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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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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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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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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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잡귀들

DUMMY

큰 도로를 지나 한 마을 입구로 들어왔다. 마을로 진입하기 직전 커브를 돌아 조금 올라가니 꽤 큰 저수지가 보였다. 도착해서 본 저수지의 분위기는 음산했다. 주변이 탁 트이긴 했지만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야 겁쟁이 형사였기에 이런 곳은 자주 오지도 않았고, 현장에 나오더라도 기겁하며 차로 뛰어가곤 했었다. 귀신들을 만난 후로는 겁이 많이 없어졌지만.

하지만 희민 선배는 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수지 근처 곳곳을 훑어 보며 사건이 일어났던 장면을 상상하는 듯 했다.

나는 희민 선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는 진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르겠네. 여긴가 보다. 택시가 서 있던 곳."

"마을 사람들 중에는 목격자가 없었나봐요."

"밤이기도 했고. 마을 초입 들어서기 직접에 꺾여진 길로 들어오니까."


그런데 그때 뭔가 휙 하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얼른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내 반응이 이상했는지 희민 선배도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선배도 귀신 찾아요?"

"아니 나는 혹시 사람이 있나 해서."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리가."


수사가 먼저였기에 찜찜한 기분을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나와 희민 선배는 혹시나 놓친 단서가 있을까 하고 주위를 샅샅히 둘러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뭐야. 왜 개가 짖어."

"개가 짖어? 어디?"


응? 희민 선배에게 들리지 않는다면..

고개를 돌리자 앵무와 호식이가 저수지 한 쪽을 바라보며 짖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저수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호식아. 앵무야."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호식이는 내게로 걸어왔다. 하지만 주위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여긴 어떻게 따라왔어."

"아까 차 뒤를 쫓아 왔네."

"근데 왜 짖었어. 거기 뭐 있어?"


호식이는 다시 경계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됐어. 물귀신 같은데. 혹시나 자네에게 해를 끼칠까봐."


호식이와 대화하는 중에 희민 선배가 내 옆으로 와 있었다.


"뭐.. 뭐야. 호식이? 아까 그 개?"


선배는 내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아 왜이래요. 살인 사건 현장도 안무서워 하는 양반이."

"귀신은 무서워. 진짜 호식이라는 개야?"

"네. 인사해요."


선배는 어디를 봐야 하느냐며 두리번 거렸다.


"제 바로 앞에 있어요."

"아..그래? 아..안녕."

"이 사람도 우리가 보이는겐가."

"안보여. 그냥 인사하는거야. 아무튼. 왜 따라온거야."


호식이는 다시 경계태세로 자세를 바꿨다.


"우리 부탁을 들어줬으니 뭔가 보답은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따라왔는데 잘한거 같군. 그래도 내가 옆에 있으면 잡귀들은 쉽게 올 수 없을테니 말이지."

"잡귀?"

"이런 저수지에 빠져 죽은 물귀신들이나 이유없이 떠도는 영가들. 많이 봤네.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기도 하고."

"해코지?"


해코지라는 말에 선배는 내 팔을 바짝 붙잡았다.


"아무튼. 볼 일 끝났으면 집으로 돌아가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럼 내가 지키고 있을테니 일보게. 앵무야. 너는 뒤를 보거라."


머리 위에 있던 앵무는 자세를 고쳐 호식이의 등을 향해 돌아 앉았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더 묻고 싶었지만 일단은 수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배는 아까부터 계속 그 자세로 내 팔에 매달려 있었다.


"선배... 빨리 수사 해요. 뭐라도 찾아야지."

"알았어. 개 귀신 말고는 아직 없어?"


물귀신 이야기를 하면 뒤로 넘어가겠지. 선배 얼굴보면 귀신들이 더 도망갈거 같은데.


"없어요. 근데 범인이 뭘 남겼을까요? cctv에도 잡히지 않았는데?"

"알 수 없지. 혹시 알아? 택시기사님 영혼이라도 남아 있을지."

"보이지 않는데요. 흠. 어디 가셨나. 아니면 바로 올라가셨나."


그때 호식이가 또다시 크게 짖기 시작했다. 호식이를 바라보자 우리 쪽으로 점점 고개가 돌려졌다. 왜 내 눈엔 안보이지?


"호식아 왜그래."

"여기 생각보다 잡귀가 많구만."


아무래도 호식이가 짖으며 잡귀들을 쫓아내는 것 같았다. 선배와 나는 최대한 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해가 지고 있어 더 있어봐야 찾을 건 없는 듯 했다.


"선배 오늘은 이만 돌아가요."


원래 같으면 좀 더 둘러 보았을 선배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로 돌아갔다. 나는 혹시나 다른 귀신이라도 마주칠까 싶어 한 번 더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호식이는 저수지를 빠져나올 때까지 차 뒤에서 따라왔다.

큰 성과 없이 우리는 다시 서로 돌아왔다. 혹시나 우리가 뭔가라도 찾아냈을까봐 자리에 앉기도 전에 성훈이 다가왔다.


"뭐 찾았어요?"

"저수지만 둘러보고 온건데 찾긴 뭘 찾아."


뭔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김성훈. 어쩜 저렇게 주는거 없이 미울까.

나는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사건이 시작된 시점부터 다시 cctv를 돌렸다. 빨간 운동화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 놈이 나온 한 건물에 찾아가 조사해 봤지만 같은 인상착의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 건물엔 1층 편의점과 카페, 2층 pc방, 3층은 치과가 자리잡고 있었다. 세 곳 모두를 찾아가 수사를 했지만 "이런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라는 대답만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럼 도대체 언제 들어간거지.'


cctv를 몇 번을 돌려봐도 빨간 운동화가 건물에서 나오는 것만 보이고 들어가는 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나.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의상이 다르다는 것.

