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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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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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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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타의 억울함 (1)

DUMMY

중현의 목소리는 점점 고조되어 갔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았습니다. 제 자랑을 제 입으로 하려니 낯부끄럽지만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으니까.

귀화 제의도 꽤 받았죠. 하지만 대한민국 국기가 좋았어요. 그걸 달고 있으면 독립투사가 된 듯 했거든요. 총칼을 들어야만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국가가 부르면 국가를 위해서 경기도 했고, 이 작은 나라에서 메이저리그까지 가서 높은 성적으로 나라 이름을 알렸어요. 그리고 어디서든 한국 사람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어떤 사람은 그러더라고요. 좌절하던 시기 제 시합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고요. 근데 그건 너무 빨리 잊혀졌어요. 정말 순식간에. 한국에 들어와서도 처음엔 괜찮았죠.

그런데 어깨에 부상을 당한 후로 투구폼이 올라오질 않았어요. 그 후에 점점 더 슬럼프에 빠졌죠. 어쩌면 누구라도 괜찮아, 넌 원래 최고였으니 다시 도약할 수 있어 라는 말만 해줬어도 더 쉽게 극복하지 않았을까.. 죽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는 말은 모두 핑계일 뿐이었죠. 유명해지니 훈련을 안해서 그렇다, 거만해졌다, 운동보다 유명세에 더 신경쓴다 등등.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도 힘드네요. 물론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겠죠."

"마음 고생이 정말 심하셨네요. 저도 응원 많이 했었는데. 차라리 은퇴를 하시지 그러셨어요."

"생각했죠. 그런데 또 누군가 그런 글을 올렸다더라고요. 은퇴 수순아닌가, 이제 돈 벌만큼 벌어서 대충하는 거다 등등.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하는 말들도 많았고요. 제 자리에 서 일희일비 하면 안된다는거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더라고요. 전 실패한거죠."

"실패라니요.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사람들이 참. 왜 그렇게 까지 남의 인생을 갉으려고 할까요."

"처음엔 내가 잘나서 시샘하는 거라며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려고 했어요. 근데 매일 쏟아지는 저에 대한 안좋은 기사, 헛소문, 거기에 따른 악플. 못 버티겠더라고요. 하하. 제가 나약한 것도 있겠죠. 한 번 시작된 마녀사냥은 끝이 날 생각이 없었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특기인 화르르 끓어 올랐다 가라 앉는.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됐어요. 그게 참 우리나라 최대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인 것 같아요. 차라리 제가 범법 행위를 저질러서 욕을 먹었다면 그나마 이해는 했을텐데."


중현을 나약하게 만든 건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떠드는 사람들이었겠지. 여러 유명 스타들도 그런 악플로 많이 죽었으니까.


"왜 유명한 사람들 다 악플 받는데 너만 죽고 싶다라고 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어떤 시련을 견딜 수 있는 그릇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그렇죠."


중현이 하는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단합이 잘되는 것, 그리고 무언가 일이 생겼을 때 똘똘 뭉치는 힘. 하지만 화르르 끓어 올랐다 쉽게 꺼져버리는 것. 그게 가장 큰 단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떠한 시련을 견딜 수 있는 그릇도 분명 다르다. 유명하다고 그 그릇이 큰 것도 아니고, 착하다고 큰 것도 아니다. 가난하다고 작은 것도 아니다.


"중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옹호하는 기사도 많긴 했어요. 악플이 죽인 야구 스타라는 글도 꽤 있었구요."

"알아요. 하지만 또 잠시였잖아요. 절 괴롭히던 소문은 사라지지 않죠. 그래서 억울한 거예요. 저는 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요. 하지만 저는 이 곳에서 더는 저처럼 사람들의 손가락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고 가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그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 있게 어떤 걸 하면 될까요?"


나는 중현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기사 한 줄 나간다고 억울함이 풀릴까요. 저도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기사보다는...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같은 희생자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악플에 시달리다 죽어 떠도는 걸 보면 제가 죽은 것보다 더 가슴 아프더라고요."

"흠. 중현님의 억울함 풀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볼게요. 시간을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중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죽어야 했던 이유와 이 사람의 명예를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간절히 들었다. 중현과는 3일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 일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지혜와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장중현이 다녀간 이후 집으로 희민 선배와 아리, 성훈을 불렀다. 머리를 맞대면 조금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뭐?? 장중현?? 내가 아는 그 장중현?????"

"진짜야? 진짜야 형?"


나보다 더 야구 광팬인 희민 선배와 성훈은 자리에도 앉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며 집안을 왔다갔다 거렸다.


"정신 없어. 앉아요 선배. 앉아 성훈아."

"지금 앉을 수가 있어? 와. 나 장중현 선수 한국 복귀 경기 갔었거든. 그 투구폼, 잊을 수가 없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악플 때문에 목숨을 잃기엔 너무 안타까운 사람이였어."

"사인은 못받는가?"


귀신한테 사인은 무슨 사인이야.


"빨리 앉으라고! 정신 사나워 진짜!"


내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진짜?"

"없어요. 아휴. 저 두 사람은 저렇게 호들갑 떨게 놔두고. 아리 생각은 어때?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리는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하는 듯 했다.


"악플을 근절하려면 한 두사람의 힘으로는 안돼요. 딱히 막을 수도 없고, 악플을 쓰는 사람들은 사람, 사건 가리지 않고 써대니까요. 친구도 잠깐 너튜브 꿈꿨는데 악플 때문에 그냥 접었어요. 정신이 피폐해져서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그런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글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조금만 변질되면 그 사람을 향한 비난이 되고 악의적인 글이 되는게 문제죠."


