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재능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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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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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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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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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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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에 관하여

DUMMY

오늘도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찾아갔다. 그는 더욱 캐주얼한 옷을 입고 불을 쬐며 노트를 작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더욱 사소한 주제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커다란 물줄기 옆으로는 잔가지처럼 여러 쓸데없는 개울들이 뻗어나가고 있는 법이죠.


다섯 번째 주제는 좀비물입니다.


좀비에 대해서 제가 또 할 말이 많죠. 제정신을 붙잡고 있지 못한 피와 살육의 눈이 먼 시체들이 도시와 들판을 오고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세계를 그리는 것이죠.


좀비물은 일단 대부분 현대물이죠. 사극 좀비가 몇 개 있기는 한데 솔직히 그렇게 메인은 아니죠.


메인이라고 하긴 힘들어요. 서양 중세 좀비, 말탄 기사 좀비도 솔직히 들어본 적이 별로 없죠.


중세에서 무언가 좀비적인 요소가 나온다고 하면 이제 완벽한 대체제가 있잖아요.


언데드 말이에요. 이제 해골 아무거나 무기하고 투구하고 이제 골반을 가릴 가죽 쪼가리, 그 정도만 대강 입히고 느리고 별로 지능이 뛰어나지 않은 그런 해골바가지들 여러 개만 쭉 뿌려놓으면 그게 좀비죠.


뭐 아니면 진짜로 반쯤 썩은 시체가 걸어 다니는 좀비 같은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이 말씀도 먼저 드려야겠군요. 미래 좀비물도 자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 우주복 좀비라든지 우주 콜로니에서 살아남기, 이런 미래 좀비물, 하얀색의 SF적인 그런 비주얼을 가진 것도 솔직히 자주 보지를 못했어요.


물론 자주 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존재하긴 하거든요.


자,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 몇 개는 무엇일까요?


일단 거의 모두가 생존물의 포맷이라는 겁니다. 좀비 정치물 같은 거는 보기가 조금 힘들잖아요.


이제 어떤 나라의 국회에서 회의 같은 것을 하나 꾸렸는데 사람이 3명이고 이제 297명이 좀비인 겁니다.


누가 서로의 살점을 더 잘 뜯어 먹느냐가 이제 법안 승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조금 기괴한 설정이죠.


사람들하고 좀비들끼리 이제 막 싸우면서 그러니까, 사람도 좀비랑 똑같은 방식으로 물어뜯고 싸운다고 한다면 솔직히 황당하죠.


물론, 다른 요소들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충분히 생각을 하지만 일단 좀비물의 기본 포맷은 생존물입니다.


이제 조난 생존물하고도 어느 정도의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점은 문명사에서 무인도 같은 오지에 조난당한 것이 아닌, 아니면 뭐 엄청 높은 설산일 수도 있겠죠.


(설산 조난, 이런 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다시 좀비물로 돌아와 본다면 현대 문명은 그 기반 시설들은 그대로 있으나 이제 그것을 운영할 사람들이 사라진 거죠.


그래서 점점 모든 건물들과 사회 물리적인 인프라들이 서서히 소멸하고 있는 상황을 그린 것이 현대 좀비물이죠.


그래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마트건 군부대건 아니면 식량 생산 공장이건 뭐 여러 가지 시설들을 누비면서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말하자면 습득하고 채집하면서 생존을 도모하고 이제 좀비를 피하면서 살아남는 것이 좀비물의 기본 플롯이라고 할 수가 있겠죠.


여기서 어느 정도의 변주를 이러쿵저러쿵 줄 수 있는 것도 저는 좀비물의 메리트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좀비물의 멸망한 그 우울함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겠죠. 이제 생존자는 자신 단 한 명 혼자인 거예요. 그래서 이제 그 음울함에 초점을 맞춘 매체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재미는 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결국 세상은 좀비로 멸망하게 되었지만 엄청 큰 벙커를 미리 준비를 해놨거나 아니면 우연히 찾게 돼서 거기서 평소에 살던 인생보다 훨씬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플롯을 생각해 볼 수도 있잖아요.


제목은 ‘좀비 세상에서 나만이 살아남았는데 벙커에 물자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뭐 이런 걸로 할 수가 있겠죠.


이것도 재밌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제 주인공이 젊고 건장한 남성이 아니라 이제 70대 할머니인 거죠.


그래서 여기저기 거동하시는 것도 불편하시지만 뭐 열심히 돌아다니시는 거죠. 벙커 안을.


