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준비 (5)

그렇게 하루가 지나 대망의 진급자 선발 대회 개최날이 다가왔다.
한나는 자신의 지팡이를 쥐었다.
‘할 수 있어...해보는 거야!’
미르도 검을 잡고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잭 씨...각오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같은 시각, 어느 방 문 앞에 나츠와 티나가 서있고, 나츠는 노크했다.
똑똑.
”누구세...”
방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루카였고, 나츠와 티나가 같이 있자 루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다.
“이건...무슨 조합이지?”
나츠는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루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루카! 가자!”
“웅? 어디?”
티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루카에게 말했다.
”선생님...저랑 같이 진급자 선발 대회에 나가주세요...!”
“뭐?! 너가 진선대에 대해 어떻게 알고...”
루카는 나츠를 째려보았다.
“야...설마 너가...”
그러자 나츠는 어색하게 웃어보았다.
”하하...어, 어쩌다 보니...”
“당황스럽지만...안 되는 건 안 돼, 돌아가.”
돌아가라며 루카는 문을 닫으려 했고, 티나는 문을 붙잡고 루카에게 참가 신청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래도 안 가실 거에요?!”
루카는 티나의 신청서를 확 빼았아, 앞뒤 양옆으로 살펴보았다.
”이, 이게 뭐야?! 난 여기에 사인한 적이 없는...!”
루카는 며칠 전 나츠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야! 나츠! 설마 너 그 우, 우정 뭐시기 그거...!”
“하하~그, 글쎄? 잘 모르겠네? 이, 일단 접수는 잘 됐어! 그럼 난 이만!”
나츠는 티나를 두고 빠르게 자리를 도망쳐 나왔다.
“야! 그...가, 각서! 사, 사인이...!”
루카가 다급하게 나츠를 불러보았지만, 나츠는 이미 가고 없었다.
“하아...”
티나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저 꼭 진선대 나가보고 싶습니다!”
루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하아...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신청한 거 취소 가능해."
"아니요! 취소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회...안 할 자신 있냐?”
”네! 절대 안 해요!”
”하아...그래, 가보자...”
”가, 감사합니다!”
티나가 고마워하자 루카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들뜨지는 마. 분명 힘든 싸움을 겪게 될 거고, 만약 대회 도중에 너가 많이 위험하다 싶으면, 난 바로 경기에 난입해서 너의 경기를 중단 시켜버릴 거니까.”
“나, 난입이요?”
“그래. 내가 경기 도중에 난입한다는 건, 내가 너의 담당 NPC로서 너 대신 전투를 포기함과 동시에 패배를 깔끔히 인정하겠다는 뜻이야.”
“그, 그렇군요...”
”다 널 위해서 하는 행동이니, 나쁘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네.”
“네...알겠습니다...”
루카는 뒤돌며 티나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겉옷만 금방 챙겨서 나올게.”
“네!”
루카는 자신의 겉옷을 만지며 생각했다.
‘하아...오랜만에 진선대인데...이 녀석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루카는 금방 문을 열고 힘껏 외쳤다.
”좋아! 가보자, 티나!”
티나도 루카를 따라 힘차게 외쳤고, 둘의 분위기는 갑자기 밝아졌다.
“네! 선생님!”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넌 스쿨 최강의 NPC인 나 루카의 직속 제자다! 패배는 괜찮지만! 대충 하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좋다! 한 가지만 묻지! 혹시 대회가 열리는 시간이 몇 시인지 아는가?!”
“대, 대회가 열리는 시간이요?!”
“음! 진선대는 항상 정해져 있는 시간에 진행이 되는데, 나는 진선대가 너무 오랜만이라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그, 그건 저도 잘...!”
대회 시간을 까먹은 루카와 대회 시간을 애초에 모르던 티나는 다시 급격하게 분위기가 떨어졌다.
“아...그래? 사, 사람들한테...물어봐야겠네?”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각, 약속 장소로 가야 할 한나가 자신의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툭!
