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인 주막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최마루
그림/삽화
광왕
작품등록일 :
2024.04.01 22:43
최근연재일 :
2024.06.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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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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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1부. -이타인 마을- 1화. #1.이방인

DUMMY

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


1부. -이타인 마을-

1화. #1.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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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픽션이며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 지명, 인물, 단체, 배경, 설정, 역사관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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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석양이 대지를 적시자 석양의 핏빛보다 더 붉은 인간의 피가 대지에 적셔져 있었다.


까아악~ 깍~ 까악~


불타버린 마차와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사이로 까마귀들이 시체를 파먹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서로 싸우고 있었고 피 먹은 대지에는 조선군, 왜군, 명나라 군들이 여기저기 찔리고 베이고 함몰 당한 채 추한 모습으로 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명나라 군졸들은 쓰러져있는 왜군을 보는 족족 확인사살하며 다녔고, 그 외 조선군과 명군의 군졸들은 왜군의 갑옷과 무기를 갈무리한 뒤 시체들을 모아 태우기 바빴다.

시체는 적, 아군 나누어 따로 모아 불을 질렀다.

나름 아군의 격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굳이 의미를 두자면 적병과 아군이 죽어서나마 서로 싸우지 말고 저승으로 곱게 가라는 정도일 듯 했다.

산을 이루는 시체들을 방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역병(疫病)이 생겨 조선 전체에 역병이 퍼져 멀쩡한 사람들이 없을 터 서둘러 시체를 태우는 작업을 해야 했다.

부상당한 조선군들은 걸을 수 있는 자들은 창과 동료에게 기대어 이동했고, 부상이 큰 병사들은 수레와 조랑말에 짐짝처럼 실려 가며 고통 속에서도 왜군을 모두 척살한 자신들의 모습에 칭찬하는 듯 뿌듯한 표정이었다.


전쟁터에서 조금 떨어진 명나라군의 진영에서는 이번 전투의 승리자인 이여송 장군이 전장의 피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서있었다.이여송의 부장들은 대승을 거둔 자신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죽은 왜병의 수와 명나라 병졸들의 사망자 수 등을 기록하고 조선의 병졸들은 큰 공이 없음을 천제에게 보고하고자 바쁘게 돌아다니며 기록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조선의 개성이라는 곳인가?”

소리도 없이 다가온 한 인영이 이여송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장에서도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시대에도 어울리지 않는 온통 검은색 옷을 걸친 검은색 긴 머리의 사내가 이여송을 보며 하대로 물어본다.


누가 봐도 20대 초반 서역 땅의 인물로 보이는 이 젊은 자의 하대에도 이여송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극진한 태도로 대답했다.

“네. 명하신대로 대지의 기운이 강한 극동의 반도인 조선 땅으로 주군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이 전쟁터에서도 음습한 기운보다는 강한 대지의 기운 느껴지는 땅이라니...”

검은옷의 사내는 멀리 한곳을 바라보며 숨을 들여 마셨다.

“게다가 멀리 동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군. 마치 엄청난 기운을 막아선 거대한 산맥이 그 힘을 갈무리 하고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젊은 사내에게 연신 예를 갖추어 서있는 이여송은 말했다.

“저희 중원에서 이 조선 만큼은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땅의 기운 때문이라고 도교 최고 교주님께서 말씀하셨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기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검은 옷의 사내는 이여송의 말에 잠시 흥미를 느낀 표정을 지었다.

“흠. 노자(태상노군)의 후예들이 그렇게 말 할 정도라면...”

이여송은 두렵지만 이내 젊은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주군께선 이제 이 조선 땅에 계속 머무실 예정인지요?”

“왜? 내가 벌써 네게 짐이 되었더냐?”

검은 옷 사내의 말에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듯 당황한 이여송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 그것이 아니오라 이 전란의 혼돈스러운 땅에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할 뿐입니다.”

“걱정마라. 당분간 동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이 반도의 기운을 최대한 축적 하다보면 좋은 생각이 날 듯도 하다.”

“......”

