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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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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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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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된 생령 (6)

DUMMY

민우기는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민우기가 있다.

그의 혼령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어떻게 여길."

"다들 알더군요. 귀신들 사이에선 유명하더라고요."

"근데 왜 다시 나를 찾아왔습니까?"

"말해주고 싶어서요."


민우기는 슬픈 표정이었다.


#


"민우기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번에 신청 학생이 3명이라 폐강 해야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아니요. 중등부 심화반 수업을 오늘부터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민우기는 원장님에게 인사를 한 후 원장실을 나왔다.

이번에도 또 반복됐다.

힘들게 고등부로 올라가도 폐강 수순. 어떻게든 수강생들을 모아보고 싶었지만 이미 일타 자리에 올라 있는 선생님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고등부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실력을 인정 받은거니 실망하지는 않았다.


"민우기 선생님 이번에 또 폐강이라며?"

"그러게. 수강생이 그렇게나 없어서.. 차라리 수강생 받는 거 말고 그냥 초기 원생들 반으로 가면 좋을텐데."

"그건 또 싫은가보지. "

"에휴, 근데 사실 저렇게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니야?"

"왜?"

"지금 우리 학원으로 스카웃 하려고 원장님이 여러 선생님들 만나고 있다잖아."

"우리 학원도 이미 일타들 많은데?"

"그걸로 부족하다는 거겠지. 아무리 애써도 그 인기 강사들한테는 계속 밀릴텐데. 그런거 보면 민우기 쌤 불쌍해."

"저렇게 어중간한게 제일 힘든 자리기는 해. 올라가기에는 부족하고 내려가기에는 아깝고."

"그냥 작은 보습학원 이런데로 가면 일타만큼 돈은 못벌겠지만 그래도 인정 받으면서 할 수 있을텐데..."


자신에 대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지만 애써 모르는 척했다.


'괜찮아. 곧 기회가 또 오겠지.'


민우기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날은 영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중등부 수업이 끝난 후 혼자 조용한 바를 찾았다. 안주도 없이 연신 스트레이트로 양주를 들이켰다.

술이 점점 올라오니 민우기는 마음에 숨겨뒀던 불만과 울분이 터져 올라오는 듯 했다.

오늘 들은 스카웃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선생님을 스카웃해 학원을 더 키우는게 중요하겠지만 조금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왜? 왜 나를 키워 볼 생각은 안하고? 내가 그렇게나 실력이 없어?"


민우기는 취기에 혼잣말로 답답함을 표현했다.

몸을 휘청거리며 바를 나와 집까지 걸었다. 바에서 집까지는 일곱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였지만 오늘은 걷고 싶었다.

걷는 내내 민우기는 되뇌었다.


"나는 왜 안돼. 나는 안돼? 나도 잘 할 수 있어. 나도 일타 할 수 있다고."


그때였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지날 때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아. 우리는 왜 안돼?"


민우기는 고개를 돌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술을 많이 마셨나. 헛소리가 들리네."

"헛소리 아닌데? 우리 복수할래?"


그때, 희미한 빛이 나더니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누구.."

"난 공하연이야. 민우기?"

"저를 아세요?"

"응. 어쩌다 알게 됐어. 나도 너랑 같은 학원에 면접을 봤는데 떨어졌거든. 왜 우리같은 능력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여자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런데 여자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일반적인 사람이 도는 것 같지 않았다.



"누.. 누구세요? 뭐야. 이거 꿈이야?"

"꿈 아니야. 니가 날 본다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 사실 나는 귀신이거든. 귀신인가? 아직 귀신은 아니겠다."


귀신이라는 말에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뭐.. 뭐야!!"

"내가 자세히 보여?"


민우기는 눈을 찌푸리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짧은 단발 머리에 빨간 립스틱. 핑크색 수트를 입은 모습이었다.


"사람이야? 귀신이야?"

"사람이기도하고, 귀신이기도 하고? 근데 내가 여러명 만나봤는데 날 볼 수 있는 건 니가 처음이야. 너 원래 귀신 같은거 보니?"


귀신 같은걸 보냐니. 뭐 그런 헛소리가.


"사람 놀리지 말고 저리 가요."

"음.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믿을까? 내 얼굴 자세히 봤지? 내일 무월 종합병원으로 날 찾아와. 다시 한 번 말해줄게. 내 이름은 공하연이야. 니가 날 보고가면 내 말을 믿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먹지 않던 술을 마셔 귀신에 홀린걸까.

민우기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작정 도로가로 달려 택시를 잡아탔다. 집으로 들어가서도 몸의 한기가 빠지지 않았다.

진짜 귀신일까. 아니면 술기운에 헛것을 본 걸까.


아침에 눈을 뜨니 소파에 기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두통에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순간,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꿈이었을까? 분명 들어와서도 겁에 질려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잠든거지?

민우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공하연이라고 했던가. 귀신은 아닌데 귀신."


민우기는 어젯밤 일을 천천히 되뇌었다. 분명 한 여자를 만난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이름도 선명히 생각났다.

그 여자는 왜 자신을 보러 병원으로 오라고 한 걸까.

민우기는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젯밤 그 여자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국 민우기는 공하연이 있는 병원을 찾았다.

안내 데스크에서 알아낸 병실 문 앞에서 공하연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진짜네."


조심스레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민우기는 공하연의 자리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간병인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가장 안쪽의 침대를 가리켰다.

