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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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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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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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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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된 생령 (1)

DUMMY

김경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김경수에게는 한 번씩 특유의 싸늘함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민우기라는 사람 옆에 있던 귀신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 여자는 내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걸 눈치 챈 걸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게 놀라워 도망간 걸까.

하지만 어쨌든 민우기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1층에 내려가자 희민 선배가 언제 뽑았는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로비에 앉아 있었다.


"곧 밥 먹을 건데 커피는 왜 마셔요?"

"저 분이 주셨어."


희민 선배가 손을 살포시 펼쳐 가리킨 곳은 아까 우리를 안내했던 남자였다.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게로 다가왔다.


"형사님도 한 잔 뽑아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며 얘기했다. 그때 아까 나보다 먼저 내려갔던 민우기가 로비 왼쪽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슬쩍 남자에게 민우기에 대해 물어봤다.


"저 분도 강사분이시죠? 인물이 좋으셔서 인기 많으시겠어요."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돌려 민우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 인사를 하고는 이내 시선을 내게 다시 돌렸다.


"민우기 선생님. 중등부 담당이세요."

"중등부 고등부 차이가 있나요?"

"있죠."


남자는 잠시 민우기가 로비를 완전히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저 분 조용하시고 수업도 침착하게 하시는데 매번 고등부 선발에서 떨어지셨어요."

"고등부 선발이요?"

"네. 우리 학원 고등부 강사를 뽑을 땐 자체 시험을 쳐요. 시험을 쳐서 상위권에 드는 몇 분을 추려 강의 면접을 또 보죠. 거기서 합격해야만 고등부 강사로 올라갈 수 있어요."

"많이 어려운 가요?"

"어렵죠.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더라도 상황은 똑같아요. 매월 학생들처럼 시험을 치고 만약 점수가 부족하면 중등부로 강등되거나 수업 시수가 줄어 들어요. 그렇게 한 번 강등되거나 시수가 줄어들게 되면 학생들도 눈치가 빨라서 그 선생님 수업을 신청하지 않아요."

"와. 완전 서바이벌이네."

"여기서 저도 3년 일했는데 치열한 곳이에요."


어느 정도 수업만 잘하면 강사가 되는 게 아니구나. 강사의 삶도 치열하다는 걸 이 남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민우기 선생님은 매번 고등부 선발 시험을 보시는데 시험이 붙으면 강의 면접에서 떨어지고, 최종 올라가더라도 수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수강자가 많지 않아 다시 중등부로 내려와요. 그게 벌써 다섯 번이나 있었어요."

"그럼 다른 학원으로 옮기면 되잖아요?"

"만약 작은 학원으로 가는 거면 충분히 옮기실 수 있죠.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생님은 여기서 떠나지 않으셨어요. 아마 일타강사가 목표여서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 학원 출신인데 만약 학원 내 최고 강사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난리가 나요. 그러니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요."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터였다.


"그런데 항상 밝게 웃고 다니세요. 보통 고등부 선발 미끄러지면 퇴사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민우기 선생님은 떨어져도 항상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으세요. 그게 또 좋아 선생님을 따르는 아이들도 있고요."

"저 분 결혼은 하셨나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싱글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결혼 하셨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

"그렇군요. 강사분 중에 저렇게 잘생긴 분을 본 게 처음이라. 하하.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제가 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우리 원장님. 제가 정말 존경했는데. 뭐든 다 말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는 남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희민 선배와 로비를 빠져나와 차로 향할 때 선배가 물었다.


"그 사람 찜찜해?"

"선배, 그 사람 옆에 여자 혼이 있었어요."

"응? 처녀귀신?"

"처녀인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죠. 아무튼 그걸 본 이상 그냥 지나치기가 좀 그래서요. 혹시나 지난번처럼 김경수 같은 귀신일 수도 있고. 흠.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좀 걸리긴 해요. 한 번 더 봤.."


말을 하는 도중 앞에서 민우기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옆의 여자 혼도. 나는 최대한 여자 혼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민우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가시나 봐요."


민우기는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형사님들이죠? 우리 원장님 일 때문에."


누가 들을 세라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작게 이야기 했다.


"네. 혹시 의심되는 사람이나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범인 꼭 잡아주세요."


민우기는 목례를 한 후 우리를 지나쳐갔다. 그러자 여자 혼도 따라 움직였다.


두 사람이 학원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희민 선배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선배 혹시 선배도 맡았어요?"

"뭘?"

"소독약 냄새 같은 거 안 났어요?"

"소독약 냄새? 아니? 향수 냄새 나던데? 그 이름이 뭐더라. 우리 마누라가 맨날 저 향 좋다고 나도 몇 번 사주고 했었거든. 페..페.. 아무튼 그 뭣이기 향이 나던데."

"아닌데.. 분명 코끝 찌릿하게 소독약 냄새가 났는데."


어디서 바람을 타고 온 냄새 같지는 않았다. 바로 옆에서 아주 진하게 났다. 그렇다면 저 여자 귀신에게서 나는 냄새인가? 지금까지 귀신에게서 한 번도 냄새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뭐야. 뭐냐고."

"선배. 아무래도 저 사람 너무 이상해요. 저 옆에 여자도 그렇고."

"진짜 귀신 있어?"


희민 선배는 갑자기 지갑을 꺼내더니 온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뭐해요?"

"부적 샤워."

"선배가 더 무섭게 생겼다고."


희민 선배는 내가 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부적 샤워를 발끝까지 마친 희민 선배는 그제야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거야?"

"그건 확실하진 않아요. 그냥 저 사람 옆에 있는 귀신이 이상할 뿐이에요."

