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 세계 (4)

채하는 잠깐의 침묵을 가졌다가 말했다.
“하아...알겠습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지연은 채하를 잠시 바라보다가 글로리아에게 물었다.
“이클립스를 쓰러트리는 건 이제 알겠어요. 그런데 많고 많은 지구인들 중에 왜 저희를 소환하신 거죠?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을 저희가 어떻게..."
“평소 나의 주 업무는 관리실 시스템을 통해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며, 유식한 지구인들을 찾아내 소환하는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난...”
순간 채하는 어디선가 묘한 느낌을 받았고, 글로리아는 채하가 그 느낌이 허투루 느껴진 게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 채하를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키며 말했다.
“너를 찾아냈다.”
채하는 글로리아의 말을 듣고는 의아해한다.
“저...저요?”
“그래, 내가 너를 유심히 관찰해봤는데, 주먹과 발을 꽤 쓰고 스피드도 굉장히 빠르더군, 폐공장에서의 싸움은 나도 흥미롭게 봤어. 넌 전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지연은 글로리아가 말한 폐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바로 떠올렸다.
‘폐공장이라면...채하가 제일 최근에 싸움을 했던 장소야...! 그 일은 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채하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확실해...이 사람...나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
이어서 채하는 말한다.
“천재적인 재능까진 아닙니다...저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에요.”
“아니, 넌 아버지와 어머니의 좋은 피를 너무 잘 물려받았어. 넌 두말할 것 없는 천재야. 그리고 난...그런 너를 놓칠 수 없었지.”
글로리아는 두 팔을 벌리며 말한다.
“갑작스럽겠지만 그 실력, 나에게도 한 번 보여줘야겠어.”
갑자기 채하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몸이...무거워...! 글로리아...저 사람의 힘인가...?!’
지연은 아무렇지 않은지 안색이 안 좋은 채하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채하야! 괜찮아?”
채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한다.
“응...괜찮아...”
이어서 채하는 글로리아에게 말한다.
“죄, 죄송한데...저가 여자는 안 건드려서요...”
글로리아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래도 안 건들 건가?”
갑자기 글로리아는 전류가 흐르는 감옥을 생성해 지연을 가두었고, 지연은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질렀다.
채하는 갑작스러운 글로리아의 행동에 그만 냉정을 잃고, 처음으로 글로리아에게 반말을 했다.
“뭐 하는 거야! 왜 지연이를...!”
”너가 덤비지 않으니 강압적으로 나가고 있는 거다. 그리고...갑자기 반말?”
채하는 주먹을 쥐며 말한다.
“풀어요...”
글로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옥의 전류를 더 강하게 흘려 보냈고, 지연의 비명소리는 더 커졌다.
“풀어!”
채하는 글로리아에게 달려가서 주먹으로 공격하려 한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노란색의 방패를 꺼내 채하의 주먹을 막았다.
”라이트닝 쉴드(Lightning Shield).”
글로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약간이지만 충격이 느껴졌어. 확실히 엄청난 힘이야. 이 정도의 힘은...정말 오랜만인데?’
글로리아는 공중으로 올라간 뒤, 오른팔을 들며 말했다.
“좋은데? 너의 재능...더 보여줘야겠어.”
그 순간, 관리실 상공에 작은 먹구름이 하나 생겼다.
그런데 채하는 먹구름을 보자, 저 먹구름이 무엇인지 눈치챈 듯, 심호흡을 한 번 내쉬었다.
이어서 먹구름에서는 빠른 속도로 작은 낙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하는 예상한 듯, 글로리아의 낙뢰 공격을 빠른 속도로 전부 피하기 시작했다.
글로리아는 채하의 힘과 스피드가 뛰어나다는 걸 지금까지의 모습들을 보고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대단해...지구에서의 속도라면 내 공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지만...이 세계에서는 지구에서의 신체 능력에 배가 되지...배가 된 덕분에 내 공격을 피하는 게 가능한 건가...'
글로리아가 채하의 엄청난 재능을 느낀 그 순간, 갑자기 채하의 모습이 글로리아의 시야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글로리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갔지?’
글로리아는 채하의 기척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집중을 시작했다.
그리고 집중을 시작한지 고작 1초, 글로리아는 채하의 기척을 느꼈다.
채하의 위치는 바로 글로리아의 머리 위, 글로리아는 빠르게 시선을 위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채하는 자신이 평소에 싸울 때, 자주 사용했던 내려찍기 공격을 글로리아에게 시전했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다시 한 번 라이트닝 쉴드로 채하의 공격을 막았고, 채하는 왜 인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글로리아는 순간 채하가 왜 웃는지 몰랐지만 금방 알게 되었다.
채하의 공격에 의해 라이트닝 쉴드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금이 간 라이트닝 쉴드를 본 글로리아는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놀란 것도 잠시, 채하는 바닥에 착지한 뒤 글로리아에게 순식간에 달려가 자신의 팔실기와도 같은 돌려차기를 시전하려 한다.
‘방금 공격으로 방패에 금이 갔어. 그렇다면 이걸로...방패를 부순다...!’
그렇게 채하의 돌려차기가 명중하려던 찰나, 글로리아의 방패는 사라짐과 동시에 지연을 가두고 있는 감옥과 똑같은 성질의 전류가 흐르는 막이 하나 생기더니 채하는 그 막의 코앞에서 발을 멈춰 세웠다.
채하가 전류 보호막 코앞에서 돌려차기를 중단하자, 그 여파로 일어난 바람으로 인해 글로리아와 채하의 머리는 살짝 흩날렸다.
글로리아는 전류가 흐르고 있는 막을 해제하며 말했다.
