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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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교덕
작품등록일 :
2024.03.3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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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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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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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신작

DUMMY

[그 세계 컨설턴트]-1화 : 신작


“저를 속이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어야 할 겁니다.”


단호한 눈빛, 단호한 정장차림의 남자는 이제 갓 대학에 들어와 이전부터 연애 좀 꽤나 해봤을 것 같은 외견으로, 자신의 아버지뻘 이상이나 되어 보이는 중년에게 매섭게 쏘아붙였다.


“소, 속인다니, 무슨 그런 말을!”


말이 달달 떨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는 필시 누락사항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경우의 수이면서 은근히 높은 확률로 맞아 떨어지는 ‘분식회계장부’가 분명 이 사무실 안에 숨어있는 눈치였다.


“하아...분식 맞죠?”


청년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툭 내뱉었을 뿐인데, 중년은 스위치가 눌렸는지, 청년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 옛날 삼국지의 명장 중 하나였던 허저의 허리둘레가 웬만한 성인이 껴안아도 팔이 맞닿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 중년의 허리둘레가 딱 그랬다. 그래서인지, 청년을 당기자마자 그의 튼실한 뱃살에 로프 반동을 하듯 부딫혔다.


“이, 이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뭐, 실적 1위의 컨설턴트라고 해서 오냐오냐 해줬건만, 이게 아주 못하는 말이 없어!”


“쫄리지 않으시면 저희 회사에서 파견이 나오지 않았겠죠.”


“이...이익!”


“그리고...좀 놓고 얘기하시죠?”


그 말에 중년은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직원들이 이 두 사람의 멱살잡이를 업무를 하다 말고 미어켓 마냥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고개를 돌린 중년의 시선을 피해 그제야 샤샤샥! 하고 업무하는 척 파티션에 고개를 묻었다.


“이상하게 다른 회사들은 다 승승장구하고, 경쟁사 사장님은 이제 중소 딱지 떼고 중견기업이 될지도 모르는데, 왜 내 회사는 이럴까? 아아, 내가 요즘 누구든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주식과 부동산에 소질이 없구나? 이런 거 좀 잘 만지는 컨설턴트 어디 없나, 해서 부르신 거, 맞죠?”


청년의 말에 중년은 분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어쩔 수 없이 잡던 멱살을 스르르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중개무역 전문 회사인데 실거래 매출은 줄지도, 늘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제공 장부를 보면...회사가 너무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청년이 스윽 하고 회사에서 누가 봐도 임원처럼 보이는 면면들을 훑어봤다.


“임원분들이 하나같이 최근 들어 차가 잘만 바뀌셨는데...”


“사, 사람이 아무렴 품위가 있어야지!”


“아니, 회사 매출이 바닥을 찍고 있는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났을까요?”


“...”


“괜찮습니다. 지금 저희가 맡고 있는 클라이언트들 중에 사장님과 사장님 회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신 분이 많이 오니까요.”


긴자(銀座)의 이 수많은 빌딩 가운데 그 마저도 돈을 아끼겠다고 사장실도 없는 그저 넓은 플레이스의 사무실에 안착한 이 회사에서 사장은 그냥 사장실 딸려 있는 곳으로 할껄! 하며 수도 없이 후회 중이었지만, 이미 직원들은 이 팝콘과 음료수가 없어 아쉬운 광경을 그저 소리 죽여 안 보는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과 임원분들이 소유하고 계신 주식과 부동산 등을 얼마나 마법처럼 다뤄서 통장을 배불리 키워줄까 기대하셨겠지만, 아쉽게도 저희는 투자신탁회사가 아니라서요.”


훗날, ‘일본의 잃어버린 N년’의 스타트를 끊게 하는 현대역사 중 손꼽히는 경제사례인 ‘버블 경제’말기. 사막에서 달콤한 오아시스처럼 보이는, 신기루와도 같은 경제현상에 당시 사람들은 이것이 환상이 아니라 실제라고 믿고 있었다. 너도나도 투자와 투기에 목숨을 걸었으며, 그 댓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안겨주었다. 이 흐름을 타지 못할까, 나만 뒤쳐질까 겁이나는 소규모 자본가들은 컨설팅이란 이름의 회사들에게 부탁해, 비밀정보를 받거나, 정부와 은행의 눈을 최대한 피해서 자본을 불리는 편법이 성행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맛에 빠져드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그 결말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 채.


