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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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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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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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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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된 생령 (2)

DUMMY

"생령이라니요?"

"말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의 혼이라고. 죽은 영혼이 아니야."

"헐?"

"혼수상태의 사람의 육체에서 나온 혼일수도 있고, 다른 귀신에게 빙의돼 본인의 혼이 쫓겨난 경우도 있고. 어쨌든 둘 다 좋지 않아. 저렇게 생령이 빠져나오면 자신을 잃게 되서 시간이 더 지나면 자신의 육체를 찾을 수 없어. 혼수상태의 사람이라면 그대로 죽을 거고, 빙의 되서 쫓겨난 거면 혼이 소멸될 거야."

"소멸?"

"응. 자신의 육체로 돌아갈 수 없는 생령은 죽은 혼이랑 달라. 그래서 떠돌면 떠돌수록 령의 기운을 잃어가. 사라져버리지."


생령이라니. 너무 생소한 말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럼 귀신이 아닌 혼이 따라다닌단 말이에요?"

"응. 저 사람을 따라다니는 걸 보면 저 사람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지금 살인사건 조사 중이랬지? 저 령이 따라다닌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니 그쪽으로 한 번 파봐."


무현 형님은 생령에 대해서는 자신이 딱히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부적이든 뭐든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했다.


"만약 스스로 나온 거면 빨리 육체로 돌아가게 설득해야해. 자신이 나온 줄도 모르고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럴 경우엔 빨리 알려줘야 해."

"생령이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는 있어요?"

"있지. 오히려 죽은 영가보다 더 심하게 해를 끼칠 수도 있어. 빙의하거나 하진 않지만 옆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말이야. 하루빨리 움직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경수 같은 귀신이거나 그냥 저 남자를 지키기 위해 죽은 혼령이 따라다니는 줄 알았더니 생령이라니.


"고마워요 형님. 생령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

"그러게. 형님 부적도 소용 없는 거예요?"

"응 소용없어. 만약 저 생령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거라면 조심해야해 다들. 알겠지?"


무현 형님은 심각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최대한 빨리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네요."

"그럼 일단 서로 들어가자."

"네. 형님 제가 태워 드릴게요."


무현 형님은 바쁘게 움직이기나 하라며 그대로 차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감사해요! 일 끝나면 거하게 한턱 쏠게요."

"오냐!"


#


"그러니까 민우기라는 사람 옆에 생령이라는 게 따라다닌다는 거죠?"


급하게 우리 집으로 온 성훈과 아리에게 무현 형님과의 대화 내용을 알려주었다.


"응.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아니야. 그래도 생령이라는 게 따라다니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도 하고. 나는 그 씨씨티비가 찝찝해."

"일단 알아 봐야겠네요."

"조용히 알아봐야해. 만약에 그 사람이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걸 알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혹시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고."

"그건 제가 그럼 알아볼게요. 그러니까 그 사람 주위에 누군가가 오랫동안 혼수상태로 있는 사람을 먼저 알아보면 되는 거죠?"

"응. 근데 민우기에만 치우치면 안 돼. 학원 쪽 사람들도 전부 수사해야해."

"그거야 이미 수사 시작한 부분인데.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요?"


안내 데스크에 있던 남자의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죽은 세 사람은 딱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게 없다. 그렇다면 그 세 사람의 자리를 노리는 걸 수도 있다는 걸 그 남자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학생들처럼 매월 시험을 치르고, 역량이 부족하면 가감 없이 강등된다. 노력해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학원 시스템에 대해 대충 들었는데 일타인 두 사람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거든. 기를 쓰고 올라가도 한 번에 나가떨어지니 그런 쪽에서 원한 아닌 원한을 품은 사람도 있을 것 같기도 해."

"일반 회사보다 더 냉정한 거 같아. 학원 세계가."

"실력이 인기고 명예니까요."


우리는 다음 날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학원 관계자는 물론 경비원까지 모든 사람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3일 동안 이렇다 할 증거조차 찾지 못했다.


"뭐 증거 하나 안 나오나. 아후. 이러다 반장님한테 완전 탈탈 털리겠는데."


희민 선배와 휴게실 의자에 기대 얘기 하던 중이었다. 며칠 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해 둘 다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 성훈이 휴게실 문을 열고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뭐야. 왜. 뭐 나왔어?"


뒤로 젖혀져있던 몸을 앞으로 숙였다.


"형. 민우기라는 사람하고 딱히 연결고리는 없는데 현재 학원 강사 중에 혼수상태인 사람은 찾았어요."

"진짜? 어떻게?"

"그 사람은 죽은 원장의 학원은 아니었고 무월동 외곽의 한 학원 강사였어요. 과목은 사회탐구? 이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직을 위해 6개월 전에 죽은 원장의 학원에 면접을 봤나봐요. 그런데 고등부 지원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네요. 그 후로는 계속 의식 불명이고요. 심하게 다치긴 했었는데 원래 같으면 지금 깨어났어야 한다는데 의식이 없대요."

"그래? 어느 병원인데?"

"무월 종합 병원이요."

"내가 얼굴 보고 올게. 그 여자가 맞는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가."

"네."

"그 여자 이름은 공하연. 나이는 34살이에요."

