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박봉교수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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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RabiRabbit
작품등록일 :
2024.03.11 00:14
최근연재일 :
2025.02.2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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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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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을 벗다 (3)

DUMMY

“망할,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크윽!”

“대체 뭐가 어떻게···.”

“물을 시간 있으면 공격이나 해, 머저리 새끼야!!”


티마이오스의 외침에 나와 윌리엄은 바로 공격 태세를 취했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에 있는 적이라고 해봐야 집사뿐이었다.


집사를 공격하라고? 이렇게 갑자기?


자세를 취한 것과는 별개로 현재 벌어진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나와 다르게 윌리엄은 이미 준비했었다는 듯이 자신의 주먹을 다른 손으로 꼭 쥐고 영창을 시작했다.


“그대, 대적자여. 그 그릇된 신념째로 깨어지리라. 오래된 맹약의 집행자로서 나 윌리엄 에딩턴이 집행한다. 로네스 이그제큐트!!”


윌리엄의 영창과 함께 집사의 머리 위에 푸른색의 구체들이 생겨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이내 그 구체들이 하나의 원형을 이루자 그 원 사이로 커다란 뇌격이 떨어져 집사를 강타했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번개가 내려치자 커다란 먼지구름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런 먼지구름조차 아니 번개조차 귀찮다는 듯한 손짓과 함께 먼지 속에서 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귀찮다는 손짓은 과장이 아니라는 듯 그을린 곳 하나 없는 모습으로.


“이런,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최대급 마법이었는데요.”

“그 짧은 영창이?”

“제 손에 있는 반지에 미리 축적된 마법이거든요. 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 같은 거라.”


윌리엄은 평상시처럼 마치 곤란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짓이 아닌지 살짝 이를 꽉 물고 집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런 마법을 내가 맞았다면 저렇게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어떻게든 버텨냈다고 해도 피를 토하고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뭘 멍때리고 있어! 당장 공격하라고!”


먼지 속에서 튀어나온 티마이오스의 황금빛 검이 집사를 향해 휘둘러진다. 하지만 그 검은 집사의 몸에 닿기도 전에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가로막혔고 그걸 막아낸 집사는 짜증이 난다는 듯 표정을 살짝 찌푸리고는 그대로 파리를 쫒듯이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특별히 바람이 불거나 무언가 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음에도 티마이오스가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맞은 듯이 날려가 바닥에 튕겨졌다.


“티마이오스!”

“이안, 집중하세요!!”

“망할···!!”


저건 적이다. 그렇게 각오하는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당장 눈앞에 있는 집사를 막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


티마이오스에게 배운 대로 내 마나를 사용해 하베스터를 꺼내 들었다. 이전에 꺼내 들었을 때처럼 이제는 완전히 얼음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을 모습으로 내 손에 나타난 하베스터를 들어 집사에게 휘둘렀다.


낫의 날 끝이 허공에 가로막히지만 가로막힌 지점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던 집사는 조금 전에 티마이오스에 했던 대로 또 손짓을 날렸다.


그러자 그 손짓과 함께 내 복부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등과 허리를 비롯한 온몸에 통증이 느껴졌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가 부딪혀 박살이 난 나무 밑에 깔린 상태였다.


“쿨럭···. 이게 무슨···.”


저 멀리서 천둥소리와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멀리 날려진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줄이야···.”


나는 하베스터를 손에 쥔 채로 무릎을 꿇어 기도했다.


이제는 이름도 잊혀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한 복수를 원하는 신에게.


“강신(降神)”


역시, 내 마나를 사용한 강신(降神) 원래 사용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 마치 죽음을 입고 있는 것 같은 검은 기운이 맺혀있던 것과 다르게 온몸에 서리가 피어나 마치 하얀 옷을 입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원래의 그 강력한 힘과 비교하면 이쪽이 훨씬 약한 편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것보다 좋은 수단이 내게 없다.


마력도 안정적이다. 두통도 없다. 싸울 수 있다.


땅을 박참과 함께 주변에 얼음 결정들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하앗!!”


-텅


티마이오스의 검이 다시 허공에서 멈추지만 한 줄기의 푸른 섬광이 집사를 뚫고 지나가며 궤적과 함께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낸다.


2 대 1의 상황. 그 혼란스러운 난전 속에 보이는 빈틈을 향해 낫을 내리꽂자 역시 허공에서 멈추고 만다.


“이거 개사기네 망할 놈이.”

“그러게, 말이야! 퓨리어스 게일!!”


티마이오스의 외침과 함께 황금빛이던 검이 붉게 물들었고 이내 커다란 돌풍이 마치 발톱처럼 집사를 덮쳤지만 역시 허공에 있는 저 무언가를 뚫지 못하고 그저 산들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조금의 쉴 틈이라도 주지 않겠다는 듯 윌리엄의 마법이 이어졌고 전기의 고리가 집사를 묶으려고 했지만, 다시 그 허공에 있는 무언가에 막혀 사라지고 말았다.