다만, 이 꿋꿋한 컨설턴트 회사에서 출장 나온 사원 ‘나오 스구루(尚 優勝)’는 이것이 절대 영원불멸의 달콤한 꿈이 아니고, 언젠가 크나큰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여러 사장님들의 돈을 불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철저히 무시하고,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로,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아 불만을 표하지만, 그의 수완은 이제 막 사회인이 된 듯한 외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저명한 경제잡지에 단골처럼 실리는 기업가들 저리가라 할 정도의 실력으로 증명해 냈었다.


응? 그렇다면 클라이언트들은 투자자문컨설팅 회사에 연락을 하면 되지, 왜 굳이 경영전략자문컨설팅 회사에 도움을 청하는 걸까? 그것은 기업들의 악마의 유혹 중 하나로 불리는 분식회계용 장부나 클라이언트 회사에 관한 비밀정보를 가장 많이, 그리고 잘 알고 있는 회사들이 바로 경영전략자문컨설팅 회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컨설턴트 직원이 출장 나오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부를 그들에게 보여주지만, 실력 좋고 규모가 큰 컨설팅 회사의 경우,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들 정보 캐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투자자문컨설팅 회사도 물론 정보력이 어마어마한 회사들이 있지만, 정보력이 미쳤다고 소문난 회사는 당연히 일개 중소기업에선 꿈도 못 꾸는 자문료가 들어가고, 저렴한 회사를 찾으면 어디 주식 찌라시 수준의 정보만 들고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기에 가격과 정보의 퀄리티가 절충되는 경영전략자문컨설팅 회사와 거래를 하는 척 하면서 몰래 투자 또는 투기시장의 정보를 구입하는 것이 이 시절 대해적시대 만큼 난입한 여러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돌고 도는 편법이었고, 이러한 일이 스구루를 매우매우 스트레스 받게 했다.


“다음 미팅까지 다시 제대로 장부를 준비해 주시지요. 오늘은 상담이 힘들 것 같으니까요. 출장비는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저...아휴...”


직원들은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는 스구루의 패기에 압도되어 멍 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회사 사람이라서 가능한 건가, 아니면 그 자체의 태생인가? 자신들이 패기를 가지고 입사한 이 회사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쭈구리 인생이 되어, 찬란했던 인생의 빛이 시들어 감을 그를 보면서 다시 희망의 불씨를 태우려는 찰나,


“뭐 구경났어?! 일 안 해, 일!!!”


이러한 고함이 스구루의 등 뒤에서 들렸다.


***


도X대학 문과 3류(類) 문학부 수석졸업


이 졸업장의 문구는 나오 스구루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에 대해 무한에 가까운 루트를 제공해 주었다. 단순히 저 한 문장이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로 그는 어떤 의미로 평범하지 않았다. 바로, 광적으로 게임에 빠져 살고 있다는 것! 저금한 돈을 털어 당시 무지막지하게 비싼 캠코더를 사서, 신작 게임을 최단시간에 클리어 하는 모습을 찍거나, 여러가지 버그, 공략 등을 찍어 ‘타쿠’라는 투고명으로 게임잡지에 투고를 하며, 타쿠의 공략이 실린 날이면 그 잡지는 금세 동이 날 정도다. 잡지사의 편집장이 직접 나오 스구루를 만나보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해서 언제나 연재비만 입금 될 뿐.


어떻게 이러한 성향을 가지게 되었냐 하면, 그가 아직 란도셀 가방을 아직은 매고 다녀야 할 시절, 부모님을 따라 너구리굴과도 흡사한 킷사텐(찻집)에 갈 일이 있었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부모님은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당시 여러 킷사텐엔 ‘디멘션 인베이더’라는 수많은 차원괴수를 쏘아 맞춰 승리하는 게임 기판이 테이블처럼 되어있었다. 그것이 나오 스구루가 인생에서 처음 만져 보았던 디지털 게임이었고, 그 재미와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기에 다음 해, 나고야 현의 어떤 고수가 디멘션 인베이더의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절대 본인은 죽지 않고, 적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속칭 ‘나고야식 치기’라는 스킬의 소문이 이곳 도쿄까지 전달 되었고, 친구들과 단골 킷사텐에서 성공시켰을 때의 그 기쁨은 지금의 그가 있게 해준 트리거 메모리였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려, 근처 식품 마트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 내일 아침에 먹을 조리식품 몇 가지를 사고 자취집에 도착했다. 열쇠로 현관문을 여는 그의 입가엔 아까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드디어 그 고생을 해서 산 신작 RPG 파이널 드래곤 사가를 만질 수 있다!’