들어갔다 나올 때 의상을 바꿔 입었을 확률이 가장 컸다. 아마 이 건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것이고 cctv의 위치 또한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이미 1팀에서 예상한 상황이었다.


"자 다들 집중."


그때 반장님이 사무실 중앙에 서서 박수를 쳤다.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빼고 반장님을 쳐다봤다.


"2차 사건 cctv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같은 놈이 맞네. 빨간 운동화. 첫 사건에서 택시를 탔던 곳에서 5km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탔어."


대범한 놈이네. 빨간 운동화가 평범하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색이라 1차 사건으로 인해 경찰들에게 주목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튼 cctv 자료 모두 보냈어. 확인들 하고 현장 조사 나가도록."


나는 톡으로 전송된 cctv를 컴퓨터로 연결해 재생했다. 범인은 택시를 타기 전 근처 어느 한 건물에서 나오는 것도 확인했다.

그곳에서 또 옷을 갈아입고 나온 모양이군. 그런데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하네. 다리가 아픈가?


"저는 그럼 현장 다녀오겠습니다."


벌써?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니 성훈이 이미 나갈 채비를 마친 참이었다. 아마 먼저 뭐라도 찾고 싶어 나가는듯 했다.


"뭐 냄새라도 맡은거야?"


희민 선배가 나가는 성훈을 붙잡았다.


"직접 건물들 가보려고요. 혹시나 비슷한 인상착의가 있으면 머리카락이라도 가져와야죠."

"그 건물 사람들 다 조사할 수도 없잖아."

"그렇게라도 해야죠. 2차 사건이이 터졌으니 곧 3차 사건도 나올테니까."


딱히 우리팀 전담 사건도 아닌데 그냥 모른 척 하고 집에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밉상 도와줘봐야 좋은 소리도 못들을 것 같고.

희민 선배는 볼멘 소리를 했다.


"같이 가자고 하면 될텐데 짜식. 아니면 나눠 가자고 하던가."

"싫은가보죠 뭐. 그냥 집에 가버릴까보다."

"아이고 반장님이 잘도 허락하겠다. cctv나 더 들여다봐."


네네 하고 대답하고는 다시 컴퓨터에 눈을 고정시켰다. cctv엔 귀신이 안찍히나.

여러번 돌려봤자 단서가 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택시 기사로 잠입 수사 하는 건 어떨까요?"


나는 직접 택시 기사로 잠입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것도 생각해 봤다고 하던데. 근데 계속 한 군데 서 있기도 그렇고. 그 놈이 탈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렇긴 하지. 그렇다고 cctv만 볼 수도 없고. cctv 지옥이네. 사건 현장을 다시 나가봐야 알 것 같은데.

밤새 컴퓨터만 들여다봤지만 속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동이 틀 무렵 현장으로 갔던 1팀 역시 별 소득 없이 서로 돌어왔다. 머리카락이라는 최상의 증거가 있음에도 사건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건 무엇때문일까.

나는 컴퓨터를 끄고 구부러졌던 몸을 잠시 폈다.


"아휴 밤새 서류랑 컴퓨터만 쳐다봤더니 몸이 찌뿌둥하네."


그때 휴게실에서 잠만 자던 희민 선배가 기지개를 펴며 다가왔다.


"잠만 자놓고."

"고민하던 중이야. 사우나나 다녀올까?"

"저는 그냥 집에 가서 씻고 올래요. 우리도 그 건물들 가봐요."

"국밥도 안먹고?"

"확인해야 할 것도 있어서. 이따 봬요."


징징 거리는 희민 선배를 뒤로하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백구와 아저씨도 궁금했고 혹시 어제 우리가 간 후 다른 일은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1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아저씨에게 찾아가봐도 실례되진 않겠지?

나는 곧장 아저씨 집으로 올라갔다.


띵동


"누구세요."


어제와 달리 아저씨는 바로 반응했다. 일찍 일어나셨네.


"아저씨 저 재혁이예요."

"어서와."


문이 열리자 밝은 표정의 아저씨와 백구가 나를 반겨 주었다.


"아저씨 뭐 하시던 중이셨어요?"

"요놈이 어찌나 방 여기저기를 다니는지. 혹시 쓰레기들 때문에 다치기라도 할까봐 새벽부터 청소 중이었어. 생각보다 빨리 일이 마쳤나보네."


빨리 일이 마쳤다는 말을 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갑자기 쓸쓸해졌다. 아마 내가 백구를 데려갈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거기에 대해 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들어가도 될까요?"


당연하다며 아저씨는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한동안 얼마나 아저씨가 삶의 의욕이 없었는지 느껴졌다. 청소를 시작했다지만 아직까지 널려 있는 술병과 쓰레기들.

싱크대에 쌓인 오래된 그릇들. 하지만 백구로 인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아저씨에겐 큰 발전이지 않을까.

아저씨는 어수선한 식탁을 대충 정리하고 의자를 내어주고 종이컵에 믹스 커피 두 잔을 타 내 앞에 한잔 놓아주었다.


"아저씨. 밤새고 제가 지금 잠시 들어온 상황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집을 자주 비울 것 같구요. 만약 제가 백구를 케어하지 못하면 유기견 보호센터로 보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면..."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 수순이겠지."

"맞아요. 그래서 혹시 아저씨만 괜찮다면 백구를 키워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하루 만에 정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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