이 모든 과정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집사는 다시 귀찮다는 듯 손짓을 했고 아까의 공격을 기억했던 나와 티마이오스는 복부를 막아 견뎌냈지만, 윌리엄은 그걸 그저 몸으로 막아내야 했기 때문에 바닥에 구르다 나무에 부딪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저 손짓 한 번으로 이루어낸 공격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


“후우···. 하아···.”


나는 숨을 고르고 이번엔 집사가 먼저 공격해오길 기다렸다. 약간이지만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집사가 책을 읽더니 폭주. 끝.”

“그게 다야? 다른 사람들은?”

“그건···.”

“그자들이라면 쉬고 있어. 아주 잘.”


내 목소리가 들린다. 집사가 늘 살짝 바꾸어 내던 그 특유의 목소리가 아닌 완전히 나와 똑같은 목소리로.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걱정할 여유가 있다니···.”


집사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 볼일은 다 봤다는 듯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대충 근처에 던져버리고는 말했다.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지만 이 건방진 모습은 비슷하긴 하군.”

“넌 대체 뭐야?”

“나? 내가 대체 뭐냐고? 이런, 자기소개까지 해줘야 하나? 이거 참 신기한 기분이네. 내가 나한테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 크큭,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내 대답을 들은 집사는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웃음이라기엔 너무나도 소름이 끼치는 웃음이었기에 나와 티마이오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웃고 있는 지금이 가장 무방비해 보이니 공격해야 하나? 하지만 또 그 이상한 보호막 같은 것에 막히는 것 아닐까? 너무 많은 생각들이 오갔지만, 그 모든 생각들은 그저 “그럼 원하는 대로 내 소개를 해주지.” 라는 집사의 말에 멈춰버렸다.


“그런데 그냥 소개하면 재미없으니···까!!”

“커헉!!”


갑자기 티마이오스를 향해 달려든 집사는 그대로 티마이오스의 머리로 발길질을 날렸고 너무 빠른 속도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티마이오스는 그대로 얼굴을 걷어차이며 저 멀리 날아가 다시 땅에 튕겨 나가며 옆에 있는 숲 어딘가로 날려졌다.


대체 이게 무슨···.


“지금부터 내 소개를 하나하나 해줄 테니 귓구멍 열고 잘 들으라고.”

“망할 자식이!!”


놈의 공격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기습적으로 낫을 휘두른다. 허공에 막히더라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눈앞에 이것을 소모하게 해야 한다. 저 말도 안 되는 방어마법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테니까.


“정말 열심히야.”


수십번을 내려쳤다. 공격을 할 때마다 내린 서리로 놈의 저 방어마법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많이. 하지만 놈은 그저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묵묵히 그 공격을 받아내기만 했다.


“허억···허억···.”

“끝났나? 이제 내가 해도 괜찮겠지. 자! 내 자기소개를 받아봐.”

“크윽!!”


놈이 발을 구르자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땅 밑에서 바위가 솓아오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내 앞에 나타난 놈은 “나는 죽음을 정복하려던 자다.” 라는 말과 함께 내게 주먹을 날렸다.


아까의 공격과 다르게 느릿느릿한 공격. 하지만 느린 공격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해냈고 그러자 과연 이게 공기를 때린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말 그대로 공기가 터져버렸다.


“미친···.”

“이야, 튼튼한데? 평범하게 고막이 터질 정도의 위력이었을 텐데. 거기다 바로 거리를 이만큼이나 벌리다니. 판단력도 나쁘지 않아. 과연 과연. 나는 이런 약해빠진 상태로도 이 정도는 가능한 거군.”

“아까부터 네가 나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흐음, 아직도 잘 모르겠는 모양이네. 그럼 힘 조절을 해볼까.”


그렇게 말한 놈은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자연체에 가까운 모습을 버리고 뚜렷하게 어떤 자세를 취해왔다. 그건 그냥 평범한 자세가 아니었다.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아니 익숙하다 못해 내가 자주 쓰던 자세였다.


“백련의 자세?”


무기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많기도 하고 주먹질을 선호하는 내가 배운 박투술 중에는 이 세계와는 이질적인 중국무술에 가까운 무술도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사실 내가 쓰는 박투술의 기본이 되는 자세였다.


문제는 저 자세를 아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나 밖에 없다는 거다.


“오, 여기서도 백련의 자세라고 하는 모양이지? 하긴 내 상상력이 좀 모자라긴 하지.”

“상상? 여기서도? 그게 무슨 소리야?”

“질문이 너무 많네. 일단 받아봐.”


놈은 그 말과 동시에 내 쪽을 향해 정확히는 허공에 붕권을 내질렀다. 공격이 내게는 닿지 않았지만, 그 어마무시한 권풍에 하베스터를 땅에 찍어 겨우 버텨냈고 내 옷에 피어난 서리들도 그 권압에 거의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역시 대단해. 어떻게든 버티는군. 그러면 또 자기소개를 이어가야겠지?”


이번엔 또 뭘 보여줄 셈이지.


그리고 그다음 공격은 내가 과연 받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낫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다음 놈이 보여준 것은 그 어쩌면 이란 가능성을 '확실히' 로 바꿀 만한 무언가였다.


불길함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커다란 낫.


그 낫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날 향해 휘둘러졌다.


“거두어라, 하베스터.”

“미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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