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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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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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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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 전담팀 (3)

DUMMY

"그랬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말하더군요. 유정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줬다고요. 그럼 갚은 돈을 내게 준거냐 물었더니 아니래요. 돈을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자기 월급 받은 거에서 모아서 갚고 한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결혼 전인데 그건 아닌거 같다고 했지만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한게 다였어요. 친구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 했고요."


"그런데 왜 성중씨에게만 돈을 빌린건가요?"


"그때 현규와 성민이는 그때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고 저는 일찍부터 카페를 시작해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었거든요. 아마 그래서 제게만 말하지 않았나 싶어요. 현규 성민이알면 걱정 많이 할거라고. 그때 미리 친구들에게 털어놨으면 더 말릴 수 있었을까 아직도 죄책감에 힘듭니다."


결혼 전에 이미 돈을 빌렸다면 결혼할 때 민석씨에게는 돈이 거의 없었을텐데.


"네 잘못 아니야. 나라도 민석이가 그렇게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면 선뜻 말하기 어려웠을 거야."


현규는 성중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저희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납치라는 겁니다. 어떤 극한의 상황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석이는 고등부 주짓수 챔피언 출신이에요. 거기다 태권도 등 운동도 많이 했고요. 워낙 순한 성격에 싸움을 싫어하긴 했지만 쉽게 납치 당할만큼 약하진 않아요. 분명 누군가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면 민석이 몸이 먼저 움직였을테니까요. 그런데 아무런 저항없이 손 발이 묶인채로 칼에 찔려 죽었다는 것도 저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강유정이 경찰에 이야기 하기론 길을 걷다 낯선 차에 납치 당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자신은 얼마가지 않아 길에 버렸다고. 그런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원한 관계여야 하는데 민석이는 일본에 어떤 연도 없어요. 한 번 여행 다녀온게 전부였고요."


민석에 대해 파면 팔수록 강유정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졌다. 모든 정황은 그 여자를 향하지만 증거는 없는 사건.


"혹시 강유정씨의 친구분 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나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세 사람은 먼 기억을 끄집어 내는 듯 미간이 좁혀졌다. 아! 하며 현규가 일본 친구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일본에 사는 친구는 스무살 때 유학 간 친구라고 들었어요. 워낙 일본 문화를 좋아했던 친구라고. 그 친구를 만나러 몇 번 일본을 다녀온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강유정과 어떤 친구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한 번 같이 놀러가자고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 친구들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자신들과 여행갈 때 한 번쯤은 다른 친구를 데려 올만 한데 한 번도 데려온 적이 없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 후 얼마동안 그들의 기억속에 숨어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방문인데도 성심 성의껏 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우리 민석이 죽인 범인 꼭 잡아주세요."


세 사람은 카페 앞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했다.


또다시 3시간을 달려 서에 도착한 우리는 희민 선배와 아리에게 수사한 내용을 공유했다.


짧은 회의를 마치고 내일 강유정을 만나기 위해 함께 가기로 한 후 나와 성훈은 출장을 핑계로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저씨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아저씨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 재혁아.

- 아저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걱정했잖아요.

- 일이 좀 있었어. 걱정 시켜서 미안하네.

- 무슨 일 있으셨어요? 지금 어디세요?

- 집이야. 우리 백구는?

- 데리고 집으로 갈게요. 일찍 퇴근해서 지금 바로 집으로 갈거에요.

- 응


혹시나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했는데. 천만 다행이다.


나는 바로 지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지욱이가 백구를 돌봐주고 있어서 맘 편히 일을 할 수 있었다.


- 지욱아 어디야?

- 저 형집이요.

- 알았어.


지욱이는 지아가 떠난 후에도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다. 내가 없을 때도 와서 쉬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했다. 조금 있으면 너튜브를 개설하고 여행을 떠난다며 내게 여행지 선택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나도 딱히 많아 다녀본 건 아니었지만 국내를 먼저 돌아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해외 여행 너튜버들은 요즘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 너튜버는 많이 못본 듯 했기 때문에.


지욱이는 좋은 생각 같다며 우리나라 여행 지도를 펼쳐서 유명 여행지는 물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도 소개할 생각이었다.


"지욱아."


집에 도착하자 백구가 뛰어 나왔다.


"형. 왔어요? 응. 백구 이리와. 아빠 왔어."


"엇. 백구 아저씨네 가야해요?"


"응. 아저씨 오셨어."


지욱이는 백구를 안고는 섭섭한 듯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바로 윗층이야. 보고싶으면 언제든 보면 돼."


"그렇긴 하지만... 그동안 진짜 정들었는데."


"너도 아저씨네 같이 갈래?"


"그래도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지욱은 백구를 안고는 나를 따라 나섰다.


아저씨의 허락이 필요했지만 괜찮다고 해주실거라 생각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 아저씨가 금방 열어주셨다.


"아저씨!"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백구는 지욱이의 품에서 뛰쳐나가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어. 백구 서운하게..."


