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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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교덕
작품등록일 :
2024.03.30 04:12
최근연재일 :
2025.02.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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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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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지기(智己)

DUMMY

[그 세계 컨설턴트]-4화 : 지기(智己)


“여기 서있는 자의 이름은 ‘나오 스구루’! 지고한 선조들의 나라 보르기니의 위기를 지워주기 위해 나 왕세자 아벤타도르와 계약한 이세계(異世界)의 존재이다. 겉모습은 현재 우리들의 적인 인간들과 똑같지만, 모두가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불러모아 소개를 하는 것이다. 수비경계와 정찰에 나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이지 못한 동료들에게도 꼭 전달할 수 있도록.”


왕세자 아벤타도르는 성의 상층부에 있는 발코니에서 난간을 짚고, 현재 성에서 근무하는 모든 신하와 하인, 병사들을 성 앞 광장에 불러모아 나오 스구루에 대한 소개를 했다.


‘우와...마족들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구만.’


스구루의 눈에 비춰진 것은 그간 봐왔던 판타지 장르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에서 봐왔던 익숙한 존재들도 있는 반면, 생각과는 다른 존재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일단 마족하면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기골이 장대하고 송곳니가 매력적으로 돌출되어있는 오크족, 전세계가 사랑하는 미국의 어느 메가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 그린 수인 캐릭터들이 그대로 튀어 나온 것 같은 각양각색의 수인족, 등에 날개가 달려있고 한 쌍의 뿔과 비행이 가능한 날개와 기다란 꼬리를 가진 강렬한 인상의 임프족,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귀가 긴 엘프족과 야금술의 달인인 난쟁이 드워프족들도 섞여 있었다. 보통 스구루의 상식으로는 엘프와 드워프, 일부 수인들은 주인공 용사의 동료로 잘 나올텐데...


“저기.”


흥미를 가지고 관찰을 하고 있던 스구루에게 아벤타도르가 말했다.


“모두에게 각오 한 마디 해줄 수 있겠나?”


오오, 지구에서도 으레 있는 패턴이 이곳에도 있구나, 하고 내심 감탄했다.


“물론이죠.”


아벤타도르는 뒤로 살짝 물러나고, 스구루는 난간 가운데에 손을 짚고 외쳤다.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 멀리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온 나오 스구루 입니다!”


광장에 모인 마족들이 수근거렸다. 그도 그럴 게, 너무나도 유창하게 마족 표준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캐치한 나오 스구루의 머릿속 CPU가 기가막히게 계산을 하기 시작했고, 줄 바꾸는 타자기 마냥 띵!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더니, 이 마족들을 휘어잡을 연설문이 완성되었다.


“저는 이 세계의 ‘신’에게 부름을 받아 여러분을 구원하러 왔습니다. 제가 입고 있는 옷,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유창하게 여러분의 말을 이해하고 있는 것, 이것이야 말로 신에게 선택받은 제가 여러분과 이 보르기니를 구원할 수 있는 극히 일부의 증거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아직은 정보가 부족해 도박수를 던져봐야 했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도박수임에 안도를 하고 나아가야 했다. 풍경과 복식, 기존의 판타지 세상들이 보편적으로 묘사되는 시대란 대략 12~16세기의 유럽 및 봉건주의나 절대왕정 등이 대부분이다. 르네상스만 해도 종교적인 힘이 귀족과 민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이 점을 이용하여,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신의 부름에 의해 이곳에 왔으니, 최대한 써 먹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는 아직 이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저는 마법에 대한 소양이 없으며,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으로 산을 부수고, 바다를 말려버릴 순 없으며, 신께서 만든 걸 제가 멋대로 파괴하면 많이 혼나겠죠.”


살짝 웃음이 감돈다.


“저는 단순히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생활 그 자체에 평안함과 기쁨과 안도가 깃들 수 있게 하기위해, 이 세상을 ‘컨설팅’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더 나은 오늘과 기대가 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멋진 신세계를 위해서!“


청중들 중 몇몇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여러분들, 인간이 밉습니까?”


다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느 늑대수인이 소리쳤다.


“그렇다! 그들은 내 형제를 사냥했다!”


다음은 한 남성 엘프가 소리쳤다.


“그들의 차별에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번엔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스구루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어떤 시련과 역경을 거쳐왔는지 전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알아 두십시요. 그들을 전멸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힘으로 최고의 평화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죄를 지은 인간에게는 마족의 힘을 보여주고,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줍시다!”


청중들이 소리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됐다, 이 분위기면 된다.


“저에게 힘을 주십시요! 신과 함께 평화를 일궈낼 수 있는 힘과 열정을! 여러분들의 염원과 희망을 주십시요! 핍박 받던 마족의 일상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양함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족의, 마족에 의한, 마족을 위한 미래를 위해!!! 진정한 평화로의 컨설팅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아아아아아!!!!!”


귀가 찢어질 듯한 함성과 함께 스구루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대단했어.”


자료실로 향하던 길에 왕세자의 검인 리베나가 잠시 멈춰서서 스구루에게 말했다.


