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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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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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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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된 생령 (5)

DUMMY

공하연의 눈은 섬뜩했다.


"내버려 둬 우리를."

"당신이 죽인 거 맞지?"

"응. 민우기가 아니라 내가."


그때 민우기가 나와 공하연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민우기씨. 공하연이 보이는 거죠."


민우기는 갑자기 상담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급히 복도로 뛰어나가 반대편 교무실에서 나오고 있는 희민 선배를 불렀다.


"선배!! 민우기 잡아요!"


희민 선배가 급히 엘리베이터로 뛰어왔지만 민우기가 조금 더 빨랐다. 선배와 아리는 그대로 계단으로 달렸다.

나는 공하연을 노려보았다.


"너 때문이지?"

"나랑 민우기는 잘못 없어. 왜 우리 실력을 무시해? 왜 우리는 그놈들처럼 안 되는데?"

"겨우 그런 거로 사람을 죽여?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한 거냐고!!"

"민우기에게 내 모습을 보여줬지. 나와 민우기는 영혼의 주파수가 맞았거든. 민우기는 실제로도 날 찾아왔어. 누워있는 날 보고 갔지. 그리고 나는 민우기에게 우리를 무시했던 문 원장과 우리를 대신해 들어가려고 했던 두 사람을 죽이겠다고 했어. 내가 죽인 거야."

"너는 혼이기 때문에 직접 할 수 없었을 거야. 분명 민우기가 움직였을 것이고. 네 능력을 탓했어야지. 그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죽이냐고!"


능력이라는 말이 아무래도 공하연의 발작 버튼인 듯했다.

공하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수업 실력은 언제나 최상이었어. 애들이 형편없었던 것뿐이지. 배우는 놈들이 돌대가리인데 내가 잘 가르친다고 되겠어?"


나는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 버렸다.


"네가 다녔던 학원에 이미 알아봤어. 애들이 질문해도 답도 못 했다며? 그리고 시험지도 봤지. 반도 못 맞았던데? 그런데 뭐? 실력이 최상?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더 노력할 생각은 안 하고 남 탓만 하고 자빠졌어. 넌 네 욕심에 민우기도 망쳤어. 저 사람은 아무리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준비를 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네가 살인자를 만든 거라고. 근데 넌 뭐야. 네 말대로 네가 다 시켜놓고는 결국 넌 처벌을 피하게 됐잖아."

"아니. 우린 둘 다 처벌받지 않을 거야. 민우기가 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씨씨티비를 네가 가린 거지?"

"응. 내가 가렸지. 육체와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이 상태로 움직이는 게 뭐든 훨씬 좋더라고."


공하연의 얼굴에 반성의 기미는 일도 보이지 않았다. 악령이 있다면 저런 얼굴일까.


"이제는 어쩔 셈이야?"

"어쩌긴. 이제 민우기랑 재밌게 살아야지."


그 사이 정분이라도 난 건가.


"그러니 이제 우리 사이에 그만 끼어들어. 네가 아무리 증거를 찾으려고 해도 증거는 없어. 찾을 수도 없고. 민우기도 그만 괴롭히고."

"괴롭힌 건 너지. 평생 육체로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다니겠다는 거야?"


나는 순간 한 사람 더 죽일 거냐고 질문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눈치채고 있다는 걸 알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다시 돌아간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그리고 네 말대로 범인은 나인데 날 잡을 수도 없잖아. 저 여자의 혼이 나와서 범행을 저질렀어요. 풉 뭐 이렇게 말한 건가?"


공하연은 팔짱을 끼고는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방법은 있겠지. 돌아가 네 몸으로."

"됐어. 귀찮아 이젠. 이게 더 편해. 더는 할 말은 없는 듯 보이니 이만 가볼게."


비아냥거리는 공하연의 얼굴을 한 대 쳐주고 싶었다.


"엄마는? 네 엄마는?"


엄마라는 말에 돌아서던 공하연이 멈췄다.


"오매불망 니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너희 어머니는 어쩔 거냐고."


공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통과해 나가버렸다.


"아 젠장."


나는 희민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요?

- 놓쳤어.

- 공하연도요. 공하연과 민우기가 한 짓이 맞아요.

- 성훈이 쪽에도 연락했어. 그쪽에서 민우기 집으로 갈 거야.

- 우린 한명우에게 가야 해요. 아직 우리가 눈치를 챘다는 걸 몰라요. 공하연은.

- 알았어. 아리랑 그리로 움직일게. 바로 와.


네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무현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형님. 생령을 육체로 불러들일 순 없어요?

- 다짜고짜 질문이야. 있지. 하지만 그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모르는 생령. 즉 자신이 죽었다고 착각하는 생령들만 불러들일 수 있어. 아무리 혼 부르기를 해도 자신이 원치 않아서 돌아오지 않는 영이라면 부를 수 없어.

- 방법이 없다는 거죠.

- 응. 없어. 저번에 그 영혼?

- 네. 그 생령이 지금 사람을 조정해 살인을 저지르고 있어요.

- 악령이 되는 길을 선택했네. 시간이 얼마 없을 거야.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영영 돌아갈 수 없어.

- 어떻게든 해볼게요.


무현 형님과의 통화를 마친 뒤에야 나는 상담실을 빠져나왔다.

갑자기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졌다.

공하연을 몸으로 돌려보낸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사람을 돌아가지 못하게 해 죽일 수도 없다. 하지만 민우기만 처벌받아서 될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해."


나는 우선 한명우가 일하고 있는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근처에서 희민 선배와 아리가 타고 있는 차를 발견했다.