이제 그분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한 마리 키울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 할머니가 정기적으로 벙커 근처 감시탑에 콘크리트를 안전하게 만들어진 올라가셔서 벙커 주변에 좀비들을 쏴서 소탕을 하시는 거죠.


고배율 조준경이 달린 볼트 액션 라이프로 말이에요.


머리를 그냥 하나하나 딱딱 맞추는 거죠. 왜냐하면 그 할머니는 명사수셨거든요.


어쨌든 그런 부유한 벙커에서 사는 명사수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대부분 생존의 긴박함, 그리고 이제 좀비들이 언제 어디서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그 긴장감, 일종의 스릴러적인 요소가 또 좀비물의 특징 중 하나겠죠.


예를 들어 방금 말씀드린 명사수 할머니처럼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고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어요.


그럼 무슨 이야기가 나오겠어요? 그냥 할머니가 하루 종일 앉아서 뜨개질이나 하고 있다.


오늘은 목도리를 3cm를 떴다. 오늘은 목도리를 5cm를 떴다. 오늘은 고양이랑 놀았다. 오늘은 목도리를 2cm 떴다. 오늘은 남아 있던 냉동 고기로 저녁에 제육볶음을 맛있게 해먹었다.


이런 특징 없는 지루한 이야기를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좀비들도 어느 정도 위협적이고 강력한 적이어야 된다는 겁니다.


대부분 좀비들은 멍청하고 느린 걸로 설정이 되잖아요.


빠르고 강력한 좀비들이 등장하는 작품들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작품들은 또 좀비가 마주치기만 하면 이제 죽음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너무 절대적인 존재들로 묘사가 되다 보니까 스릴러적 성향이 너무 강해지는 것 같아요.


너무 비참한 거죠. 어디 성벽을 크게 친 국가 같은 게 없고서야 그런 설정은 좀 생존의 재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좀비를 어느 정도까지 설정을 또 해야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는 거예요.


진짜 좀비가 너무 느리고 너무 약하고 너무 멍청한데 수도 적다면 일단 사람 인류 문명이 좀비 때문에 멸망했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이 안 되겠죠.


50보, 아니면 100보 양보해서 인류가 좀비 때문에 그런 좀비들 때문에 멸망했다고 쳐요.


그러면 남아있는 생존자들이 어떤 긴장을 느껴야 할까요?


굳이굳이 위험한 길바닥에 침낭 깔고 자다가 3시간 정도 걸려서 느릿느릿하게, 그리고 귀엽게 기어온 좀비한테 물려서 감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좀비가 되는 거죠. 황당하잖아요.


그래서 적절한 빠르기와 강함과 지능과 또 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게 좀비가 이제 치타 속도로 달리면서, 그러니까 좀비 바이러스가 일종의 초인적인 힘을 주는 거죠.


지능도 사람보다 높은데 이제 얘네들이 뭐 늙어죽거나 그렇게 죽지도 않는다고 생각을 해보죠.


그러면 재앙이죠. 너무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은 오히려 널리 퍼지지가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거랑 비슷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또 이야기를 쓸 건덕지가 없어요.


태초에 좀비가 있었다. 그리고 모두 좀비가 되었다. 할 말이 없죠.


‘좀비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라고 좀비가 된 좀비물을 쓴다면 그거는 또 모르는 얘기지만, 뭐 상당히 신선한 소재니까 한번 읽어보고 싶긴 하네요.


일단 두 가지 정도 극단적인 예시들을 들어드렸는데, 결론은 그 중간에서 적절한 수위를 찾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좀비물이 마이너한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면은 우울하고 세계 멸망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기도 하고 또한 잔혹함도 동반이 되는 장르잖아요.


그런데 상당히 여러 매체들을 보면 대중적으로 어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 같은 나라에서 더 말이죠. 거기서는 정말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대비하려 비축 물자들을 쌓아놓고 생존 훈련들을 하고 벙커도 지어놓고 그러잖아요.


물론 실제로 좀비가 등장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좀비 멸망을 걱정하는 것은 조금 희박한 확률에 기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는 거죠.


재밌을 것 같지도 않아요. 누가 멸망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겠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저는 적어도 번영하는 세계에서 살고 싶어요. 다 같이 손 잡고 말이죠.


(아, 말씀드리는 것을 까먹었는데 지금은 제 사설입니다.)


