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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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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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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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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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타의 억울함 (2)

DUMMY

"아직까지 장중현 선수를 기억하는 팬분들이 많군요?"

"당연하죠."


민준은 핸드폰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민준이 내민 핸드폰 화면에는 장중현 선수의 팬클럽 카페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글을 올리며 그를 그리워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중현은 알까.


"장중현 선수와는 만난 적 있습니까?"


핸드폰을 다시 가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민준이 대답했다.


"그럼요. 팬미팅때도 만났었고. 저희 임원들과는 자주 왕래 했었요. 그런데 우리 장선수가 죽기 한달전부터 저희와의 모든 접촉도 피했어요. 우리는 장선수를 영원히 응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전할 수 없었죠. 팬클럽 카페에도 계셨는데 그즈음 탈퇴하셨구요."


보지 못했구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만약 저희가 진심으로 장선수를 위해 영상을 올린거라면 팬클럽 분들도 모두 참여해주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나오신 건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두 분을 뵙고 나니 빨리 팬클럽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되네요."

"그럼 민준씨. 혹시 이번뿐 아니라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저희가 한 두번 한다고 해서 근절될 일은 아니라는거 민준씨도 잘 아시죠? 하지만 꾸준히 사람들에게 각인 시키고 그의 억울함을, 악플로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알리면 점차 사람들의 마음에도 새겨지지 않을까 해요."


성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희도 생각해 봤던 일이에요. 물론 시도도 했었죠. 하지만 또다른 악플들이 생겨나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동 같아 멈추었죠."

"그런 영상에도 악플들이 있었다는 말이에요?"


아리는 화가 난 듯 주먹을 쥐어 탁자를 쳤다.


"네. 돈벌이로 쓰냐, 지가 잘못해서 죽은건데 왜 옹호하냐.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었죠. 극성 팬클럽 회원들이 반박하고 나섰지만 우리 장선수의 영상이 싸움판이 되는 꼴을 더이상 볼 수 없었고요."

"참.. 속상하셨겠어요."

"네. 저희는 장중현 선수를 야구만 잘한다고 좋아했던게 아니에요. 그 사람의 인격, 인품, 걸어온 삶을 사랑한거죠. 저는 장중현 선수의 후원을 받으며 자랐어요."

"후원이요?"


나와 아리는 마주보았다.


"저는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매년 장중현 선수가 찾아와 우리들과 시간을 보내고 고아원에 후원을 해주셨죠. 야구도 가르쳐 주고, 밥도 같이 먹고. 유명인들 잠깐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가 바르게 자라길 바랬던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기사는 본 적이 없는데요."

"우리 장중현 선수가 알려지는 걸 꺼려했어요. 우리 선수가 세상을 떠난 후 고아원에서도 세상에 알리자는 말이 많았죠. 지금도 저는 자주 찾아가거든요. 원장님이 곧 제 어머니시니까. 하지만 그 분의 동의없이 저희 마음대로 알려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그런 얘기를 왜 안알려요. 아무리 장선수의 부탁이었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악플이 없었을 수도 있잖아요."

"과연 그랬을까요?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순수했던 그 분의 마음을 분명 왜곡했을테니까요."


아리의 말도 민준의 말도 맞는 말이었다. 나는 민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민준씨. 이제는 알려도 되지 않을까요? 아마 민준씨 말대로 장선수는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분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 같아요."

"흠. 그렇겠죠. 그 문제는 내일 고아원에 가서 원장 어머님과 다시 한 번 상의해 볼게요. 그 분이 우리 고아원을 사랑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삶을 살았구나 그 사람. 그런데 너무 아까운 사람이 일찍 가버렸다.


"좋아요. 사실 저희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거든요. 장선수의 팬클럽이 함께 한다면 든든할 것 같아요."

"네. 오늘 바로 임원분들하고 회의 할게요. 그리고 고아원에 가서도 상황을 알리고요. 그리고."


민준은 잠시 목이타는지 음료를 마셨다.


"악플로 돌아가신 연예인, 운동 선수분들 중에 아직도 팬클럽이 운영되는 곳들이 있어요. 그곳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다른 팬클럽이요? 그런데 그 분들이 찬성 할까요? "

"일단 이야기를 해봐야겠죠. 그 분들도 아마 처음의 저처럼 또다시 고인을 욕되게 할까봐 선뜻 찬성은 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우리 장선수와 악플에 대해 먼저 올리고 나서 그 분들을 만나보려고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테니까.


"그럼 그 부분은 민준씨에게 부탁 좀 할게요."

"부탁이라니요. 소극적이던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셨는걸요. 감사합니다. 우리 장선수를 위해 애써주셔서."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와 아리는 민준의 행동에 놀라 덩달아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저는 바로 가볼게요. 할일이 많겠어요."

"저 그런데 민준씨. 민준씨가 하시는 일은 뭐예요?"

"소방관 입니다."

"소방관이요? 멋진 일 하시네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시간이 되셨어요?"

"오늘 비번이거든요. 우리 장 선수님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입니다. 하하. 그럼 다음에 봬요!"


민준은 빨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지 인사를 하는 동시에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쓰는 듯 보였다. 아마도 카페에 공지를 올린다거나 글을 쓰는 거겠지.


"딱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아닌데, 외롭게 자랐을텐데도 구김도 없고 정말 바르게 자란 것 같아요."

"그러게. 정말 그곳에서 친 부모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나봐."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이제 바로 집으로 가시는 거예요?"

"응. 가서 나도 여기저기 더 올려봐야지. 영상들."

"저도 그럼 집 가서 해볼게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내가 더 고맙지. 수고했어."


아리와 나도 카페를 나와 각자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장중현 선수의 팬클럽이 아직 활성화 중이라 어쩌면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이틀 뒤 만날 중현은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걸 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정확히 48분.

