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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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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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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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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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4)

DUMMY

지아와 효월이 나가자 집이 휑한 기분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던 나는 지아의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강재혁 형사입니다. 잠깐 통화 가능하실까요?


- 네. 뭐 빠진거라도 있나요?


-아니요. 혹시 지아씨 동생분 오늘 제대하시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집으로 올거예요.


지아의 말이 맞았다.


- 어머님. 그럼 혹시 지아씨 동생분 오시면 제 번호 알려주시고 통화 하고 싶다고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무슨 일로...


- 아, 지아씨가 예전에 부탁한 일에 대해서 여쭤볼게 있어서요.


지아 어머님은 더이상 묻지 않고 알겠다고만 답했다.


짧은 인사가 오간 후 통화를 마무리 했다.


지아의 동생은 내 말을 믿을까? 아까 지아가 말해준 똥 얘기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성인 남자에게 내 말을 믿게 하기 위해 똥 얘기를 해야 한다니.


다른 에피소드들도 많은텐데 하필.


고개를 저으며 다시 소파에 누우려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휴일을 이렇게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강 씻은 후 경비실로 향했다. 닫혀 있는경비실 창문을 두드렸다.


"어? 성만 아저씨 오늘 쉬는 날이세요?"


"네. 무슨 일로.."


"아닙니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저씨와 백구를 만나려고 했는데 쉬는 날이구나. 아저씨네 집으로도 찾아갔지만 산책을 나가신 건지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 어디냐?


- 저요? 당연히 서에 있죠.


- 아 맞네.


- 뭐야. 평일 비번이라고 지금 저 놀리는거죠?


- 아니거든. 알았어. 끊어.


오랜만에 맞는 꿀같은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했다. 다정히 나가는 지아와 효월을 봐서 그런가.


낮잠이나 자야겠다 생각한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지아 동생인가?


- 네 여보세요.


- 강재혁 형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지아씨 동생입니다. 우리 누나 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 안녕하세요. 전화 기다렸어요. 오늘 제대 하셨죠. 정신 없으실텐데 지아씨에 대해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 시간 괜찮으실 때 뵐 수 있을까요?


- 상의할 일이요? 제가 지금 막 집에 도착해서 혹시 저녁땐 괜찮을까요?


- 급한 일은 아니라 꼭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 궁금해서요. 그럼 어디서 뵐까요?


- 음. 저희 집으로 오시겠습니까? 주소는 문자로 남겨드릴게요.


지아의 동생은 집이요? 라며 조금 난처한 목소리로 물었다.


- 집이 불편하시면 다른데로...


- 아닙니다. 주소 보내주세요. 저녁 8시쯤 찾아 뵙겠습니다.


- 네. 그럼.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번호로 주소를 보내 주었다.


귀신들만 드나들던 집에 손님을 초대했으니 청소를 해야했다.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생활한다고는 했지만 쌓인 먼지들과 찌든 욕실을 보니 몸이 저절로 빠르게 움직였다.


대충 해야지 했지만 장장 두 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청소를 마친 후 지아에게 동생이 온다는 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옥상에 가면 있으려나."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오른 쪽에 있는 비상구를 여니 옥상으로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계단으로 올라가 닫혀 있는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잠겨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나는 계단 아래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문 앞에서 손으로 깔대기를 만들어 작게 지아와 효월의 이름을 불렀다.


"지아씨. 효월씨. 작가님!"


작게 외쳤는데도 계단 틈틈 사이로 내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헛기침을 한 후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을 다짜고짜 열어달라고 관리실에 말할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오면 말해줘야지 싶은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외쳤던 지아와 효월이 이미 집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런 씨.'


"옥상에 계셨던거 아니에요?"


"좀전에 들어왔는데 안계시더라고요. 저희 1절은 가사가 거의 완성 됐어요."


"정말요? 한 번 불러주세요."


불러 달라는 내 말에 효월과 지아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왜요?"


"완성되면 들려 드릴게요."


"그.. 그러세요. 참 지아씨. 동생분 이리로 오기로 했어요."


"오늘 제대 맞죠? 그래도 누나 일이라고 바로 달려오나보네."


"그러게요. 다른 날 만나도 괜찮다고 했는데 바로 온다네요."


지아는 괜히 입을 삐죽 거렸다. 아마 살아 생전에는 동생하고 애틋한 애정표현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사에 대해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효월과 지아는 다정한 모습으로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둘이 연애하는거 맞지 지금?'


방 문을 열어보니 지아는 의자에 앉아 있고 효월은 몸을 숙여 지아와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둘이 사귀죠?"


갑작스러운 내 말에 지아와 효월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에이. 사귀긴. 저랑 지아 나이차이가 얼만데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머리는 긁적이고 왜 몸은 베베 꼬으고 있는 건데.


"흠. 아니예요. 열심히 작업 하세요. 참 효월님 조회수 오늘 10이예요."


첫 연재 시작 때 떨린다던 효월은 낮은 조회수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작가로써 마지막으로 검증 받고 싶다던 그 마음은 어디 간 걸까. 지아의 등장에 그의 열정이 다른 곳으로 쏠린 것 같았다.


"그래요? 아직은 마음 비우고 있어요. 천천히 오르겠죠 뭐."


그리고는 다시 지아와 가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네 제가 빠져 드리죠.'


나는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해 조용히 문을 닫아 주었다. 자꾸만 입에서 얕은 한숨 소리가 삐져 나왔다.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갈 곳도 없지만 일단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지아의 동생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혹시 아저씨가 오셨나 싶어 아저씨의 집을 다시 찾아갔다.


