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 스쿨 (8)

한나의 방, 티나는 한나를 보며 생각한다.
‘한나 씨도 계속 보니 사람 참 좋네...너무 착하신 것 같아...’
이어서 티나는 한나의 두 손을 붙잡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나 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희 친구 할래요?!”
“아...네! 좋아요!”
한나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고, 이 표정을 읽은 티나는 한나를 안심시킨다.
“하하! 미르 때문이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티나는 미르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한나에게 속삭였다.
”저 녀석은...제 이상형이랑 완전 반대거든요!”
”하하...그, 그렇군요!”
미르는 티나를 따끔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야...너 또 무슨 말 한 거야...”
“흥! 글쎄다?”
티나는 바로 미르에게 메롱을 선사했고, 한나에게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나 씨...! 저희 친하게 지내봐요!”
“고마워요, 티나 씨!”
그리고 티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미르는 별로 걱정이 안 되지만, 한나 씨가 너무 착해서 걱정 돼...19살 동갑내기 친구로서 한나 씨의 절친이 되어보고 싶어! 그리고 난...이 두 명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잘 서포트나 하면 되겠지?!’
하지만 한나는 아직 티나가 어색했다.
“하하...그, 그런데 아직은 확실히...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빨리 친해지면 되죠! 오늘 셋이서 던전이나 한 번 갈까요? 저 레벨 4거든요! 하하하!”
“와...! 저보다 1 높으시네요...!”
“하하! 별 거 아니에요!”
그때. 미르가 한나에게 말했다.
“저 한나...”
“응?”
미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니야, 던전 가면 알게 될 거야.”
“음?”
10분 후, ‘베티의 언덕’에 도착한 셋, 베티는 미르와 한나를 보고 말한다.
“또 너희들이냐...”
그때, 미르와 한나 뒤에 있던 티나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온 뒤, 베티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베티는 티나를 보며 생각했다.
‘음? 저 녀석은 분명...’
미르가 외쳤다.
“티나! 4레벨의 힘을 보여줘!”
”당연하지!”
티나는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생각했다.
‘어제 미르 앞에서는 실수였지만, 이번에는 달라! 한나 씨 앞에서는 반드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어!”
“후...”
티나가 심호흡을 하자 활에서는 큰 빛이 나기 시작했다.
“에로우~”
한나는 빛의 규모에 감탄한다.
”와아...!”
빛의 규모에 베티는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생각했다.
‘저, 저 녀석이 만약...내가 기억하던 녀석이 맞다면...저 공격은!’
”스팅!!!”
티나의 화살은 엄청난 빛과 함께 발사 되었지만, 역시나 화살은 베티에게 닿지 못하고 힘 없이 바닥에 박혀버리고 만다.
”아...아...”
베티는 티나를 피식 비웃으며 생각했다.
‘역시 그 녀석이 맞았군...예상대로 공격을 피할 필요도 없었어...’
미르는 뒤에서 웃음을 참고 있고, 한나는 당황하고 만다.
”에...?”
시간이 지나, 베티의 언덕을 클리어한 3명은 스쿨로 돌아왔다.
티나는 엉엉 울고 있었고, 한나는 그런 티나를 위로해주고 있다.
“괘...괜찮아요 티나 씨...! 맞추진 못하셨지만 엄청 멋있었어요!”
하지만 미르는 티나를 비웃으며 위로한다.
“맞아! 엄청 멋있었어!”
티나는 더 크게 울며 말했다.
“쟤 계속 비웃고 있잖아! 흐아아아앙!”
울음소리가 더 커진 티나의 아이 같은 모습을 보자 미르는 당황했다.
‘가, 갑자기 왜 이래? 얘 원래 이렇게 울보였나...?’
한나는 작은 목소리로 미르에게 말했다.
“미르...! 얼른 사과 해...!”
“미, 미안해...조금만 더 연습하면 잘할 수 있을 거야...”
”흥이다!”
그때, 이 3명 앞에 나츠가 나타났다.
”어? 미르 씨! 한나 씨!”
한나가 먼저 나츠를 발견하고 대답한다.
”선생님...!”
”여기에 계셨군요! 훈련 때문에 찾고 있었습니다...!”
미르가 말한다.
“아, 저 그게...미니 던전을 한번 더 갔다 왔습니다.”
”오...그랬군요! 베티의 언덕을 갔다 오신 건가요?”
미르는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확실히 2번째라 그런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와!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 훈련은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 그런가요?”
”그럼요! 초급자가 강해지는 것에 있어 훈련보다는 던전이 난이도가 더 높고, 경험도 훨씬 많이 되거든요!”
“아아...!”
그때, 나츠는 한나가 부축하고 있는 티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저...한나 씨? 옆에 분은 누구...”
”아! 새로 사귄 친구인 티나입니다!”
티나는 뻘쭘하게 나츠에게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티나 씨...”
나츠는 인사를 하며 티나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 하는데, 티나는 그런 나츠의 시선을 계속해서 피하려 한다.
하지만 나츠는 티나가 들고 있는 화살을 보게 되었고, 나츠는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잠깐만...직업은 보우...이름은 티나? 설마!’
나츠는 조심스레 티나에게 물었다.
“저...티나 씨...?”
“네...?”
”시, 실례가 안된다면...티나 씨 담당 NPC에 대해서 궁금한...”
그런데 나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티나의 표정은 싹 굳어졌고, 티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티나는 빠르게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나츠는 티나의 행동을 예상한 듯이 말했다.
