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 스쿨 (10)

“저, 정말...?”
“응, 하지만...”
“하지만...?”
“엄청난 경험들을 많이 겪게 될 거야. 앞으로 일어날 싸움들로 인해 절대 작은 흉터만 남게 되진 않을 거야. 너가 다치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해야 할 거야.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모험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티나는 미르의 말에 살짝 겁을 먹었다.
”으으...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미르는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나랑 한나는 이 세계에서의 여행이 마무리 될 때까지 너와 쭉 함께할 거야. 앞서 말한 그 흉터, 그리고 고통스러운 모험...우리가 끝까지 너와 함께 하고, 끝까지 너와 함께 버텨줄게...그러니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너무 겁먹지 말고, 우리를 믿고 따라 와줬으면 좋겠어. 티나...그래줄 수 있지?”
미르의 말에 이어 한나도 티나에게 말한다.
“티나...나도 아직은 엄청 약하고, 미르만 믿고 움직이고 있어...하지만 우리도 언젠가 미르의 도움 없이 많은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티나! 우리 같은 팀이 되어서 이클립스를 물리치고 지구로 같이 돌아가자!”
미르와 한나의 말에 티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얘들아..."
티나는 눈물을 닦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나! 진짜 열심히 해볼게! 진짜, 진짜 열심히 해볼게!”
셋의 분위기는 이렇게 밝아졌고, 이제 미르의 걱정거리는 단 하나였다.
‘좋아...이제 루카 그 사람만 해결하면 돼...!’
한편, 나츠는 흘렸던 눈물을 닦으며 어딘가로 급하게 걸어가고 있다.
‘미르가 울면서까지 이야기해줬지만 결국 상황은 달라지기 힘들어...내가 먼저...그 녀석이랑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나츠는 루카의 방에 도착해 노크를 했다.
그런데 루카의 방 문은 이미 열려있었다.
‘방 문이...열려 있어?!’
나츠는 문을 세게 열며 소리쳤다.
“야!”
그런데 루카의 방 안은 텅 비어있었다.
‘어디 갔지? 설마?!’
나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같은 시각, 미르, 한나, 티나는 일단 해산을 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미르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오자 검은 편지 한 장이 바닥에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음? 편지?”
미르는 편지를 잡아 앞 뒤로 살펴본다.
“그런데 왜 검은색이야...기분 나쁘게...”
미르는 문을 닫고 편지를 읽어 본다.
“오늘 밤 11시까지 너의 레벨에 맞는 훈련장으로 와라. 그리고 반드시 혼자 오도록...만약 이 편지를 무시하고 훈련장에 오지 않거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온다면...큰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
미르는 마지막에 적혀 있는 발신인의 이름을 보고는 눈이 번뜩여졌고, 편지를 떨어트리고 만다.
‘루카...!’
그 순간, 미르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르는 긴장되는 목소리로 문을 열지 않고 물었다.
“누구세요?”
“미르...나야, 나츠...”
미르는 나츠라는 말에 안심하고 문을 열었다.
”응, 나츠...무슨 일이야?”
나츠는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일이 많았으니 푹 쉬어...어디 나가지 말고...”
미르는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나, 나가지 말라고? 설마 나츠는...방금 내가 읽은 편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가?'
미르는 일단 나츠가 원하는 대답을 하기로 한다.
“응, 그럴게...너도 내려가서 쉬어.”
“그래...절대 어디 나가지 말고...푹 쉬어!”
“응...!”
그렇게 미르의 방 문이 닫히고 미르는 생각했다.
‘확실해...나츠는 내가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그렇다고 그 편지를 무시하기에는...’
나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그때와 같다면 루카는 미르에게 편지를 줬을 거야...그런데 만약...내가 거기서 ’루카가 불러도 절대 나가지 말라고’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다면, 이미 편지를 다 읽은 미르라면...내 말은 듣지 않고, 더욱 편지대로 움직일 거야. 미르...그래서 난...일부러 너에게 루카 이야기는 솔직하게 꺼내지 않았어. 난 너가...그냥 순진하게 다른 사람이 장난쳤다고 믿고, 그 편지를 무시했으면 하니까! 그러니, 제발...그 편지대로 움직여서는 절대 안 돼!’