우리가 민준과 헤어지고 나서 정확히 48분 뒤에 우리가 올렸던 동영상을 비롯해 장중현 선수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악플로 죽어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별그램과 너튜브까지

쉴 새 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챌린지 형태로 서로가 서로를 독려하고 글을 퍼나르고 영상을 게시했다.


"와. 장난아니네. 왜 이렇게 빨라."


아직 중현의 고아원 이야기는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 분들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야겠지.

제발 이런 영상에는 악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날 새벽이 될 때까지 영상들을 확인하고 댓글들도 일일이 확인했다.

악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악플은 묻히고 선플들로 점점 채워져 나갔다. 오히려 악플을 단 사람들을 향한 비난이 더 많아 지고 있었다.


"아직은 살만하네 대한민국."


정확히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겨우 4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바로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희민 선배와 성훈의 손에 휴게실로 끌려갔다.


"왜 아리랑만 갔어! 우리는 왜 안데려갔어!"

"많이 가면 그 사람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도 말은 해야지!"

"맞아! 말을 해야죠."

"자꾸 이러면... 장중현 선수 또 나타나도 이제 말 안해준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다물었다.


"아리가 이미 말했다니 대충 상황은 아시죠? 민준씨가 고아원이랑 이야기가 되면 바로 이쪽으로 연락 줄거에요."

"근데 그 얘기까지 내보내면 장중현씨가 좋아할까?"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끝까지 비밀로 했다던데."

"이해해 주겠죠."


그러길 바래야지. 보통 선한 일을 하면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예를들어 폐지를 모아 판 돈을 몰래 공공기관 앞에 놓고가는 사람이나 익명으로 후원을 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들은 조용히 선을 베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장 선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선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 날 오후, 민준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아원에서도 장 선수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 잘 됐네요. 그럼 오늘 바로 하실건가요?

- 네. 바로 해야죠.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우리 장선수 잊지 않게 도와주셨으니까요.


나는 민준과의 짧은 통화를 마쳤다. 민준의 말에 의하면 함께 하겠다는 다른 팬클럽들도 여럿 생겼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했다.


3일 후, 집으로 중현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오래까지야. 3일이면 별로 기다린 것도 아니죠. 제가 괜히 어려운 부탁을 드린 건 아닌지 계속 죄송했습니다."

"우선 여기 앉으시죠."


나는 중현을 소파에 안내한 후 방으로 들어가 태블릿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중현의 앞에 놓아 주었다.


"이건 왜."

"우선 영상을 보여드리기 앞서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장 선수를 위해 함께 해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선수 팬클럽 아시죠?"

"네. 죽기 한달 전 탈퇴했습니다. 팬들에게 미안했거든요."

"그 분들이 아직까지 장선수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요?"


중현은 자기가 죽고난 뒤 당연히 없어졌을거라 생각했다.


"거기 회장님을 아십니까?"

"알죠. 민준이. 민준이는 어릴때 부터 봐온 아이입니다."

"그 분이 있던 고아원을 후원하셨다고요."

"그건 어떻게..?"


중현은 놀란 듯 했다.


"미리 장 선수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아원 이야기는 끝까지 알리고 싶지 않아 하셨다던데. 저희가 이번에 그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왜..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저는 그 아이들이 동정 받거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치 않습니다. 저 때문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요."

"장 선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민준씨도, 고아원 원장님도, 고아원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 준 일입니다. 단지, 장선수의 억울함만을 풀자고 한 일이 아니에요."

"그럼요?"

"현재 장선수 팬클럽과 얼마전에 안타깝게 떠난 가수분, 그리고 지금까지 악플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팬클럽까지 모두 힘을 모았습니다."


장선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의 입과 손끝에 더는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악플 근절 운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괜히 저 때문에."

"장 선수 때문이 아닙니다. 저도 이번을 계기로 알아보니 생각보다 악플로 생을 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수, 운동선수, 배우, 너튜버, 일반일들까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비극입니다. 하루 아침에 사람들이 바뀔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다보면 점점 변하지 않을까요."


또 한번 장 선수는 침묵했다.

나는 장 선수가 생각하는 동안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타왔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고아원에는 피해가 없는 걸까요."

"없습니다. 그럼 영상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네."


나는 태블릿 화면을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장 선수는 아무 말도 없이 여러개의 영상들을 본 후 두어번 더 돌려보았다. 근심이 많던 장 선수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어떠세요?"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저를 아직도 기억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요."

"원래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곁을 지켜주니까요."

"조금 더 버텨볼걸 그랬나봐요."


장 선수는 스스로 삶을 버린 것을 후회하는 듯 했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그동안 가슴에 맺혔던게 풀려서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도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리셨나요?"

"이 정도라뇨. 제게는 최고의 위로였습니다."

"영상들은 꾸준히 올라갈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후원했던 고아원에는 꼭 피해가 없게 잘 좀 봐주세요."

"그 부분은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약속드릴게요."


장 선수의 마음이 풀렸다고는 했지만 너무 쉽게 해결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만족 하시는 거예요?"

"진심입니다. 이걸 보는 순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저는 다 이루고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여한이 없어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제 동료들 중에도 장 선수 좋아하는 사람 정말 많아요.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고요."

"이런. 살아 있으면 사인볼이라도 선물해 드릴수 있는데."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럼 바로 가시는 건가요?"

"네. 스스로 생을 던진 사람들의 길은 일반 사람들보다 몇 백배나 더 길다고 들었습니다. 그 먼길을 가는 동안 오늘의 영상을 떠올리며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장 선수는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장 선수를 마주보고 함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심히 가세요."


흡족한 표정으로 떠난 장중현.

그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위안 삼아 이승의 미련을 거두어 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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