천천히 그 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한 여자가 누워있었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공하연이구나.

민우기는 너무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그때 앞 침대의 환자분이 말을 걸어왔다.


"그 아가씨 찾아왔어요? 아직 못깨어났는데."

"네. 친..친구예요. 아직 못깨어났다는게..."

"수술은 잘 됐다는데 아직 못일어났어. 정신을 못들었다고."


아주머니는 머리를 손가락질 하며 설명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민우기는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병실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제 본 그 여자가 진짜라니. 그렇다면 여기 누워 있는 여자가 그 밤에 일어나 자신을 만났다는 걸까.

아니면 그 여자 말대로 귀신도 아닌 귀신같은 존재일까.

민우기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왜 자신을 찾아온걸까.

하지만 그 많은 의문들은 그날 저녁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말이 맞지?"


공하연은 그날 밤 집으로 민우기를 다시 찾아왔다.


"도대체 왜 이래요. 나한테 무슨 원한 있어요?"

"아니. 없어. 너 말고. 니네 원장이랑 우리 자리를 탐하는 년놈들."

"무슨 말이냐고 그게."


공하연은 우리의 성공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없애자고 했다.


"살인을 하자고?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한테 불만도 원한도 없어."

"진짜? 네 마음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니고?"

"사람 잘못봤어. 다른데 찾아봐."


민우기는 공하연의 제안을 단칼에 제안했다.


#


"그런데 그날부터 매일 공하연이 내 옆에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공하연과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그들에 대한 분노가 생기고 정말 죽이고 싶다고 자꾸 생각하게 됐고요."

"음.. 그러니까 민우기씨 말은 공하연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그리고 원장님에 대한 원망이 없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요. 하지만 그런일로 그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저도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첫 살인을 저질렀어요."


민우기는 그날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하연이 지목한 세 명의 강사.

그 중 첫번째로 살인 사람이 수학강사였던 여자였다. 민우기는 공하연이 알려준대로 그 사람의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칼로 그 여자를 찔렀다.

공하연이 씨씨티비를 가려주고 그의 동선이 보일 수 있는 모든 걸 망가뜨리거나 없앴다고 했다.


"그게 가능했다는 말이네요."

"네. 그래서 살인을 할 때 장면은 그 어디에도 없을거에요. 그리고 제가 움직인 동선들 사이사이에도 그 여자가 개입했죠. 제가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을거라고 장담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거예요?"

"사람을 죽일 때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너는 죽어야해. 그 생각 뿐이었죠. 그런데 죽이고 나면 죄책감이 밀려왔어요. 그 차이는 공하연이 옆에 있다와 없다로 나뉘었죠."

"생령이 결국 악령이 됐구만."

"그래서 공하연에게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죠. 아니면 가서 네 육체를 죽이겠다고."

"그러니 뭐라던가요?"

"상관없다더군요. 자신은 어차피 육체로 돌아갈 생각도 없고 계속 이 상태로 살면서 제 옆에 있겠다고요."

"굳이 그쪽 옆에 계속?"

"그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날 부터인가 평생 같이 살자, 평생 같이 있자라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그때 민우기씨의 행동으로 봐서는 민우기씨도 공하연씨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던데."


민우기는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죽어서도 나는 잘못이 없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

"비겁하네요. 사람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아니.. 아닙니다. 잠시 흔들렸던 건 사실이지만 공하연과 연인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측은한 마음도 있었고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 여자가 직접 살인을 저지른게 아니니 지켜주자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만 벌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내게 와서 모든 진실을 말하는 이유가 뭔가요? 어차피 그쪽이 죽는 바람에 증거도 찾지 못했고 경찰이 의심해서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로 엄청난 욕을 듣고 있는데. 그리고 증거가 있다고 해도 공소권 없음으로 처벌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을텐데요."

"압니다. 비겁했죠. 하지만 두려웠습니다. 비참하게 살아가는게 더 두려웠습니다. 죽어야 그 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못 생각한거죠. 죽어버리면 유가족들은 누구를 원망합니까. 누구를 벌줘야 합니까? 죽으면 끝이라는 그 생각 자체가 가장 나쁜 죄입니다."


민우기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마음 편히 가려고 이제와서 모든 걸 털어 놓는 건 아닙니다. 먼저 돌아가신 분들을 혹시나 하늘에서라도 만나게 된다면 꼭 사죄 할겁니다. 두 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후. 변명을 계속 듣고 있자니 거북하네요. 어쨌든 그쪽은 죽었고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났습니다. 공하연도 사라졌고. 하늘에서라도? 그쪽은 그 분들하고 같은 하늘엔 갈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실 책장 세번째 줄 세번째 칸에 보면 혼자 뒤집어진 책이 하나 있을겁니다. 상담실 책은 인테리어 목적으로 꽂아둔 책들이라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손대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 책은 제 다이어리 입니다. 거기에 제 일기가 있습니다. 살인 사건을 처음 계획했던 것부터 실행 방법, 실행한 후의 심경까지 모두 적혀 있어요. 그 다이어리 하나면 제가 범인 이라는 증거로 충분할 겁니다. 처벌을 받아야 할 저는 이미 죽고 없지만 제 죄는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저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요."

"다이어리요?"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민우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공하연은 제가 데리고 갈겁니다."

"네? 그게 무슨.."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한 다이어리의 위치를 알려준 민우기는 사라졌다.


"끝까지 무책임한 사람이네. 휴. 공하연을 데려간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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