“저런...어떡해...”
나츠의 반응을 보고 한나는 물었다.
”선생님...?”
”네...어떤 질문을 하실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일단 조금만 쉬었다 와주세요...여러분들은 던전을 갔다 오신지 5분도 채 안되셨습니다.”
나츠도 이 말을 마지막으로 뒤로 돌아 자리를 뜨려 하자, 미르가 나츠의 손목을 잡고는 말했다.
“아니요, 선생님. 지금 말씀해주세요. 티나의 방금 저 행동...티나가 왜 갑자기 저런 행동을 했는지...선생님은 알고 계시는 거죠?”
나츠는 처음으로 미르에게 자신의 손목을 잡혀서, 순간 너무 기쁜 마음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나츠는 이런 모습을 한나에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어렵게 얼굴을 식힌 뒤, 다시 뒤돌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정말...두 분은 못 이기겠네요. 알겠습니다...일단 제 방으로 가시죠...”
나츠의 방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미르와 한나.
미르가 말한다.
”선생님, 설명...부탁 드립니다.”
“네...일단 이 곳 프라미 스쿨에는 저 말고도 여러 NPC분들이 계신다고 말씀드렸었죠? 당연히 그 NPC분들도 저처럼 여러분 같은 초급자들을 가르치고 훈련을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NPC들 중...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평가가 좋지 못한 NPC가 1명 있죠.”
미르와 한나는 눈을 번뜩였다.
같은 시각, 티나는 자신의 방에서 무릎을 두 팔로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츠가 이어서 말한다.
“그 NPC는 힘과 지능, 스피드 등 모든 면이 매우 뛰어난 사람입니다. 이 모든 면을 보아 저희 스쿨 NPC들 중에서도 제일 강한...최강의 NPC로 불리기도 하지만...그 사람의 단 하나의 단점...도박..."
미르는 놀라며 되물었다.
”도박이요...?!”
“네, 그 NPC에게 도박은 유일한 유흥입니다. 그래서 그 NPC는 자신의 담당 초급자에게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서 훈련과 교육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죠...스쿨 NPC들 중에서도 제일 강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도박에 눈이 멀어 스쿨 NPC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미르는 무표정으로 나츠의 말을 듣고만 있다.
”저희 NPC들과는 사이가 나쁘진 않지만, 평소 다혈질인 성격 때문에 스쿨에서 생활하는 다른 초급자분들은 그 사람을 마주치기 싫어하죠.”
미르는 나츠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름은요?”
”루카...라고 합니다.”
“그 분은...어떻게 생기셨죠?”
“흑발에 청안을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미르는 루카라는 NPC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흑발에...청안? 스쿨 다니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아...’
같은 시각, 남자들이 대다수인 한 도박장에서 조용히 도박을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하하...오늘 좀 많이 먹는데?’
이 여자가 바로 루카, 이어서 나츠가 말한다.
”그런데...이런 루카에게 최근에 배정된 학생이 바로...”
나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친구인...티나 씨라고 들었어요...”
한나는 따지듯이 나츠에게 물었다.
“아니...저런 사람이 어떻게 이 곳에서 NPC 일을 하고 있는 거죠? 같은 NPC분들이나 초급자 분들에게 민폐잖아요! 쫓아낼 수는 없는 건가요?”
“네...유감이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저렇게 보여도 루카는 관리자인 글로리아님과 되게 친한 친구 사이거든요.”
루카가 글로리아와 친구라는 말에 미르는 엄청 놀라게 된다.
”네...?!”
나츠는 착잡한 감정으로 이어서 말한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이 스쿨은 글로리아님의 지휘 하에 운영되고 있지만 글로리아님은 바쁜 업무들로 인해 스쿨에 큰 신경을 못 쓰고 계십니다. 그래서 글로리아님은 자신의 대행자 역할을 잘 수행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찾지 못하셨고, 글로리아님은 우연히 자신의 친구인 루카를 떠오르게 되셔서, 놀기만 하는 친구인 루카를 자신의 대행자 역할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미르는 한없이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 대행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 역할은 자신의 뛰어난 전투 실력을 유지하며, 스쿨의 보안과 스쿨 건물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그 분이 이 일들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나요?”
나츠는 말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뛰어난 전투 실력은 잘 유지하고 있지만, 스쿨에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대다수이기 때문에...언제 큰 사건이 터져도 스쿨은 안전하지 못하겠죠...”
같은 시각, 도박장에서 만족할 만큼 돈을 얻은 루카는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잠깐!”
한 도박꾼이 일어나는 루카를 급하게 부른다.
루카는 심기가 불편한 듯 말했다.
“뭐!”
“도, 돈 더 가져올게! 하, 한 판만 더 해...!"
“안 돼, 나 바빠.”
“바, 바쁘기는! 어, 어차피 스쿨에 돌아가도 일도 안 하잖아...!”
정곡에 찔린 루카는 뻘쭘함에 정색하며 말했다.
“바쁘다고...했...다...?”
”히익...!”
미르는 나츠에게 물었다.
“그 사람...도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이런 행실을 보여도 글로리아님이 계속 봐주고 계시는 건가요?”
“저를 포함한 이 곳의 NPC들은 전부 90 중반의 레벨을 가지고 있지만, 루카는...더 이상 오를 레벨조차 없는 최고의 레벨인...100레벨입니다...”
루카는 도박장을 나와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아이고고...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저리네...스쿨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미르와 한나는 충격에 빠졌고 티나는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오른팔로 눈을 가리고 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