그 순간, 한나는 누군가와 부딪혔고.
"어머!"
그 누군가는 넘어졌다.
“아야!”
한나는 사과를 건네려 한다.
“죄송합니...”
한나와 부딪힌 사람은 매우 어려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괘, 괜찮니, 친구야?”
“아...네, 괜찮아요...!”
한나는 그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아이는 밝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자, 잘 가!”
아이는 총총 뛰어가더니 어느 방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저, 저 아이도...스쿨 학생인가?’
한나는 잠시 당황하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분 후, 미르가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파란 머리에 검은 셔츠와 하얀 바지를 입고 있는 한 여자가,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미르 방 바로 앞의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차가운 분위기를 느낀 미르는 잠시 움찔했지만, 방 문을 닫고 움직이려 한다.
그런데 미르가 문을 닫은 순간, 갑자기 미르의 발이 움직이지 않게 됐다.
“음?”
미르는 자신의 두 발이 움직이지 않자 자신의 발을 살펴보니, 발이 아주 차가운 얼음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미르는 속으로 당황했다.
‘이, 이게 뭐지?’
발이 꿈쩍도 하지 않자 미르는 앞에 있는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다.
“저기...저 좀 도와주실 수...”
그런데 여자의 오른손은 미르의 발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르는 이 여자가 자신의 발을 묶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 저기요? 제가 어디를 급히 가야 하는데요...이거 좀 풀어주실 수...”
여자는 미르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을 끊었고, 자신의 얼굴을 미르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나도 바빠. 나도 가야할 곳이 있다고.”
여자와 너무 가까워진 탓에 미르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왜 가던 길을 멈추고...저, 저에게 시간을 쓰고 계시는지?”
여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오른손을 미르의 양 손을 향하더니 미르의 두 손도 얼음으로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자는 미르를 째려보며 말했다.
“너한테 '선 넘는 냄새'가 나고 있어서...가던 길을 안 멈출 수가 없겠던데?”
“서, 선 넘는 냄새요? 방금 샤워했는데...”
“그거 말고, 너...믹스 마셨어?”
”예...?”
그 순간, 여자는 자신의 입을 미르 입에 천천히 들이대기 시작했다.
미르는 볼이 더 빨개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왜 이러시는...!”
여자의 입과 미르의 입은 점점 가까워졌다.
‘이, 이 여자가 미쳤나? 지,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발도 안 움직이고 손도 못 움직여서 이 사람을 밀어낼 수가 없어...!’
여자는 자신의 입을 미르의 입 직전에 멈추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
미르는 식은땀을 한 방울 흘리며 말했다.
“뭐, 뭐 하시는 거에요...”
“맞네, 대놓고 믹스야.”
”믹스라니 그게 무슨...아?!”
미르는 매우 당황한 탓에 뒤늦게 믹스의 뜻을 떠올리게 된다.
“혹시...미, 믹스 커피를...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아...네...믹스를 마시긴 했습니다만...믹스 커피 마신지는 이미 한 시간 정도 지난 상황이고...야, 양치도 분명 깨끗하게 했을 텐데...양치가 좀 덜 되었나 보네요...죄, 죄송합니다...”
“아니, 너 정도면 엄청 양호한 편이야. 다른 사람들은 5M나 떨어져 있어도 냄새가 난다구.”
여자는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그런데 넌...이 정도 거리가 되어야만...믹스 냄새가 나네?”
미르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하하하...후각이 엄청...좋으신가 보네요?”
“지구에서 의사가 내 후각이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몇 배나 좋다고 하더라. 그래도 지구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세계에 와보니 후각이 지구 때 보다 몇 배는 더 발달해 버려서 말이야.”
“아아...그, 그렇군요...”
둘은 서로를 몇 초간 더 바라보았고, 여자는 미르 손, 발에 고정되어 있던 얼음들을 없애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여자는 그제서야 미르와 거리를 벌렸고, 미르를 지나쳐 자기 갈 길을 가며 말했다.
