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452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5.07 08:25
조회
600
추천
16
글자
11쪽

자격 없는 원귀 (5)

DUMMY

#


신당에 도착한 민아의 눈빛이 바뀌었다. 부적을 지니기는 했지만 김경수의 강한 집착이 그것마저 뚫어낸 듯 보였다. 그림을 들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 탐탁치 않아 하는 눈빛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저를 왜 이곳으로 불렀죠?"


민아의 말투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여기 아는 형님이 함께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들어가시죠."


나는 신당을 향해 손짓했다. 하지만 민아는 나를 노려만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왜요? 전 돌아가야겠어요. 이 그림이나 가져가세요."


민아는 내게 던지 듯 그림을 안겼다.

그때 무현 형님이 신당에서 나와 두개의 칼로 민아 주변을 돌며 부딪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원래의 민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민아씨."


내가 부르자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현 형님의 손짓에 우리는 함께 신당으로 들어왔다. 가운데에 민아를 앉히고 무현 형님의 의식이 시작되었다.

부채와 방울을 들고 신나게 뛰고 있는 무현 형님. 그동안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의식이 점점 고조되자 민아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른 후 그대로 까무러치고 말았다.


"민아씨!"


놀란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무현 형님의 제자들이 나를 막았다. 그냥 두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이 잡귀 새끼가 어디서 왔다갔다 장난질이야!"


무현 형님의 호통이 신당안을 울렸다.

어디서 보기에는 귀신이 몸 안으로 들어와야 퇴마가 가능하다는 걸 봤는데 저렇게 따라다니는 것도 가능 한건가.

무현 형님이 호통치자 갑자기 민아씨가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경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너 내가 서낭당 나무에 꽁꽁 묶어 죽일 수도 있어. 말 잘해. 너 왜 이여자 자꾸 따라다녀?"

"날 보고 웃어 줬으니까. 이 여자도 나 좋아해. 같이 가야지."

"이 여자가 널 왜 좋아해. 니가 미친듯이 쫓아 다니면서 괴롭힌거잖아."

"괴롭힌거 아니라니까."


이 모든 말은 민아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이었다.

무현 형님은 누워있는 민아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명치를 눌렀다.

아아악 하며 민아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집 밖만 나오면 요 속으로 들어가서 괴롭혔지? 아니면 옆에서 졸졸 따라다녔지?"

"그만해. 아파. 그 할머니만 아니었으면 벌써 민아랑 행복하게 떠나고 있을텐데. 아아악"

"갈거야 안갈거야. 너는 원귀 자격도 없어. 뭐 그럴듯한 한이라도 있어야 원귀라고 생각해주지. 잡귀 중에서도 쓰레기 개 잡귀야. 이 여자 할머니가 오죽하면 못떠나고 구천을 떠돌까!!"

"데려갈거야. 데려갈거야!!!!"


무현 형님은 이새끼는 안되겠다며 신칼이라는 걸 가져왔다. 그리고 명치 위에 올리고 다시 한 번 눌렀다. 아까보다 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민아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너는 내가 갈기갈기 찢어서 없애 버릴거야. 다시 태어나지도 못하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까지 괴롭혀. 살아서도, 죽어서도. 니 욕심에 한 사람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는 알아?"

"갈게. 갈게 갈게."


무현 형님의 무서운 호통에 결국 김경수는 백기를 들었다.


"한 번에 빠르게 나가.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그대로 묶여서 찢겨죽는다. 하나, 둘, 셋!"


간다는 김경수의 말에 무현 형님이 색색의 천을 찢고 민아의 등을 쎄게 두드리자 무언가를 토해냈다. 그때 보이지 않던 김경수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경수는 억울함과 고통스러움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김경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보이지 않던 할머니도 나타났다.


"너는 나랑 같이 가야돼. 우리 손녀한테 더이상 못가게. 이보게. 나를 이 놈과 같이 보내주시게."


