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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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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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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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이미지음악 : http://blog.naver.com/redtearvirus/40051559298


#0. Fryderyk Franciszek Chopin(프레데리크 쇼팽) - Prelude Op.28 No.1 in C minor Agitato(전주곡).


시작은 여느 소설에서와 같이 소년과 소녀의 만남.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그것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

시간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찰나의 순간, 운명이 방향을 틀게 된 바로 그 순간.


소녀, 차예빈. 상처로 얼룩진 기억과 꿈을 기어이 눈물로 덮어버리고,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모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운명이 방향을 틀게 되는 순간이었다.

소년, 서우현. 아직은 세상에 진지하게 맞서고 싶지 않은 소년. 그러나 그런 소년의 생각을 바꿔버리며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 때문이었다. 그 시작은 이 순간이었다.


운명은 소리 소문 없이, 그 누구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을 때 불쑥 다가오곤 한다. 그래서 그것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그것은 운명의 사소한 장난.

“서우현, 거기 안 서!”

“이미 수업은 끝났다구요! 그런 관계로 안녕히 계세요!”

“야, 임마!”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무심코 고개를 돌린 것과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가 달려드는 것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소년과 소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직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두 사람.

“으앗!”

“……!”

그저 평소처럼 하교를 하고 있던 소녀. 그리고 급하게 담을 뛰어넘던 소년.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1. Scott Joplin - The Entertainer(엔터테이너).


아슬아슬하게 덮치는(…) 것은 면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길바닥에 넘어져버렸다. ‘서우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소년은 잽싸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그를 따라오던 선생님은 차마 담을 넘을 생각은 못하고 교문으로 달려서 쫓아올 기세인 것이 보였다. 꾸물거리다간 잡히는 건 시간문제. 야단났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 때문에 넘어진 소녀를 바라봤다. 길바닥에 넘어져서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넘어지면서 까진 것인지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본인은 다쳤다는 자각도 없는 지 동그란 눈으로 깜빡거리고만 있지만.

“야, 서우현!”

안 그래도 급한데 난감하다. 일단은 잡히지 않는 게 우선이다.

“죄송합니다. 일단 실례 좀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흐트러진 짐을 챙기고, 넘어진 소녀를 번쩍 들쳐 업는다.

“잠, 지금 뭐하는…….”

“죄송해요. 일단 좀 튀고 나서 봐요.”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그대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뒤에서 뭐라고 소리쳐대는 선생님이나, 한 번씩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을 뒤로 하며. 바람을 가르며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찾은 곳은…….

약국이었다.

약국 문을 열어젖히고, 벽에 마련된 의자에 소녀를 내려놓자마자 본인도 그 옆에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용케 여기까지 소녀를 엎고 달렸지만, 그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땀범벅이었다.

무척이나 인상적인 모습으로 들어온 그들을 약사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서있었다.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년을 내려다보던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소년, 우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 움직임에 헉헉거리던 우현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말해두겠지만, 나 혼자서도 걸을 수 있었어.”

고개를 들고 시선이 마주치자, 소녀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을 정도로 땀을 흘린 우현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정리했다. 코끝에 향긋한 향이 나는 손수건이 끈적이던 땀을 없애주자, 어쩐지 기분이 좋았던 우현은 숨을 고르며 살짝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땀을 닦아주는 움직임이 멈추자 눈을 뜨며 빙긋 웃었다.

“아깐 제대로 말 못했는데, 부딪쳐서 죄송했어요.”

“아니, 나도 멍하게 있었거든. 괜찮아. 아, 말을 놓을게. 녹색 명찰인 것 보니 1학년인 모양인데, 난 3학년이거든.”

그 말에 생글거리던 우현의 표정이 갑자기 살짝 굳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는 온 몸으로 ‘경악’을 표현했다.

“에엑?! 3학년이라구요?!”

신장 182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인 그. 눈앞의 소녀는 160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키에 굉장히 귀여운 얼굴이었다. 그래서 잘해봐야 한 살 많겠거니 생각하던 우현은, 이 소녀가 자신보다 두 살이나 연상이란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그렇게 놀라는 건 실례야.”

“앗, 죄송해요.”

“뭐, 됐어.”

우현이 흠칫하며 사과하자, 무덤덤하게 말한다. 확실히 외모는 어려보이지만, 차분한 것을 보면 연상인 것도 같다. 그러다 소녀가 다시 가방을 뒤지는 것을 보며, 우현은 고개를 갸웃한다. 이어서 소녀가 지갑을 꺼내자 놀라며 저지했다.

“앗, 잠깐요. 제가 사드릴게요. 저 때문에 다치셨는데 당연히 제가 챙겨드려야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고는 소녀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일어나서 약사에게 다가갔다. 소독약, 연고, 밴드 등을 사서는 소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상처 부위를 조심스럽게 소독을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전 R예고 피아노과 서우현이요. 누나는요?”

참 넉살이 좋은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A외고 독어과 차예빈.”

“독일…. 우와, 그럼 독일어 잘 하시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우현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예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그냥 그렇지. 너도 피아노 잘 치겠네.”

어쩐지 무뚝뚝한 태도. 우현은 상처부위에 밴드를 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예빈도 짐을 챙겨서 따라 일어섰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함께 약국을 나섰다.

“뭔가 급한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난 이제 괜찮으니 가봐.”

“아…….”

처음에만 해도 다급한 듯 했던 우현이 지금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지려던 예빈은 그런 우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오늘 2년이 넘게 짝사랑해오던 누나가, 지난주에 결혼한 남편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나요. 하핫, 게다가 남편이라는 건 제 사촌 형이기도 하죠. 으음, 그냥 보러가지 않는 게 나을까 했지만, 그래도 떠나는 모습을 보러 가려고 했던 건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달려가려했거든요. 그런데 한번 멈추고 나니 다시 달려가기 두려워지네요.”

“…….”

애써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우현의 얼굴은 살짝 굳어있었다. 잠시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시간이 흘렀고, 예빈은 결심한 얼굴로 우현의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어디? 인천 국제공항? 몇 시인데?”

“예? 네, 7시 10분 비행기요.”

예빈은 우현을 잡아끌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괜찮아. 갈 수 있어.”

“네? 저, 자, 잠깐만요.”

끌려가면서도 당황하는 우현의 반응에 예빈은 덜컥 멈춰서며, 휙 뒤를 돌아 우현을 마주봤다. 그리고 망설임으로 떨리고 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혼자 가는 게 두렵다면 함께 가줄게. 가서 확실하게 끝을 봐. 지금 현실을 외면하면 당장은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건 언젠가 반드시 네 발목을 붙잡을 거야. 널 후회하게 만들 것이 분명해. 어떻게 할래?”

예빈의 단호한 말에 잠시 표정을 흐리던 우현은 결심을 한 듯 표정을 굳혔다.

“부탁드릴게요.”

그 말에 예빈은 처음으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곁에 있던 우현조차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넌 후회를 남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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