나츠는 과거 루카와 있었던 그때의 일에 대해 떠올리기 시작했다.
과거, 글로리아와 10명의 NPC들은 스쿨 회의실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고, 회의가 끝나고는 하나둘씩 회의실을 떠나고 있었다.
그런데 루카는 회의실에서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츠를 포함한 9명의 NPC가 전부 나가고 회의실에 남은 사람은 글로리아와 루카였다.
”그래서? 나는 왜 남으라고 한 거야?”
글로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루카...저번에 내가 이야기했던 게 결국 터졌어.”
"터졌다니? 뭐가?”
”평소에 너의 불건전한 행실과 다혈질인 성격 탓에 너를 마주하기 무섭다는 의견이 초급자들에게서 많이 나왔데...”
루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카드를 가지고 놀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그래서라니...’아 고쳐야겠다' 라는 생각은 안 드는 거야?”
“글쎄..."
“루카...NPC 동료 중에 나츠 씨라고 알지? 그 분은 엄청 참하고 일도 잘해서 좋은 소문들이 스쿨에 자자하던데...넌 그 분 보고 느끼는 게 없니?”
”나츠? 나츠라...”
루카는 나츠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그 약해 빠진 활잡이 녀석?”
“약해 빠지다니...말 좀 예쁘게 해...그리고 나츠 씨가 전투 실력이 너보다는 좀 낮아도 해야 할 일들은 빠르고 세세하게 잘 처리한단 말이야. 너랑은 완전 다르다고...”
“아...알겠어. 그만해...”
“하아...널 어떡하면 좋니...”
”할 말 다했지? 나 간다?”
루카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고, 나가기 직전에 글로리아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다음에 올 때는 간식 같은 거 좀 사서 와줘~”
“너 하는 거 보고...”
"히히~"
이어서 루카는 회의실을 나왔고 나츠에 대해 생각했다.
‘나츠라...’
그날 저녁, 나츠는 당직 근무로 인해 스쿨 전체를 순찰하고 있다.
순찰을 다니던 나츠는 2층의 루카 방 문이 열려 있는 걸 보게 된다.
‘루카 이 사람은 새벽에도 도박을 하는구나...문단속도 안 하고 참...’
나츠는 늦은 시간에 문이 열려 있는게 살짝 놀랐지만, 침착하게 문을 다시 닫아주었다.
제일 위층부터 순찰을 시작한 나츠는 2, 3층 순찰을 마쳤고, 1층으로 내려와 잠시 쉴 겸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나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검은 편지 하나를 발견한다.
나츠는 편지를 주운 뒤, 읽었다.
“야, 너 때문에 혼나서 기분 안 좋으니까, 나한테 혼 좀 나야겠다. 밤 11시 까지 B 훈련장으로 와. 아 맞다, 무조건 혼자 와라? 누구 데리고 오면 너랑 그 누구도 다 혼쭐 내줄 테니까! 내가 이 스쿨에서 제일 강한 건 알지?”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탓에 나츠는 편지의 내용이 의아했다.
“누구지?”
1시간 뒤인 밤 11시, 나츠는 편지 내용대로 B 훈련장으로 왔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무기도 챙겨왔다.
나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누구야? 혹시 초급자가 장난친 거면, 그만하고 방으로 돌아가렴.”
그때, 누군가 나츠 뒤에서 말했다.
”나 초급자 아닌데?”
나츠는 빠르게 뒤돌아 누군가와 거리를 벌린 다음, 경게하는 자세를 취했고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발신인과 마주쳤다.
“루, 루카?”
”여!”
루카는 나츠가 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음...당직이야?”
“응...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때문에 혼났다고?”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말고~너를 부른 이유는 편지 내용 그대로야!”
