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준비 (마무리)

”나츠...너도 느꼈냐?”
루토를 살갑게 맞이한 나츠였지만, 나츠 역시 어색한 점을 느꼈다.
“음...평소랑 다르게 조금 신나 있네? 그런데...너도 느껴졌어?”
“어, 저 녀석 원래...힘 없이 다니고 말도 건성건성 하지 않았냐?”
“응, 그렇긴 한데...뭐, 평소랑 다르게 기분 좋아 보이니...보기는 좋네!”
루카는 루토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흠...그런가? 뭐가 그리 좋길래...”
나츠는 루토 뒤의 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심스레 말했다.
“루카...혹시 저 학생에 대해서 알아?”
“허리춤에 단검 2개 있는 애?”
“응.”
“아니? 처음 보는데?”
”잭이라는 학생인데 루토 말로는 완전 천재래...”
“에?”
”내가 볼 땐...루토는 이미 자기 학생이 우승할 거라 생각하고, 벌써 기분이 들떠있는 것처럼 보여.”
“글쎄, 난 미르가 훨씬 강해 보이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츠는 며칠 전 B 훈련장에서 있었던 미르와 잭의 일에 대해 루카에게 귓속말로 말해주었다.
“헐...거짓말!”
“진짜야...너랑 내 학생들 모두...저 잭 학생이랑 붙는 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루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내 공격을 3분이나 버텨냈던 미르랑...비겼다고...?’
그렇게 10분 후, 지상 경기장의 불이 모두 꺼졌다.
한나는 미르 옆에 살짝 붙으며 놀랬다.
“으아! 깜깜해졌어!”
미르는 땀을 한 방울 흘리며 말했다.
“대회가...시작한 것 같아...!”
이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츠와 루카, 루토를 제외한 나머지 NPC들이 4층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루카는 NPC들의 겉모습과 이름을 하나씩 읊기 시작했다.
긴 백발에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치고 있는 여자.
‘큐리.’
흑발에 푸근하게 웃고 있는 남자.
‘베너스.’
긴 백발에 졸린 눈을 하며 하품을 하고 있는 여자.
‘모리.’
의욕 없는 표정으로 난간에 턱을 괴고 있는 남자.
‘피터.’
피터 옆에 근엄한 표정에 몸집이 좋은 남자.
‘새턴.’
오른손에 푸른 전기를 튀기고 있는 남자.
‘네트.’
루카는 NPC 1명, 1명을 눈에 담은 뒤, 말했다.
“다들 오랜만이네...”
나츠가 묻는다.
“응? 오랜만이라니? 돌아오고 나서 교무실 한 번도 안 갔어?”
”응? 응!”
루카는 도청 장치가 달려 있는 카드 1장을 교무실 속 자신 책상 위에 올려두고 교무실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었다.
“헐...”
이어서 루카는 생각했다.
‘저 6명과 나랑 나츠와 루토까지 하면 총 9명...1명이 없는 걸 보니 오늘은 그 녀석이 그걸 하는 건가?’
그러자 경기장 중앙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더니 한 사람이 등장했다.
”자! 안녕하세요! 저는 제 32회 진급자 선발 대회 진행을 맡은!”
루카는 진행자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라누스.”
진행자는 자신을 소개했다.
“라누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과 NPC는 박수를 쳤다.
“자! 이번 진선대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참가를 했는데요! 한 분, 한 분씩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나츠의 담당 학생입니다! 한나!”
한나는 자신이 소개되자 부끄러운 심에 미르 뒤에 숨어버린다.
“으아!”
“두 번째! 베너스의 담당 학생인! 마이클!”
마이클은 자신의 오른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만지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이 소개되자 티나는 눈을 번뜩였다.
‘어?! 저 사람 분명...Rest Room에서 봤던 분 같은데?’
이어서 라누스는 학생들을 소개했다.
“세 번째! 루토의 담당 학생이죠! 잭!”
잭은 여러 방향으로 허리 숙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르는 그런 잭을 보자 생각이 많아졌다.
”네 번째! 큐리의 담당 학생이죠!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은 채, 곰돌이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이리스가 소개되자 한나가 눈을 번뜩였다.
‘저 아이는...바, 방금 전에...!’
한나는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살짝 부딪혔던 여자 아이를 떠올렸다.
‘저 아이도 이 대회에 참가했구나...!’
