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준비 (3)

”심심하다고?”
“응...! 오~과일 많이 사 왔네?”
“어, 너도 먹을래?”
“응! 멜론 있어?”
“없는데...”
“그럼 딸기는?”
“없어...귀신 같이 비싼 것들만 말하네...”
“아...나 멜론이랑 딸기 제일 좋아하는데!”
“난 그런 비싼 것들은 안 먹어...그리 불만이면 너가 가서 사오든가!!!”
루카는 나츠를 내쫓아버렸다.
"아?"
그리고 나츠는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스쿨 근처에 멜론과 딸기를 사러 왔다.
5분 후, 멜론과 딸기를 산 나츠는 다시 루카의 방에 노크를 한다.
루카는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앙...?”
“히히~”
나츠는 의기양양하게 멜론과 딸기를 루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같이 먹을까?”
루카는 비싼 멜론과 딸기를 보자 새침하게 말했다.
“드, 들어와...”
그렇게 나츠는 루카의 방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좋아...!’
나츠는 이어서 방금 미르와 했던 대화를 떠올린다.
“왜? 사인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게 아니라...만약 티나를 참가 시키려면...티나의 사인과 루카 선생님의 사인이 필요하다는 거네?”
”그렇...지?”
“나츠...나 좀 도와줄래?”
“응?”
루카의 방에 들어온 나츠는 정성스레 멜론과 딸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루카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건 미르와 티나 씨를 위한 일...이건 미르와 티나 씨를 위한 일...’
나츠가 계속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루카는 생각했다.
‘내, 내가 뭐...잘못했나?’
이어서 나츠는 멜론과 딸기 손질을 마쳤다.
“자! 먹자!”
이번에 루카는 과일을 경계했다.
‘도, 독이 들어있지는 않겠지?’
나츠는 눈웃음을 유지하며 물었다.
“왜 안 먹어?”
“응? 아, 아니야! 머, 먹을게!”
루카는 손을 떨며 딸기 하나를 먹었다.
”마, 맛있네! 너도 먹어!”
“응!”
과일을 먹으며 나츠는 다시 한 번 미르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도와달라니? 어떤 걸?”
“루카 선생님의 사인 좀 얻어와 줄 수 있어?”
“루, 루카의 사인?”
과일을 다 먹은 나츠와 루카, 나츠는 종이 1장을 꺼내 들었다.
종이를 본 루카는 괜히 겁을 먹었다.
‘뭐지 저 종이는...’
”자! 우정의 각서!”
“응? 뭔 각서?”
“우정의 각서! 이 각서에 사인만 하면 너랑 나는 이제부터 절친! 그 누구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거야!”
”예...?”
“여기는...내 사인! 자! 여기 너도 사인 해줘!”
“이게...뭐 하는...”
루카는 얼떨결에 사인을 했다.
”히히~고마워! 덕분에 잘 놀았어! 난 이제 갈게!”
나츠는 과일을 두고 방을 나갔다.
루카는 눈을 꿈뻑이며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다.
‘뭐지?’
나츠는 곧바로 3층으로 올라와 미르의 방에 노크를 했다.
미르는 문을 열며 말했다.
“성공했어?!”
나츠는 루카의 사인이 적힌 우정의 각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응!”
“정말 고마워! 아 맞다, 커피 마시려고 물 올려놓았는데 괜찮으면 한 잔 마시고 갈래?”
나츠는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난 괜찮아!”
“왜? 사양 안 해도 돼! 내가 고마워서 그래.”
”아니야! 정말 괜찮아...! 자! 여기 종이! 그럼!”
나츠는 빠르게 미르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한 잔 하고 가지...”
나츠는 우울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나츠...여기까지만 하면 돼...이 이상은 아니야...’
