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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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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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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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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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 원귀 (2)

DUMMY

당장 민아씨에게 스토커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고. 애매하네.

그냥 두자니 큰일 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무현 형님 오시면 다시 얘기 해봐야 겠다."


차를 몰아 집으로 가려다 김경수에 대해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서로 향했다.

정말 내가 본 인물과 동일 인물일까? 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까. 엄마가 억지로 만든 선자리에서 만난 여자가 찾아온 귀신의 여자친구라니.

세상이 좁은건지, 귀신 세상이 좁은건지. 이것도 운명인건가.

나는 잠시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샀다.


"왜 왔어?"


희민 선배는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았다. 왜 왔냐고 말하면서 씩 웃는 얼굴. 그리고 손에 든 간식 봉투를 잽싸게 가져간다.


"제가 직접 확인 해보려고요."

"근데 그 김경수라는 사람이 누군데?"

"얘기하면 좀 복잡해요. 아무튼 선배는 이번 일 모른척 해주세요. 어차피 사건이랑도 상관 없으니까."

"그럴게. 대신 끝나면 얘기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경수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었다. 추락사한 남자라는 것, 나이, 사건에 대한 기록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텐데.

딱히 중요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잠시 희민 선배와 대화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 안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현관등의 빛을 빌어 안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지만 어디선가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나는 현관문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귀신들이 다녀갔나.'


서늘함을 이겨내고 집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현관등이 퍽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새벽이라는 것도 잊고 아저씨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주무실거라는 예상을 깨고 초인종 한 번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재혁이에요."

"아이구 이 시간에 어쩐일로."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아저씨를 보자 안도감이 느껴졌다.


"아.. 백구도 보고싶고 아저씨도 보고싶고 하하."

"이제 퇴근한거야? 들어와 어여."


아저씨는 나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거실에서 뒹굴고 있던 백구도 쫓아 달려나왔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별말씀을. 무슨 일 있어요?"

"그건 아닌데요. 집에 혼자 있기 싫은 밤이랄까 하하."


귀신이 있을 것 같아 무서워서 왔다는 말은 도저히 하지 못했다.


"그럴 때가 있지. 맥주 한 잔 할래요?"

"괜찮아요. 아저씨 죄송한데 저 오늘 여기서 하루 자고 가도 돼요?"


새벽에 갑자기 쳐들어와 재워달라고 하니 아저씨도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집도 멀지 않는데.


"진짜 무슨 일 있는건 아니고?"

"아니에요. 진짜 오늘은 혼자 자고 싶지 않아서요."


혼자 자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요 아저씨.

아저씨는 더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나야 사람 훈기 느끼고 좋지. 작은 방에 이불 깔아줄게요. 참 저녁 식사는 했어요?"

"거실 소파에서 자도 돼요. 여기가 편해요. 저녁은 먹었어요."


나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험한 일 하는 사람이 혼자 있다보면 별 생각 다 나는 날도 있겠지."


아저씨도 신기 있으신가?


"걱정말고 푹 자."

"아저씨는 왜 안주무시고 계세요?"

"저녁을 늦게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 해서 좀전에 백두랑 산책하고 왔거든."

"그러셨구나."


그때 백두가 내게 다가와 무릎 위에 앉았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 같았다.


"백두는 말썽 안부려요?"

"말썽은 무슨. 혼자 잘 뒹굴고 내 옆에 와서 애교도 부리고. 잘 지내고 있어."


나는 백두를 들어 올렸다.


"아저씨 잘 챙겨 드려라 백두!"


백두는 내 말을 알아듣는지 왕! 하고 짖었다. 잠시 후 아저씨는 먼저 자겠다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저씨와 항상 함께 잔다던 백두가 오늘은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백두야. 형 무서워서 온거 알고 있는거야?"


나는 소파에 누워 백두를 끌어 안았다. 아까 느낀 한기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눈을 뜨니 백두가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몇시야."


나는 옆에 둔 핸드폰을 열었다. 아직 6시밖에 되지 않았다.

더 잘까. 아니야 아저씨 일어나시기 전에 얼른 나가자.

화장실로 가 대충 세수만 하고는 조심히 집을 나오려던 참이었다.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는 순간 아저씨가 안방에서 나오셨다.


"아침 먹고 가지."

"재워 주신것도 민폐인걸요. 일찍 출근 하려고요."

"먹고 가. 그래야 든든하지."


싱크대에서 손을 씻은 후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 아저씨를 보고는 다시 신발을 벗었다.

죄송스럽다고 머리를 긁적이자 서랍에서 칫솔을 꺼내 건네 주셨다.


"밥 먹고. 씻고 가요. 집에 들렀다 갈거야?"

"아니요 바로 가려고요."

"그럼 조금만 기다려. 같이 아침 먹고 가요."


아저씨는 웃으며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뚝딱뚝딱 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글거리는 소리와 된장 냄새가 거실로 흘러들어왔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었는데 된장찌개 냄새에 배가 요동을 쳤다.


"시장하겠네. 이리와요."


나는 안고 있던 백구를 내려놓고 식탁으로 갔다. 그 짧은 순간에 된장찌개에 계란말이까지 식탁에 올려졌다.


"어여 먹어."

"잘 먹겠습니다."


나는 수저를 들어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먹었다.


"와! 아저씨! 완전 맛있어요!"


과장이 아니었다. 아저씨의 된장찌개는 우리 엄마 것보다 맛있었다.


"우리 엄마 된장찌개보다 맛있어요 진짜!"


멈추지 않는 숟가락질을 보며 아저씨는 연신 웃었다.


"누가 보면 며칠 굶은 줄 알겠어."

"집 밥 먹은지 오래라. 진짜 너무 맛있어요."