“다섯 번째! 피터의 담당 학생입니다! 맥스!”
맥스는 귀를 간지르며 조용히 말했다.
“아 시끄러워...”
”여섯 번째! 새턴의 학생이죠! 에릭!”
에릭은 작고 하얀 참새를 손에 얹으며 말했다.
“오늘도 잘 부탁해, 스페로우.”
“일곱 번째! 나츠의 담당 학생입니다! 미르!”
미르가 소개 되자 잭은 미르를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보였다.
“여덟 번째! 네트의 학생인! 벨라!”
벨라는 아무 말 없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아홉 번째! 모리의 담당 학생이죠! 줄.리.아!”
줄리아는 차가운 냉기를 만든 뒤, 바람을 후 불어 냉기를 날렸다.
그리고 미르는 줄리아를 보자 눈을 번뜩이며 당황했다.
‘저, 저 사람은...미, 믹스 커피?!’
놀란 미르와 눈이 마주친 줄리아는 피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자! 마지막 열 번째 입니다! 루카의 담당...! 에?! 루카~?!”
라누스는 루카라는 이름을 보자 놀란 마음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저...N...NPC들? 혹시 저희가 아는 그 루카인가요?!”
큐리가 놀라며 말한다.
“뭐? 그 녀석...돌아온 거야?”
푸근하게 웃고 있던 베너스도 놀라며 사투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에이...무슨 소리여~왔으면 스쿨에서 마주쳤겠제~”
이어서 네트는 푸른 전기를 꽉 잡아 터트리며 말한다.
“그래, 그 녀석은 아직 정신 못 차렸을 거다.”
루카는 애써 웃으며 화를 참고 있다.
‘라누스...그냥 빨리 진행해줘...’
루카의 바람대로 라누스는 일단 진행을 이어간다.
”루, 루카의 담당 학생입니다! 티, 티나!”
티나는 긴장한 나머지 침만 꼴딱 삼켰고 그 순간, 피터가 크게 소리쳤다.
“야, 야~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인다~어이 루카! 진짜 여기 있는 거냐~?”
그러자 피터 옆에 있던 새턴이 말했다.
”조용히 해라, 쪽팔린다.”
루카는 피터가 자신을 언급하자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웃으며 참아냈다.
”저...다른 NPC들은 제가 알고 있지만, 루카는 제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인데...루카 참석했나요?”
라누스는 확실한 대회 진행을 위해 루카를 꼭 확인해야만 했다.
나츠는 루카를 콕콕 찔렀다.
“어서 얘기해...! 뭐하고 있어?”
”하, 할 거야...!”
그때, 누군가가 텔레포트를 사용해 나츠와 루카 뒤에 나타나며 말했다.
“뭐야? 여기 있었네?”
“으아!”
루카는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나츠는 그 누군가를 웃으며 반겼다.
“안녕! 모리!”
”안녕, 나츠. 잘 잤어?”
“응! 잘 잤어!”
모리는 피곤한 눈으로 루카에게 물었다.
“언제 돌아온 거야?”
“하하~이, 일주일 쯤 됐나?”
“대단하네...대단해...잠은 잘 잤고?”
“자, 잘 잤지!”
“그럼 됐어.”
그리고 모리는 다시 텔레포트를 사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루카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생각했다.
‘하아...빨리 이야기하고 끝내자...’
루카는 라누스의 옆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루카의 기척이 느껴진 라누스는 뒤를 돌아보았고,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
“어?! 진짜 돌아왔네?! 언제 온 거야, 이 기지배야!”
“하하...그렇게 됐어...”
라누스는 루카를 한 번 껴안았다.
“잘 돌아왔네!”
“그러게...아, 라누스...마이크 좀 빌려줄래? 인사 좀 짧게 하고 싶어서.”
“응!”
라누스는 흔쾌히 마이크를 루카에게 넘겼고, 루카는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많이 반갑네...긴 말은 안 할게. 이번 진선대도 안전하고, 큰 문제 없이 깔끔히 마무리하자.”
NPC들은 루카의 말에 가지각색으로 반응을 보였다.
루토는 아무 말 없이 박수를 쳤고, 나츠는 뿌듯하게 웃고 있었으며, 큐리는 소박하게 놀랐다.
'정말...정말 돌아온 거야?'
네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스쿨 최강이라는 건가...등장 한 번 기가 막히게 하는군.”