아까는 조용했던 현관문 앞이 이번엔 백구의 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어 재혁아. 어서 와. 이시간에 어쩐 일이야."


"오늘 비번이라서요. 아까 갔더니 아저씨 안계시길래."


슬리퍼를 벗고 들어가 백구를 안아 들었다. 요즘 부쩍 더 큰 백구는 제법 무거워졌다.


"백구랑 산책하고 마트 다녀왔어. 장 좀 본다고. 글쎄.."


무언가를 말하려는 아저씨의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우리 애들이 다음 주에 잠깐 들어온다 그래서. 홀애비 냄새나면 안되니까 디퓨 뭐 향기 나는거랑 이것저것 사왔어."


"정말요? 한참만에 보는거 아니예요?"


"응. 애들이 한국 들어오는거 싫어하는데 어쩐 일인지 아빠 보러 오겠다네."


"잘됐네요 아저씨. 자식분들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자녀분들 나이가 어떻게 돼요?"


"허허. 그렇지. 우리 아들이랑 딸이 온다니 꿈만 같아. 아들은 스물 아홉. 딸은 스물 다섯."


아저씨는 어린이 날 원하는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저씨가 장을 봐온 물건들은 슬쩍 살펴 보았다.


디퓨져와 염색약, 청소 용품 몇 가지, 새 이불까지.


혹시나 자고 갈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것 같았다.


"아저씨 월급 다 쓰신거 아니에요?"


"허허. 다 써도 돼. 우리 백구 먹을 건 든든하게 준비 해놨고. 나야 굶지는 않을테니까."


아저씨를 만난 이후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아저씨가 웃으니 백구의 꼬리도 헬리콥터가 되었다.


"재혁아. 저녁 먹고 갈거지?"


시계를 보니 5시 반이 막 지나고 있었다.


"8시에 손님 오기로 해서 그 전에 먹긴 먹어야 하는데. 아저씨 저 김치찌개 해주세요!"


"응. 해줘야지. 잠깐 앉아 있어."


밥을 해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젠 아저씨가 편해졌다. 아빠처럼.


#


"헙. 어서 오세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짧은 머리만 보면 영락없는 군인이지만 그 머리마저 우습게 재껴버리는 얼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아와 묘하게 닮았지만 남자답게 생긴 얼굴과 굵직한 선. 부리부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눈.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를 보고 같은 남자지만 감탄이 나오고 말았다.


연예인한테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면 이런걸까.


"안녕하세요. 한지욱이라고 합니다. 한지아씨 동생입니다."


"들어오세요."


나는 지욱을 맞았다. 지아와 효월도 이미 나와 그를 맞아주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지욱을 위해 아저씨에게 얻어 온 토마토 주스를 앞에 놓아 주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잘생기셨네요."


"네? 하하. 감사합니다."


"연예인 하셔도 될 것 같은데."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누나에 관한 이야기라는게..."


"아, 음. 지욱씨가 제 말을 믿으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모두 사실이고 지아씨의 부탁을 받은 겁니다."


나는 지욱이에게 지아의 혼이 보인 다는 것, 아직 떠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지아가 나를 찾아온 이야기와 현재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하지만 쉽게 귀신이라는 말을 인정하기도, 믿을 수도 없는게 당연한 일 이..? 응?


지욱은 우리 누나 어디 있냐며 고개를 돌렸다.


"제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저 그런거 많이 봤거든요. 귀신 빙의 막 이런거. 형사님이라던데 거짓말 할 일은 없고. 우리 누나 어때요? 여전히 못생겼어요? 어디 있어요?"


방금까지 점잖던 청년이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 빛나더니 목소리 톤이 확 달라졌다.


"지아씨는 여기 지욱씨 앞에.."


"누나! 진짜 누나 맞아?"


지욱은 손을 허공을 흔들며 지아를 찾았다.


"하.. 저 푼수 새끼.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래서 내가 저 놈 안시키려고 했는데."


지아는 혀끝을 끌끌 찼다.


"누나.. 누나 어딨어."


지욱은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지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죄송해요.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놈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똥 얘기 해주세요."


지아는 이마에 손을 얹고는 한 숨을 내쉬었다. 나는 날뛰고 있는 지욱을 불렀다.


"지욱씨.. 저기.. 지욱씨!"


누나, 누나를 부르던 지욱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저기 지욱씨.. 누나가 이 말 좀 전해달라고.. 어릴 때 누나 가방에 또.."


"스톱!!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여기 있네 진짜. 한지아. 그런 얘기를 죽어서도 하냐?"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했던 전개와 전혀 달랐다. 누나가 노래를 불러달라고 당신을 찾았다, 누나의 마지막 노래이다, 우리누나 보고싶어요 흑흑. 원래 이런 전개여야 하는 거 아닌가.


"지욱씨. 누나 보고싶지 않으세요? 누나의 혼이 떠나지 못하고 왔다는데."


"보고싶죠. 누나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못간거겠죠. 누나 말 들어주고 보내주면 돼요. 그런데 여기 있어도 상관 없고요. 계속 옆에 있어도.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나랑 약속했거든요. 늘 누나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절대 슬퍼하지 않기. 엄마를 위해서라도 누나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내기로 했었어요. 잠시 여행을 갔다고. 사실 슬퍼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슬픔을 잠시 미뤄 놓았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나는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아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지욱을 향해 툭툭 내뱉는 말과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달랐으니까.


"이휴. 저놈이 진짜. 참 형사님. 지욱이한테 제 노래 좀 들려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욱을 컴퓨터 방으로 데려갔다. 의자에 지욱이 앉을 수 있게 빼주고는 파일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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