"어찌됐거나 요주 인물이긴 하네. 저 사람 정보 좀 더 캐봐야겠어."

"그런데 너무 저 사람한테 쏠리지 않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해줘요."

"응. 좀 전에 성훈이한테 전화 왔는데 저기 삼거리 부대찌개 집으로 오라던데?"

"부대찌개 좋죠. 얼른 가요. 저 근데 무현 형님한테 전화 한통만 하고 갈게요. 선배 먼저 걸어가고 있어요."


희민 선배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주고는 먼저 앞서 걸어갔다. 통화 내용을 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혹시 희민 선배도 민우기에만 집중하게 될까봐 조용히 통화 하려고 했다.


- 왜왜왜 나 엄청 바빠.

- 뭐가 바빠요. 그리고 좀 다정하게 여보세요? 라고 할 순 없어요?

- 나 요즘 대박 났어. 대기자만 20명이야. 네 덕이긴 하지만 너무 바쁘다 진짜.

- 그 정도로? 근데 전화는 어떻게 받았어요?

- 그래도 네 전화는 받아야지. 왜. 뭔데.

- 형님. 귀신한테 냄새가 날 수 있어요?

-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 그니까 일반적이든 일반적이지 않던 귀신에게서 냄새가 날 수도 있냐고요.

- 귀신이 작정하고 괴롭히려 드는 게 아니면 일반적으로는 냄새가 날 수 없어.

- 그래요? 그냥 따라다니는 귀신같은데 소독약 냄새가 나요.

- 소독약 냄새?

- 네.

- 흠. 내가 한 번 볼까?

- 봐주실 수 있어요? 바쁘다면서.

- 저녁에 잠깐 갈 수 있어.

- 그럼 밤 10시쯤 올 수 있어요?

- 그때면 당연히 갈 수 있지. 어디로 가면돼?


나는 주소를 보내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중등부가 모두 마치는 시간을 물어보았다. 중등부가 모두 끝나는 시간은 10시.

강사들 퇴근 시간은 그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간일 듯 했다. 만약 앞에서 바로 마주치면 무언가를 눈치 채고 도망갈지도 모른다. 무현 형님과 몰래 그 귀신을 살펴봐야 한다.

통화가 끝난 후 앞서 걷던 희민 선배를 따라 잡아 나란히 걸었다.


"형님이 뭐라셔?"

"오늘 잠시 오셔서 봐주신대요."

"나도 올까?"

"선배 편하신 대로? 딱히 나서서 뭘 할 건 아니에요."

"그럼 같이 보고 나서 가자. 어차피 오늘 서에서 밤새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요."


선배와 이야기를 하며 걸어오니 성훈이 만나자던 부대찌개 집이 보였다. 유리창으로 성훈과 아리가 보였다. 우리뿐 아니라 외근 나온 사람들 다 부른 모양이었다.


"오셨어요."


조 형사는 일어나 우리를 맞았다.


"너는 왜 안 일어나."


희민 선배는 성훈이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성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알아냈어요?"

"딱히. 지난번에 그 원장 조사 받았다던데 왜 우리한테는 파일이 안 넘어왔지?"

"아! 맞다. 그거 아직 공유 안됐죠? 제가 이따 보내드릴게요."

"니네팀 받았어?"

"처음 우리 팀이 맡기로 했어서. 그 여자 집이 이쪽이 아니라 그쪽 관할 서에서 담당하다가 여기서 연쇄적으로 터지는 바람에 우리 쪽으로 이관됐어요. "

"그랬구나. 그 원장이 두 사람을 만났다는 것 말고는 아직 뭐 없어."


성훈과 아리의 조에서도 딱히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자 강사의 인성이 좋지 않아 사람들의 미움을 조금 사기는 했었지만 능력 있는 강사였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죽은 남자 강사는 주변의 평판이 좋아 죽음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만난 사람마다 한 목소리를 냈다고.


"씨씨티비들은 어떻게 됐대?"

"이상하게 그 앞뒤 10분 간격으로 뭐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대요."

"두 사람 다?"

"네."


무언가에 가려졌다? 그럼 고의로 누군가가 가렸다는 말인데. 그럼 가리는 장면도 찍혀야 하잖아.


"가리는 장면이 찍히진 않았고?"

"네. 하얀 천 같은 느낌이라던데."


조 형사가 말하자 성훈이 내게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형 뭐 본거 없어?"

"없어."


있다고 말하면 또 호들갑을 떨테니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함구해야했다.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보글거리는 부대찌개가 나왔다. 계속 시끄럽게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밥이 나오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 빨리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1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든 음식을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모두 서로 들어갔다.

나는 씨씨티비를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들었던 것처럼 무언가에 의해 가려지는 것만 보일뿐 무엇이 어떻게 가리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귀신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렇다 할 연결 고리가 없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했다.

아직은 제대로 된 단서를 잡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우리는 수사를 확대해 주변 인물들을 모두 조사하기로 했다. 그 중 민우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원 관련 사람들 모두를 조사할 참이었다.


그날 밤, 10시. 되자 무현 형님과 학원 앞에서 만났다.

우리는 차에 타고 민우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20분쯤 지나자 강사들도 한두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형님 잘 봐요."


고개를 돌려 무현 형님에게 이야기 한 후 다시 시선을 학원 문으로 옮기자마자 민우기가 나왔다. 역시나 그 여자도 함께였다.


"어? 저건..?"

"왜요? 나쁜 귀신이에요?"

"저건 죽은 혼이 아니야. 생령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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