"왔어?"


차에 올라타자 희민 선배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 민우기는 나타나지 않았어. 집에도 안 들어왔다는데. 차도 타지 않고 사라져서 찾고 있나 봐."

"공하연도 사라졌어요."

"재혁 선배. 그런데 공하연이 만약 범인이라고 해도 처벌은 힘들지 않아요?"

"힘들지. 그래서 머리가 깨질 거 같아. 만약 공하연이 깨어나 자수를 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어. 그 여자는 계속 누워있었으니까."


얕은 한숨을 내뱉는 순간 희민 선배의 전화가 울렸다.


- 응. 어디? 뭐?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무슨 전화예요?"

"민우기가 지금 학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데?"

"네?"

"빨리 가봐야 해."


나는 희민 선배의 차에서 내려 내 차로 다시 달려갔다. 언제 다시 학원으로 들어간 걸까. 분명 1층에서 나가는 것까지 안내 데스크에서 봤다고 했다는데.

경광등을 켜고 빠르게 차를 몰았다. 잠시 후 많은 사람이 학원 앞에 모여 위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방서에는 연락했어?"

"응. 혹시 모르니까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나는 성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위에는 누가 올라가 있어?"

"조 형사가 올라갔어요."

"응. 내가 올라갈게."


곧바로 도착한 희민 선배와 나는 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그 사이 그가 뛰어내리지 않길 바랐다.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 형사와 민우기가 마주 보고 있었다. 난간 위에 있던 민우기는 나를 보자 떠나갈 듯 웃었다.

희민 선배는 조 형사에게 아래에서 성훈과 함께 있으라고 지시하고는 천천히 민우기에게 다가갔다.

나는 조 형사가 나가는 걸 본 후 민우기에게 말을 걸었다.


"민우기. 뭐 하는 짓이야."

"아무도 모를 수 있었는데. 당신은 하연이를 어떻게 본 거야?"

"뭐 좀 특별한 능력이 있었어. 당신 죽으려고?"

"응. 어차피 들켰잖아. 그럼 감옥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때문에 다 들킨 거잖아."

"나 때문이 아니지. 너랑 공하연 때문이지. 그렇게 성실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던 사람이 왜 그 여자의 못된 속삭임에 속아 넘어갔어?"

"속아 넘어 갔다라···. 아니. 하연이는 자기가 시킨 거라고 했지만, 아니야. 이미 내 분노가 한계에 다다랐었고 하연이는 내가 실행할 수 있게 도와준 것뿐이야."

"그럼 너도 공하연도 처벌받아야지. 이런 식으로 도망가게?"


희민 선배는 자극하지 말라며 나를 제지했다.


"민우기씨. 내려와서 얘기해요. 아직 증거도 없잖아?"


희민 선배는 천천히 민우기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뛰어내리기 전에."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내려와서 얘기해요."

"증거가 없는데 당신들은 내가 범인인 걸 알았잖아. 그럼 끝난 거 아닌가?"

"끝나면 죽어야 해? 이거 너무 비겁하잖아."


그때 공하연이 나타났다.


"우기야. 너···. 너···. 뭐해."

"공하연. 다 끝났어."

"안 끝났어. 내려와. 내가 널 지킬 수 있어."

"지킬 수 없어. 너도 네 몸으로 돌아가. 넌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니 편하게 살 수 있어."

"안돼. 내려와."


공하연이 민우기를 잡으려고 손을 휘저었지만,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그럼 내가 벌 받을게. 내가 했다고 할게. 내가 지금 당장 육체로 돌아가서 내가 한 짓이라고 할게. 내가 시킨 거라고 할게. 내려와."


공하연은 울부짖었다.

정말 두 사람은 그 사이에 남녀의 정이 생긴 걸까.


"됐어. 내가 죽으면 그냥 끝나는 일이야."

"아니야. 아니라고. 내려와."


민우기는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아차 했다.

민우기는 두 눈을 감고는 몸을 뒤로 뉘어버렸다. 나와 희민 선배가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공하연은 민우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지만 더는 보이지는 않았다.

에어매트에 공기가 다 들어가기도 전, 민우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희민 선배는 눈을 감아 버렸다. 민우기는 결국 자기 삶을 던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1층으로 내려왔을 때 민우기는 이미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가고 난 후였다.


"뛰어내릴 줄은···."


성훈은 머리를 잡았다.


"떨어졌을 때 죽지는 않았어요. 여기 수습되는 대로 따라갈게요. 먼저 병원으로 가보세요."


성훈은 나와 희민 선배에게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혹시나 민우기가 죽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부원장인 이명희가 학원 앞으로 나왔다. 방금까지의 소란을 모두 본 듯했다.


"안희민 형사님. 우리 남편을 죽인 범인이 그럼 민우기 선생님이었다는 말입니까?"


최대한 차분히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이명희를 만난 후 처음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정확한 건 조금 더 조사해 봐야 해요."

"그런데 벌을 받기도 전에 저렇게 죽은 겁니까? 저렇게 비겁하게?"


명희는 남편을 살해한 민우기가 처벌도 받지 않고 뛰어내렸다는 게 분하고 억울한 것 같았다.


"무책임한 인간. 제 목숨으로 이게 갚아질 일이야? 왜 죽어. 왜 죽어! 살아서 벌 받아야지! 버러지만도 못하게 살아야지!"


명희는 그동안 꾹꾹 참고 있었던 듯 눈물을 터뜨렸다. 남편이 살해당해도 남편이 일구어 놓은 학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장부가 결국 무책임하게 죽음을 택한 범인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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