? ’여기 파리 패션쇼가 열린 거야?"
“와우! ’슈퍼 모델이 따로 없구나.. 걸음걸이도 완벽해.’
“미친.. 이대리 너 진짜 영혼 제대로 갈아 넣었구나."
옷을 갈아 입은 세 공주를 보더니 여자들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머~ 뭐야? 명품 옷이 호강하는 건 처음 보네.’
“언니~ 저 여시들 현우오빠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도 않아.”
예린이 보기에도 완벽하게 예뻤다.
‘확실히 이쁘긴 하네..’
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옷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아름다우세요.”
세 공주도 현우의 칭찬이 마음에 드는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일행이 한식당을 나왔다.
지구의 풍경을 처음 접하는 세 공주의 입에서 연신 탄성이 흘러나왔다.
“현우씨.. 말도 없는데 마차가 막 움직여요.”
“세상에 저 높은 건물이 마탑이야? 마탑이 저렇게 많다고?”
현우가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샤렌 저건 자동차야. 말없이 움직이는 거지.”
“리사 마탑이 아니고 주상복합 아파트에요. 하하.”
현우는 샤렌과 리사의 반응이 재미가 있었다.
미리 대기해둔 차량으로 승우가 예약해둔 행선지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현우와 일행이 차에서 내렸다.
나이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샤렌과 리사 이사벨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우! 저게 사람이야? 여신이지.. 미쳤다. 미쳤어.”
“어머 언니~ 저 여자들 입고 있는 명품들이 얼굴과 몸매에 빛을 잃어..
미쳤어~ 진짜.”
현우와 일행들은 강남에 있는 물 좋다는 나이트 2층 VIP룸으로 들어갔다.
현우가 승우에게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내일이 설날인데 나이트를 오면 어떻게 해?”
승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 자식 이거 촌 빨 제대로 날리고 있네. 너 나이트 한 번도 안 와봤지?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술 마시고 춤추면서 가볍게 즐기는 거야.“
웨이터가 승우를 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승우가 자주 오는 곳이었다. VIP룸 내부가 상당히 넓었다.
2층 창밖으로 스테이지가 내려다 보였다.
승우가 웨이터 주머니에 5만원권 지폐 몇 장을 꽂아주면서 말했다.
“여기서 제일 비싼 술로 많이 가져오고 안주 넉넉하게 가져와라.”
웨이터의 얼굴이 환해졌다.
‘간만에 돈 좀 만져 보겠네. 하하. 승우형님. 매번 감사합니다.’
리사와 샤렌이 창가에 서서 스테이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처음 듣는 경쾌한 드스코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신기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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