지욱이는 입을 삐죽이고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렸다.


"며칠 백구 돌봐준 친구예요."


"안녕하세요. 한지욱입니다."


"우리 백구 돌봐줘서 고마워요. 들어와요. 들어와."


아저씨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못본 새 아저씨는 살이 꽤 빠져보였다. 소파에 앉자 아저씨는 늘 그렇듯 주스를 내어 주셨다.


"아저씨. 어떻게 된 거예요?"


"그게...."


아저씨는 말을 하지 못했다.


"혹시 저 때문에 그러신거면 제가..."


지욱이는 주스를 한 번에 들이키고는 먼저 내려가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다며 아저씨는 지욱이를 붙잡았다.


"애들 엄마를 만났어. 잘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해 전에 거기서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나봐. 머리를 크게 다쳐서 지금은 지능 수준이 다섯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더군.. 애들이 내게 말하기 미안해서 숨겼대. 내가 애들 엄마 한 번은 만나고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말하더라고. 딸이랑 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다행히 딸이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서 엄마를 케어 하는게 어렵지는 않은 모양이야."


"그런일이.. 그래서 사모님 돌봐드리느라 늦으신 거군요?"


"돌봐 줄거라도 있나. 기억은 모두 잊었지만 내게 뭔가가 남았는지 못 가게 붙잡더라고. 아기같은 목소리로 내 이름만은 똑똑히 불렀어. 딸이고 아들이고 이름조차 다 잊었는데 말이지. 뿌리치고 올 수가 없어서 며칠 더 있다가 왔네."


그래도 그 기억속에 아저씨가 남아 있었나.


"사실은 말일세."


아저씨는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내가 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어. 아들이야 이제 결혼했다지만 딸은 엄마를 케어하느라 연애도 못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내가 한국에 데려가서 살겠다고 하니 아들, 딸 모두 반대하더라고. 자기들은 그럴 수 없다고. 내게 염치없이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말이지."


나도 아저씨가 한국으로, 라는 말을 하자마자 아저씨 미치셨냐고 내뱉을 뻔 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온 건 이혼과 자식들의 외면. 물론 그 가정 안에서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호식이와 앵무도 그렇고 내가 봐온 아저씨의 모습도 그렇고, 아저씨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백구로 인해 이제 다시 삶의 안정을 찾은 아저씨가 기억도 잃고 아이가 되어버린 전 부인을 케어한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식들이 그나마 제정신이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자네들도 내가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아저씨의 말에 숨겨둔 마음을 들켜버려 움찔하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지. 나는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니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내를 데려오려고 해."


"아저씨가 어떻게 케어하셔요. 이제 일 막 시작하시고 벌어둔거 모두 자식들이랑 전부인분한테 보내시고는."


"알아, 자네가 무슨 말 하는지. 그런데 그래야 내 맘이 편할거 같아. 모두를 잊었는데 내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 사람의 죄책감인지, 나에 대해 남아 있던 연민인지 나는 몰라. 모든 사람이 내게 멍청하다고 해도 나는 그러고 싶네."


아저씨의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진심으로 전 부인분을 모셔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아저씨. 아픈 사람을 케어 하는게 쉽지 않아요. 더군다나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셨잖아요. 아저씨 이름을 기억해도 이제는 낯설어진 이곳에 와서 적응은 잘 하실까요?"


아저씨는 자신도 걱정이 되었지만 남은 생은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다.


"선택은 아저씨가 하시겠고, 제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솔직히 저는 반대예요. 아저씨만의 인생을 이제야 살기 시작하셨는데... 꼭 그러셔야 해요?"


"내 마음이.. 그게 편할 거 같아. 딸 아이 집이 한국 원룸만해. 거기서 엄마 케어하고 일하고. 자기는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땐 무리야. 여기는 그래도 아파트고, 거기보다 넓으니 살기도 괜찮을 것 같고."


이미 결정을 하신 거구나.


"그럼 사모님은 언제 한국으로 오세요? 여기까지 오시는 것도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


"다음 달에 딸이 모시고 나오기로 했어. 나도 여기 일을 계속 비워둘 수가 없어서. 내가 쉬면 다른 사람들이 더 일을 해야하니까."


착잡한 마음이었다. 아무리 아저씨가 괜찮다고는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끼어들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괜찮은 생각이신 것 같아요. 아저씨가 따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겠지만 아내분을 아직 사랑하시는 것 같아서요."


지욱이의 말에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정말 아내분에게 아직까지 마음이 있으셨던 걸까.


어찌됐든 아저씨의 선택이니 나는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둘 다 저녁먹고 가. 내가 맛있는거 해줄게."


민망한 듯 손을 바지에 비비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아저씨는 우리에게 저녁을 차려주시겠다고 했다.


"좋아요. 아저씨. 오늘은 된장 찌개요!"


"된장 좋지!"


나는 지욱이에게 아저씨의 찌개가 얼마나 맛있는지 다소 과장되게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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