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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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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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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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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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이 열렸다고요?

DUMMY

징소리와 북소리, 현란하게 발을 돋우는 무속인.

한 여자가 열심히 손을 비비고 있다. 굿판은 점점 최고조로 향하고 날뛰던 무속인 옆에 여자는 어느 순간부터 함께 뛰고 있다. 양 손의 칼을 쥔 무당은 여자의 몸 곳곳을 스치며 휘파람을 불어댄다.


"오셨습니까."


무속인의 질문에 눈이 희번덕해진 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방울을 격하게 흔든다.


"장군."

"장군님이십니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명나는 소리에 온 몸을 하늘 위로 올린다.


"또 오셨습니까."


다시 한 번 방울을 힘껏 흔들며 애기 목소리로 대답한다.


"동자."

"동자님도 오셨단다. 어이!"


여자와 무속인은 정신없이 뛰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굿판이 끝나자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가쁜 숨을 내몰아 쉬었다.


##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신당 차릴 곳은 정했어? 아니면 내일 나랑 같이 둘러볼까."


선생님이라 불린 사람은 여자의 등을 쓰다듬었다.

나는 도대체 왜 왔을까? 꼭 들러달라던 무당의 말에 이곳까지 오고 말았다.

어느 날 부터 내게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난 건 새 집에 들어오면서 부터다. 처음에는 집의 기운이 나와 맞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이 집에 무언가가 단단히 씌여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여자가 찾아오고, 밤마다 애기들이 배 위를 뛰어다니고, 귀에서는 방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확 바뀌었다.

몸까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사를 가려고 할 때 이 무속인을 만났다. 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


나는 10년을 일한 형사이지만 겁이 많았다. 칼을 든 범인을 보면 도망가거나 살인사건이 생기면 이리저리 몸을 사리기 바빴다. 지금까지 좌천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던 어느 날, 17세 여학생이 살해됐다. 집 근처 공사장에서.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근처 cctv도 없었고 지문, 족적,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에서는 자살로 종결을 내려 했으니 부모는 완강히 거부했다. 자살을 할 일도 없을 뿐더러 아이의 성격상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그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던 부모는 사건 현장에 한 무속인을 데려왔다. 그가 바로 오늘 나를 이곳으로 부른 무현이었다. 그날이 무현과 나의 첫만남이었다. 무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장을 돌아다녔다.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오면 안된다는 경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무현은 현장을 둘러보다 내 앞에 와서 섰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무현의 눈에 압도되어 뒤로 자꾸만 물러났다.


"이보세요. 지금 강형사가 범인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보고 있던 선배 희민이 나와 무속인 사이에 섰다.


"아닙니다. 이 사람에게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그런겁니다. 이 일과는 상관 없습니다. 형사님이시죠. 혹시 전화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무현은 다짜고짜 전화번호를 물었다. 정중한 부탁인 듯 했지만 당장 내놓으라는 으름장 같았다. 나는 절대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이미 무현의 폰에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무현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나를 지나쳐 다시 사건 현장을 둘러보았다. 살해된 여학생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던 무현은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혹시, 이 여학생 통화기록에 낯선 남자의 번호가 없습니까."

"아니요. 없었는데요. 왜 그러시죠?"

"스무살 정도 된 남자가 보입니다. 이곳에 끌려 오는 모습, 저 위 옥상에서 밀쳐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희민 선배는 인상을 찌푸렸다. 과학 수사를 외치는 형사의 입장에서 무속인의 말을 듣고 범인을 찾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저희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입니다. 감사하지만 미신을 믿지도 않고 그쪽분의 말을 듣고 섣불리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의해 밀쳐졌다는 흔적조차도 없구요."

"3일. 3일안에 그 남자를 못찾으면 영영 찾지 못합니다."


희민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현을 노려보았다.


"저 형사님도 느껴지실텐데."


갑자기 무현의 시선이 내게 던져졌다. 나는 당황해 무슨 소리냐고 소리쳤다.


"형사님께는 내가 따로 전화드리지요." 하고 돌아서다 무현이 다시 돌아봤다.

"다시 돌아보세요 형사님. 느껴지실테니."


하고는 사건 현장을 빠져나갔다.

도대체 뭐가 느껴진다는 건지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인 사건 현장엔 되도록 오고 싶지도 않아 하는 자신에게 여기를 다시 돌아보고 느껴보라니. 순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희민은 무현이 불편한지 계속 불만을 쏟아냈다.


"아니 뭐 무당이 범인 잡을 것 같으면 이 세상에 미제 사건이 어디 있겠어? 부모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요즘 세상에도 저런걸 믿는 사람이 있나 나참."


희민은 혀를 끌끌 차고는 현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무현의 말대로 한 번 둘러볼까 하다 괜한 오싹함에 희민의 뒤를 바짝 따라 나오고 말았다.

그날 저녁, 집으로 들어온 순간 전화가 울렸다.


- 안녕하세요. 저 아까 사건 현장에서 봬었던 무속인 무현이라고 합니다.

-네 어쩐 일이세요. 왜 제 번호는.

-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형사님 집으로 좀 찾아봬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다니. 그것도 이 야밤에. 무속인이?

세상 겁쟁이인 나는 그를 절대 집으로 들일 수 없었다.


