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474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29 08:25
조회
672
추천
16
글자
11쪽

택시 기사님의 증언 (4)

DUMMY

"사람을 둘이나 죽여놓고 지금 억울하다고 하는거야?"

"억울하니까 억울하다고 하지.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본게임?"


현민은 분노에 찬 듯 씩씩거렸다.


"그 인간을 죽여야 끝나거든."

"네가 말한 아버지 말이냐? 아버지를 죽이려던 이유가 뭐야."


희민 선배는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꼈다. 그리고 등을 뒤로 젖혀 앉았다.


"뭐냐고 죽이려고 한 이유가."

"그 인간은 어릴 때부터 나를 죽을 정도로 때렸어···."


현민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는 가벼운 폭행으로, 혹시라도 술을 마신 날은 죽기 직전까지 현민을 때렸다.

그 폭력에 지친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

여기까지는 보통 범죄자들이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불안정한 가정과 비슷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그의 아버지는 칼을 들었다. 15살이었던 현민은 도망가지도 못한 채 아버지에게 잡혀 오른쪽 엄지손가락 일부분을 절단당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려 달라 비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신난 듯 웃을 뿐이었다. 겨우 도망쳐 경찰서로 간 현민은 아버지를 신고했다. 그때의 두려움과 떨림은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한 센터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현민은 퇴원하자마자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 아들이 학교도 가지 않고 요즘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더니 이상해졌다는 말로 아무 처벌 없이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아들의 신체 일부를 잘라냈는데 아무런 처벌도 없이 돌아올 수 있는 걸까. 밖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으니 모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겠지.

현민은 경찰도 세상도 원망스러웠다.

그 후로도 미성년자인 현민은 지옥 같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돌아간 후 폭력은 더 심해졌다. 도망쳐봤자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경험한 현민은 아버지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보다 왜소한 체격,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파블로프의 개 마냥 아버지의 목소리만 들어도 두려움이 앞섰다.

스무 살이 된 후 무작정 집을 나왔다. 춥고 배고팠지만 지하철역이 마음은 훨씬 따뜻했다. 그 후로 숙식할 수 있는 알바들을 전전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를 죽이려면 손님으로 위장해 뒤에서 덮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습했다고? 네가 네 아버지랑 다를 게 뭐야."

"뭐? 어떻게 그런 인간이랑 내가 같다는 거야."

"네가 더하지. 물론 네 상황은 안타까워. 그런데 너는 네 원한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사람 두 명을 죽였어."

"그 사람들도 똑같은 인간일 수도 있잖아? 평범하게 택시 운전하면서 집에서는 개망나니."

"아니 전혀. 네가 잡혔다는 말을 듣고 처음 살해당한 피해자의 딸이 찾아와 고맙다고 무릎 꿇고 절을 하고 갔어. 그 딸은 너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어."


현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데도 넌 너만 억울해 아직?"

"......"

"할 말 없지? 그럼 조서 계속 쓰자.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해봐."


그 후로도 한동안 말이 없던 현민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아버지를 죽이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던 살인. 나름 용의선상에서 피해 가기 위해 깔창과 옷을 이용했다. 편의점 건물에서 나간 모습이 CCTV에 찍힐걸 먼저 예상했고 오히려 용의자에서 빨리 제외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예상했다. 그럼 범행 도구들을 숨기기엔 편의점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치밀하지 못한 걸로 봐서는 살인 방법에 대해 연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취조실 안쪽 구석에 두 기사님이 서 있었다. 언제 오셨는지는 알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끌고 갈 것 같은 서슬 퍼런 눈으로 한현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짜 1차원적으로 생각했네."


화를 가라앉힌 성훈이 취조실 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얘기했다.


"그러게."

"진짜 어떻게 알아낸 거예요?"

"그냥. 나중에 혹시 소주 한잔할 기회 생기면 이야기할게."


나는 웃으며 성훈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먼저 취조실을 나왔다.

그때 경찰서로 한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현민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지금 한현민 씨는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 지금은 면회하실 수 없습니다."

"망할 새끼가 애비 얼굴에 먹칠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런 짓을···."


