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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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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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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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 원귀 (4)

DUMMY

무현 형님은 어느 방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님, 나오세요."


할머님? 민아씨 할머니 말하는 건가?

주위를 돌아봐도 할머니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님이라니요. 저희 할머니는 돌아가······."

"어?"


내가 놀라자 내 시선이 멈춘 곳으로 민아의 시선도 따라왔다. 무현 형님 또한 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올 때 보지 못했던 한 할머니가 어느 한 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분홍색 스웨터에 하얀색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이었다. 단아하게 묶은 머리. 혼이었지만 고상하고 기품 있었다.


"민아씨 할머님이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현 형님은 할머니 가까이 다가갔다.


"할매. 여기 계시면 어째요. 손녀한테 안 좋은 거 모르세요?"

"알지 왜 몰라."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민아는 이 상황에 당황한 듯 했다.


"진짜 우리 할머니라고요? 할머니가 여기 계신다고요?"

"민아씨, 진정하세요. 민아씨 할머니라고 하시네요. 할머님, 왜 안가시고 여기 계세요?"


할머니는 앉으라는 듯 손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민아씨의 팔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무현 형님까지 내 옆에 앉자 할머니는 민아씨와 조금 떨어져 앉았다.


"우리 손녀 지키려고 안 갔지."

"김경수 때문에 못 가셨군요?"

"이 잡놈의 새끼가 죽어서도 우리 손녀딸 괴롭히려고 하잖아. 그래서 내가 지키고 있었어."


고상한 할머니의 입에서 험한 욕이 튀어나왔다. 김경수와 할머니의 사망일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시기상으로 보면 김경수가 죽고 나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미 민아가 김경수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다는 걸 알고 돌아가신 것일까.


"할매요. 그래도 이래 있으면 손녀딸한테 안좋은거 아시잖아요."

"나도 알아. 알지 왜 몰라. 그 놈 내가 데리고 올라갈거야. 내 손녀 내가 지키고 갈거야."

"그 놈은 우리가 보낼 테니까 할매 얼른 올라가셔요."

"싫다. 그 놈을 내 손으로 데려가야 안심이 될 것 같아."


할머니는 몸을 틀어 우리를 외면하고 앉았다.

민아는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았다.


"할머니. 진짜 할머니야? 나 때문에 못간 거야?"


민아의 눈에서는 곧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할머니는 닿지 않는 손을 허공에 띄워 민아의 머리맡에 가져갔다.


"그래. 내새끼. 힘들지. 할머니가 우리 손녀 편하게 해줄게."


나는 할머니의 말을 민아에게 전했다.


"왜 그랬어 할머니. 할머니 좋은 곳으로 가야지."

"할머니가 막고 계셔서 집에서는 민아씨의 이상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나 봐요."

"집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게 할머니가 김경수를 막고 있어서 그랬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할머니는 김경수에 대해 모르셨거든요. 병원에 계셨는데."

"저라도 생각 못했을 것 같아요. 돌아가신 할머님이 지켜주고 계셨다는 걸."


할머니는 죽기 전, 간병하던 민아 엄마의 혼잣말로 인해 김경수라는 존재를 알았다고 했다. 그 놈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는 손녀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 안심했다고.

그런데 죽고 나서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 찾아왔다 민아 주변을 맴돌고 있는 김경수를 만났다고 했다.

그 날부터 할머니는 민아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할머니는 집 밖은 나갈 수가 없어 밖에서는 민아를 지켜줄 수 없었다고 했다.


"김경수는 할머니는 보고 도망가던가요?"

"호통을 쳐서 내쳤지. 그 후로는 이 집에 얼씬도 못하는 거고."


할머니는 분하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할머니 여기 계시면 안돼요. 김경수는 제가 책임지고 보낼 테니까 빨리 가셔요."

"그 놈 먼저 가는 거 보고 갈 거야."

"그럼 그 놈 먼저 보내면 진짜 가시는 겁니다."

"알았어."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현 형님은 민아에게 김경수를 쫓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요일에 제 신당으로 오세요. 재혁이랑 같이 움직이면 분명 나쁜 짓을 할 테니 혼자서 움직이세요. 그리고 할머니 그림도 가져오시고요."


무현 형님은 부적 하나는 건네주었다.


"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계세요. 아마 김경수가 섣불리 민아씨 몸에 손대지 못할 겁니다."