시끌벅적했던 주말이 끝나고, 평일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B 훈련장에는 나츠에게 훈련을 받고 있는 미르와 한나의 모습이 보이고, 이어서 둘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나츠는 한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한나 씨...진선대 정말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오늘 훈련이 시작되기 전, 미르가 나츠에게 말했었다.
”선생님...저랑 한나 진선대 나가보겠습니다.”
한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츠는 미르가 참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나까지 참가할 줄을 생각하지 못 했었다.
“오...네! 한나 씨도?”
“네!”
“아, 알겠습니다!”
다시 현재, 나츠는 한나에게 말했다.
“사실 미르 씨는 여러 면에서 뛰어난 상황이라 큰 걱정이 안 되지만 한나 씨는 사실 걱정이 조금 되어서요...오늘 훈련을 지도하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한나는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투에 대한 경험을 쌓고, 전투에 대한 쓴 맛을 알아야지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나 씨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해주고 계신데...”
“하하...감사한 말씀이지만, 그래도 한 번 참가해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아! 그리고 저번에 제가 말씀 못 드린 게 있었는데, 진선대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대회가 진행 되는 도중에 여러분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으면, 담당 NPC인 제가 나서서 전투를 중단 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츠와 한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미르가 살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진짜요? 그건 조금 안심이 되네요...!”
”너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건 스쿨에 그 누구도, 그리고 글로리아님도 바라지 않고 계시거든요!”
한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오늘도 나츠에게 훈련을 받고 있는 미르와 한나, 그런데 B 훈련장 안에는 잭도 있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나 훈련을 받고 쉬고 있는 미르와 한나는 나츠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멀리 있던 잭이 셋에게 다가오더니 나츠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츠는 잭의 얼굴을 보더니 살짝 긴장했지만, 금방 살갑게 맞이했다.
”아...안녕하세요? 루토 담당 학생인...잭 씨죠?”
미르는 잭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루토 선생님의...학생이라고?’
“네, 다름이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요.”
”네, 어떤 거죠?”
잭은 미르를 한 번 보며 나츠에게 물었다.
”이 분...선생님 담당인가요?”
“아...네! 제 담당 학생입니다.”
“혹시 이름이?”
잭이 미르의 이름을 물어보자 나츠는 뒤돌아 미르를 한 번 바라보았고, 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미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도 될까요?”
나츠는 살짝 긴장하며 말했다.
“네? 무엇을...”
“저는 저와 비슷한 수준의 강한 사람을 보면 몸이 가만히 있질 못해서요, 그 사람과 한 번은 붙어봐야 제 몸이 말을 듣더라고요.”
나츠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아...그, 그렇군요!"
그리고 잭은 천천히 미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게다가 만약 그 강한 사람이...저처럼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나츠와 한나는 눈을 번뜩였고, 잭은 이어 말했다.
“더 사족을 못 쓰겠더라고요...”
듣다 못한 미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대놓고 제 얘기를 하고 계시네요?”
“네, 맞아요.”
“본론만 말하세요.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잭은 미르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한 판 붙어요, 시원하게.”
미르는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이 나왔고, 미르와 잭은 서로를 싸늘하게 보고 있다.
이어서 나츠는 둘 사이에 들어가 싸늘한 분위기를 중재시켜본다.
“자, 잠시만요 일단 두 분 다 진정하시고 잭 씨, 일단 지금 미르가 훈련을 많이 해서 체력이 없는 상황이에요. 오늘은 좀 무리고 다음에 하시는 게...”
미르는 잭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츠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선생님, 이 사람 상대할 체력은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잭 또한 미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츠에게 말했다.
“체력 충분하다네요?”
한나는 둘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아아...”
잭은 미르에게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르 씨. 저도 방금 전까지 훈련을 조금 하다 온 상태라 완벽한 컨디션은 아닙니다.”
“딱히 걱정 안 했는데요?”
”좋습니다, 미르 씨. 그럼 저희 이렇게 할까요?”
“네?”
“전투를 대신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 하나만 하죠.”