이여송의 또 다른 마음을 읽었는지 검은 옷의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이여송. 이 극동의 반도까지 나를 데려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젊은 사내의 말에 이여송은 이제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긴 정말 명나라에서 이곳 조선반도까지 주군이라 부르는 분을 모셔오기 정말 힘들었다.

복숭아나무 로 만든 화려한 무늬가 세 겨진 거대한 관은 엄청난 무게로 인해 많은 병졸들이 들고 이고 끌고 와야 할 정도로 옮기기 힘들었다.요하를 건널 때 이 관 하나를 위해 늪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병졸들을 보내 나무를 자르고 수레로 나무를 옮겨 또다시 수많은 병졸들이 다리를 만들어 옮겨야했고, 이 거대한 관을 왜 이 조선반도까지 옮겨야 하는지 이하 제장들의 질문에 해명하느라 참으로 난처했으며 더욱 곤란한 상황은 전장에 그것도 사악한 문양이 세 겨진 관이 진영 한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하 제장들과 병졸들은 은근 전쟁에 패하고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힘든 상황을 정리하며 오늘 왜 나라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고 주군께서 칭찬을 하니 이제껏 고생한 자신에게 큰 보상이 내려질 듯 하여 이여송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 전쟁 원정에 나를 이곳까지 옮기느라 고생한 그대의 공덕을 치하하고자 내 말하노니, 이번 전쟁에서 어떤 죽음이 찾아와도 너를 피해 갈 것이며 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역사에 네 이름을 남길 것이다.”

검은 옷 사내의 말에 기쁨의 환희에 가득 찬 이여송은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음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옷의 사내는 이내 이여송의 황홀한 상상을 깨는 차가운 물 한바가지를 날린다.

“단. 네놈이 이 엄청난 기운이 가득한 반도에 풍수 운운하며 헛 지랄만 하지 않는 다면 말이다.”

“!!”

큰 충격을 받은 이여송에게 검은 옷의 사내는 무거운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보아하니 네놈의 조상은 이 반도 출신인 듯한데... 네놈의 어리숙한 풍수에 대한 지식을 잘못 시전 한다면 네놈 목숨을 시작으로 네 가문은 풍비박산 날 것이다.”

크게 놀라는 이여송은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되었다.

“주, 주군이시여.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 분수를 모르고 설쳐대는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네 놈의 공을 치하는 이번 전쟁뿐이다. 잊지 말도록.”

똥 씹은 얼굴의 이여송은 식은땀을 흘리며 분노하는 모습을 젊은 사내에게 들키지 않게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네. 주군의 말씀 뼈에 새겨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스스슷~

주군이라 부르던 검은 옷의 사내가 사라지자 식은땀을 흘리던 이여송은 자신이 중국의 밀교의 절대적인 명령을 받고 이 반도의 기운을 막기 위해 엄청난 수의 쇠말뚝을 가져온 걸 어찌 알았는지도 궁금했지만, 가문이 풍비박산난다는 말이 유난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모든 게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는데 가문이 풍비박산난다니...

주군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이여송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나 진영으로 향했다.


핏빛석양은 이름 모를 야산으로 점차 사라지고 주변엔 스산한 바람과 함께 흉흉한 눈빛의 그림자들이 나타나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고 있었다.

서양의 마족들과 동양의 요괴들이 모습을 나타내더니 주변을 떠돌아다니던 영혼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마족들과 요괴들은 분주히 영혼들을 흡수하기도 하고 이름 모를 아이템에 쑤셔 넣기도 하고 조금 빛이 더 강한 영혼을 보게 되면 이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마족과 요괴들이 서로 잔인한 모습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또한 어둠 깊숙한 곳에서는 몬스터라 부를 수도 없는 저급한 생명체들이 시체를 물고 뜯고 먹으며 한쪽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지옥의 수라도가 조선 땅에 펼쳐진 것이다.

어느새 전장의 시체가 가득하고 영혼들이 헤매고 그런 영혼을 사냥하려는 또 다른 사냥터에 검은 옷의 사내가 나타났고, 그런 모습을 보며 파랗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검은 옷의 사내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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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도의 영혼은 맛있다.