할머니는 김경수의 팔을 잡았다. 김경수가 뿌리치려고 하면 할수록 할머니의 팔은 김경수에게 강하게 감겼다. 무현 형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의식을 시작했다. 방울 소리와 징, 북, 요란한 소리가 뒤엉키며 두 귀신은 신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 후에도 무현 형님의 의식은 계속 됐다. 긴 흰 천 가운데를 가로 질러 가기도 하고 칼을 들었다 놓기도 했다. 의식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기절하다시피 누워있던 민아는 무릎꿇고 앉아 두 손을 비비며 빌고 있었다.

무현 형님의 긴 한숨이 후 하고 나오자 모든 의식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현은 민아에게 다가가 마주보고 앉았다.


"민아씨. 고생했어요. 할머니가 김경수 끌고 같이 올라가셨어. 자 이거 받아요. 그때 준 부적은 주시고 이걸로 지니고 다니세요."


무현 형님은 민아에게 받은 부적과 할머니의 그림을 들고 신당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두개를 모두 불에 태웠다.


"할머니 흔적이 남은 유일한 그림인데."


불에 타고 있는 그림을 보자 민아는 마음이 착잡한 듯 보였다.


"이걸 태워야 할매 좋은 곳으로 가. 민아씨 가면 내가 좋은 길 가도록 기도 드릴거니까. 그리고 할머니가 직접 그 나쁜놈을 하늘에 데려가서 심판 받게 하실거야."

"알겠습니다."


불이 차차 꺼지고 마지막 의식까지 모두 끝났다. 김경수와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못된 짓만 한 김경수, 그 놈에게는 다시 좋은 삶으로 태어나라는 말은 차마 해줄 수가 없었다.

민아가 먼저 집으로 돌아간 후 나는 신당에 남았다.


"김경수는 확실히 갔어요?"

"떠났지. 오고 싶어도 이제는 겁나서 못올거야. 그리고 할머니한테 붙잡혀 갔잖아."

"부적은 왜 바꿨어요?"

"한 번 귀신이 저렇게 들락날락 한 몸은 여러 잡귀들이 들어올 수 있거든. 그걸 막아주는 거지."

"나는 왜 못해요?"

"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니까."


무현 형님은 내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왜 때려요."

"이제 다 됐다. 너도 고생했을텐데 가봐."

"저녁 같이 드실래요?"

"아니.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려고."

"알겠어요. 고생하셨어요.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이런 일 있으면 무조건 전화해."

"네. 형님 갈게요."


무현 형님은 무심한 듯 손을 흔들었다.

그 후 이틀 뒤 무현 형님은 다시 민아의 집을 찾아갔다고 했다. 민아는 이제 밖에 나가도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제는 예전처럼 살아보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동안 겪은 마음의 고통을 잊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잘 이겨낼 거라 생각했다.


#


귀밍아웃을 한 이후 귀찮음도 많아졌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칼퇴근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성훈과 아리, 희민 선배의 배려로 나는 칼퇴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날 위한 배려라기 보다는 혹시나 있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오라는 게 핵심이었지만.

민아의 일이 있고나서 3일 후에 새로운 귀신을 만날 수 있었다.

제발 평범한 귀신이었으면.


"어서오세요."


띵동이라는 말과 함께 들어온 사람을 보고 나는 뒤로 뒤집어 질 뻔했다.


"헉. 야구스타 장중현?? 아니아니 장중현씨? 장중현님?"


눈 앞에 보인 사람은 다름 아닌 천재 투수 장중현였다.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왔던 우리나라 대표 투수 장중현은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었다.

항간의 떠도는 소문으로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해 죽었다라는 사람도 있었고,악플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도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꽤나 시끄러웠던 일이었다.

야구를 좋아했던 나 역시 충격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손님이 많은지 꽤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런 대스타를 만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나는 소파로 안내했다.


"혹시 드시고 싶으신게 있으실까요."

"음.. 저는 믹스커피 한 잔 마셨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나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믹스커피야 널리고 널렸다. 나는 얼른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한 잔 타서 중현의 앞에 놓아주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런 대스타분이 여길 찾아오시다니. 그럼 돌아가신 후 2년이나 이 곳을 떠도셨어요? 아직도 못떠나신 이유가..."


