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 스쿨 (9)

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정말 나쁘다...그 사람...”
“네...그 정도의 실력이면 훌륭한 학생들을 많이 양성할 수 있는데, 글로리아님도 루카가 도박하는 건 어찌 못 막고 계시는 것 같아요...”
과거 글로리아의 관리실, 글로리아는 관리실의 시스템으로 각 마을을 관찰하고 있고, 옆에는 현란한 손기술로 카드를 가지고 놀고 있는 루카가 앉아있다.
“그래서? 난 왜 부른 거야?”
“루카...도박 좀 그만하면 안되겠니? 스쿨 NPC들은 너에 대해서 별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초보자들은 너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고 회의 갈 때마다 듣고 있다고...”
“불만 있으면 직접 와서 말하라 그래...그리고 너도 한 번 해봐, 이거 되게 재밌다니까?”
”말 돌리지 말고...너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에이~나 도박하는 거에 너가 뭐 보태준 거 있어?”
”그건 아니지만 할 건 해야지...초급자 교육은 대체 언제 할 거야?”
“아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까...고작 이 말 하려고 부르다니...요즘 뭐...많이 한가해졌나 보네?”
그때, 관리실에서 근무하던 헤일리가 글로리아에게 급하게 말한다.
”글로리아님? 강한 지구인 1명이 보입니다!”
루카는 이때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강한 지구인이 보인데! 그럼 난 간다~”
그렇게 루카는 빠르게 관리실을 빠져나갔다.
“아 머리야...저걸 자를 수도 없고...”
다시 현재, 한나가 말한다.
“두, 두 분...많이 친한가 보네요...”
”네...저도 들은 거지만 엄청 친한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미르는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티나 그 친구요...저희보다 레벨도 높고 스쿨에 더 오래 지냈어요...그런데 지금 티나의 실력은...”
나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티나 씨가 운이 없게 루카에게 배정되었고...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그냥 글로리아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수 밖에...”
미르는 생각했다.
‘이렇게 가면...티나만 고생이야...’
한나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선생님이 티나도 가르치는 건 안되나요?”
“마음만큼은 저도 그렇고 싶지만 그것도 불가능합니다...교칙상, 제 담당이 아닌 티나 학생은 제가 손을 쓸 수 없게 되어있어요...”
나츠의 방은 조용해졌다.
고심 끝에 나츠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위험하긴 하지만...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미르는 눈을 번뜩였다.
30분 뒤, 미르는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고, 루카는 의자에 누워 책으로 시야를 가리며 잠을 자고 있다.
이어서 미르는 방금 전, 나츠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그 방법이...어떤 거죠?”
”루카라는 인간 자체를...바꿔보는 거에요...”
미르는 그렇게 계속 걷다가 어느 방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방 문은 이상하게 열려있었고, 미르는 방 문을 세게 밀었다.
쾅!
문은 벽에 부딪히며 큰 소리가 났고, 그 소리에 방 주인은 놀라서 잠에서 깨고 만다.
“깜짝아! 너 뭐야?”
일어난 사람은 역시 루카였다.
미르는 루카를 째려보며 생각했다.
‘흑발에 청안...’
“당신이...루카 씨인가요?”
“맞긴 한데 노크도 없이 들어오네? 너 싸가지 없다는 말 많이 듣지?”
30분 전, 나츠는 이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루카를 저희가 멋대로 바뀌게 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에요...그 행동은 다혈질인 그녀의 심기를 건들이기만 할 뿐이죠...그러니 이 방법은 그냥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시 현재, 미르는 루카에게 밀리지 않고 말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짓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죠. 그리고 초면에 반말까지...누가 진짜 싸가지가 없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건가요?”
루카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왜 존댓말을 해야 하지? 대충 봐도 내가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그리고 대놓고 '나 초급자요' 티내고 있으면서...너...오래 살기 싫구나?”
“그럴리가요.”
미르는 눈 깜짝 안 하면서 말하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많이 떨고 있다.
‘고, 공격은 못하겠지? 설마...초급자를 공격하는 스쿨 NPC가 어디 있겠어...초급자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규칙도 있을테고...’
루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야...내가 너를 공격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루카의 말에 미르는 눈을 번뜩였고.
“이 정도 깡다구 없으면, 험악한 도박판에서 살아남지 못 한다고?”
루카는 클로버 카드를 1장 꺼내 들었다.
“나한테 싸가지 없게 행동한 거...보건실에 누워서 후회나 해.”
루카는 미르를 향해 카드를 던졌고, 그 카드는 엄청난 속도로 미르의 복부를 향해 날아갔다.
미르는 방어하기 위해 검을 잡으려고 했지만, 검을 꺼내 공격을 막아내기엔 카드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빠르다...!’
미르는 결국 겁을 먹고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캉! 콰광!
미르를 향해 날아가던 카드는 어떤 검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고, 미르의 양쪽 허리를 스쳐 지나 벽에 강하게 박혀버렸다.
미르 옷의 허리 부분은 카드에 의해 찢어지며 피가 살짝 나왔고 미르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리고 미르 바로 앞에는 검을 들고 서있는 나츠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아...하아...”
나츠는 급하게 뛰어왔는지 계속 숨을 헐떡였다.
“하아...하아...불안해서 와봤더니...”
나츠는 화난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미르에게 소리쳤다.
“미르 씨, 정말!”
그런 나츠와 눈이 마주친 미르는 눈을 번뜩였다.
나츠는 화난 표정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티나가...!”
