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준비 (4)

다시 현재, 나츠는 한나에게 말한다.
“잭 씨는 그런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한나는 잔뜩 긴장한 채 마음 속으로 미르를 응원했다.
‘어떡해...미르...힘내!’
나츠와 한나는 훈련장 구석에서 게임을 지켜보기로 하고, 미르와 잭은 몸을 풀며 게임 준비를 하고 있다.
잭이 미르에게 말한다.
“사실 이 게임은 겉만 보면 되게 단순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잘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 하나로 전 미르 씨의 스피드와 근력, 스킬 숙련도 등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저도 잭 씨의 스피드, 근력, 스킬 숙련도 파악이 가능하죠.”
잭은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하하, 그렇죠. 정말 매력적인 게임 아닌가요?”
”그런 것 같네요. 그나저나 시작은 언제 하나요?”
”미르 씨가 편할 때 카운터 하실래요?”
”좋습니다.”
그 순간, 스쿨 뒤에 존재하는 높은 산에서 예전부터 스쿨을 계속 주시해왔던 의문의 인물이 스쿨 옥상에 나타나 미르와 잭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미르는 심호흡을 내쉬고는 카운터를 시작했다.
”3...2...1...”
미르와 잭은 동시에 자세를 낮추었다.
”시작!”
미르의 카운터가 끝나자마자 둘은 엄청난 속도로 전방의 인형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잭의 속도는 미르보다 조금 더 빨랐고, 미르는 눈을 번뜩이며 생각했다.
‘저 속도...뭐지?!’
잭은 미르보다 먼저 첫 번째 석재 인형에 도착했다.
”하하, 스피드는 저가 앞서네요?”
잭은 단검을 꺼내 석재 벽돌을 여유롭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캉! 캉!
그런데 잭보다 한 발 늦게 도착한 미르였지만, 미르는 힘차게 점프한 뒤 온 힘을 다해 검으로 크게 베어 석재 인형을 한 번에 파괴 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약간의 차이로 잭도 첫 번째 인형을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오...근력은 미르 씨가 저보다 한 수 앞서군요?”
미르는 잭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두 번째 인형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미르보다 더 빠른 잭이 두 번째 인형도 먼저 도착하고 만다.
“두 번째 인형은 이 기술 하나로 끝을 내겠습니다.”
잭은 정신을 잠깐 집중하더니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얼던트 나이프(Ardent Knife)...”
그러자 잭의 단검에서는 노란빛이 나기 시작했고, 미르는 두 번째 인형에게 도착하기 직전에 한 가지를 떠올렸다.
‘현재는 12시가 자난 상황이야! 그렇다면 정오의 검일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기술은 역시...!’
미르는 온 힘을 다해 한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어 필라(Fire Pillar)!”
미르는 불기둥을 만들어내 자신 앞의 두 번째 인형을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고, 잭 역시 빛으로 감싸진 검으로 가볍게 인형을 내려치더니 그 인형 또한 잔잔히 부스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잭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르에게 말했다.
”이야...이렇게 되면...결과는 무승부인 것 같네요. 그렇죠?”
하지만 여유로운 잭과는 달리 미르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하아...하아...어째서죠?”
“스피드는 저가, 근력은 미르 씨가, 스킬 숙련도는 동시에 석재 인형을 파괴 시켰으니 비긴 걸로 한다면...스코어는 2:2니까요.”
이어서 잭은 지쳐 앉아 있는 미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미르 씨.”
미르는 힘겹게 잭과 악수를 했다.
이어서 잭은 B 훈련장을 나가며 미르에게 말했다.
“꽤 즐거웠습니다, 미르 씨. 저희의 진짜 승부는 진선대에서 마저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미르는 눈이 번뜩여졌다.
‘잭 씨도...진선대에?’
이어서 미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피식 웃으며 잭에게 말했다.
“네,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잭은 눈웃음을 지으며, 한나와 나츠에게도 인사하며 훈련장을 떠났다.
”그럼, 저는 이만...”
잭이 B 훈련장을 떠남과 동시에 스쿨 옥상에 있던 의문의 인물은 또 다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한편, 미르는 스킬의 반동 때문에 일어나질 못 하고 있다.
“미르...! 괜찮아?!”
한나는 미르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응, 괜찮아...잠시만 앉아 있을게.”
그리고 나츠는 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미르가 진선대에 나가게 되면 제일 위협적이고 어려운 상대는 아마 저 잭 학생이 아닐까?’
같은 시각, 자신의 방에서 미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글로리아는 보고 있던 화면을 다급하게 끄고 관리실 시스템을 다루기 시작했다.
‘잭?! 미르를 완전히 압도했어...! 내가 테스트 했을 땐 저렇게 강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는데...?!’
그리고 글로리아는 관리실 시스템에 기록되어 있는 잭에 대한 정보들을 다시 한 번 읊어보기 시작했다.
“잭...이름 마찬호, 나이 21, 생일 4월 9일, 특이사항...”
글로리아는 잭의 특이사항을 보자 놀랄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신의 마을에서 최연소 경찰이 된 걸로 유명하다. 경찰이 되기 위해 많은 무기술을 다룬 덕분에 연장술에 광징히 능하며, 제일 선호하는 무기는 목검이다. 싸움을 하는데 있어 상대가 전력을 드러내지 않으면 자신도 전력을 들어내지 않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
글로리아는 눈을 번뜩이며 생각했다.
‘대단해...난 플레이어들을 테스트할 때 절대 전력을 다하지 않아. 그 말은 즉...저 사람도 나와의 테스트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날 저녁, 미르는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한다.
잭은 낮에 이렇게 말했었다.