나는 조심스레 중현에게 물었다. 중현은 종이컵의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커피 맛이 좋네요. 제가 죽은 시기를 아시는군요. 당연히 억울해서 못갔죠.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여전히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울화통이 터져서요."

"당연히 알죠. 야구 광팬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일로. 혹시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그때 당시의 악플들 때문인가요?"


중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가 어려운 듯 보였다.


"천천히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커피 드시고 천천히."


중현은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셔갈 때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죽은 이유는 물론 악플이죠. 그게 다가 아니지만요. 악플도 악플이지만 사람들의 입도 문제고. 너무 괴로워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그런 유명세에, 돈에, 가질 거 다 가졌으면 그런 악플이나 소문도 감수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물론 그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럼 그 일만 가지고 이야기 해야하는데 소문이라는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작은 슬럼프는 선수 생명의 끝을 이야기 했고 그 문제는 결국 가족의 이야기까지 번지더라고요."


그렇지. 소문이라는게 그렇지. 한 사람의 입에서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해질 때 살이 덧붙고 덧붙으니까.


"이해해요.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만큼 무서운게 없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현의 얼굴은 처음과 달리 점점 굳어갔다.

저 사람이 겪었을 지옥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운동 하나만 보고 달려온 사람일게 분명했다. 그의 다큐에서도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후배들이 기억하는 장중현은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조금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나 운동하고 가장 많은 연습을 했다고 이야기 했었다.


"후. 그래서요. 제가 죽으면 조금이라도 변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아무것도 변하는게 없다는 걸 알았다면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잘못한 일이죠.

하지만 잘 나갈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국위선양한 투수, 멋진 투수라고 칭찬하다가 한번의 슬럼프로 최악이다, 이제 끝이다라는 말로 나를 찔러대는 칼날에 저는 더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2 24.05.30 68 0 -
공지 죄송합니다 +1 24.05.24 131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24.05.07 42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4.04.17 739 0 -
49 미제 사건 전담팀 (4) 24.05.29 171 7 11쪽
48 미제 사건 전담팀 (3) +1 24.05.28 191 7 11쪽
47 미제 사건 전담팀 (2) +1 24.05.27 202 9 11쪽
46 미제 사건 전담팀 (1) +2 24.05.26 223 7 11쪽
45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5) +2 24.05.25 242 10 11쪽
44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4) +2 24.05.22 271 9 12쪽
43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3) +1 24.05.21 257 8 11쪽
42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2) +1 24.05.20 277 8 11쪽
41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1) +1 24.05.17 327 10 11쪽
40 악령이 된 생령 (6) +1 24.05.16 349 10 12쪽
39 악령이 된 생령 (5) +2 24.05.15 371 10 11쪽
38 악령이 된 생령 (4) 24.05.14 371 9 11쪽
37 악령이 된 생령 (3) +2 24.05.13 398 10 11쪽
36 악령이 된 생령 (2) 24.05.12 404 9 11쪽
35 악령이 된 생령 (1) 24.05.11 428 10 12쪽
34 학원강사 연쇄살인 사건 24.05.10 495 10 14쪽
33 슈퍼 스타의 억울함 (2) +2 24.05.09 508 13 14쪽
32 슈퍼 스타의 억울함 (1) 24.05.08 574 12 12쪽
» 자격 없는 원귀 (5) +4 24.05.07 601 16 11쪽
30 자격 없는 원귀 (4) +3 24.05.06 614 14 11쪽
29 자격 없는 원귀 (3) 24.05.03 646 13 11쪽
28 자격 없는 원귀 (2) 24.05.02 636 14 11쪽
27 자격 없는 원귀 (1) +1 24.05.01 666 13 12쪽
26 삼겹살, 그리고 삶 24.04.30 678 14 11쪽
25 택시 기사님의 증언 (4) +1 24.04.29 672 16 11쪽
24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24.04.26 677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