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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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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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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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 원귀 (3)

DUMMY

딸랑 딸랑


그 때 현관에서 김경수가 슥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다른 분도 계시네."


다른 분도 계시네 라고 말하는 김경수의 얼굴은 섬뜩했다. 험한 표정을 지은 것도, 인상을 찡그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


"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아는 형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무당이네?"


김경수의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갔다.


"맞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김경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와서 앉았다.

무현 형님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살짝씩 흔들리는 어깨를 보니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여자 친구분과는 다시 만나 볼 생각입니다."

"맘에 들었습니까?"

"네? 아니요. 경수씨 부탁 들어 드려야죠. 좋은 분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셨잖아요."

"그쪽이 만날 생각은 없고?"


없고? 이 새끼 귀신이라고 봐줬더니 말이 짧네.


"없죠. 저는 결혼 생각도 없고, 누군가와 연애할 생각도 아직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다행이라니요?"


김경수는 잠시 실언했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근데 저 무당은 아까부터 눈감고 뭐하는 거예요?"

"경수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 그런거 치고는 방울에 오방기에 칼에."

"칼?"


무현 형님이 꺼내놓지 않았지만 가방에 칼이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김경수는 턱으로 형님의 가방을 가리켰다.

그때 무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잡귀 중의 개 잡귀구만?"


쫙 깔린 목소리로 무현 형님은 김경수를 노려보았다.


"뭐?"


잡귀라는 말에 흥분했는지 김경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개잡귀라고. 한이 많은 원귀인 줄 알았더니."

"웬 헛소리야!!"


김경수는 벌떡 일어났다.


"형님."


나는 무현 형님의 팔을 잡았다. 형님은 괜찮다는 듯 내 손을 두드리고는 다시 김경수를 바라봤다.


"제가 실언을 했나보네요. 우리 장군님이 잠시 실리셔서."


무현 형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고는 방울을 내려 놓았다.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게 해드릴 수 있는데 가시겠습니까?"


김경수는 잔뜩 기분이 상한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가시겠습니까?"

"아니? 아직 할 일이 많아서요. 여자 친구에게 좋은 사람 만나게 해줘야하고."

"그래요? 그렇다면 뭐. 모든 원이 이루어지시면 절 찾아오시죠."

"그러죠."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개잡귀라는 말에 혹시나 김경수가 못된 짓이라도 할까봐 잔뜩 쫄아 있었다.

나는 얼른 다른 말을 꺼내 화제를 돌렸다.


"경수씨. 혹시 민아씨를 24시간 따라다니세요?"

"아니요. 민아가 집에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따라다닙니다. 세상이 위험하니."

"그렇군요. 그럼 지난 번에 말씀 하셨던 것처럼 경수씨의 말만 전하면 되겠습니까?"

"네. 그런데 어떻게 전하려고요? 귀신이 찾아왔는데 행복하길 바란다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실겁니까?"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죠. 미친놈 소리 들을게 뻔하니. 방법은 제가 더 알아보겠습니다."


김경수는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경수씨. 민아씨랑은 얼마나 만났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인 듯 경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일.. 일년?"

"일년. 어디서 처음 만나셨습니까?"


연거푸 들어오는 질문에 김경수는 자꾸만 시선을 다른데로 돌렸다. 그때 바로 알아챘다. 죽은 스토커와 김경수가 동일인물이구나.


"그런게 제 부탁과 상관 있습니까?"

"어떻게 만나셨는지, 어디서 만나셨는지, 얼마나 만나셨는지를 알면 경수씨가 원하는 바를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같은 건물에 살고 있어서 만났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열어 메모하는 척을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더 드릴 질문이 있긴 한데.."

"오늘은 저 사람 때문에 기분이 잡쳐서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혼자 계셨으면 좋겠네요."


아 라고 말하면 나는 무현 형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현 형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김경수를 바라보았다.


"그.. 그러죠. 그럼 언제 다시 오시겠습니까?"

"우리 민아랑은 언제 다시 만나시죠?"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때 오겠습니다. 민아를 만나고 난 후."

"알겠습니다. 일요일 오후 5시. 이곳으로 다시 오세요."


김경수는 고개만 까딱 거리고는 바로 사라져 버렸다.


"후. 뭔일 나는 줄 알았네. 어때요?"

"쫄거 없어. 그냥 잡귀야 잡귀. 손가락 하나만 갖다대도 불 태워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야."

"근데 어떻게 민아씨를 조종했죠?"

"그 여자에 대한 강한 집착이지. 일반 사람들한테는 잡귀지만 그대로 두면 그 여자는 위험해. 빨리 여자를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민아씨를 만나려고 하면 저게 쫓아와서..."

"그럼 당장 내일 점심 시간쯤에 만나자고 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내가 준비해서 갈테니까."


갑자기 보자고 하면 만나려나?


"아까 김경수가 집에 들어가면 따라가지 않는다고 했지? 아마 저 여자 집 안에 뭔가 있을거야. 부적이라던가 김경수가 다가가지 못할 이유. 그럼 점심쯤 그여자 집으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도 김경수랑 마주치면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그 여자 집 근처에는 아예 오지도 않을거야. 넌 어떻게든 그 여자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냥 다 오픈할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난 오늘 여기서 자고 가야겠다."