”이야...이렇게 되면...결과는 무승부인 것 같네요. 그렇죠?”
잭은 무승부라고 했지만 미르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그 게임에서 난 완벽하게 진 거야. 난 봤다고...마지막 인형에게 우리가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 나는 온 힘을 다해 전력으로 스킬을 사용했지만 잭 씨는...그저 아무 표정 없이...조금의 힘도 주지 않고, 그저 검을 천천히 내려놓기만 했는데 마지막 인형은 완전히 소멸되었어...’
미르는 잭이 했던 다른 말을 떠올렸다.
“꽤 즐거웠습니다, 미르 씨. 저희의 진짜 승부는 진선대에서 마저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이어서 미르는 생각했다.
‘그 사람도 진선대에 참가하는 듯이 말했었어...’
미르는 빠르게 일어나 침대에 앉은 뒤, 옆에 있던 달력을 보았다.
‘진선대까지는 앞으로 이틀이야. 정신 차리자 김채하...이 이틀은 절대 긴 시간이 아니야.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나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을 꼭 뛰어넘어 보겠어...!’
그렇게 미르는 이틀 동안 나츠의 지도 하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진선대 개최까지 하루만 남았다.
늦은 저녁 시간, 수족관 쉼터에 루토가 앉아있다.
루토는 방금 전까지 잭을 훈련 시키다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쉼터로 나왔다.
‘하아...진선대라...잭 녀석...잘 해낼 수 있겠지?’
루토는 밤하늘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그 순간, 루토는 엄청난 기운을 느끼게 된다.
“누구냐!”
루토는 자신의 무기인 마법서를 들고,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적이었던 엄청난 기운은 갑자기 사라졌고, 루토는 1분이 넘게 주위를 경계했지만 끝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루토는 다시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하아...최근에 당직을 많이 서서 그런가, 헛기운을 다 느끼네...”
루토는 잠깐 앉아서 멍을 때리다가 곧바로 일어났다.
“잭 기다리겠다...빨리 가야겠...!”
자리에서 일어선 루토의 몸은 갑자기 돌처럼 굳어버렸다.
‘크윽! 갑자기 몸이?! 이건 단순...바인드(Bind) 스킬인데?!’
루토는 다시 한 번 그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또 그 기운이야! 역시...허투루 느낀 게 아니었어!’
그때, 루토는 무언가를 보고 두 눈을 번뜩이게 된다.
이 엄청난 기운을 느끼게 한 장본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루토는 힘겹게 말했다.
“당신 누구야...어떻게 단순 바인드 스킬만으로 스쿨 NPC인 나를...!”
이 사람의 정체는 예전부터 스쿨 뒷산에서 스쿨을 주시하고, 며칠 전 스쿨 옥상에도 나타나 미르와 잭의 대결을 주시했던 그 인물이었다.
그 인물은 검은 연기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연기 속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알면 다친다...그저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알아줬으면 좋겠군...”
루토는 생각했다.
'저 사람...내 움직임을 간단히 봉인할 정도의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그 엄청난 마력들은...저 검은 연기 속에 숨기고 있는 건가?!'
이어서 루토는 눈을 번뜩이며 깨달았다.
'그렇군, 자신의 본 힘을 다 꺼내면 내가 아닌 다른 스쿨 NPC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킬 걸 알기에...저 검은 연기를 같이 몰고 온 거였어! 저 사람...엄청난 실력자다...!'
하지만 루토는 이 의문의 인물에 대해 알 리가 없었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러는 목적은 무엇이냐...”
“흠...자세히 알려줄 순 없지만 영문도 모른 채 당해버리면 많이 억울하겠지...요점만 간단히 알려주겠다.”
”뭐라고...?”
“난 예전부터 당신의 학생을 탐내고 있었다.”
“학생? 잭을 말하는 건가?!”
“그래...그 순진한 망아지.”
”잭은 왜 건드리는...!”
의문의 인물은 루토의 말을 끊었다.
”그 망아지...그 망아지는 말이야...당신 밑에서 계속 자라게 된다면...그저 그런 평범한 말로 자라게 될 거야...평생을 낑낑대며 자신의 등에 주인을 태우게 될 거고, 인생의 단 맛과 인생의 쓴 맛을 고작 당근과 채찍질로만 판단하게 되겠지...당신 학생이 그렇게 자라버린다면...그 녀석...너무 불쌍하지 않겠나?”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 있는 의문의 인물은 루토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그 망아지를 내가 만약 키우게 되면 말이지? 그저 그런 평범한 말이 아닌...천공을 누비며 악의 세력들을 처단하는...찬란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최강의 페가수스로 자라게 될 거다.”
루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하하...말이 잘 통하는군. 인트루전(Intrusion)...”
의문의 인물이 검은 연기 속에서 한 스킬을 사용하더니 그 연기는 루토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기술을 당하고 있는 루토는 의문의 인물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당신이 여기에...”
루토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잭...여기서 이별이겠구나...’
그리고 루토는 잠깐 기절하게 되었지만, 금방 고개를 들었고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너의 몸을 이틀만 사용하겠다.”
루토는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인격은 의문의 인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당신에게는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까 말이지...난 그저 페가수스로 자랄 수 있는 당신의 망아지가 너무 탐이 났고, 그 비전 좋은 망아지가 내 레이더망에 걸린 잘못이다.”
의문의 인물은 자신의 제복에 명시 되어있는 루토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루토라고 불리게 되겠군...조용히 다녀야겠어.”
루토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루토...당신은 이틀 동안 내 속에서 그 망아지를 지켜보길 바란다...당신의 망아지가 평범한 말이 아닌,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페가수스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이지...”
그렇게 루토는 밤하늘을 향해 한없이 웃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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