아버지라는 사람은 아들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이 아들에게 살해당할 뻔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조사가 끝나면 면회시켜 드리죠."

"됐습니다. 앞으로 연 끊고 살 테니.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한현민의 아버지는 그대로 돌아갔다.


"아버지라고 다 같은 아버지는 아닌가 보네. 괴물을 만든 장본인이. 가서 한마디 해줄까."


취조실에서 나온 희민 선배가 옆에 서서 돌아서 가는 한현민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러요. 얘기 해봤자 모를걸요. 반성이라는 걸 하는 사람에게만 화도 낼 수 있는 거죠. 자신이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아들이 왜 저렇게 됐는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을 사람이에요. 저 사람은 절대 변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참, 착잡하네."

"조사는 끝났어요?"

"거의? 이제 성훈이가 마무리한다고 했어. 본인이 끝까지 마무리해야지. 아우."


희민 선배는 허리를 굽혀 팔을 늘어뜨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네. 생각보다 빨리 잡혀서 다행이다. 늦었으면 사건이 더 커졌을 거야."

"그러게요. 참. 선배 삼겹살 파티 할 건데 우리 집 갈래요?"

"갑자기 뜬금없이 삼겹살 파티?"

"네."

"당황스럽긴 하지만 좋지. 지금 바로 가?"


나는 선배에게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말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오면 알게 될 테니까.

퇴근 후 선배와 함께 마트에 가기 전 무현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왜 또.

- 왜 또라뇨. 섭섭하게.

- 필요할 때만 전화하면서.

- 뭘 또 내가 필요할 때만 전화했다고. 이따 우리 집으로 오세요. 삼겹살 파티하게.

- 삼겹살 파티?

- 네. 그리고 봐주실 분들도 계시고.

- 이봐 이봐. 공짜가 아니라니까.

- 한 시간 후쯤 오시면 될 것 같아요.

- 알았어. 대충 준비해서 갈게.


무현 형님과의 통화가 끝나자 희민 선배가 다른 손님이 오냐고 물었다.


"가보시면 알아요."


나는 마트에 도착해 삼겹살과 고추, 쌈장과 상추 등을 푸짐하게 샀다. 정작 먹을 사람은 셋이지만.

소주는 넉넉하게 준비했다. 가시는 길 거 하게 한 잔씩 들 걸치고 편히 떠나실 수 있게.

나와 현민 선배는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사님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제 오는 거유?"

"늦었죠? 기사님들은 언제 오셨어요? 아까 취조실에 계시던데"

"그놈 조사 끝나자마자 왔죠. 우리를 죽인 이유도 알아야 했으니까. 허락 없이 막 취조실로 들어간 건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딱히 방해된 것도 아니고요."


내가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자 희민 선배는 내 뒤로 살짝 숨었다.


"내가 죽은 건 억울하지만 그놈 인생도 참. 애비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대요. 그렇다고 그놈을 용서하는 건 아니지만."

"기사님 같은 아버지가 있는 반면에 한현민의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억울하고 속상하시겠지만, 범인이 잡혔으니 술이나 한잔해요. 기사님들."


한숨을 푹 내쉬던 기사님들은 이왕지사 이리 된 거 어쩌겠냐며 삼겹살이나 맛있게 구워 달라고 했다. 만약 내가 기사님들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선배. 여기 그.. 기사님들 계세요. 안 보이시겠지만."

"오시기로 한 손님들이 그럼..."

"네. 인사.. 하실래요?"


희민 선배는 내 시선이 멈추는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많이 억울하셨죠. 빨리 잡지 못해 죄송합니다."


희민 선배가 무서워 도망갈 거로 생각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담담했다.

그러자 기사님들은 어리둥절하며 얼른 고개를 들라고 했다.


"아니 형사님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유. 아휴 범인 잡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유."


나는 기사님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희민 선배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더 감사하다며 "삼겹살 맛있게 구워드릴게요."라고 대답했다.

거실 테이블을 밀어 자리를 만들고 가운데에 버너와 불판을 놓고 쌈과 고추도 나누어 담았다. 나와 희민 선배가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무현 형님이 작은 화분을 하나 들고 서 있었다.


"안 어울리는데."