피터가 혀를 차며 말한다.
“흥! 최강은 무슨! 다시 붙으면 이젠 내가 이긴다고!”
새턴은 피터에게 말했다.
“말 좀 아껴라. 그리고 루카에게 도전할 거면 넌 우선 네트부터 이겨야지.”
베너스는 말했다.
“뭐여?! 진짜 정신 차리고 돌아온겨?!”
마지막으로 모리는 절망했다.
‘이러면 한동안 또 시끌벅적 하겠네...하아...푹 자야 하는데...’
루카는 다시 라누스에게 마이크를 건네 주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일단 진행은 마저 해야겠지? 고생해!”
”고마워~나중에 대회 끝나고 한 번 보자고!”
”그래!”
루카는 빠르게 경기장 중앙에서 벗어났고, 라누스는 이어서 진행했다.
“좋습니다! 이렇게 총! 10명의 학생과 9명의 NPC가 이 곳! 스쿨 지상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티나, 한나, 미르는 각자 신중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증명해 보는 거야...! 루카 선생님에게!’
‘지금까지 나츠 선생님에게 받았던 모든 것들을 모두 쏟아내야 해!’
‘잭 씨...꼭 만나서 겨루어 봅시다. 그리고...’
미르는 경기장의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보고 계시죠? 글로리아님...’
글로리아는 미르의 시선을 읽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누스는 엄청난 성량으로 진선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지금부터! 제 32회 진급자 선발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COOKIE
방금 전, 루카는 교무실 속 자기 책상 위에 도청 장치가 달린 카드를 설치했었다고 말했다.
나츠는 순간 어이가 없었고, 이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아니 그럼...다른 NPC들은 너 돌아온 걸 아직 모르고 있어?”
”응, 내가 기척을 따로 낸 적이 없으니 모를 거야.”
”기척을 낸 적이 없다고? 아니야! 루카 너...B 훈련장에서 미르에게 테스트 진행했을 때...난 분명 너의 마력을 느끼고 갔었어! 내가 느낄 정도면...다른 NPC들도 다 느꼈을...”
나츠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상함을 느껴 말을 멈추었고, 루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다른 애들도 느꼈다면 애들도 B 훈련장으로 와봤겠지?”
”그러네...다른 NPC들은 B 훈련장에 오지 않았었어...어떻게 된 거지?”
루카는 잠시 생각하다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의문이긴 한데, 확실한 것만 말해줄게. 일단 그때 나는 내 기척을 완벽히 지웠었어. 기껏해야 내 마력은 아주 미세하게 흘러 나왔을 거야. 그 당시의 내 마력을 감지하려면 스쿨 NPC 정도의 강자들이라도 1M 내에서만 감지가 가능할 정도로, 내 마력을 제어했었지. 그런데 나에게서 20M도 넘는 거리에 있던 너가 내 마력을 느꼈다? 나는 불가능이라고 봐.”
”그럼...내가 느낀 마력은...대체 뭐였던 거야?”
루카는 잠시 침묵을 가졌다가 미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나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서 너한테 말을 안 했었어. 그리고 테스트 당시에 미르 바로 앞에 있었던 나도 미르의 마력이라고 믿을 수 없었지. 그 마력은...감히 초급자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마력이 절대 아니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 당시 훈련장에는 나와 미르밖에 없었으니...미르의 마력이 아니라면 설명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야.”
루카는 계속해서 미르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내 생각인데, 다른 NPC들은 못 느끼고 너만 느껴서 훈련장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는...넌 항상 미르를 훈련 시키며 미르의 기초적인 마력에 익숙해져 있던 상황이었겠지. 그런데 그 익숙해져 있던 미르의 마력은 내 공격에 의해 갑자기 폭주했고, 그 마력은 초보자가 낼 수 없는 수준의 마력이었으니, 넌 미르가 아닌 내 마력으로 착각하고 B 훈련장으로 왔던 거야.”
나츠는 놀란 표정으로 미르를 바라보았다.
‘미르한테 정말...그 정도의 마력이 잠들어 있다고...? 현재 루카의 마력에 버금가는?'
루카는 나츠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저 녀석의 진짜 힘...그 힘이 먼 미래에 전부 발현이 된다면...녀석은 나와 동등하거나, 아니면 나조차도 우습게 볼 정도의 강자가 되어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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