“좋아, 여기까지.”
그리고 글로리아는 감옥에 갇혀 있는 지연도 풀어주었다.
하지만 지연은 지속된 고통으로 인해 살짝 정신을 잃고 말았다.
채하는 곧바로 지연에게 달려갔고, 기절한 지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도, 도와주세요...부탁 드립니다...”
글로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절해있는 지연에게 한 스킬을 사용했다.
”힐.”
지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지연아...괜찮아?”
“응...괜찮아...”
“빨리 못 구해줘서 미안해...”
“아니야...엄청 잘 싸웠고...그리고 엄청 멋있었어...”
글로리아는 채하를 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전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방금 싸웠던 적에게도 무릎을 꿇다니...’
둘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채하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여기서 몇 날 며칠을 있든 지구에서의 시간은 가지 않고...나의 재능을 이렇게까지 원하는 사람은 저 관리자님이 처음이야. 아...거절할 명분이 없어...’
이어서 채하는 말했다.
“알겠어요...이클립스니 뭐니 일단 도전해 보겠습니다...”
글로리아는 피식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고맙군, 이제 본론으로 가지. 이 세계에는 6가지의 직업이 존재한다. 검을 다루는 블레이더, 마법을 다루는 매지션, 활을 다루는 아처, 총을 다루는 거너, 방패를 다루는 쉴더, 마지막으로 1마리의 동물로 변신하며 싸울 수 있는 체인저가 있지. 이 6개의 직업 중 원하는 직업을 하나 고르면 된다. 참고로 나는 매지션이다. 방금 방패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실 번개를 주로 다루는 매지션이지.”
글로리아의 설명이 끝나자 글로리아 뒤에는 나갈 수 있는 2개의 문이 생성되었다.
“각자, 저 문으로 들어가 직업과 무기, 닉네임을 고르면 된다.”
채하와 지연은 갑작스러운 선택지들에 의해 생각이 많아졌다.
“고민이 되는가보군...3분, 생각할 시간을 주지.”
글로리아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고, 채하는 급하게 글로리아를 불렀다.
”잠시만요!”
글로리아는 채하와 지연을 등진 채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지?”
“각자 저 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저희 둘은 그대로 헤어지는 건가요?”
“그렇지 않다. 저 문을 통과한 다음, 직업과 무기, 닉네임을 다 정하면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글로리아는 이렇게 말한 뒤, 공중으로 올라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채하와 지연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연아...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그러게...이게 꿈이 아닌 건 알지만, 이게 꿈이 아니면 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하아...일단 직업이랑 무기, 닉네임을 골라야 하는데...”
둘은 계속된 고민 탓에 말이 없어졌다.
지연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일단 여기서 가만히 고민하는 건 답이 안 나올 것 같아...”
지연은 2개의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결국은 저 문으로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응...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국은 안으로 들어 가봐야 알 것 같네...”
그렇게 둘은 각자 문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3분 후, 글로리아는 다시 둘 앞에 나타났다.
”이야기는 다 되었나?”
채하랑 지연은 글로리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글로리아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더니, 2개의 문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했다.
“좋아, 작별이다. 이클립스와 카르비야를 막아다오.”
채하가 물는다.
“자...작별이요?”
글로리아는 채하와 지연의 등 뒤로 날아간 뒤 아쉬운 듯이 말했다.
“그렇다.”
채하와 지연도 잠깐의 시간 동안 글로리아에게 정들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고 만다.
그때, 글로리아가 급하게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니지.”
채하와 지연은 뒤를 돌아 글로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상황에 따라 다시 만날 수는 있어. 하지만...”
글로리아 또한 아쉬운 마음에 작별 인사를 친근히 반말로 하기 시작했고, 글로리아도 뒤돌아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채하와 지연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 상황은 결코 우리가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거야. 그러니...우리가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그때는 너희가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때...지구로 돌아갈 때 만나서...서로 웃는 얼굴로 작별 인사를 했으면 좋겠네...그럼 이만...”
글로리아는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그때, 지연이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다급하게 글로리아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글로리아님! 저 나머지 궁금한 거 하나를 못 물어봤어요!”
“아! 그러네...나머지 하나는 뭔데?”
“이클립스와 카르비야를 물리치고 지구로 돌아갈 때 큰 상을 주신다고 하셨는데...정확히 어떤 상인가요?!”
글로리아는 순간 눈을 번뜩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거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줄 수 없지만...하나만 확실히 알려줄게. 난 너희들이 이 세계에서 흘린 피와 땀, 눈물들을 절대 모른 척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상은 너희가 노력한만큼의 충분한 보상이 될 정도의 상이 될 거야. 그러니 큰 걱정은 하지 말고 멋지게 성장해줘...”
지연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힘차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어서 글로리아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앞으로의 여행에...행운을 빌게...아, 그리고 채하야.”
“네?!”
“넌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
“왜 계속 그런 부담스러운 말씀을...저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라고요...!”
글로리아는 피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채하와 지연은 글로리아의 뒷모습을 한 번 보고 서로를 한 번 본 뒤, 각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채하와 지연이 문 안에 들어가자 밝은 빛들이 둘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채하는 빛 때문에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뒤를 돌아보았고, 뒤에는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은 글로리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글로리아님...저희가 다시 만나려면 며칠이 걸릴지...아니 몇 년, 몇 십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겠죠. 하지만 기다려주세요...멋지고 빠르게 성장해서 이클립스와 카르비야를 물리치고 다시 관리자님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채하의 시야는 빛으로 인해 글로리아의 뒷모습 마저 가려졌다.
그렇게 채하와 지연은 둘 다 빛에 의해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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