"땡큐."


희민 선배는 나를 따라 나섰다. 성훈에게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 했다.

만약 그 여자가 맞는다면 살인 사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선배는 병원에 도착해 공하연이라는 사람의 병실을 물었다.


"공하연씨. 1203호입니다."


다행히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이었다.

나는 선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갔다. 조용한 병원의 복도를 지나 1203호의 문을 두드렸다.

1203호는 4인실이었다.

네, 라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문을 열었다.

병실 안에 있던 환자, 가족들의 시선이 나와 희민 선배에게 쏠렸다. 우리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공하연을 찾았다.


"혹시 공하연씨가."


그러자 입구 쪽에 있던 한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가장 안쪽을 가리켰다.


"저그. 저 안쪽에. 그 처자 어머니는 잠시 나간 거 같은디."


할머니는 공하연의 가족을 찾는 듯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짧게 남기고 공하연이 있다는 침대로 다가갔다.

가려져 있던 커튼을 쳤다.


"맞네."

"맞아?"

"네 맞아요. 확실해요."

"호흡기 때문에 헷갈리는 건 아니고?"

"전혀 아니에요. 눈썹. 눈매. 정확해요."

"이거 참. 의사 좀 만나봐야겠는데."


나는 다시 커튼을 쳐 두었다.


"누구······."


그때 누군가 뒤에서 우리를 불렀다. 공하연의 엄마인 듯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경찰이라고 말하려다 우리에게 시선이 몰려 있는 걸 보고는 어머니를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우리 하연이랑 어떤 사이이신지."

"저는 안희민 형사라고 합니다."

"형사요? 교통사고라면 이미 이야기가 끝난 걸로 아는데요."

"그 일이 아니라."

"그럼요?"


어머니는 형사라는 말에 놀란 듯 보였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실은 현재 무월동 학원가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네에?"

"그 사건을 조사하다 공하연씨가 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혹시나.."


여기서부터는 조금의 거짓말이 필요했다.


"혹시나 교통사고가 아니라 이번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된 일이 아닐까 잠시 조사를 나온 것뿐입니다."

"살인 사건이라니. 진짜인가요? 어휴. 우리 딸은 아닙니다. 교통사고였고 상대방이 졸음운전으로 그런 거라고 이미 경찰 조사도 끝났습니다."

"네. 저희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거니 염려치 마세요."

"네에. 억울하게 돌아가셨겠네요. 모쪼록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어요. 아이 자세를 바꿔줘야해서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병실로 들어간 후 희민 선배와 나는 그녀의 담당의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스테이션에 있던 한 간호사에게 전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담당의가 도착했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공하연씨에 대해 궁금하신 게 있다고."

"네. 몇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공하연씨가 의식 불명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직은 정확하게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사고 당시 팔, 다리, 복부 쪽을 심하게 다쳤었고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큰 수술이었긴 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건 저희도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한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니고요."

"그럼 의식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죠?"

"네. 하지만 저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의식이 없으니까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뇌사의 가능성은요?"

"아직은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고 당시 공하연의 상태를 상세히 물어보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부탁하나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저희가 공하연씨에 대해 물었다는 건 공하연씨 가족에게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수사를 위한 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의사는 고개를 숙이고는 아까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선배. 이명희 씨를 한 번 더 만나봐야겠어요."

"그때 면접 시험 때 확인해보려는 거지?"

"네."

"지금 바로 가자. 가면서 전화해두고."


우리는 곧장 학원으로 향했다.


#


명희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 미리 공하연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두었다.

희민 선배가 우리가 가는 이유가 예전에 면접을 봤던 공하연이라는 사람에 대한 것임을 미리 밝혔기 때문이다.


"학원 면접 때의 자료입니다."

"이걸 다 가지고 계세요?"

"네. 1년 정도 보관하고 있다가 폐기하는 편이에요. 여기 보시면 개인 정보를 1년 동안 저희가 보관 후 폐기한다는 내용도 면접 전에 동의를 받아두었고요."

"모아두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면접을 본 후 떨어진 선생님들이라고 해도 모두 실력이 없어서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고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점수뿐아니라 대면 면접도 꼼꼼히 기록해두는 편입니다. 놓치는 인재가 없나 하고요."

"저번부터 느꼈지만 여긴 정말 체계적이네요."

"그러니 이렇게까지 성장한 거겠죠."


명희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공하연의 자료를 훑어보았다. 이력서에는 9년 동안 7번의 이직 이력이 있었다.


"이렇게 이직을 많이 하나요? 강사님들이?"

"음. 강사님들마다 다르겠죠? 조금 더 조건이 괜찮은 곳으로 빨리 옮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탄탄히 입지를 다지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 두 경우뿐인가요?"

"음.. 학원에서 내보내는 경우도 있죠."

"부원장님이 보시기엔 공하연씨는 어떤 경우인 것 같나요?"

"글쎄요. 여기 이직했던 학원들 중에서 여기 두 곳 원장님은 저와 친분이 있으신 분들이에요. 한 번 여쭤볼까요?"

"저희가 직접 조사해도 괜찮습니다."

"그럼 또 움직이셔야 하잖아요. 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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