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에서 로봇개와 함께하는 여행은 기적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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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두유
작품등록일 :
2024.04.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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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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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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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그리고, 인생 첫 데이트] 4

DUMMY

* * *


완전히 시내에서 벗어나, 갈대밭이 무성한 곳으로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너무 벅찼다. 앞질러 가고 있는 핵사와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은 거칠어져 가고, 체력은 바닥을 보이고······.


“제길···!”


어금니를 악물고, 아픈 배를 부여잡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속력을 올린다. 어떻게든 그녀를 쫓아가서 끝을 봐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나 의지를 다졌던 하림은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더 이상 걷지 않았다.


갈대 사이를 기어 다니던 벌레가, 날개를 활짝 피고 비상해서 스스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로 날아오른 수만의 반딧불이가 천공에 녹색 점들을 수놓았다. 반짝이는 빛들이 시야를 어지럽게 가로막으며 예쁜 꽁무니를 뽐낸다.


“예쁜 거리라는 게 여길 말하는 거였나······.”


이미 시야가 흐릿하고 정신이 핑핑 돌아가는 하림에게 여름밤의 하늘은 너무 자극적이었다. 그 자리에 붙들려서 오랫동안, 가만히, 의미 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마치, 반딧불이들과 함께 하늘에서 나는 것을 꿈꾸는 것처럼.


* * *


갈대밭 능선 위에 앉아,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며 감성에 젖어있는 여자가 시선을 능선 아래로 내리자, 힘겹게 경사로를 올라오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격려라도 해줄 겸, 오른손을 높이 들어 흔들 흔들.


그 행동에 동기부여 됐는지, 뭐라 중얼중얼 말하면서 능선을 오르는 모습이 꽤 볼만했다.


“어때? 좋은 풍경이지?”


핵사의 말에 소년이 거친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나한테, 후우··· 바라는 게··· 뭔지 알려줘.”

“어라? 고분고분하네······. 뭐, 이것도 나름 대로니까.”


핵사가 손짓으로 다가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소년이 다가와 핵사 앞에 섰다.


“뒤를 봐봐.”


하림은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고분이 말에 따랐다.


“그리고?”

“그리고, 기다려봐. 좀 있으면 폭죽이 터질 거니까. 반딧불이만큼 예쁜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야.”


‘불꽃놀이’이라는 단어가 하림의 귀를 의심케 했다.


“불꽃놀이? ······저기,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물어봐도 될까?”

“물론.”


“미케네 성은 6개월 전부터 긴산이 침공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대비했거든. 애초에 방비가 말도 안 되게 두껍고, 모아둔 식량도 1년은 넉넉히 견딜 수 있을 정도라서 적을 얕보는 거야. 자신감을 드러내는 거지.”

“음, 확실히 성벽 높이가 공략 불가 이긴 해. 그렇다고 미케네 성을 돌아가기에는 설인들 특성상 물자 부족이 어려워질 거고.”

"그렇다면, 긴산 수뇌부는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겠지? 긴산이 고민할수록 미케네 성 입장에서는 시간을 버는 거야. 그 시간을 이용해서 이렇게 민심을 안정시키는 거고. 어때, 대답이 됐을까?"

"···어?"

"응?"

"아, 아니. 불꽃놀이가 시작된 것 같아서. 근데······."


하림의 몸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에 몸을 기울여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조그마한 불꽃 하나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비상하는 다른 수많은 불꽃들.


"···수가 좀 많네?"


어림잡아 수백, 수천의 불꽃들이 상공에 닿은 다음,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 * *


치이이익─!


얼음이 가득 찬 가방 안으로 붉게 달궈진 구국왕의 검을 집어넣자 수증기와 물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는 잘린 단면이 검게 그을린 나무 수백그루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위에 자리한 긴산의 궁수들이 시야가 탁 트인 밤하늘로 불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바실리아가 어느 정도 색이 돌아온 검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공격에 참여할 부대는 전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나요? 솔직히, 튜로 부장님의 상태는 조금 걱정스러워요."

"음, 튜로는 원래 좀 그런 애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척후대를 공격한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맞닥뜨린 당시의 기억을 혼동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튜로의 상태 자체는 평소와 같아서 임무 수행에는 지장 없을 겁니다."

“정체불명의 생명체···. 그 공룡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나요?”

“네, 없습니다.”