한동안 호들갑 떨며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던 성훈이 자리에 앉았다.


"악플 근절 운동 이런건 어떨까?"

"그런건 이미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한다고 해도 딱히 없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나마 요즘은 연예나 스포츠 쪽 댓글은 막혀 있긴 해. 너튜브나 이런 곳은 아니지만."

"흠. 어렵네요."


그때 희민 선배가 말했다.


"나비 효과."


나비효과?


"나비 효과요?"

"응. 한 번에 악플이 근절되지는 않지. 작은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요?"


희민 선배는 요즘 유행하는 릴스나 너튜브를 이용해 보는게 어떠냐고 했다.


"그런 것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인데 그게 될까요?"

"근본적으로 모두 해결하기는 힘들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각인 시키면 어떠냐는 거지. 처음엔 너도나도 챌린지처럼 참여 하도록 하고 그게 점점 커져 유명인들도 동참하기 시작한다면 작은 바람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대신 한번에 끝내는게 아니라 기간을 정해 하는거지."

"이미 그것 역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냐가 문제겠죠."


하지만 희민 선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현과의 대화에서도 이미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한 번 끓을 때 화르르 끓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런데 너무 뻔하지 않을까요?"

"뻔한게 가장 최고의 방법일 수도 있어."


나는 희민 선배의 아이디어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리가 손을 탁 쳤다.


"그럼 제 친구에게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볼게요."

"아리야 두개 가능 할까?"

"두개요?"

"응. 하나는 악플 근절을 위한 릴스 형태의 영상 하나. 그리고 장중현 선수의 억울한 사연을 담은 것 하나."

"해볼게요."


작은 바람이 불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를 도와 줄 누군가가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아리는 즉시 친구에게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 했다. 한 번 너튜브를 해봤던 친구여서 그런가 빠르게 이해하고 행동도 빨랐다.

다음 날 바로 두개의 영상을 아리에게 보내 주었고 우리는 그걸 이용해 별그램과 너튜브를 통해 영상을 퍼뜨렸다. 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우리가 팔로워가 많은 것도 아니고. 힘드네."


희민 선배의 별스타 팔로우는 겨우 13명. 그 사람들이 다 리그램을 해준다고 해도 작은 숫자였다. 나와 성훈, 아리 역시 처지는 비슷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리의 별그램 메시지로 한통의 메시지가 왔다.

아리가 보여준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 안녕하세요. 저는 장중현 선수의 팬클럽 혀니사랑 회장 성민준입니다. 처음 이 릴스와 너튜브에 영상을 제공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대화 가능 하실까요.]


장중현 선수의 팬클럽?


"팬클럽이 아직도 있는거야?"

"그렇더라고요. 생각보다 회원도 아직 많고 활발해요."

"혹시 영상에 문제가 있나? 한 번 답장해봐."


[안녕하세요. 혹시 영상에 문제가 있나요?]

[아닙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죠?"

"설마. 그럼 약속 날짜 잡아봐."


아리는 그자리에서 바로 답장을 보냈다. 우리는 그날 저녁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리야 나랑 같이 나가자."

"그러죠. 희민 선배랑 성훈 선배는요?"

"따라가면 골치아파. 둘이 가자. 조용히."

"그럼 퇴근 후에 따로 움직여요."


야구 광인 희민 선배가 함께 해주면 좋긴 하겠지만 이번엔 나와 아리만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날 우리는 퇴근 후 성민준이라는 사람이 알려준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누가봐도 장중현 선수의 팬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니폼에 모자까지. 스물 대여섯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우리가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입고 온건지, 아니면 진짜 팬심이 대단한건지.


"안녕하세요. 성민준씨?"


아리가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 안녕하세요. 민아리씨?"

"네. 여기는 강재혁씨라고 제 선배입니다. 이번 장중현 선수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처음 제안하신 분이에요."

"아 그렇군요."


성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건네었다.


"반갑습니다. 저희 회원 중에는 계시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리 중현 선수의 영상을 올리셔서 좀 놀랐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우리는 자리에 앉은 후 형사라는 신분을 밝혔다.


"형사님들이시라구요?"


성민준이라는 사람은 꽤 놀란 모양이었다.


"형사님들이 왜. 혹시 우리 장중현 선수가 무슨 죄라도."

"아니요 아니요. 저도 팬심으로 한 일입니다. 절대 저희 직업과 관련이 없어요. 제가 직업을 밝힌 이유는 혹시나 사기같은 걸로 오해 하실까봐 미리 알려 드린겁니다."


네에 하고는 성민주는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가 범죄에 연루되었을까봐 걱정한 듯 했다.


"그런데 영상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던데."

"아, 아직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않으셨지만 챌린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장선수뿐 아니라 악플에 대한 영상도 동시에 올라오더라고요. 맞나요?"

"네 맞습니다. 장중현 선수같이 훌륭한 선수가 악플과 소문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사실, 저희 팬클럽에서 태그된 우리 장선수의 이름을 보고 너도나도 바로 참여 하자고 글을 올리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의도인지, 어떤 곳에서 올라온 것인지 알아야 참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만약 우리 장선수의 이름을 이용해 금전적인 욕심을 채운다거나 하려는 거면 팬클럽에서 소송까지 준비하자고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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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삼겹살, 그리고 삶 24.04.30 67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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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24.04.26 67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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