이태원 경리단의 한 커피숍에는 검은머리 검은 옷의 한 젊은 서양 남성이 성인 주먹보다 큰 비엔나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서양인이라면 에스프레소를 미국인이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겠지만, 이 젊은 서양남성은 한국 커피믹스와 거의 맛과 향이 비슷한 비엔나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스타일이나 마시고 난 뒤 ‘크하~’ 하는 추임세. 역시 한국인의 무언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이라고 불리는 이 외국인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 경리단에서 비엔나커피나 한국 커피믹스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간혹 주변사람들이 왜 에스프레소 대신 커피믹스를 마시냐고 물으면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나 서 즐겨 마신다는 한국 할아버지 같은 말을 하곤 했다.


후우~

커피를 마시면 주변을 둘러보던 이 검은 머리의 서양인은 감회 섞인 표정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초가을의 시작부근에 이 반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때가 아마 ‘임진왜란’때 일거야.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내 고국에는 중세 암흑기가 끝난 시기라 너무 힘들고 배고픈 시기였어, 전쟁이 난무하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나라가 있다 해서 흘러들어온 곳이 바로 왜(倭)나라인데, 그 당시 왜 나라는 열도 전체를 통일 시키고자 혈안이 되어있던 시기라 네 개의 큰 섬에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투가 벌어졌고 사람들의 목숨은 개미 목숨보다도 못 했던 시기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보다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았을 때가 없었지.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에 영혼들은 가득했고 순종적인 영혼들이라 맛은 별로 없지만 배부르게 영혼을 취할 수 있었고, 영혼을 모은 수만큼 나의 힘도 점점 강력해졌고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능력들도 쓸 수 있었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서역에서 몰려든 몬스터와 마족들은 피와 살, 영혼들을 원하는 이상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그로인해 서로 싸울 필요도 없어 영혼들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 그 힘으로 자기개발을 하며 그렇게 좋은 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


한동안 그렇게 좋은 시절을 보내다 일본 열도가 통일되면서 그 대단한 살육이 멈춘 거야.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간 축적해둔 영혼들이 있어 굶주리지는 않고 어느 정도는 살아갈 수 있지만, 예전처럼 다시 궁핍한 생활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 그나마 익숙한 곳에서 삶을 연명하던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지.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 희소식이 들려왔어.

오랜 전쟁기간동안 수많은 전투를 하며 무장 세력들의 힘은 엄청 커졌고 그 힘을 주체 못하고 불만이 가득한 그들의 검이 자신에게 향할 걸 미리 예감한 왜 나라의 왕은 그 검의 칼날을 자신이 아닌 다른 나라, 즉. 조선으로 향하게 했던 거야.

이에 무장 세력들은 쾌재를 불렀어.

조선이 어떤 나라야?

그 당신 왜나라는 도자기도 못 만들어 밥그릇도 나무 깎아서 만들고 조선의 요강을 집안의 가보로 가지고 있던 자들인데 조선을 공격한다면 그곳의 화려한 문화와 최신 기술을 모두 자기 걸로 만들 수 있는 이 기회를 이들도 놓칠 수 없었어.


사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왜 왕의 생각을 조선반도로 향하게 만든 세력이 있을 듯 해.

열도에서는 더 이상 전쟁이 힘들고 오랜 전쟁기간동안 응축된 힘으로 조선반도를 친다면 자신들이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신세계가 열리는 거니 마왕 급의 존재가 개입된 듯 해.

그 당시 왜 왕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정신적으로 파고들어 그의 정신을 조종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테니...


그렇게 조선을 치기위해 군대가 편성되고 조선의 부산부터 공격했는데 나중에 자세하게 말해 주겠지만, 시작부터 마왕이나 마족들의 간계가 작용한게 분명해.

내가 아는 조선인들의 힘은 그런 게 아닌데 처음부터 뭔가에 홀린 듯 일본에게 패배했거든...

여하튼 굶주림을 탈출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 나 역시 왜나라 군함에 끼여 조선 반도로 흘러 들어가게 됐어.

사실 이게 내 인생 최고의 실수였지 않나 싶어...


처음 조선 땅에 도착했을 때의 충격은 엄청났지.