세계 멸망 후에 얼마나 시간이 지난 다음을 다루는지도 저는 얘기해 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왜냐하면 대부분 적당히 멸망 이후 크게 시간이 지나지 않은 세계에서 시작을 합니다 (직후에서 시작하는 것들도 꽤 많죠). 근데 시간이 오래 지난 다음에 관하여 저는 한번 말씀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몇 년은 예사고 한 10년 정도 뒤를 생각을 해보는 거죠.


건물들도 대부분 상당한 부식 내지는 부패가 진행이 됐을 거고 이제 마트 같은 곳에서 보관되고 있던 음식들도 통조림 같은 것들, 운 좋은 것들 빼고는 다 전멸을 했을 거고요.


또한 인간 이외의 생물체들도 그때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좀비들이 살아있는 동물들을 공격을 할지 안 할지는 그 각각의 작품의 설정에서 결정되는 문제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야생동물을 공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거든요.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지고 있잖아요.


또 하나 생각이 드는 건 코메디의 좀비물입니다. 좀비물들은 다 너무 개인적으로 진지해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 진지 할 수가 있겠냐마는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창작하고 소재를 던져볼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유머러스하고 너무 깊지 않은 그런 좀비면 어떨까요? 근데 유머러스하게 좀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


비주얼을 코믹하고 단순하게 뽑아낸다고 해도 그 알맹이가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요.


검은발고양이처럼 말이죠. 아프리카 사람들은 치타보다 걔를 더 높이 친다는 것 같은데, 이 예시처럼 결국 뭐든지 중요한 것은 내면이죠. 저는 매체도 똑같다고 생각을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좀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최대한 많은 가능성 들을 언급해 드리려고 노력을 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고지능 좀비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네요.


그게 언데드하고 다른 점이 뭐가 있겠냐마는 언제든지 현대물에서 그렇게 잘 나오지는 않잖아요.


근데 대부분 좀비물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 이제 지능이 조금 떨어지긴 하는데, 말도 하고 여러 인간적인 상호작용들도 하고 진짜 그냥 사람처럼 사는 거죠.


그리고 좀비의 수명이 어떻게 되는지는 일반적인 설정을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충분히 오래, 혹은 물리적인 외상으로 죽기 전에 영혼이라고 설정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불치병에 걸렸거나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이제 자진해서 좀비로, 제2의 말하자면 ‘좀생’ 을 살아가려고 하는 그런 설정을 생각해 보는 것도 꽤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고지능 좀비들은 무언가를 물어뜯고 감염시키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거를 이성으로 통제를 하려고 대부분 좀비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거죠.


그 세계에서 물리는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람을 감염시킨 좀비는, 이제 좀비 사회에서 처벌을 한다, 이런 설정을 한번 끼워 넣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고요.


어쨌든 뭐 어떤 장르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여기에도 이러쿵저러쿵 끼워 넣을 수 있을 만한 재미있는 설정들이 꽤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결론을 짓자면, 좀비물은 세계 멸망물, 그리고 생존물이라는 두 가지 배경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 매개체가 좀비가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긴장감이 이제 주요한 서사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고, 단점으로는 이제 설득력 있고 개연성 있는 좀비를 디테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좀 골치가 아프다.


그리고 이제 대다수 인류 문명이 멸망했기 때문에 무언가 대규모의 서사적 이벤트를 끌어가기가 힘들다 정도도 좀 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좀비물에 대한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노트를 작성하고 있던 손을 멈췄다. 연필 소리도 같이 멈췄다. 고요한 정적이 잠시 흐르다 남자는 노트를 모닥불 속에 던졌다. 종이는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하고 힘없이 타올랐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또 불쏘시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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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게임에 관하여 (1) 24.04.09 5 0 12쪽
» 좀비물에 관하여 24.04.09 5 0 13쪽
11 사극에 관하여 (2) 24.04.08 5 0 12쪽
10 사극에 관하여 (1) 24.04.08 6 0 11쪽
9 SF에 관하여 (3) 24.04.07 4 0 13쪽
8 SF에 관하여 (2) 24.04.07 4 0 11쪽
7 SF에 관하여 (1) 24.04.06 7 0 11쪽
6 현대물에 관하여 (3) 24.04.05 5 0 12쪽
5 현대물에 관하여 (2) 24.04.04 4 0 11쪽
4 현대물에 관하여 (1) 24.04.04 5 0 11쪽
3 판타지에 관하여 (2) 24.04.03 4 1 13쪽
2 판타지에 관하여 (1) 24.04.03 11 1 12쪽
1 서론 24.04.02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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