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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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교덕
작품등록일 :
2024.03.30 04:12
최근연재일 :
2025.02.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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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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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지피(智彼)

DUMMY

[그 세계 컨설턴트]-5화 : 지피(智彼)


무릇 판타지 작품을 향유하는 독자, 또는 시청자들은 현실세계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마법이란 물리법칙을 초월한 힘이나 악을 쓰러뜨리고 평화를 되찾아 오는 용사일행의 인간찬가(人間賛歌)또는 절절히 가슴을 찌르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마련이다. 당연하지만,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작중 주인공들의 세세한 일거수일투족, 예를 들어, 시, 분 단위로 주인공 일행의 여정을 기록하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문학이지, 기록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략된 과정을 문학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체험해 보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었다는 것을 나오 스구루는 아침부터 깨닫게 되었다.


“.......”


나오 스구루가 대체 어 고민에 빠졌는지 이전에 독자 여러분들께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여러분들은 현대문명 이전의 과거로 가서 한 몇 주에서 한 달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가? 물론, 독자들 중에서 수많은 여행경험, 특히, 오지탐험을 위주로 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근거 있는 자신감을 비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문명의 발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발전한 것 같다.


스구루는 이 본인이 언제든지 끝낼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여행에서 그 어떤 대책도 하지 못했다. 그의 개인용품이나 지인들의 기념품을 담아 올 트렁크 가방도, 갈아 입을 여벌 옷도(당연하지만 양말과 속옷도), 여권도, 컵누들도, 비상용 휴지도 챙겨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제일 원하는 것은 바로,


그 흔하디 흔한 펄프로 만든 휴지였던 것이다.


인간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심지어 영토의 사이즈가 무척이나 큰 국가의 국민이 자국 내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게 되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가 있다. 바로, ‘물갈이’. 대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성분들의 비율이 다른 것이 뭐길래 인간의 장을 시원하게 휘저어 놓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선서하며, 인간을 가장 약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가. 그것 외에도 가뜩이나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정수 공법의 차이도 과거와 현재는 비할 바가 아닌 점도 있으리라. 그래, 다 좋다. 다 좋은데,


“.......”


단지 휴지가 필요할 뿐이었다.


이 때 만큼은 너무나도 그 니트 신이 보고 싶었던 나오 스구루였다.


***


다행이도 이 세계에는 인류사회에서도 고대에서 부터 존재했던 비누가 있었고, 이러쿵저러쿵 개운하게 간단한 목욕으로 아침을 시작한 스구루는 세자 아벤타도르에게 초청받아 성내 작은 식당으로 안내받았다. 역시, 샴푸와 린스가 없으니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진다.


“잠자리는 괜찮았나?”


아벤타도르가 자리에 앉아 인삿말을 건냈다.


“예, 뭐, 그럭저럭...”


“귀빈을 제대로 대접해야 되는데, 미안하네. 아참, 그리고...자네는 앞으로 나를 편히 대해주게.”


“네?”


당연하지만, 나오 스구루 외에 시중을 들던 하인들, 밀착경호를 하는 세자의 검 리베나도 흠칫! 하며 아벤타도르를 바라보았다.


“전하, 지금 그게 무슨 말...”


“이건 내가 신중히 생각해 본 거야. 내가 나오에게 권위를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순간,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왕의 권위가...!”


“어차피 인간에게 멸망당하면 그 따위 권위 같은 건 아무 소용도 없어.”


스구루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식탁 앞 의자에 앉았다.


“좋아. 이런 고객한테는 나도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앞으로 편하게 ‘아벤’전하라고 불러도 될지요?”


“너, 이 자식!!!”


리베나가 육안으로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스구루도 쫄지 않았다.


“그만 둬, 리베나! 이건 내가 정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예의도 모르는 것에게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아벤은 스구루를 바라보았다.


“ 앞으로 나오 스구루를 왕족과 같은 대우로 인정하겠어..”


“네...네에엣???”


리베나는 질겁을 했다.


“괜찮아. 군권이나 왕권을 넘겨준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리베나 같이 인정 못하는 신하들을 막기 위해서도 그런 거니까.”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의 지도자 환공이 추천을 받아 관중이라는 인물을 등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관중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 했고, 그가 큰 뜻을 가지고 있으나,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주장을 들은 환공은 계속해서 관중의 지위를 올려, 임금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지위까지 하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제나라를 위해 관중은 힘썼고, 환공은 춘추전국시대의 패자(覇者)가 되었다는 역사 이야기가 스구루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과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이 세계에도 있었던 걸까?


그런데 스구루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하니, 아무리 봐도 이후에 심중을 떠볼 만한 가설이 생겼다.


‘이 꼬맹이, 가족에 대한 애착이 있을지도...’


스구루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크래커 같이 생긴 밀 과자 위에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어제는 너무나도 바쁘고 적응이 안 되어서 제대로 무언가 먹지 못 했지만, 드디어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굶었다가 먹었다고는 해도, 갓 구운 크래커에 수제로 만든 치즈의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입에는 맞나?”


왕세자의 입에서 나온 특정단어가 심히 불편한 리베나가 스구루를 언제든지 베어 넘길 기세로 쏘아보고 있었다.


“음! 아주 맛있습니다, 전하. 제가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식사지만, 입맛에 딱 이군요.”