사실 충격이 아니라 경악에 가까웠을 정도야.

영혼을 섭취하지도 않고 공기만 들여 마셨는데 내 몸의 기운이 충전되고 나쁜 기운이 모조리 빠져 나갔어.

마족이 된 뒤 처음 느껴지는 이 경험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었어.

하품만 해도 힘이 생기고 맑은 기운이 쌓인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어?

그렇게 반도의 신비로운 첫 경험을 뒤로하고 전장을 향했고, 전쟁초반 거의 살육에 가까운 이해 안 되는 전투가 계속 이어졌고 전투 중에 사망한 조선의 민초와 병졸들의 영혼은 대지를 가득 메웠어.

정말 신났지.

이 엄청난 기운이 넘치는 땅에 사는 인간들의 영혼은 어떤 맛일까 정말 궁금했어.


그런데 이게 웬걸?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독한 영혼들은 처음본거야.

대체적으로 전장에서 죽은 영혼들은 자신의 죽음이 당황스럽고 두려워서 웬만하면 고분고분 잡혀 먹히는 편인데 이것들은 기를 쓰고 자신의 시체로 돌아가 어떻게 하던 시신으로 영혼을 비벼 넣으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

다시 살아나 왜 놈들을 죽여야한다고 영혼은 광기에 휘둘려 있었어.

이런 광기어린 영혼들은 다루기가 정말 힘들어.

순간적으로 광기의 힘으로 잘 잡히지도 않고 잡히더라도 분노의 힘이 강해져 먹더라도 소화불량에 걸리기 십상이거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마족이나 데몬, 요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어.

꽤 오랜 시간동안 당황했지만,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어.

이 강력한 영혼들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소리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적인 느낌은 세계 공통인지라 조금 집중해서 들어보니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단 한가지.

[복수!!]


이 강력하고 지랄 맞은 영혼들은 정말 순박해서 내가 왜놈들을 죽여 너희들의 복수를 해줄 테니 나에게 속하라 라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어마무지한 수의 영혼들이 나에게 흡수 됐어.

그 순간 엄청난 수의 영혼들 덕분에 내 힘은 거의 마왕급에 다 달았지.

그 엄청난 힘의 파장에 주변 요괴들과 마족들은 얼이 빠졌어.

강력하지만 잡기도 힘들고 잡혀도 편하게 먹을 수도 없었던 그 지랄 같은 영혼들이 순순히 내 몸에 흡수되는걸 보니 경악할 수밖에...

이때 처음 알았지 무언가를 열망하는 영혼의 맛은 정말 기막히게 맛있다는 걸.

하지만 이 지랄 같은 영혼들은 내가 왜놈들을 죽여 자신들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뱃속에서 아주 지랄 난리를 쳐서 내가 죽게 생기다보니 왜놈들을 안 죽일 수 없었어.

내가 원래 사람들을 막 쳐 죽여 영혼을 취하는 타임은 아니지만 이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왜놈들을 정말 많이도 죽였지.내가 왜놈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으면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왜놈들 영혼을 주어먹는 마족과 요괴들이 일개사단정도 됐다니까?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켜야지... 암.

사람들은 마족이나 요괴들이 굉장히 사악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놈들이라 생각하지만, 마족들은 의외로 약속을 잘 지키는 순수한 존재야.

그 순수함이 악하다는 게 인간들에겐 문제이지만.


그렇게 엄청난 수의 조선 영혼을 섭취한 결과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생겼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마족과 요괴들도 조선백석의 영혼을 섭취하게 되었어.

바보가 아닌 이상 영혼을 달래고 섭취 하는걸 배우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이제 이 맛나고 영양가 풍부한 영혼들을 먹어본 마족, 요괴들은 이제 이 양질의 영혼을 차지하기위해 서로 싸우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자신의 몸에 축적된 영혼들을 소진해가며 기나긴 싸움을 이어나갔고 영혼을 저축하기보다 지출이 더 많아져 모두 마이너스 인생을 살게 되었지.

하지만 나름 새로운 정보도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태백산맥’의 존재였어.