“게임이요?”
“네, 간단합니다.”
잭은 뒤돌아 B 훈련장의 중앙을 가리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 뒤에 석재로 만들어진 연습용 인형 4개가 보이시죠?”
“네, 저 인형은 자신의 무기나 스킬들을 사용해서 숙련도를 늘리는 용도로 쓰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했죠.”
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 석재 인형을 이용한 게임...바로 설명해도 될까요?”
"네."
나츠와 한나는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게 된다.
“첫 번째, 저와 미르 씨는 B 훈련장의 제일 구석에서 동시에 앞으로 달려갑니다. 두 번째, 그러면 저희는 각자 첫 석재 인형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 저희는 스킬 없이 오직 검만 휘둘러서 석재 인형을 파괴 시킵니다.”
”파괴요?”
”네, 마지막 세 번째, 첫 석재 인형을 파괴 시킨 사람은 다시 앞으로 달려가 두 번째 석재 인형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인형은 첫 번째와는 반대로 스킬만 사용하여 파괴 시킵니다. 제가 앞서 말한 이 세 가지를 먼저 성공하는 사람이 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되는 거죠, 어떤가요?”
“석재 인형을 파괴하라고 하셨는데 저희가 스쿨 재산을 마음대로 파괴해도 괜찮...”
잭은 미르의 말을 끊으며 나츠에게 물었다.
“나츠 선생님? 훈련장 자재들은 1층 창고에 많이 쌓여 있다고 루토 선생님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네...사실입니다...”
미르가 말한다.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함부러 인형을 파괴하는 건..."
잭은 한번 더 나츠에게 물으며 미르의 말을 끊었다.
“훈련장 자재들이 쌓여 있는 이유는, 많은 무기와 스킬 사용으로 인해 많은 인형들이 쉽게 훼손되어서 미리 준비해둔 거라고 들었습니다. 이거 또한 루토 선생님에게 들었는데...사실인가요?”
“네...맞습니다...”
미르는 약간 이가 갈리기 시작했고, 잭은 나츠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미르에게 말했다.
”자, 그럼 미르 씨?”
잭은 미르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이 게임...하시겠습니까?”
미르는 잭과 악수했다.
”좋아요, 해봅시다.”
그렇게 미르와 잭은 B 훈련장의 가장자리에 섰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츠와 한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선생님...미르가 잘할 수 있을까요?”
“잘할 수 있을 거에요...다만...”
”다만...?”
“잭이라는 저 학생에 대해서...루토한테 들은 게 있는데...”
“들은...거요?”
나츠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나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과거, 루토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 나츠, 그런데 루토가 한숨을 내쉬자 나츠는 말했다.
“한숨 쉬지 마...한숨 많이 쉬면 오래 못 산대...그리고 안 그래도 힘 없이 다니는 애가 한숨까지 쉬니까 더 걱정되잖아.”
“그게 아니라...”
“왜? 무슨 일 있어?”
”잭 때문에...”
“잭 씨? 너 학생?”
루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되게 착하고, 바른 아이였는데...”
“였는데?”
“몰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점점 귀찮아 하는 것 같아.”
나츠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래?”
“안 그래도 그 녀석은 계속 존댓말만 하는 애인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존댓말만 하니까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지가 않아.”
“에이, 난 또 뭐라고...힘내! 학생이 훈련만 잘 따라 와주면 되지~”
”그런가?”
”너 말은 잘 들어? 훈련은 잘 따라와?”
”훈련이라...그건 얘기도 꺼내지마.”
“어? 아...그 정도로 너 말을 안 들어?”
“아니, 잭은 내가 지금까지 가르쳐 온 학생 중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졌어. 내 훈련 따라오는 건 일도 아닐 거야.”
“뭐...?”
“그 녀석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고, 나무를 보여주면 숲을 볼 줄 알더라."
과거, 나츠는 루토가 잭을 극찬하는 걸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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