"천천히 먹어. 체할라."


아저씨는 물을 컵에 따라 주었다.


"살아보니까 말이야. 배가 든든해야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더라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든든히 먹고 힘내서 일해요."

"감사합니다. 진짜 너무 맛있는 아침을 먹어서 오늘 하루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러고 나는 밥을 두그릇이나 해치웠다.


"배부르다. 아저씨 진짜 잘 먹었습니다."

"언제든 혼자 밥 먹기 싫으면 와요."

"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됐어. 됐어. 남의 소일거리를 왜 뺏나. 빨리 양치나 하고 출근해요."


나는 감사하다고 말한 뒤 싱크대에 그릇들을 옮겨 두었다. 욕실로 다시 들어가 아까보다 조금 더 꼼꼼히 씻고는 아저씨 집을 나왔다.

갑자기 찾아온 나를 따듯하게 대해주신 아저씨에게 고마웠다.

집에 잠시 들렀다 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젯밤의 그 기운은 칼든 강도보다도 무서웠으니까.

나는 곧장 차로 가 무현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오실거죠?

- 응. 아침부터 왜 이렇게 보채.

- 어젯 밤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문 열자마자 기분이 이상해서.

- 그래? 잘했어. 다섯시쯤 집으로 갈게.

- 먼저 들어가 계실래요? 좀 늦을 수도 있어서.

- 내가 막 들어가도 되나?

- 상관없죠 뭐. 훔쳐갈 것도 없고. 비밀번호 톡으로 보내 놓을게요.

- 알았어. 준비 좀 해서 가야겠네.

- 무슨 준비요?


혹시나 큰 해가 되는 귀신일 것을 대비한다고 했다. 부적이냐 물으니 '그것도' 라는 대답을 들었다. 무현 형님과 통화가 마무리 되자마자 톡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민아 입니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나는 민아의 톡을 읽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아닙니다. 혹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일단 민아를 다시 만나야만 했다. 정말 그 귀신이 해를 가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따라다니는 건지.


[제가 지금은 어렵고. 일요일 괜찮을까요?]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일요일이면.


[네 괜찮습니다.]

[그럼 일요일 그때 봬었던 카페로 갈게요.]

[네 그럼 그때 봬요.]


민아를 만나기 전에 김경수라는 귀신에 대해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요일까지라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까.


#


어제와 달리 현관문을 열자 서늘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무현 형님이 먼저 와 있어서 그런건가.

무현 형님은 집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뭐 있어요?"

"어제 들어왔을 때 어땠다고?"

"서늘 했어요. 진짜 한기가 현관문 밖으로까지 나왔어요."

"음."


형님은 천장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 소파에 앉았다.


"그 귀신 오늘 온다고 했다고?"

"네. 이따 올거에요."


형님은 작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손가락만한 길이에 투명한 포장에 담긴 부적 여러개와 방울, 하얀 종이등 굿판에서만 볼 법한 물건들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여기서 굿하게요?"

"여기서 못하지. 오늘은 어떤 건지만 볼거야. 근데 그 귀신이 상담하러 온거야?"


나는 귀신이 상담하러 왔던 이야기와 선을 보러 가서 만난 이야기, 그 귀신의 손이 닿자 여자가 돌변한 이야기까지 모두 해주었다.


"아직 빙의까지는 아닌거 같고. 계속두면 위험해. 근데 선도 보러 다니냐?"

"아니 뭐, 엄마가 무작정 약속을 잡는 바람에."

"귀신도 보는 놈이 할 건 다 하고 다니네."

"에이 참."

"아무튼. 그 놈이 원한이 가득한 원귀라면 그 여자를 신당에 데려와야해."

"그렇게 위험해요?"

"여자를 데려갈 생각인 것 같은데."

"네?"


여자를 데려가? 죽게 만든다는 말이야? 진짜 스토커라면 살아서도 그렇게 괴롭혀 놓고 죽이기까지 하겠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해요?"

"그래서 일단 보겠다는 거잖아."

"근데 방울이랑 부적 보면 도망가지 않을까?"

"진짜 강한 원귀면 이런거 봐도 꿈쩍도 안하지. 참 이 부적은 희민이 하나 주고, 그 여자에게 줄 수 있으면 하나 주고. 그리고 니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 지니고 다니게 줘."


가까운 사람들?


"부적 몇개예요?"

"다섯개."


그러면 희민 선배, 백두 아저씨, 아리? 성훈이도 줘야하나?


"근데 왜요?"

"너는 직접 보기도 하고 귀문도 열려서 크게 위험할 건 없을 것 같은데, 일반 사람들 주변에 자꾸 귀신들 알짱 거리는거 안좋아. 너랑 있으면 알게 모르게 귀신들이랑 자꾸 부딪히게 될거고. 그냥 예비 차원이니까 지니고 다니라고 해."

"알겠어요. 고마워요."


나는 부적들을 챙겨 안방에 놓아두고 나왔다.


"니 덕에 장민 형제 보내고 사례비 꽤 많이 받았어. 그리고 장민 어머님이 여기저기 우리 집 이야기를 했는지 꽤 거물급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거든."

"뭐야. 그럼 내 덕에 요즘 돈 많이 버는 거네요? 그런데 이 부적으로 퉁치게? 소고기라도 사야지!"

"그래서 니 전화에 바로 달려 왔잖아! 근데 이 놈은 언제 오는거야?"


말 돌리기는. 그러고보니 이제 6시가 넘어가는데 왜 안오지?

그 날 나를 만난 후로 마음이 변했나?

9시가 다 되어 갔지만 김경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 오려나 ㅂ.."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하자 갑자기 무현 형님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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