반도에 오고 난 다음부터 동쪽에서 아련하게 느껴지는 대륙의 기운과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엑기스가 담긴 이 기운은 우리 같은 마족과 요괴들에게도 뿌리치지 못하는 유혹으로 다가왔지.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면 꼭 태백산맥을 찾아가 그 기운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


명나라에서 지원군이 투입되고 전쟁은 점차 장기화 되어 영혼의 종류가 많아져 골라먹는 재미는 있었지만, 최상의 영혼 맛을 본 마족과 요괴들에겐 명나라나 왜 나라의 영혼은 그저 간식 수준으로 떨어졌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전쟁은 조선 수군제독인 이순신장군의 활약으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명나라, 왜국의 군사들은 모두 조선을 떠나게 되었지.

대부분의 마족과 요괴들은 왜나라 병사들을 따라 다시 열도로 돌아갔고, 일부는 또 다른 전장의 피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 명나라 군사들을 따라갔다.

아니면 나처럼 전쟁이 끝나면 엄청난 기운이 풍기는 태백산맥에 방문해 몸과 마음에 새로운 기운을 채워 넣고 싶어 하는 마족과 요괴들도 많았지.

멀리서 흘러나오는 태백산맥의 기운은 정말 호기심 넘치게 독특했거든.


어느 정도 전쟁이 수습되면서 마지막 남은 영혼까지 모조리 먹어버린 후 이제는 태백산맥에 가서 웅장한 기운을 느끼고 싶어 천천히 이동하던 중에 도착하기 전부터 뭔가 느낌이 안 좋은 거 있지?태백산맥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엄청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진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자연계에는 나름 순리라는 게 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기운이 사라진다는 건 무언가 자연계에 엄청난 힘이 간섭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거든.

주변 산신령들을 몇 달간 달달볶아 알아낸 결과는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조선을 떠나면서 전국에 쇠말뚝을 박아 반도 전체에 결계를 쳤다는 거야.

그로인해 반도의 기운이 반 토막이상 나고 알 수 없는 결계로 인해 우리 마족, 요괴등 몬스터들까지 이 반도를 벗어날 수 없게 된 거야.

나뿐만 아니라 이 반도에 갇힌 마족과 요괴들은 정말 당황스러웠지.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 사막처럼 메말라 버린 이 반도에 영혼들의 수는 적어져 굶주림에 빠졌고,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이 낯선 반도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곳으로 변했지.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던 마족과 요괴, 몬스터들은 몇 해를 넘기면서 굶주려 존재가 사라지거나 미쳐 날뛰는 악마가 되던가.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는 몬스터들까지 생기게 되었고, 모두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때에 한줄기 희망의 소식이 들렸어.

그건 바로 한양에 남산 어귀에 새로운 이름의 마을이 생겼는데 그곳은 바로 이타인 마을.

표면적으로는 전쟁 후 왜놈들과 부상이 심해 귀국하지 못한 명나라 병졸들 전쟁 중에 태어난 사생아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지만, 사실 고위급 마족하나가 조선 관리하나를 구워삶아 공동묘지, 오지인들, 백정들을 살게 하여 일반인이 출입하기 쉽지 않는 마을을 만들어 그 중에는 우리 같은 마족과 요괴뿐 아니라 몬스터들까지도 그 마을에 숨어 살게 만들었어.

반도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한 휴식이었고, 모든 마족과 요괴들은 그곳을 성지라 부르며 그곳의 주인을 존중하고 그곳의 규칙을 지키며 평화를 만끽했다.

그 이름 하여 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

그래 이곳.

지금 내가 커피를 마시는 곳.

요즘말로는 이태원이라고 하는 이곳.

경리단길 근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이 불쌍한 크리처들의 힘겨운 반도 라이프를 이제부터 보여줄 테니 나중에 길에서 우리를 만나더라도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1화 마침.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광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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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 1부 -딱딱이- 3화. 도깨비불. 24.04.05 236 0 9쪽
2 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 1부. -딱딱이- 2화. 귀향 24.04.04 281 0 10쪽
» 이타인 주막(異他人酒幕)1부. -이타인 마을- 1화. #1.이방인 24.04.01 510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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