이런 공치사라도 하지 않으면 스구루는 목이 날아가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맛있는 건 진짜 맛있는 것이었다. 식탁에는 푹 찐 커다란 새알 요리와 염장한 고기, 구운 야채들이 있었고, 하나같이 신선하며 담백했다. 다만, 냉장고가 없는 배경인지라, 염장고기는 정말 스구루의 혀가 스구루의 뇌에게 쌍욕을 퍼부을 정도로 짜고, 향신료 맛이 강했다. 그럼에도 왕족이기에 이정도 먹는 것이겠지, 서민들은 어떠할까?


“더 좋은 상을 차려야 하는데... 어제 설명을 들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왕국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백성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공감해서 세금을 내주고는 있지만...이 이상 올리기도 어려워.”


“흠...”


착하다. 선왕이 그렇게 가르쳤으리라.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왕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함부로 불으면 저 꽁지머리 미인에게 운명을 달리할 것이다. 게임세상에서는 부활 시스템이 있는데...스구루는 도박 게임을 좋아한다 해도, 이런 것에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


이후로 스구루는 안내를 받으며 성을 둘러보고, 나라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공부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끝낼만한 분량은 절대 아니었고, 밖을 보니 하늘이 점점 주황빛 드레스로 갈아입기 시작하고, 이 세계에 뜨는 3개의 달 중 제일 먼저 뜨는 녹색달 ‘비리디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제 경비대장 칸이 해가 지기 직전에 찾아오라고 했으니, 경비대 본부초소로 아벤의 하인에게 길안내를 부탁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본부 문 밖에서부터 칠흑의 투구를 쓴 칸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투구 때문에 그가 입을 벌리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깡통에 대고 말하는 듯한 울림이 그에게서 부터 나왔다.


“이흐 빈 샤라모크야.”


“?”


전혀 처음 듣는 언어에 나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칸이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별거 아니네. 일종의 짧은 기도 같은 거야. 시간 맞춰 잘 왔군. 일단 옷을 갈아입고, 긴 로브를 둘러. 국경지역의 인간들을 탐방하러 갈거니까.”


군말 없이 이 세계의 인간 서민남성이 잘 입는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받아, 초소내에서 갈아입었다. 당연하지만, 이 시대에는 지퍼는 고사하고, 단추도 돈 있는 사람들의 것이기에, 온갖 끈으로 묶고 고정시켜야 했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아 안내역의 하인이 스구루가 옷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천은 거칠고, 가죽 부분엔 특유의 냄새가 났다. 황갈색 부츠까지 다 신고, 로브를 걸치며 밖으로 나왔다. 스구루의 정장세트는 하인이 스구루의 방까지 배달해 주기로 했다.


“좋아, 출발하지.”


그런데 칸은 갑옷을 입은 그대로였다.


“칸 대장은 갈아입지 않나요?”


“그건 따라와보면 안다.”


그리고 나서 내성 경계 부근의 자그마한 사원같이 생긴 곳으로 갔다. 그 안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파란색 불이 지펴진 화로들이 놓여있었다.


“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해서 근처까지 텔레포트를 할 거다. 어짜피 인간들과 부대끼면서 말을 섞을 필요도 없고, 눈에 띄지 않게 멀리서 지켜보면 된다.”


나오와 칸은 마법진 위에 서고, 칸이 마법진 위에 홀로그램처럼 나온 이세계의 문자들 중 무언가를 선택했다. 그러자 눈을 깜빡이고 다시 뜨는 것 보다 빠르게, 어느 숲 한복판으로 장소가 옮겨졌다.


“이곳은 마왕군의 정찰대가 이용하는 장소다. 아주 가까운 곳에 인간들의 여관마을이 있다. 따라오도록.”


그리고 나서 칸은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갈색 머리에 굉장히 지적으로 보이는 인간 남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이는 나오보다 몇 살 위의 형처럼 보였다.


“보는 바와 같이 나는 마왕군에 붙은 인간이다. 다만, 마족들은 인간에 대해 상처가 많으니까 성 안에서는 투구를 벗지 않지.”


스구루는 납득을 하고 칸의 뒤를 쫓아갔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주변에 깔깔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숙여!”


칸의 작은 외침에 급히 풀숲에 몸을 숨기고, 오리걸음으로 조금 더 이동했다. 풀숲 사이로 성채처럼 촘촘하고 두꺼운 통나무 벽을 세우고, 망루와 궁병대를 위한 설비들이 꽤 보였다. 그리고 마을 입구로 시선을 옮기자, 대중들이 모여있었고, 그 가운데에...


형틀에 묶인 오크족 여성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근처에서 딴 버섯도 전부 드릴테니까...!!”


그러나 인간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타쉬미라! 타쉬미라!! 하하하하하!!!”


“비리니 쿡흐 니 데쉬로베?”


“따리 오-크! 따리 오-크!!”


분위기가 과열되자 한 여성이 선창을 했다.


“비다 메 오-크!”


그러자 대중이 따라 외쳤다.


“비다 메 오-크!”


그리고 선창한 여성이 자신의 주먹만한 돌을 오크족 여성에게 던졌다.


“아악! 누가! 누가 좀 살려주세요!!!”


이윽고, 끔찍한 참상이 벌어지고, 나오 스구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어느 히어로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의 클리셰처럼 나서지 못했다. 그저 도와주지 못 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들리지 않는 용서를 구할 뿐이었다.


“이것이 이쪽 세상의 인간들의 광기다. 같은 인간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자 사냥감. 나는 그런 인간들에게 질려서 마족 앞에 서게 되었다.”


칸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오크족 여성을 두 눈을 뜬 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저 광기는 몸에 좋지 않아.”


인간들에 대한 직접 본 첫 정보라, 스구루는 입술을 깨물고 장소를 벗어났다.





-6화로-


작가의말

계속해서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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