민아는 부적을 접어 넣어 둔 작은 투명 봉투를 집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보낼 수 있는 건가요?"

"민아씨에게만 집착하는 잡귀에요. 보내는 건 일도 아니죠. 만약 가기 싫어하면 그 자리에서 찢어 죽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놈은 하늘로 갈수도, 다시 땅으로 돌아올 수도 없죠."

"네. 그럼 우리 할머니는요?"

"김경수는 보내고 나서 할머니는 보내 드릴 거예요. 할머님도 약속 하셨고."


무현 형님이 할머니를 바라보자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 사이에는 되도록 집 밖을 나가지 마세요. 나가시더라도 부적 꼭 지니고 가시고. "

"네. 왜 죽어서도 저를 괴롭힐까요."

"그것도 그 날 알아봐야겠죠."


우리는 그 날의 계획을 세웠다. 사실, 그냥 찢어 태워버리는게 가장 빠르지만 그 사람도 혹시 어떠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야기는 들어주겠다는게 무현 형님의 뜻이었다. 나와 무현 형님은 이야기를 마치고 민아의 집을 나왔다.


"할머님이 계실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어. 부적이나 이런걸 줄 알았지."

"형님은 신당으로 돌아가세요? 저 서에 다시 들어가봐야 해서."

"응. 가서 우리 희민이한테 부적 꼭 전해주고."

"우리 희민이... 알겠어요."


무현 형님과 헤어지고 나는 서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게실에 희민 선배와 아리를 따로 불렀다.


"이거 받아요. 다들 당분간 지니고 다니세요."

"이게 뭐야. 부적? 우리 무현 형님이 주셨어?"

"우리이? 무현 형님도 그러더만. 아무튼 지니고 다니세요."


그러자 아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이걸 왜요?"

"그럴 일이 있어."

"그런데 선배님. 자세히 설명도 없이 무작정 지니고 다니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요."


매번 네네 하던 아리가 이번엔 달랐다.


"저는 두 선배님들하고 한팀인데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요."


아리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게 아리야. 후. 그럼 오늘 저녁에 저녁 먹자. 내가 얘기 할게."

"아리한테도 귀밍아웃 하려고?"

"귀밍아웃?"


어두웠던 아리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며 아리는 무슨 이야기냐며 계속 물었다.


"마치고. 희민 선배랑 같이 셋이 한 잔하자."

"으 궁금해. 저 궁금한거 못참지만 퇴근까지는 참아볼게요. 귀밍아웃? 귀밍아웃?"


아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부적을 챙겨 휴게실을 나갔다. 그런데 밖에서 몰래 듣고 있었는지 아리가 문을 열자 성훈이 기침 소리를 냈다.


"너 뭐야 왜 엿들어?"

"여 엿듣긴 누가!"


라고 말하며 휴게실로 들어왔다. 나와 희민 선배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내 팔을 붙잡았다.


"그게 뭔데 귀밍아웃."

"넌 몰라도 돼."

"뭔데 뭔데."


예전처럼 날이 선 말투가 사라진 성훈은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왜이래 징그럽게."

"아 나 또 섭섭하게 할거예요?"


난처한 표정을 짓자 희민 선배는 눈을 찡긋 거렸다. 그냥 말해주라는 것 같았다.


"우리 팀 얘긴데 왜 니가 끼려고 해."

"아니 같은 경찰서면 한팀 아닌가? 말해줘 나도. 형! 나도 말해줘."


이걸 어쩌지.


나는 남은 부적 중 하나를 성훈에게 건네었다.


"내 옆에 있으려면 이거 지니고 다녀."

"옆에 있고 싶은건 아니데?"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 부적을 앞뒤로 훑어 보더니 주머니에 넣었다 .


"그럼 나도 말해줄거야?"

"징그럽다고!! 퇴근하고 너도 그럼 합류해.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니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도."

"알겠다고요. 거 참 되게 비싸네. 그럼 퇴근하고 봐요."


성훈이 나가자 몸에 힘이 풀리는 듯 했다.


"저 놈하고 있으면 기빨려. 후. 근데 성훈이한테까지 이야기 해도 될까요?"

"너 어차피 성훈이도 주려고 더 챙겨 온 거 아니야? 부적."

"딱히 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날 이후로 예전처럼 다시 가까워지고 있긴 했으니까."