전전날, 게임 매장에 새벽부터 나가서 줄을 서고 힘겹게 구매한 파이널 드래곤 사가. 당시부터 미래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인기 만화가의 삽화가 들어간 걸로도 입소문이 자자한 이 게임이 RPG게임을 기가막히게 잘 만드는 회사의 신작으로 나온 것이다. 또 어떤 신비한 세상이 펼쳐질까, 얼마나 재미난 공략이 기다리고 있을까. 얼른 상의 재킷만 스윽 벗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한 다음, 빨리 손을 씻고, 티비 앞에 앉아 전원을 켠다. TV수신선은 애저녁에 콘솔 컴포넌트선이 꽂혀져 있었고, 신작 게임팩의 포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뜯어, 빼 낸다. 그리고 콘솔기기의 팩 삽입구의 손가락을 밀어 넣어 캡을 아래로 젖히고, 팩이 꽂힐 부분에 있는 힘껏 ‘훅!’하고 바람을 불어 잡먼지를 치워준다. 그리고 팩을 꽂고...게임기의 전원을...ON!


탁!


동시에 캔맥주도 따서 쭈우욱 하고 한 모금 들이킨다. 작은 브라운관 TV에 게임 회사의 로고가 뜨고, 오프닝이 나온다! 이건 무조건 봐줘야지. 이 때 만큼은 란도셀을 매던 꼬꼬마 시절, 검은 가쿠란(学蘭)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새로운 모험을 시작 했을 때의 그 두근거림이 로드(load)된다.


음...근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졸릴까? 아까 출장지의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탓일까? 아니면 이틀 전에 새벽러쉬를 무리하게 달리고, 그대로 회사에서 야근까지 한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일까? 그래...프롤로그 스토리만 보고 오늘은 일단 일찍 자야지. 내일 또 플레이 할...수...있...으...ㄴ...ㄲ...


***


그래, 공기가 다르다. 이 공기는 절대 도쿄 23구 한복판의 그 무거운 공기가 아니다. 도심 빌딩 속 부리나케 달리는 택시와 자동차들의 혼잡한 매연이 섞인 공기도, 미로처럼 얽혀있는 주택가 사이사이들에서 오늘의 저녁밥과 같이 먹을 카레를 준비하는 공기도 아니다. 시골? 글쎄, 시골이라면 으레 날 법한 축산농가의 냄새나 거름 냄새, 가을 추수 후 논을 태우는 고소한 탄내도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의 끝자락, 도쿄대학 입학 확정을 기념해서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난 유럽의 배낭여행에서 맡았던 공기와 비슷하다. 영국인가, 프랑스인가? 아니,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드는 것이 스위스인가? 여튼, 가솔린과 석탄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그 공기이다.


눈을 떠 보자. 몇 시지? 언제 잠든거야? 회사는...젠장, 게임도 플레이 못 해보고 출근인거냐! 스르르 눈을 떠 보는데...낯선 천장은 고사하고 하늘이 보인다. 아주 새파랗고 구름이 조금 몽실몽실 떠다니는 하늘이. 선선한 바람이 그를 훑고 지나간다.


‘...집주인한테 집 천장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본다. 그의 눈 앞에 처음보는 동양인이 보였다. 일본인? 한국인? 아님 중국인? 여튼 도쿄 시내에서 익히 볼법한 ‘니트’의 모습인 건 누가 봐도 인정할 것이다. 후줄근한 점퍼 차림에 적당히 컷트한 헤어스타일, 이제 슬슬 면도해야지? 하고 잔소리 던져주고 싶은 수염.


“나오 스구루, 맞지?”


아, 일본어다. 말은 통한다. 그럼 일본인? 어...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스구루가 일어난 곳은 이끼가 침대처럼 푹신하게 깔린 숲속 어딘가였다.


“마, 맞는데...여긴...대체...”


일단은 말이 통하는 남자가 말했다.


“좋아, 틀리진 않았어. 반가워! 나는 이 세계의 ‘신(神)’이야! 너에게 컨설팅 의뢰를 하려고 불렀어!”


나오 스구루는 그의 상쾌한 미소짓는 얼굴을 보더니 다시 눕고 눈을 감았다.


“네, 다음 꿈에서 봐요~”


“저, 저기요? 이거 꿈 아닌데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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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첫 의뢰 +2 24.04.02 146 5 11쪽
» 1화 : 신작 +6 24.03.30 379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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