"왜요?"

"그게 좋을 것 같아서. 편한 옷 없냐?"


같이 잔다면 무섭지는 않겠다만, 불편한데.


"진짜 자고 가게요?"

"응. 저 놈 너 혼자 있으면 또 올거야."

"엥?"

"어제도 와 있었어. 큰 해가 되지는 못해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형님 있으면 안와요?"

"응.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해. 준비는 내일 아침에 잠시 다녀오면 되니까."


알았어요, 라고 말한 뒤 나는 편한 바지를 꺼내왔다. 그리고 민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경수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민아는 경기하는 듯했다.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설득한 뒤, 내일 점심 때 민아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스토커에게 오랫동안 시달렸다면 남자를 집에 들이는 게 꺼려지겠지만 부모님들끼리 지인이라는 것과

내가 형사라는 것이 그녀를 설득하는데 한 몫 한 것 같았다.


"안된다고 할까봐 엄청 걱정했어요."

"저녁이나 먹자. 오늘은 희민이 안와?"

"안오죠. 희민 선배가 맘에 들었나봐요."

"의리있게 생겼잖아."

"그건 그렇고 내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무현은 민아의 집을 둘러보는게 먼저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경수를 설득해 본 후 조용히 떠나길 거부한다면 강제로 보내거나 갈갈이 찢어 버릴거라고.


"뭔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요?"

"저런 개잡귀들은 그렇게 해야돼. 근데 대부분 고통스러워서 알아서 떠나겠다고 하거든. 그런데 저 놈 아까 눈 보니까 조용히 갈 놈은 아닌 것 같더라."

"왜 그 여자에게 그렇게 집착할까요? 멀쩡하게 생겨서는."

"이 놈은 사주 자체가 틀려 먹었어. 만약에 그때 안죽었으면 사람 여럿 죽였을 놈이야."

"선한 귀신들만 보다가 저런 귀신 보니까 귀신들 이야기 들어주지 말껄 그랬나 후회 되네요."

"그것 또한 니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야. 운명이려니 해."


운명이라.. 이 운명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걸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도 이 운명의 시작점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무현 형님과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저놈의 방구탱크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현 형님을 깨웠다.


"형님! 무슨 방구를 밤새도록 껴요."

"생리 현상까지 난리야. 너는 안뀌냐? 그리고 자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잠들만 하면 빡! 잠들만 하면 빡! 방구탱크도 아니고 진짜."


무현 형님은 어쩌라는 표정을 지으며 얄밉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


민아씨의 집은 평범한 주택이었다. 스토커 사건이 있은 후로 줄곧 부모님 댁에서 함께 살았다고 했다.

거실 소파에 앉자 민아는 음료수를 가져왔다.


"김경수. 입에 이름 올리기도 싫은 사람. 그 사람이 절 따라다닌다구요? 죽었는데?"

"민아씨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그 날 민아씨 처음 만난 날도 함께 였어요."


민아는 소름이 끼친다는 듯 양팔로 몸을 감쌌다.


"그 사람과 어떻게 만난 겁니까?"

"만난 것도 없어요. 같은 원룸이었고, 엘리베이터에서 한 두번 만난게 다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집에 들어오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불이 흐트러져있다던가, 누군가 샤워를 한 흔적이라던가. 그래서 홈 cctv를 달았는게 그 사람이 들어왔던 장면이 찍혔었어요."

"집엔 어떻게 들어온거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비밀번호를 어떻게 안건지."

"그래서 신고를 하셨군요."

"네. 그리고 바로 이사를 했죠. 그런데 훈방 조치 됐다더라고요. 우리나라 법 진짜. 휴. 그리고 이사간 집까지 따라왔어요. 접근금지 신청을 했는데도 집 앞까지 찾아오고. 신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러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깨어보니 그 남자가 집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어떻게요?"

"창문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자세히는 저도 모르겠어요. 4층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때 제가 신변보호 워치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걸 누르는 걸 보고는 도망갔어요. 그리고 경찰이 따라갔고. 그 다음 날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다행이다 싶은 마음보다는 겁이 났어요. 저때문에 죽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게 왜 민아씨 때문이에요. 그 놈이 나쁜짓하다 벌받은 건데."

"그길로 짐싸서 본가로 들어왔어요."


나와 민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무현 형님은 집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 그림 액자 앞에서 멈춰서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로 남자를 만나기만 하면 자꾸 제가 원치 않는 말들이 나왔어요. 욕을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그게 전부 그 김경수 혼 때문인 것 같아요."

"진짜요?"


민아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어제 전화로 말씀드렸던 그대로 입니다. 믿기 힘드시다는 것도 알지만 저는 귀신을 봅니다. 죽은 혼들을 보는 거죠. 그래서 김경수가 민아씨 옆에 있던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죽어서도 옆에 있다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그때 무현 형님이 우리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그림, 누가 그리신겁니까?"


민아는 고개를 돌려 무현 형님을 바라보았다.


"저희 할머님이요."

"할머님께서 언제 돌아가셨나요?"

"그건 왜..."


무현 형님은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


"언제 돌아가셨어요?"

"작년 8월에요."

"그 놈이 죽고 바로 돌아가셨나보네."

"맞아요!"


민아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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