하얀 계량 한복을 입고 덥수룩한 수염에 화분이라니.


"몇 번 빈손이어서. 집에 이런 거 있으면 좋아. 잘 키워."


쑥스러운지 무현 형님은 내게 화분을 안기고는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무현 형님은 불판 맞은편에 앉아 있는 두 기사님을 보고는 인사를 나누었다.


"이분들 때문에 날 부른 거구먼."

"겸사겸사요."


자리를 잡고 앉은 무현 형님은 자연스레 두 기사님에게 말을 걸었다.


"두 분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죽은 사람 이름 뭐가 필요하겠어요. 저는 신가 이 양반은 김가. 신 씨 김 씨 뭐 그렇게 불러도 되고."

"제가 두 분 가시는 길 편하시게 기도 하려고 합니다."


무현 형님은 두 기사님을 바라보았다.


"신만형."

"김을수"

"네. 생년월일은 이따 따로 불러 주시죠.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외롭지는 않으시겠습니다."


무현 형님의 말에 두 기사님은 서로 바라보았다.


"이것도 운명인가 보죠. 저승 동무라는 말이 진짜 있었네."

"그러게유."

"두 분이 평안히 가셔야 남아 계신 자손분들의 앞날도 평안해 질 겁니다. 제가 정성 들여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아휴.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무현 형님과 기사님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기가 어느 정도 구워졌다. 나는 냉동실에 넣어둔 소주를 꺼내왔다.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얼음까지는 얼지 않았지만 시원하게 넘어갈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무현 형님을 제외하고는 각 소주잔에 소주를 채웠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하지만 소주잔 앞에서는 영락없이 똑같은 인간이었다.


"이걸 이제 제대로 못 먹어서 제일 억울하네."


첫 번째 기사님은 소주 한잔을 마시며 한탄했다.


"그러게 말이예유. 퇴근하고 요놈으로 몸 삭 소독하는 게 낙이었는데."

"특히 일이 많이 없던 날보다 손님 많고 돈 많이 벌었던 날. 그런 날 가족이나 동료들이랑 한잔 딱 마시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 되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2 24.05.30 69 0 -
공지 죄송합니다 +1 24.05.24 131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24.05.07 42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4.04.17 739 0 -
49 미제 사건 전담팀 (4) 24.05.29 173 7 11쪽
48 미제 사건 전담팀 (3) +1 24.05.28 191 7 11쪽
47 미제 사건 전담팀 (2) +1 24.05.27 202 9 11쪽
46 미제 사건 전담팀 (1) +2 24.05.26 223 7 11쪽
45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5) +2 24.05.25 243 10 11쪽
44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4) +2 24.05.22 272 9 12쪽
43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3) +1 24.05.21 259 8 11쪽
42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2) +1 24.05.20 277 8 11쪽
41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1) +1 24.05.17 327 10 11쪽
40 악령이 된 생령 (6) +1 24.05.16 350 10 12쪽
39 악령이 된 생령 (5) +2 24.05.15 371 10 11쪽
38 악령이 된 생령 (4) 24.05.14 371 9 11쪽
37 악령이 된 생령 (3) +2 24.05.13 398 10 11쪽
36 악령이 된 생령 (2) 24.05.12 404 9 11쪽
35 악령이 된 생령 (1) 24.05.11 428 10 12쪽
34 학원강사 연쇄살인 사건 24.05.10 495 10 14쪽
33 슈퍼 스타의 억울함 (2) +2 24.05.09 509 13 14쪽
32 슈퍼 스타의 억울함 (1) 24.05.08 574 12 12쪽
31 자격 없는 원귀 (5) +4 24.05.07 603 16 11쪽
30 자격 없는 원귀 (4) +3 24.05.06 614 14 11쪽
29 자격 없는 원귀 (3) 24.05.03 646 13 11쪽
28 자격 없는 원귀 (2) 24.05.02 636 14 11쪽
27 자격 없는 원귀 (1) +1 24.05.01 666 13 12쪽
26 삼겹살, 그리고 삶 24.04.30 678 14 11쪽
» 택시 기사님의 증언 (4) +1 24.04.29 673 16 11쪽
24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24.04.26 677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