"그럼 그냥 말해. 너도 알잖아 성훈이. 한동안 날카롭게 너를 대하긴 했지만 우리한테 어떻게 했었는지."


알지.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는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으니까.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예상대로 성훈은 그런게 어디있냐고 했다.


"진짜야. 귀문이 열려있다고 했어. 그때 편의점 점원이 범인인걸 알아낸 것도 그때 죽은 기사님들이 알려주셔서 알았어."

"말도 안돼."


그에 반해 아리의 눈은 초롱초롱 했다.


"와 귀신을 보는 형사라니. 그럼 무당인거에요?"

"그거랑은 또 달라. 근데 너 되게 신나 보인다."

"신기하잖아요. 무당은 아닌데 귀신을 본다. 그 귀신들이 범인을 알려준다. 그럼 못잡을 범인이 없겠는데요? 그리고 저 샤머니즘 엄청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나. 아무튼 꼭 그렇지도 않아. 나는 찾아오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고. 가끔 그게 범죄랑 맞물려서 잡은 것 뿐이야."


아리는 우와하며 두 손을 모았다.


"이 이야기는 세 사람 모두 비밀로 해줘야해."

"나는 당연히 비밀로 하지."


서비스로 주신 계란 말이를 입에 넣으며 희민 선배가 말했다.

성훈은 눈을 한껏 찌푸리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요?"

"낸들 알겠냐.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귀신이 좀 쎄해. 무현 형님은 잡귀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내 측근들은 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부적도 써주신거고."

"부적 없으면 뭐 귀신한테 홀린다 이런 말이에요?"

"글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니고 다녀."


성훈은 믿지 않는 듯 말했지만 주머니 속의 부적을 매만지는 듯 보였다.


"전부 사실이야.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믿어야죠 뭐. 형이 얘기하는 건데."

"고맙다.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진짜 비밀이야."

"왜 숨겨요? 만약에 이 일을 서장님이나 반장님이 아시면 특별 수사반 같은거 만들어 주실 수도 있잖아요."

"퍽이나 믿겠다. 여기 사람들이야 날 믿으니 내 말도 믿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지."

"그런가."


성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에 혹시나 말이예요. 형님들 특별 수사반 만들면 저 꼭 껴주셔야 해요."

"그런거 안만든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혹시나요."

"알았어. 너 이제 나한테 서운했던 건 완전히 풀린거야?"


성훈은 내 빈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당연히 다 풀렸죠. 몰라줬던 형이 미웠던거지 싫은건 아니었으니까."


말하며 성훈은 소주를 압에 탁 털어넣었다.

나는 성훈의 잔을 다시 채워주고 잔을 들었다.


"세 사람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희민 선배만 알고 있을 때도 혼자 끙끙 거리지 않아 좋았지만 성훈과 아리까지 알게 되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앞으로 조금 더 편하게 귀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24.05.06 09:31
    No. 1

    '둘 이상 알게되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는 말이 있던데요...자기만 알아야 비밀인데, 지키지 못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버렸잖아요. 자신도 지키지 못 한 비밀을 다른 사람들은 다 지킨다는 것도 모순일테고....큰 비밀이 새어나가면 반드시 반작용이 생기지 않겠어요....원치 않게 더 큰 위험을 강요당한다던지, 이용당한다던지....너무 쉽게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이...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건필!!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방탱
    작성일
    24.05.06 10:00
    No. 2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님 입장에서 보니 그렇게 느끼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탄탄한 스토리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다크스나
    작성일
    24.05.16 02:49
    No. 3

    12페이지 아니데 >>> 아닌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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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학원강사 연쇄살인 사건 24.05.10 495 10 14쪽
33 슈퍼 스타의 억울함 (2) +2 24.05.09 509 13 14쪽
32 슈퍼 스타의 억울함 (1) 24.05.08 574 12 12쪽
31 자격 없는 원귀 (5) +4 24.05.07 603 16 11쪽
» 자격 없는 원귀 (4) +3 24.05.06 61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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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자격 없는 원귀 (2) 24.05.02 636 14 11쪽
27 자격 없는 원귀 (1) +1 24.05.01 667 13 12쪽
26 삼겹살, 그리고 삶 24.04.30 678 14 11쪽
25 택시 기사님의 증언 (4) +1 24.04.29 673 16 11쪽
24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24.04.26 67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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