- 아니요. 저는 미신을 믿지 않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절하겠습니다.

- 집에 여자가 나오죠. 애기들도 뛰어다니고. 가끔 남자도 나타나고.


무현의 말에 나는 혀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 그 집이 문제가 아닙니다. 형사님 문제입니다.

- 제 문제라니요.

- 형사님은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은 아닌 듯한데 귀문이 열려 있는게 보입니다. 자세히 봐야 알겠지만 계속 모르는척 하시면 목숨을 잃으실 수도 있고 가족들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악담을 해도 그렇지 어떻게 가족까지 들먹일 수가 있지. 아무리 겁이 많은 나라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 원래 저는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벼랑끝에 몰리다 어쩔 수 없이 제자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죽더라도 절대 받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받기 싫어 눌림굿을 하는 사람도 있구요. 하지만 형사님은 신내림을 받아야만 하는 운명은 아니지만 너무 크게 귀문이 열려있어 귀신들이 제 집 드나들 듯 형사님 주변을 움직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 특이하게도?

-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무속인의 기운도 없는 분에게 귀신들이 달려든다는 건 더 위험합니다.

- 나 참. 개소리 하지 마시고 끊으세요.


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개망나니 같은 놈이 어디서 약을 팔아? 귀신들이 하소연을 한다는거야? 난 듣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씩씩거리던 나는 마음을 가라 앉히려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 한 캔을 꺼냈다. 그때,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여자웃음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저 인간 때문에 헛소리까지 들리네. 찝찝하게."


나는 맥주캔을 따서 소파에 가 앉았다. 그런데


'잘했어. 오게 하면 안돼. 알았지?'


바로 귀 옆에서 누군가가 소곤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캔을 소파에 던져버렸다.


"씨바알! 누구야!"


아악 소리를 질러봐도 거실엔 나 말곤 아무도 없다. 그 무당놈 때문이야. 괜한 소리에서 내가 헛소리가 들리는 거야.

몇 번을 마음을 가다듬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무현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당신 때문이잖아!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현은 전화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한 목소리었다.


- 문자로 주소 보내주시오.


그리고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문자로 빠르게 주소를 찍어 보내 놓고는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30분 정도 흘렀을까. 띵똥 소리와 함께 무현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상한 도구들을 들고.

문을 열어주자 무현은 선뜻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서 우리 집 소파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방울을 천천히 흔들며 집 안으로 들어왔고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다 온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잡귀 주제에 어딜 신인척 하고 있어. "


무현은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년아 정중하게 찾아와야지. 왜 이 사람 괴롭히고 있냐 말이야!"


귀신한테 이년저년 해도 되나? 무섭지만 나는 무현의 어떤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 후로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던 무현은 끝났다는 듯 한 숨을 내쉬고는 소파에 앉았다.


" 앉아도 괜찮죠?"

"이미 앉아놓고는."

"이런거 보이기 시작한게 언제 부터요."

"4년? 이 집 이사오고 나서부터니까."

"이 집터가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


무현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귀문이 열릴 일이 없는데. 혹시 어릴 때 죽을 뻔 한 적 있습니까?"

"음... 몇 번?"

"물가에서 죽을 뻔 한 적은?"


있다. 가족들과 계곡에 갔다 밀려가는 튜브를 잡으려다 깊은 물에 빠진 적이 있다. 그 때 하루를 나를 찾지 못해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엄마는 말했다. 밤새 이어진 작업에도 찾지 못하자 이미 떠내려간 줄 알았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튜브 위에 앉아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물론 전혀 기억에 없지만.


"있긴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있나요?"

"죽음 직전 귀문이 열린 듯 해서 말이죠. 재혁씨라고 했던가? 재혁씨의 귀문은 닫을 수 없어요. 사실 닫을 수 있을지 한 번 확인해보려고 한 것인데. 근데 재혁씨. 귀신들의 말이 들리지 않던가요? 꽤 오랜 시간 따라다녔을텐데."

"귀신들이 따라온다고요? 가끔 이상한 일이 있긴 했지만 딱히...... 칼을 들고 있는 강도를 맞닥들였을 때 조심해 소리 정도?"

"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찾아 왔다가 또 도와주기도 했나보네. 어제 그 곳에서도 여학생이 형사님한테 계속 이야기 하던데 안들리던가?"


내게 계속 이야기 했다고? 전혀 듣지 못했는데?


"아니요?"

"내일 다시 가봐. 들릴거야. 이틀이야. 이틀안에 못잡으면 답 없어."

"근데 왜 갑자기 반말을."


믿기도 힘든 이 상황에서도 무현의 반말은 꽤나 거슬렸다.


"내 맘이지. 조만간 내 신당으로 좀 와요. 귀문이 열린건 썩 좋은 건 아니니까. 혹시 다른 방법이 있으면 찾아봐야지."

"아니 누가 무당한대요?"

"누가 무당하래? 귀문을 닫을 수 있는지 없는지 본다는거지. 아무튼 집에 있는 잡귀는 보냈어. 그리고 내일 꼭 사건 현장으로 다시 가봐."


무현은 웃으며 신발을 신었다. 그날부터였다. 소리만 가끔 들리던 어떤 미지의 것들이 눈으로 보게 된 것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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