“뭐, 그정도야.”


“하지만 증명이 없으면 단순한 선동에 지나지 않아. 실제로 너의 능력이 어떤지 보여주고, 모두에게 신뢰를 얻도록.”


“네, 본부대로 합죠.”


그러더니 리베나는 계속 걸었다. 자료실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스구루 본인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장 모든 것의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고, 성 밖으로 나가기엔 마수(魔獣)의 위협도 있기에, 먼저 이 보르기니의 상황을 파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피지나 종이, 책장이 썩지 않도록 특수한 향을 잔뜩 피우고 있는 자료실에 스구루의 연설에 조금은 호감도가 올라간 사서들이 스구루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현재 보르기니의 영토는 북쪽에 영구동토의 혹한의 땅, ‘이스림그’, 동쪽에는 대륙 최대의 화산이자 지금도 용맹하게 분화하는 ‘이그마디르’산 주변의 용암 및 광산지대 ‘요반’. 서쪽으로는 필멸의 모래바람 속에서도 생명이 꽃피는 대(大)사막지대 ‘르이나’. 그리고 여기 중앙, 마왕성 ‘그랑 토우레르’가 있고, 마족 대부분의 농업을 책임지는 평원과 숲의 땅 ‘사르고트’. 이 남쪽의 짙은 숲 ‘이실’을 경계로 인간들의 영토가 펼쳐집니다.”


꽤나 보기 쉬운 세계지도를 펼쳐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주며 알려주는 도마뱀 수인족 사서의 설명에 대략적인 마족의 지리를 파악했다. 참고로, 속으로 니트 신에게 감사를 외친 것이, 각종 단위가 스구루가 익히 쓰는 단위로 환산되어서 머릿속에 번역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현지 단위로 10라까 라는 거리단위가 스구루의 머릿속에 5KM라고 자동 번역되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행여, 파운드, 갤런, 야드, 피트, 마일, 화씨 등으로 머릿속에 들어왔다면, 당장에라도 니트 신 명치에 정권 지르기 대모험을 떠날 기세였다.


“보르기니의 경제상황은 처참합니다. 우리가 충성을 맹세하는 왕세자께서 본인의 식사마저 줄이실 정도로 제정긴축에 힘을 쓰시고 계시지만, 아무리 아낀다 하더라도 1년 내로 군대를 운용할 자금이 바닥날 것입니다. 나라 곳곳에 용사 일행의 극악스러운 파밍과 국지전에 대한 피해로, 소득 없는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의 장부를 들고 설명해주는 오크 여사서. 오크가 지능캐라니? 의외였지만, 이 세계는 그런 게 통하나 보다, 하고 업무에 집중했다. 여기서 딱 하나, 화폐단위만큼은 번역되지 않았다. 매번 시세가 바뀌여서일까? 그래도 니트 신의 설명대로라면,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라서인지, 금화와 은화의 개념은 있었다. 마족이 세는 화폐단위는 여러개가 있지만 일단 가장 큰 단위는 ‘길’ 이었으며, 금화 1개가 1길, 그리고 1길이면 성인 2명, 아이3명의 서민가족이 두 달 동안 끼니 걱정만큼은 하지 않을 수 있는 가치라고 했다. 당연하지만 어음 개념도 있어서, 무조건 금화 은화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이 보르기니, 정확히 성도 그랑 토우레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몽땅 다 합치면 약 2백5십만길 정도로 추정되고, 수입과 지출은 둘 다 불규칙하지만, 지출이 수입보다 항상 높았다.


“군대의 편제는 총 6군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르기니는 마왕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인간들처럼 봉신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해드리도록 하고, 성도 그랑 토우레르를 지키는 제 1군단, 동쪽 요반을 담당하는 제 2군단, 북쪽의 이스림그에는 제 3군단, 서쪽의 르이나에 제 4군단, 가로로 넓게 펼쳐진 국경을 감시 및 수호하는 제 5군단, 그리고 정찰과 침투, 첩보가 주 목표인 그림자 군단인 제 6군단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오님께는 군권은 없으나, 공을 쌓으시면 소규모의 군대를 이양 받아 통솔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군대의 총보급관인 늙은 드워프 장군. 우와, 이건 일반 판타지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략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는 뜻일까? 마침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1편과 최근에 나온 2편을 그렇게 재밌게 플레이 한 적이 없었다. 공을 일단 잘 쌓아야겠다고 다짐한 스구루였다.


“다음으로는...”


철컥철컥, 철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자료실에 낮게 깔렸다.위압감 넘치는 뿔 달린 강철투구를 쓴 장군이 들어오며 말했다.


“왜 마족이 인간들과 싸워야 하는가에 대해 내가 직접 ‘보여주지’. 내일, 해가 지기 직전에 나, 경비대장 ‘칸’을 찾도록. 내일 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자료실을 나갔다. 투구에 가려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일단은 날이 늦었으니 이만 길고 긴 하루를 청산하고, 내일의 스구루에게 바통터치를 하기로 했다.




-5화로-


작가의말

추천과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계속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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