이 말을 끝낸 루카는 자신의 무기인 카드를 일순간에 여러 장을 꺼내고는, 나츠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다시 현재, 나츠는 그때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나중에 동료 NPC에게 전해 들었었지...루카는 글로리아님에게 평소 행실에 대해 나와 비교를 당했었고, 그저 기분이 상했던 루카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 나를 훈련장으로 끌어들여 화풀이를 했었던 그때의 일...우연인진 모르겠지만 오늘도 그때랑 같아...나랑 미르가 무작정 루카를 찾아가 기분을 상하게 했고, 나중에 가보니 루카의 방 문은 조금 열려있었지. 미르는 루카의 편지를 읽은 듯 해. 지금 이 일...과거의 그때와 상황이 너무 맞아 떨어져...미르, 부탁이야...제발...그 편지대로 움직이지 말아줘!’
같은 시각, 미르는 생각했다.
‘미안해, 나츠...내가 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나츠의 부탁은 결국 미르를 막지 못했다.
그날 저녁 11시, 미르는 어느 훈련장 앞에 왔다.
‘내 정보를 확인해보니 레벨은 5...그럼 B 훈련장 밖에 갈 수 없어. B 훈련장은 처음 와보는데...’
미르는 침을 한 번 삼키며, B 훈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B 훈련장의 천장은 A 훈련장처럼 천장의 일부가 뚫려 있어, 어두운 하늘과 밝은 달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천장의 위에는 루카가 있었다.
“역시...잘 와주었군.”
미르는 뒤늦게 루카의 목소리를 듣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루카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오늘 낮에...너랑 나츠가 내 방에 찾아와서 난리 피우고 갔지?”
“큭...!”
미르는 두 손을 떨며, 검을 잡고 루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오...상황 파악 빠르네? 맞아, 난 오늘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하루 종일 잠을 못 잤어, 그래서 말이야.”
그 순간, 미르는 낮에 보았던 평범했던 루카와는 다르게, 엄청난 살기를 느끼게 된다.
‘역시...날 부른 이유는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복수인가...!’
미르는 침착하기 위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했다.
‘부디...저 사람의 복수는 내 선에서 끝나기를...’
같은 시각, 침대에 누워 있는 나츠, 하지만 나츠는 미르 걱정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편한 옷으로 환복도 하지 않고 있다.
‘안되겠어!’
나츠는 벌떡 일어나더니 3층에 있는 미르의 방으로 향했다.
미르의 방 앞에 도착한 나츠는 고민 끝에 방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미르...나야...”
하지만 미르의 방은 조용했다.
“자, 자고 있는 거지? 그래서 대답이 없는 거지? 미르 안에 있으면 대답 좀...!”
나츠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엄청난 마력을 느꼈다.
‘이 마력은...루카?!’
나츠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미르의 방 문을 주먹으로 세게 때렸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옆방에서 자고 있던 한나가 나츠의 주먹 소리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고, 문을 열어 밖을 보니 계단을 내려가는 나츠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선생님?”
한나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고, 급하게 나츠의 뒤를 따라 가보았다.
나츠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자신의 무기인 활과 검을 챙겨 들고, 빠르게 방을 나오려 한다.
“선생님!”
나츠가 방을 나오자 앞에는 한나가 있었다.
“하, 한나 씨?!”
“선생님! 이 시간에 무슨...!”
나츠는 설명할 시간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한나의 말을 끊었다.
“한나 씨...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절 따라오시는 걸 말리진 않겠습니다만...큰 각오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
나츠는 이 말만 남긴 채, 루카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선생님!”
한나는 잠깐 고민하더니 나츠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쾅!
나츠는 B 훈련장의 문을 부서질 듯이 발로 세게 차며 열었다.
B 훈련장으로 들어온 나츠와 한나, 하지만 둘은 감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둘 앞에는 온 몸이 찢긴 뒤 피가 대량으로 흐르고 있는 미르가 쓰러져 있었고, 한나는 생기 잃은 눈으로 미르를 불러보았다.
"미르...?"
그리고 천장에는 한나와 나츠를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루카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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