바실리아가 얼음 가방을 둘러메고 이리곤과 함께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쪼록 공룡 쪽도 신경 써 주세요. 혹시나 뮤턴트라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뮤턴트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령술사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숲속을 지나 조금 시야가 트이는 곳으로 나오자 미케네 성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미케네 성을 바라보는 소녀의 입가에 걸리는 조그마한 미소.


달빛을 직격으로 받는데도, 하이라이트 하나 생기지 않는 두 검은 눈동자가 어둠에서 소용돌이치듯이 미케네 성을 응시한다.


* * *


행상인들과 놀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던 도시의 대거리는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전부 흩어져 버렸고, 버려진 물건으로 더럽혀진 거리에는 활활 타오르는 화살들이 곳곳에 박혀있었다.


도망친 사람들 중 몇몇은 이곳, 갈대밭에 모여서 불타오르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갈대밭 가장자리에 있는 능선 위에는 두 남녀가 어깨를 맞대고 앉아서 자기들만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 하수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오는 것 까지는 좋아. 그럼, 성을 둘러싼 경비는 어떻게 뚫어줄 거야? 놈들이 나를 노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고.”

“음··· 그래도, 하림이 나를 지켜주는 그림이 좋은데······.”


잠시 침묵하던 하림이 자신의 목을 두르고 있는 그녀의 팔을 흘깃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이거 풀어주면 안 돼?”

“......”

“이름도 알아냈으면 됐잖아.”

“혹시 몰라서 말이야.”


하림의 목을 두르고 있는 그녀의 팔 소매에는 작은 단검이 숨겨져 있었다. 차가운 칼날이 울대에 닿는 감촉이 하림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화아악!


그때,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창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거기서 나온 불빛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가장 멀리 있는 하림과 핵사의 얼굴도 따뜻한 색깔로 밝혔다.


단검이 숨겨진 팔로 압박하며 하는 말.


“불구경은 이쯤하고, 더 늦기 전에 도망쳐야겠지?”

“으, 응.”


핵사가 더욱 압박하며 눈을 마주치려고 하자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하림이었다.


* * *


“부장님, 하림은 어디갔슴까?”

“응?”


기마부대 진지에서 병사들이 출전을 준비하는 와중에, 튜로가 찾아와서 하는 말에 이리곤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하림이 어디 갔냐니? 지금까지 막사에 있던 게 아니었어?”

“막사에도, 화장실에도 없는······ 헉, 설마 씻으러 개울가에 내려갔을 때 공룡이···!”

“뭐가 어쨌든, 타 부대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서 출전 전까지 데려와야 해. 걔가 없으면 측면 지휘를 할 사람이 없잖아.”

“넵, 알겠슴다.”


튜로는 인파 속으로 뛰어 들어갔고, 이리곤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병사들이 정렬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병사들이 서있는 대열을 따라 걸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얻은 괜찮은 친구인데 이렇게 잃을 수는 없어. 죽지만 않았다면 찾는 즉시 진급시켜야겠군.’


* * *


더럽고 냄새나는 하수구를 따라 기어가던 하림은 자신의 팔다리 사이로 물과 함께 흘러가는 토사물을 보며 혀를 찼다.


“다 했냐?”

“헤헤, 미안··· 흐끅, 미안해. 내가 비위가 안 좋아서··· 흐끅!”

“······가지가지.”


저녁에 먹은 파스타를 전부 게워내고, 가스에 중독되어서 침을 질질 흘리며 헤실 대는 그녀의 상태를 고려하여 빠르게 전진하자 금방 출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림이 먼저 개울가에 내려왔고, 그 다음으로 핵사가 나왔다.


“하~ 신선한 공기! 근데, 아무 냄새도 안나. 코가 망가졌나?"

"빨리 정신 차려.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해."

"조금만 쉬었다 가자~. 방금 막, 성에서 나왔는데 여기서 더 조심할게 뭐가 있다고?"

"그건, 이 주변에······."


개울가에 처음 내려왔던 그날의 공포가 머리를 스친다. 그런데───


"···어, 잠시만. 그게······."


핵사가 슬쩍 그를 보았을 때, 뭔가가 생각나지 않는 듯이 골똘히 기억을 뒤지고 있는 그의 표정은 꽤나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핵사가 개울물로 세수를 하고는 옆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달리자."