“믹스는 마시지 마. 살찌고 달기만 해서 맛도 없어.”
“아...네...그럼...뭘 마셔야 하나요?”
여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살짝 틀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블랙이 아닌 커피는 커피가 아니야. 믹스는 블랙을 따라하려다 실패한 혼종일 뿐이라고. 앞으로 커피는 블랙만 마셔.”
이어서 여자는 궁시렁대며 3층을 내려갔다.
“하아...아메리카노 마시고 싶다...”
미르는 내려가고 있는 여자를 보며 당황하고 만다.
‘뭐, 뭐 하는 사람이지?’
5분 후, 미르와 한나는 나츠의 방 앞에서 나츠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츠가 허겁지겁 1층으로 내려왔다.
“아! 저가 제일 늦었군요! 죄송합니다...일이 하나 있었어서...하하...”
나츠는 티나를 루카에게 데려다 주느라 살짝 늦었다.
한나가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방금 왔어서...!”
미르는 나츠에게 물었다.
”대회 개최 시간을 몰라서 그런데...저희 늦은 건 아니죠?”
“네!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았습니다만...대회장으로 먼저 가볼까요?”
”네!”
미르와 한나는 나츠를 따라 걷기 시작했고, 나츠는 스쿨 계단을 한 층, 한 층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갈 때, 루카는 계단을 오르는 3명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츠가 경기장으로 가고 있어! 곧 시작하나 본데?'
“어?! 티나! 시간이 기억났구나! 나를 따라오도록!”
루카는 3명을 따라 움직이기로 생각했고, 티나에게는 시간이 기억난 척 자신감을 가지며 말했다.
”정말요?!”
”음! 따라 와!”
“네!”
3층에 도착한 나츠는 또 다른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르는 게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잠깐...4층? 평소에 스쿨 다니면서 3층보다 한 층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들이 보이길래...이 스쿨에 4층이 있는 것과 4층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총 4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문은 항상 굳게 닫혀있었어. 평소에는 잠가 놓고...진선대가 개최될 때만 이 문들을 개방하는 건가...?’
계단을 다 오른 나츠는 문고리를 잡고, 가볍게 열었다.
한나는 4층의 내부를 보자 매우 놀라게 된다.
“어, 엄청 넓다...!”
나츠는 이 곳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바로! 스쿨의 4층이며, 진급자 선발 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스쿨 지상 경기장입니다!”
미르는 경기장의 내부를 보고 감탄한다.
‘규모가 대단해...4층은 경기장이었구나...!’
그때, 미르와 한나 뒤에서 루카와 티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나는 티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 티나! 여기를 온 걸 보니 일이 잘 풀렸구나?!”
“응! 다행이야...!”
미르는 티나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야, 티나...”
”응?”
“다치지 말고, 무리하지 마라?”
“걱정 붙들어 매시고! 너나 잘해, 임마~”
“그래...우리 셋 다 파이팅 해보자!”
미르, 한나, 티나는 동시에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서 루카는 경기장을 둘러보며 나츠에게 말했다.
“이야~누구 덕분에 이 경기장도 오랜만에 다 와보고...”
나츠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 그래? 그, 그게 누구인진 모르겠지만...참 좋은 사람이네~! 오랜만에 왔으니 기분도 묘하겠다...!”
루카는 이를 갈며 나츠를 째려봤다.
그 순간, 이 다섯 명 사이로 루토와 잭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츠는 잭이 신경 쓰였지만 일단 밝은 표정으로 루토에게 인사했다.
”루토! 잘 잤어?”
“어? 어! 잘 잤지!”
“다행이네, 대회 잘 진행해보자!”
“그래! 파이팅...!”
“응!”
나츠와 루토는 이렇게 인사를 주고 받고, 루토는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루토의 말투에 루카는 어색함을 느꼈고, 루토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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