루카는 미르의 말을 끊었다.
“나츠, 이 자식...네 담당이야?”
“자식? 야...말 함부로 하지 마...”
“어이구...그 NPC에 그 초급자라는 말이 딱 맞네...둘 다 마음에 안 들어...”
루카는 계속해서 나츠의 신경을 긁는 말을 했다.
“미르 씨...일단 가요...”
나츠는 뒤돌아 미르를 붙잡고는 방을 나가려 한다.
”네...”
미르는 방을 나갔고, 나츠는 문 앞에 잠시 서서 루카에게 말했다.
“넌 나중에 따로 얘기해...”
“그러시던지.”
나츠도 루카의 방을 나갔고, 이어서 루카는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나저나...아까 그 녀석...방금 같은 상황에서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을 생각을 했다고? 겨우 초급자가? 하! 재밌는 놈이네?’
나츠는 풀이 죽은 채 천천히 걷고 있는 미르의 어깨를 붙잡고, 벽으로 몰아세우며 소리쳤다.
”미르 씨!”
나츠는 처음으로 미르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루카는 자기 방과 가까운 곳에서 나츠의 화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뭐야...안 가고 뭐해?”
루카는 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본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저 녀석은 위험하다니...!”
미르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나츠의 말을 끊었다.
”티나를...”
”네...?”
“티나를 같은 팀에 넣고 싶었어요...”
나츠는 눈을 번뜩였고, 미르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선생님...티나 있잖아요...티나...매일 밤을 새고, 저도 흘려본 적 없는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려가며 혼자서만 훈련하고 있어요...그런데 있잖아요? 티나는 지금까지 흘린 땀과...노력에 비해 실력이 전혀 늘지 않고 있어요...거기다 담당 NPC라는 사람은 도박이나 하면서 자기 담당 초급자는 안중에도 없고...훈련은 커녕 제대로 된 교육조차 전혀 안 하고 있대요...”
미르는 새벽에 같이 훈련하던 밝은 모습의 티나를 떠올렸다.
미르는 결국 참다 못한 눈물을 조금 흘리며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담당 NPC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츠는 말이 없어졌고, 미르는 이어서 말했다.
“알아요...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걸요. 방금 대화 조금 해보고 더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런데요...여기서 저가 가만히 있으면...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까 제 발이 저절로 움직이더라고요...그 사람 방 앞까지...”
미르는 여러 감정이 섞인 탓에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
“전 끝까지 이야기해 볼 거에요...저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설득해서...어떻게든 티나를...!”
그 순간, 나츠는 굳은 표정으로 미르를 꼭 껴안았다.
동시에 미르 몸의 떨림도 멈추게 되었고, 참다 못한 나츠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바보...너는 정말...완전 바보야...”
“서, 선생님?”
“미안해...너의 담당 NPC라는 사람이 너가 이렇게까지 티나 씨를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어...”
”선생님...”
“미르...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대신...앞으로 그 멋진 얼굴에 다시는 눈물 흘리지 마...”
“네...감사합니다. 선생님...”
”야...그냥 나츠라고 불러줘...액면가로 보면 난 너랑 친구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안 그래...?"
"그, 그런가요?"
"응...그리고...사실 난 예전부터 너를 편하게 미르라고 부르고 싶었어...선생과 제자 사이라 못 부르고 있었던 이 시간이...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펴,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선생님...”
“응...너도 나 편하게 불러줘, 나츠라고..."
"네...?"
"괜찮아, 둘이서 있을 때만 나츠라고 불러줘...”
“네...고, 고마워...나츠...”
나츠는 미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만 울어...”
둘의 대화를 모두 엿들은 루카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씨구...주접들 떨고 있네...드라마 찍냐?”
이어서 루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간 뒤,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 미르는 기운을 차리기 위해 스쿨 정문에 있는 쉼터로 갔다.
스쿨 정문에는 2개의 쉼터가 있는데, 하나는 분수대가 있는 쉼터와 다른 하나는 물고기들이 모여 살고 있는 수족관이 있는 쉼터가 있다.
그리고 미르는 분수대가 있는 쉼터로 향했다.
그런데 쉼터에 도착해보니 한나가 있었다.
”미르...! 어디 있었어?”
”아...그 기분이 좀 그랬어서 방에서 쉬다가 잠시 나와봤어...!”
일단 미르는 루카, 나츠와 있었던 일은 숨기기로 한다.
한나 옆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티나도 있었다.
티나를 본 미르는 루카 생각에 잠깐 놀라고 말았고, 티나는 물었다.
“뭐야...왜 놀래...귀신 봤냐?”
”뭐, 뭐래...여기는 어쩐 일이야?”
한나가 티나의 어깨에 한 손을 살포시 얹으며 말한다.
“담당 NPC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내가 데리고 나왔어...”
“잘했어...한나...”
미르는 티나에게 말했다.
”야! 루카 그 사람 마음에 안 들지?”
”다, 당연하지!”
”내가 그 사람 변하게 해줄게! 걱정하지 마!”
“너가...? 어, 어떻게?”
“다 방법이 있지~대신 조건이 있어!”
“무슨...조건?”
미르는 한나를 한 번 바라보았고, 한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로 인해 그 사람이 바뀌고, 앞으로 너의 스쿨 생활이 잘 풀린다면...”
”응...”
”너 우리 팀에 들어올래?”
"어...?"
한나는 미르의 말에 기쁨의 놀라움을 표했다.
“오!”
그리고 티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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