"어, 어?"


핵사가 갑자기 하림보다 앞으로 튀어 나가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하림도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 나갔다.


* * *


해가 떠오르기 한 시간 전의 침침한 하늘.


예미아 성과 불과 200m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나무 그늘에 숨어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가장 선두에 서있는 바실리아가 검자루를 만작 거리며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이윽고, 검을 뽑아 들고는 뒤에 있는 이리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서 신호를 보냈다.


이리곤이 병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전원, 준비~!"


머리카락이 하얀 설인들은 그르렁 거리며 자세를 갖췄고, 일반 인간들은 투구 속에서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성벽을 응시하였다.


이리곤의 마지막 구령이 떨어진다.


"달려!"


전방에서 웃음소리와 맹수의 포효 같은 것이 터져 나오며 설인들이 가장먼저 들판으로 뛰쳐나왔다.


긴산에서 말하는 설인이란, 추위에 강하고 초인적인 힘을 가진, 백발의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설인들은 보통 인간들과 외형상에서는 다른 점이 없지만, 본능만은 짐승의 것과 비슷했다.


눈을 부라리며 미친 듯이 뛰는 것을 좋아하고, 한 번 들어낸 공격성을 쉽사리 집어넣지 않는

다. 특히 전투 중에는 행동력이 끊이지 않는 물처럼 흘러넘쳤다.


적들이 성벽 위에서 장궁으로 쏟아붓는 화살들을 회피하며 달리는 설인들 중에도 가장 선두에서 달리는 어린 설인이 있었다.


전신에 찰갑을 두른 소녀가 오른손에 광명하는 구국왕의 검을 들고, 꼿꼿한 정자세로 달려서 성벽과의 거리를 단숨에 극복하였다.


성문에 다다른 바실리아가 문 사이 틈으로 하얀 빛을 내는 검을 찔러넣은 다음, 가볍게 위로 갈라서 성문 반대쪽에 달린 금속제 잠금장치를 절단.


다리를 구부려서, 최대한 힘을 모아 발차기를 날리자 본인의 살덩이조차 강하게 요동칠 정도로 강한 충격이 성문에 전해졌다. 그래도, 소녀의 몸이 너무 가벼운 탓일까, 지천을 울리는 소리만큼 드라마틱하게 성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천천히 열린 성문 너머로 들어난 예미아 성 내부.


가장 먼저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넓은 저수지와 저수지를 가로질러 성문과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 그리고, 그 다리 위에 빽빽하게 들어선 병사들이었다.


방패로 벽을 만들고, 촘촘하게 창을 앞세워서 위압감을 주는 모습.


그들을 바라보는 바실리아의 검은 눈동자가 소용돌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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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Brain dead] 33 24.11.04 16 0 12쪽
32 [Brain dead] 32 24.10.23 18 0 10쪽
31 [Brain dead] 31 24.10.11 22 0 11쪽
30 [Brain dead] 30 24.09.15 29 0 11쪽
29 [Brain dead] 29 24.09.05 34 1 12쪽
28 [Brain dead] 28 24.08.12 34 0 12쪽
27 [무광의 야수] 27 24.07.12 42 0 11쪽
26 [무광의 야수] 26 24.07.08 36 0 13쪽
25 [무광의 야수] 25 24.07.04 38 0 12쪽
24 [무광의 야수] 24 24.07.01 34 0 14쪽
23 [무광의 야수] 23 24.06.28 32 0 10쪽
22 [무광의 야수] 22 24.06.27 33 0 11쪽
21 [무광의 야수] 21 24.06.26 37 0 11쪽
20 [무광의 야수] 20 24.06.25 40 0 13쪽
19 [무광의 야수] 19 24.06.24 43 0 13쪽
18 [무광의 야수] 18 24.06.23 37 0 10쪽
17 [예열] 17 24.06.21 34 0 11쪽
16 [예열] 16 24.06.20 38 0 10쪽
15 [예열] 15 24.06.19 33 0 14쪽
14 [예열] 14 24.06.18 37 0 12쪽
13 [예열] 13 24.06.14 47 0 12쪽
12 [예열] 12 24.06.11 37 0 14쪽
11 [오래된 전설] 11 24.06.10 37 0 11쪽
10 [오래된 전설] 10 24.06.07 40 0 12쪽
9 [오래된 전설] 9 24.06.0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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